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엽은 망설이다 결국 수술실을 나왔다.양준천이 다급하게 뛰어가 물었다. “육 선생님, 전계는 어때요?”육엽이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하지 못했다.육엽은 기침을 한 후 물었다. “그... 강책 어디 있나요?”“강책이요? 육 선생님, 강책은 왜 찾으세요?”“지금 강책 어디 있어요?.”“아.... 연습실에 있어요.”“네, 알겠습니다.”육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운도 벗지 않고 연습실로 향했다.그는 10분도 안 돼서 연습실에 도착했다.“강책!”육엽이 황급히 뛰어가 강책에게 말했다. “지금 전계 상태가 저 지경인데 한가롭게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강책이 담담하게 말했다. “전계가 죽어가면 주치의인 육 선생님임 치료해야 하지 않아요? 왜 저를 찾아왔어요?”“강책씨!”육엽이 주위를 살펴보며 귓속말로 말했다. “지난번에 제가 치료한 게 아닌 거 다 알잖아요. 강책씨만 고칠 수 있어요.”“저랑 병원으로 가주세요. 늦으면 정말 전계 목숨이 위험해요!”강책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안 돼요.”“안 돼?”“네. 지금 양준천이 저한테 치료를 맡기지 않을 거예요.”육엽이 다급하게 말했다. “둘이 형제지간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어쨌든 양준천이 찾아오지 않으면 저는 절대 병원에 안 가요.”“그건...”육엽은 머리를 긁적이며 이를 악물고 양준천을 데리러 갔다.전계를 살리지 못하면 육엽의 밥줄이 끊기는 것이다.육엽이 병원에 돌아오자 양준천이 물었다. “육 선생님, 어디 갔다 오셨어요? 저 동생은 괜찮나요?”육엽은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저도 이제 더 이상 숨기지 않을게요.”“사실 저번에 전계를 치료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강책이에요.”“이번에 전계를 살리고 싶다면 직접 강책을 데리고 와야 해요. 제 능력으로는 강책을 데려올 수 없어요.”양준천은 어리둥절했다.‘강책?’‘저번에 전계를 치료한 사람이 강책 이라고?!’양준천은 육엽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그럼 지난번에 당신이 치료한 척 한 거야?”육엽은 어깨를 으쓱
“하하, 절대 못 해!”“전계야, 이 형을 원망하지 마. 네가 죽는다 해도 절대 강책한테 너를 살려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거야.”“너도 강책이 너를 살리는 건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치?”양준천은 이미 독해질 대로 독했다.형제의 정은 무슨?!자신의 동생이 죽더라도 강책에게 부탁할 생각이 절대 없었다.그 시각 연습실.강책은 낡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시간을 보니 이미 늦었다.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준천아 양준천아,너는 네 동생이 죽어도 나한테 절대 부탁 안 할 거다.”“거만하다고 해야 할까? 독하다고 해야 할까?강책이 일어나 차로 향했다.그때 임몽운이 다가와 물었다. “강책아, 방금 육엽 선생님 왜 찾아온 거야? 무슨 일 있어?”강책이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진찰 좀 봐달라고.”“육선생님께서 너한테 진찰을 부탁했어?”“말하자면 길, 차에 타.”강책은 임몽운과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수술실로 향했다 강책이 들어가려고 하자 양준천이 길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뭐 하려고? 누가 너 불렀어? 너 반가워하는 사람 없으니까 꺼져.”강책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임몽운이 버럭 화를 냈다. “양준천, 그만해!”양준천이 당황했다. “몽운아, 뭐 하는 거야?”“몰라서 물어? 전계가 죽어가는데도 강책이 치료하는 건 싫고, 말끝마다 좋은 동생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이래?!”양준천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너... 다 알고 있었어?”강책이 고개를 저으며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양준천은 화가 치밀어 올라 강책의 어깨를 덥석 잡으며 말했다. “오늘 남는 게 시간이니 네가 절대 전계를 치료 못하게 할 거야!”사람이 미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양준천은 강책에 대한 질투와 증오가 이미 뼛속까지 파고들어 있었기 때문에 전계가 죽든 말든 강책이 치료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강책이 한번 하기로 한 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강책은 꿈쩍도 하지 않고 수술실로 향했다.“이래도 포기 안 해?”
