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 제조 사무실.정중은 사무실 안 의자에 앉아있었다. 왼쪽에 있는 소파에는 정봉성과 정자옥이 앉아 있었고, 강책과 정몽연은 그 옆에 서있었다. 이들은 서로를 싫어해서 다시는 만나지 않을 줄 알았지만 묘지 개발 구역 때문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정몽연의 요구를 들은 정중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정중은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사소한 부탁을 한다면 당연히 들어줄 수 있지만, 강책이라서 절대 들어줄 수 없었다.정중이 강책에게 당한 게 한두 번 인가?원수를 갚지도 않았는데 강책은 뻔뻔스럽게 묘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하하,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만약 정말 묘지 사용 권리를 강책에게 준다면 정중은 어떻게 살라는 걸까?정몽연은 정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먼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예전에 강책이랑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거 알아요. 하지만 사람이 죽으면 죽었잖아요... 정해 삼촌이 죽고 강책이가 큰 타격을 받았어요. 그러니 제발 한 번만 강책이를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작은 소원 좀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가족끼리 서로 원수져서 좋을 거 없잖아요... 강책이가 할아버지 손녀사위인데 이참에 가족 관계도 회복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정몽연이 말이 맞긴 하지만 정중이 이 말을 들을지 안 들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정중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정봉성이 먼저 말했다. “몽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 사과를 하러 온 애가 어떻게 빈손으로 오니? 너무 성의가 없다.”옆에 있던 정자옥이 정봉성의 말을 거들며 말했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말하자면 묘지 사용 권한은 우리가 아니라 건설국에게 있지. 회사까지 찾아와서 할아버지 난감하게 하는 게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정중과 정봉성 그리고 정자옥은 강책을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게 분명하다. 세 사람의 반응에 정몽연의 안색이 안좋아졌다. 정몽연은 건설국에서 묘지 사용 권한을 관리하지만 묘지 개발 구역의 사용 권한은 이미 정용 제조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정중이
“존경하는 척만 했네.”정중의 말이 강책의 마음을 찔렀다. 정몽연은 정중에게 화를 낼 수 없어 보다 못해 고개를 숙이고 화를 참았다. 정중이 허락만 한다면 무릎 한번 꿇는 게 무슨 대수일까?정몽연은 강책을 보고 다짐했다. 이번 일은 강책의 아내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강책이 남자로서 절대 무릎 꿇게 할 수 없다. 여자인 정몽연은 무릎을 꿇어도 상관없다. 게다가 강책이 정몽연을 많이 도와주고 구해줬었다. 본인의 남편을 위해 무릎 한번 꿇는 게 어떠한가?정몽연이 정중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강책이 대신에 무릎 꿇고 사과할게요. 제가 무릎 꿇으면 묘지 사용 권한을 주시겠다는 말 꼭 지키세요.”정몽연은 말을 끝내고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정중과 정봉성 그리고 정자옥은 두 눈을 반짝이며 기대했다. 강책이 무릎을 꿇지 않아서 안타까웠지만 정몽연이 무릎 꿇는 모습에도 통쾌했다!게다가 정몽연이 무릎을 꿇으면 강책의 마음도 찢어지게 아플 것이다. 오히려 일석이조이니 아주 좋았다. 정몽연이 무릎을 꿇으려고 하자 강책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강책아.”정몽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강책을 바라봤다. 그녀는 강책이 자신이 억울함을 차마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좀 억울하면 어떤가?“강책아, 내가 무릎 꿇을게. 무릎 한번 꿇으면 다 해결되는 거야.”“손해 볼 거 없어, 괜찮아.”정중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음흉하게 말했다. “강책아, 너는 무릎 꿇지도 않으면서 아내가 무릎 꿇는 것까지 막아? 너 정말 대단하다. 더 이상 너희 말 듣기도 싫고, 무릎 꿇을 필요도 없어!”“1분 줄게. 무릎 안 꿇을 거면 당장 나가. 앞으로 묘지 사용 권한은 말도 말고 장모 묘지도 내가 철회할 거야!”정중은 매우 뻔뻔했다. 정중은 강책에게 복수하기 위해 염치를 불고하고 강책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했다. “당장 무릎 꿇어!”사무실 안, 정중과 정봉성 그리고 정자옥은 험억한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뜨고 강책과 정몽연을
