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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화

맹지정은 상대방이 무조건 동의 할 거라고 생각했다. ‘재벌’에 시집도 오고 자신의 가족들은 그 빚더미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제안은 틀림없이 좋은 기회이기에 바보가 아닌 이상 거절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몽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수표를 다시 건네며 말했다.

“죄송해요. 그쪽 같이 인성을 밥 말아먹은 사람과 평생 사느니 차라리 그 빚더미에 몰려서 자살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아요.”

말의 뜻은 ‘너와 평생 사느니 차라리 나가서 죽겠다.’ 였다. 맹지정은 화가 나 수표를 찢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 나 막말을 퍼부었다.

“겉모습 때문에 기회 좀 줄려고 그랬는데, 봐주니까 아주 이겨 먹으려고 하네? 내가 네 까짓 걸 아껴서 그러는 거 같아? 그럼 그냥 그 무능력한 남편이랑 같이 죽어버려!”

정계산은 가서 말리려고 했지만 맹지정이 그를 미뤄내며 말했다.

“이봐 노인네, 니 까짓 게 우리 아버지 대신해서 일을 처리해줘? 허허, 짤리는 날만 기대하고 있으라고!”

맹지정은 씩씩대며 문을 박차며 자리를 나갔다. 오로지 정계산과 정몽연 부녀만 남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계산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네가 한 짓을 봐, 나는 어렵게 맹군을 찾아서 이 자리도 주선해주고, 게다가 이 좋은 기회로 그 빚에서도 해방 하려고 아등바등 거리 는데, 너는 ? 내가 노력한 거 다 물거품 만들고, 상대방 기분까지도 상하게 만들었어. 몽연아, 이 아버지를 어디까지 내몰 생각 인 거냐?”

정몽연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방금 전 맹지정한테서 느낀 수치와 들은 모욕에 그녀는 화가 나고 억울 했는데 자신 주변에 있는 가족한테 마저도 욕을 들으니 마음이 약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다가 와-라는 소리와 함께 울기 시작했다. 탁자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정계산은 답했다.

“울기만 할 줄 알지, 울면 뭐가 해결 돼?”

정계산은 화가 나서 탁자를 탁 쳤다. 아무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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