수술실 앞 의자 사이에 끼인 양준천이 겨우 빠져나왔을 때 마침 회복하고 나오는 전계와 임몽운과 마주쳤다.“전계? 너 괜찮아?”양준천에게 쩔쩔매던 전계가 분노의 눈빛으로 양준천을 쳐다봤다. 심지어 전계는 양준천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양준천은 전계의 눈빛이 매우 불편했다.전계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괜찮아, 기분 나쁘지?” 양준천이 어리둥절해하며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우리는 형제잖아! 네가 건강해서 기뻐도 모자랄 판에 왜 기분이 나쁘겠어?”“형제?”“하하!”전계가 화를 내며 말했다.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아직도 모르는 척이야?”“사실? 네가 아는 사실이 뭔데? “ 양준천이 임몽운을 슬쩍 보고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말했다. “전계야 다른 사람이 하는 헛소리 듣지 마. 우리 형제의 정을 갈라놓으려고 그러는 거야.”“형제의 정은 무슨!”전계는 양준천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내가 죽어가는 걸 보고도 강책에게 부탁하지 않았잖아. 강책이 포기했다면 난 벌써 죽었을 거야!”“아직도 형제의 정이라는 말이 나와?”“동생을 그렇게 대해?”양준천은 말문이 막혔다. 임몽운이 모든 사실을 전계에게 말할 줄 몰라고, 전계가 그 사실을 믿을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양준천이 강책을 싫어할수록 강책을 감싸줬다.양준천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양준천은 사건이 모두 알려진 이상 숨길 생각 없이 말했다. “너를 치료하지 못하게 강책을 막은 게 왜? 몸값도 얼마 안 되는 선수가 어쩔 건데?”양준천의 본색이 마침내 드러났다.전계가 말했다. 양준천, 나쁜 짓을 많이 하면 반드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게 돼돼있어. 기다려, 반드시 네가 눈물 흘리는 날이 올 거야!”전계의 말이 끝나자 임몽운은 그를 부축해 병원에서 나왔다.임몽은운 양준천을 노려보며 지나쳤다. 양준천을 뼛속까지 미워했지만 이렇까지 속이 좁은 사람일 줄 몰랐다. 전계와 임몽운의 뒷모습을 보고 양준천은 더욱 화가 났다.동생은 반항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는 자신
이런 일을 겪은 후 전계도 옳고 그름을 알게 되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정확히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강책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네.”“뭔데? 말해 봐.”“음.. 집에 가서 푹 누워서 쉬어. 햇볕도 쬐고, 음식 함부로 먹지 마. 특히 보양제는 먹으면 안 돼.”전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강책의 말을 진작에 들었으면 오늘 같은 날도 없었을 것이다.전계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강책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목양일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목양일은 큰일이 아니면 전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강책이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저번에 찾으라고 하신 소접이라는 사람 찾았어요.”소접은 백강 엔터테인먼트 손영정의 친동생 손재언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 여자이다. 이 여자 때문에 집안의 가장자리를 버리고 아버지와도 인연을 끊었다.소접 때문에 손재언은 손영정의 통제를 받았다.강책이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다.손재언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소접은 아주 중요한 존재였다.“알겠어요.”강책은 전화를 끊은 후 임몽운과 전계에게 말했다. “나는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먼저 가 볼게.”강책은 말을 마치고 황급히 떠났다.한 시간 후.강남구 제3구역 책임자 사무실.강책은 의자에 앉아 있고, 목양일은 서 있었다.“자료 여기 있습니다.”목양일은 소접에 관한 자료를 강책에게 건네줬다. 강책은 자료를 목양일의 이야기를 들이며 자료를 살펴봤다.“요 며칠 조사하면서 소접의 상황을 다 파악했습니다.”“댄서 출신으로 본명은 고접, 활동명은 소접 이라고 해요. 그 당시 손재언과 서로 사랑해서 도망가기로 했지만 손재언의 아버지에게 붙잡혀 암암리에 남성으로 보내져서 수운천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수운천은 겉은로는 술집으로 보이지만 유흥업소에요.”“사실상 암암리에 불법으로 일 하는 거죠.”“돈 되는 거면 다 파는 사람들이에요!