정중은 강책의 말에 웃겨서 테이블을 치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뭐라고? 안 들리니까 좀 크게 말해 봐. 네가 무슨 옥황상제라도 되는 줄 알아? 네 맘대로 될 것 같아? 건설국에서 나한테 분배해 준 거야, 네가 뭔데 분배권을 회수한다고 해? 하하, 너 미쳤어?”또한 두 사람은 묘지 분배권 회수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강책이 무슨 농담을 하는 걸까? 강책이 무슨 자격으로 분배권을 회수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회수를 하려면 건설국 사람들이 해야 한다. 강책은 제정신이 아니어서 이런 황당무계한 말을 한 것인가.정몽연도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강책이 평소와 다르게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할 줄 상상도 못해서 웃음이 났다. 아마 정해의 죽음으로 큰 타격을 받아서 성격이 변한 것 같았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강책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정중과 정봉성 그리고 정자옥이 모두 웃고 있을 때, 비서가 다급하게 들어와 말했다. “회장님, 건설국 위 부국장님 오셨습니다.”‘위 부국장?’정중은 이름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지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정중은 매번 강책이 헛소리를 할 때마다 호되게 당했다. 때문에 정중은 당하기 전 불길한 느낌이 있었다. 방금 건설국 얘기를 꺼내자 건설국 사람들이 정말 왔다. 세상에 이런런 우연이 있을까? 생각만 해도 이상하다. 정중이 웃음기를 없애고 직원에게 위 부국장을 사무실로 모시라고 시켰다. 5분 후, 건설국 사람들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위 부국장은 직원 두 명과 함께 심각한 얼굴로 들어와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당황한 정중이 웃으며 말했다. “위 부국장님,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어요? 아이고, 귀한 손님이 오셨네요! 여기 앉으세요.”위 부국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괜찮아요. 간단하게 몇 마디만 하고 금방 갈 거예요.”“네. 말씀하세요.”“정 회장님, 건설국에서 묘지 개발 구역 분배권을 회수하겠습니다.”김 부국장의 한마디로 사무실
정중은 직원에게 시켜 서류를 가져오라고 한 후 위 부국장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위 부국장이 서류를 가지고 직원들과 떠나는 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위 부국장이 사무실을 나가면서 강책을 힐끗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강책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위 부국장은 사무실에 안에서 한 번도 강책을 쳐다보지 않았다. 강책이 못마땅해서 일까?그게 아니라 감히 쳐다보지 못 한 것이다!강책은 위위 부국장이 사무실을 떠난 후에야 말을 꺼냈다. “이제 분배권은 당신들에게 없으니 저희도 여기 있을 필요가 없겠네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강책이 정몽연의 손을 잡고 사무실에 나가려고 했다.“잠깐만!” 정중이 다급하게 강책을 불렀다.“하실 말씀 있어요?”“강책! 왜 건설국에서 네 말을 듣는 거야? 나는 이해가 안 되고 더욱이 받아들일 수 없어.”강책이 웃으며 말했다. “잘못 알고 계신 거예요. 건설국에서 제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누군가 공적인 일로써 사적인 감정을 푸는 게 못마땅한 거예요.”강책은 말을 끝내고 정몽연을 데리고 나왔다. “강책!!!”정중은 의자에 앉아 화를 씩씩거렸다. 또 한 번 강책에게 졌다.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매번 처참히 무너진다. 왜 이럴까?정중은 무능한 데릴사위 강책에게 왜 매번 지는 걸까?정중은 인정하지 않았다. 정중은 운이 좋게 잘 흘러가고 가고 있다가 왜 매번 강책에게 당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정봉성은 강책에게 진 것이 처음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서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정자옥은 달랐다. 장자옥은 정봉성과 정중을 번갈아 쳐다보고 망설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강책 정말 괘씸해 죽겠어요. 제 생각에는 강책을 없애버릴 방법을 찾야야 할 것 같아요!”정봉성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만해. 우리가 좋은 방법을 생각 안 한 것도 아니잖아. 생각해 봐,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방법을 생각했어? 그중에 하나라도 쓸모 있는 게 있었어? 결국 강책은 처리 못 하고 오히려 우리가 처참하게 당했잖아.
큰 오빠는 누군가에 대한 존칭이 아니라 정말 정자옥의 큰 오빠이다. 사실 정자옥, 정봉성, 정몽연 삼 남매 외에 큰 오빠 정홍민이 있었다. 정자옥의 친오빠이자 정중의 친손자이다. 정홍민은 전형적인 엄친아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문과 무예를 겸비하며 성적이 우수하고 행동이 민첩하며, 체격도 또래 친구들 보다 건장했다. 정홍민은 집안의 공들인 교육을 받으며 모든 방면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20살에 정용 제조의 부사장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 당시 전국 뛰어난 청년 10명 중 1위를 차지했었다!정홍민은 지능이 뛰어나고 일 처리를 과감하게 했다. 또한 젊지만 노련해서 비즈니스계에서 평생을 일해온 베테랑들도 정홍민에게 자리를 뺏겼다. 당연히 정홍민은 정용 제조의 맡을 후임자로 정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완벽한 것들이 바뀌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다. 젊고 잘난 남자는 내면을 채우기 어렵다. 정홍민은 매우 이기적이고 남을 무시했다. 한 마디로 자기 재능을 믿고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겼다. 정홍민은 정용 제조가 규모가 작아서 정가 집안에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당시 적극적으로 집안의 발전과 변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가장인 정중은 반대했다. 정가 집안은 이 업계에서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겨우 오늘날의 규모까지 만들었는데 어떻게 쉽게 바꿀 수 있을까?변화를 줘도 천천히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정중의 속마음은 여전히 바꿀 생각이 없었다. 이 사건으로 정중과 정홍민은 집안 고위층 사람들 앞에서 심하게 다퉜다. 그때, 정중은 가장의 신분으로 정홍민을 강압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화근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 후, 정홍민은 집안 발전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모든 것을 정중의 뜻에 따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정중에게 먼저 사과까지 했다. 정중은 정홍민이 잘못을 알고 있다는 것에 매우 만족했다. 하지만 정홍민은 겉으로는 정중에게 복종하며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했지만, 암암리에 천천히 자신의 세력을 회사에 들이기 시작했다.
정중도 좋지만은 않았다. 아내는 이 일로 상심해서 집에서 화병 나 죽고, 정용 제조는 큰 손해를 보고 일류에서 이류 집안으로 하락했다. 사람들은 강대했던 정가 집안을 무시했다. 원래 정가 집안의 미래 상속자는 정홍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봉성이 정가 집안의 상속자가 되어 두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되었다. 정중은 가끔 자기의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애초에 스스로 물러나서 정홍민에게 물러줬다면 정가 집안이 이렇게 큰 손실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정중도 이 나이면 은퇴를 해야 한다. 만약 정홍민이 회사를 물려받는다면 정중은 안심되겠지만, 정봉성이 물려받는다면 안심할 수 없다. “아......”정중은 어찌 할 도리가 없어 긴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늦었다. 아무리 후회해도 이렇게 된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절대 정홍민을 찾아갈 수는 없다. 그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정중은 정홍민이 뒤끝이 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홍민을 다시 들인다면 정씨 집안에게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일 것이다. 정중은 강책을 싫어하지만 강책을 상대하기 위해 정홍민에게 고개 숙일 수 없다. 이는 곧 늑대를 쫓아내고 호랑이를 데려오는 것과 다름없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하지만 적어도 정자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홍민은 친 오빠이기 때문에 정홍민이 가장 자리에 앉는다면 그녀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정중 보다 정홍민에게 더 친근감이 갔다. 이것이 바로 정자옥의 생각이었다. 정홍민은 감정이 아닌 이익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중을 도와 강책과 정몽연을 처리해 줄 수 있다. 또한 이익을 위해 내부 투쟁 또한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정자옥이 싸늘한 눈빛으로 정중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어쩌면 정중이 정홍민을 집안으로 들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이 시각, 주윤강 회장은 양광 부동산 사무실에서 고개를 숙인 채 두움에 떨고 있었다
강남에서 살모사 조직의 명성은 이미 널리 퍼져 감히 보통 사람들은 건들지도 못했다. 이런 독사는 상대는 물론 본인마저 물 수 있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죽음이다. 때문에 웬만한 기업들은 살모사 조직을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주윤강은 당연히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책의 실력을 본 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반드시 사람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살모사 조직은 아주 훌륭한 조력자이다. 사실 살모사 조직의 강대함은 그들의 기준에서 비롯된다. 오직 두 부류만 살모사 조직에 들어갈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큰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갔다 온 사람.두 번째 유형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망을 벗어난 사람. 이 두 부류는 용맹하여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이렇게 강인한 사람과 함께 있으니 독한 에너지가 샘솟았다. 살모사 조직이 왜 악명 높은지 알 수 있었다. 주윤강은 소파에 앉아있는 손광철을 보고 침을 삼켰다. 본인은 말을 할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아 염강호에게 눈치를 줬다. 염강호는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손 대장님, 저기...”손광호는 게임을 하며 대답했다. “편하게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요.”“아, 네. 형님을 부른 이유는 처리할 사람이 있어서입니다. 손광철이 말했다. “그건 당연하죠. 그럼 저한테 연애 얘기하려고 불렀겠습니까? 주윤강 대표님이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이 누구예요? 그거 참 궁금하네요.”주윤강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말했다. “강책이요! 침몽 하이테크 회장입니다.”‘침몽 하이테크?’손광철이 웃으며 말했다. “고작 잘나가는 첨단 기술 회사 아니에요? 다들 점잖은 사람들 사람들이라 상대하기도 쉬울 것 같은데.. 평소에 주 회장님 부하들이 업주들 괴롭히고, 사람들 때리고 다니면서 이 사람들을 처리 못 해요?”주윤강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저 놀리지 마시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저 도와주실 건가요?”손광철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저는 무엇이든 다
“그래, 이래야 맞지.”손광철은 핸드폰을 주윤강에게 보여주었다. “잘 받았습니다. 주사장님, 좋은 소식만 기다리고 계세요.” 말을 끝낸 그는 자리를 떴다. 염강호는 재빨리 손광철의 뒤를 따라갔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윤강은 이빨을 꽉 깨물고는 낮은 목소리로 “살모사,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거야. 강책을 꼭 갈기갈기 찢어야 한다고!” 라고 속삭였다. .. 한편 강책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천하무적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미리 알람 따위는 필요가 없다. 강책은 정몽연을 집으로 돌려 보내고 정해의 집으로 향했다. 정해의 집은 하얀색 천, 하얀색 깃발, 하얀색 등불까지 걸려있었다. 장례식의 제일 깊숙한 곳에는 관이 놓여져 있었고, 정해의 웃음이 담긴 커다란 흑백 사진이 걸려 있었다. 정단정이 상복을 입고 허리에는 삼끈을 맨 채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얼이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손재언이 다가왔다.“형님, 장례식은 준비를 마쳤습니다. 양광 부동산쪽에서 이상한 움직임에 보안하기 위해 24시간 감시하는 사람도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강책은 손재언의 일처리에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묘지 사용권은 며칠전에 받아놨어. 때가 되면 그때 관을 묻도록 해. 내 동생 강모의 묘지랑 같이 묻게 될거야.” “넵.”두 사람이 대화를 오가는 중 한 부하가 빠르게 달려오고는 “살모사 조직이 이곳으로 집합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라고 알렸다. 강책은 눈살을 찌푸렸다.“살모사?” 손재언은 긴장감에 얼굴이 굳었다. 어렸을 때부터 강남구에서 자라왔기에 지하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살모사 조직입니다. 범죄자들이 모여 이루어져 살인, 방화등등의 악독한 짓을 주로 하는 지하조직 입니다. 조윤강이 살모사를 찾아 도움을 청한 것 같습니다. 저희 쪽 부하 명수로는 상대하기 버거울 것 같습니다.” 범죄모임? 강책은 웃음을 지었다.“그래, 이번 기회에 강남구에 있는 구정물을 싹 치워야 겠어. 안오는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