그날 밤 집에 돌아온 강책은 정몽연에게 며칠간 남성으로 출장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며칠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정몽은은 입을 삐죽거리며 시무룩했다.오랫동안 못 보고,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하기 때문이었다.그동안 강책에게 많이 의존했기 때문에 떨어지기 쉽지 않았다. 특히 긴 시간은 더욱 힘들었다.“꼭 가야 돼?” 정몽연이 아쉬운 듯 물었다.강책은 어쩔 수 없었다.강책도 정몽연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남성을 가지 않으면 소접을 구할 수 없었다.“몽연아. 최대한 빨리 올게.”“흥!”강책이 빨리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몽연의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밤에 잘 때 정몽연은 일부러 강책을 등지고 입을 삐죽거렸다. 강책이 아무리 달래줘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정몽연도 여자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강책이 정몽연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전화 한 통이 고요한 적막을 깨뜨렸다.따르릉...따르릉...‘이 늦은 시간에 누구지?’강책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신온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정몽연의 신온의 이름을 보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자가 전화를 해? 신온이누구야?”아....강책은 잠시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당황했다. “내가 전에 신자민 어르신께 의술 배운다고 말하지 않았어?”“신온은 신자민 어르신의 막내딸이자 지금 신씨 집안의 가장, 인치의관의 주인이야.”정몽연에 강책에게 물었다. “누구인지 상관없고, 왜 이 늦은 시간에 너한테 전화를 해?!”“그건 나도 모르지?”“스피커폰으로 받아! 여우 같은 계집애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봐야겠어!”정몽연은 질투가 나 화가 났다.강책은 어쩔 수 없이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본인도 신온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전화했는지 궁금했다. 전화를 받자 신온이 울면서 말했다. “강책아, 지금 우리 집으로 와줄 수 있어?”신온은 평소 도도한 성격으로 쉽게 좌절하고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런 그녀가 우는 것은 분명 큰일이 생겼다는 것이다.정몽연이
“어떻게 된 일이야? 신가 어르신이 납치가 됐다니?” 신온은 납치범에게서 온 편지를 강책에게 건넸며 말했다.“저번에 아버지가 약재 때문에 강남에서 말고 다른 지역으로 갔다고 얘기해줬었지? 그때 간 곳이 남성이야.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구역으로 알려지기도 했어.” 남성?또 남성이라니?강책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가 남성과 필시 해결해야하는 일이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신온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아버지랑 같이 가본 적이 있어. 항상 열흘아니면 보름도 못 넘기고 다시 돌아 왔었어. 이번에는 일 때문에 좀 오래 계신다고 생각했어. 근데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느껴져서 아버지한테 연락했는데 계속 안 받으시더라고. 그렇게 며칠동안 지내다가 오늘 저녁에 어떤 사람이 의관으로 편지를 보내서 우리 아버지가 납치 됐다는 걸 알게 된거야.” 강책은 편지를 펼치고는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안에는 자세한 주소와 시간, 요구 등이 적혀져 있었다. 10억을 지정된 시간, 주소로 보내라는 문구와 돈을 받는 동시에 납치당한 사람을 내보낼 것을 약속했다. 그 외에 신자가 가지고 다녔던 물건이나 그가 묶여있거나 구타를 당해 피를 흘리고 있는 사진 몇 장이 들어가 있었다. 물건과 사진들로 보아 신자가 납치당한 사실이였다. 편지 끝에는 납치범의 ‘경찰 부르면 다 죽어.’ 라는 경고의 문자가 적혀져 있었다. 내용을 보고 난 뒤, 강책은 편지를 내려놓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온은 “강책, 내가 지금 돈을 보내줘야 할까? 아니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는 게 맞을까?”라며 그에게 물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상황에 경찰을 불러 해결하려고 했겠지만 강책은 달랐다. 수라전쟁의 신이며 강남구의 총괄자로서 그는 제일 높은 위치에 있기에 경찰이 곧 자신이였다. 강책은 손을 휘젓거리며 “아니, 경찰은 부르지마. 만약 납치범들이 네 뒤를 캐고 있다면 분명히 전부 알게 될거야.” 라며 답했다. 신온이 강책에게 간 사실도 납치범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부슬부슬 작은비가 내리고 유리창문을 탁탁-내리친다. 신온은 밤새내내 잠을 설쳤다. 그저 창문을 통해 밖 풍경을 바라볼 뿐이였다. 내일 7-8시간을 기차에서 보내야했기에 잠을 자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게다가 아무리 움직여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신자민이 어떤지, 죽었는 지 살았는지, 살아있어도 사람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타를 당한 것이 아닌지 등의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연속으로 탄식을 내쉬며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빠를 잃었기에 아버지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그녀와 반대로 강책은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대고는 잠에 들었다. 경력이 있는 그는 수면시간과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으며 수면부족은 전쟁터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는 다는 것도 알고있다. 수면으로 정신력을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였다. 두 사람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밤을 지샜다. 그 다음날 아침, 하늘이 밝아지기도 전에 한 사람이 상자 한 박스를 가지고 와 강책에게 주었다. 강책은 상자 안은 보지도 않은 채 상자를 트렁크안에 넣었다. 신온은 궁금해하며 “강책, 상자 안에 뭐가 들은 거야?” 라고 물었다. 강책은 “10억.” 이라고 말했다. 신온은 침을 꼴깍 삼켰다. 10억? 이 돈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였다. 사실 신온은 강책이 그저 자신의 오빠와 군대동기라는 말만 들었을 뿐 강책의 뒷배경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바로 현금으로 꺼내오는 강책의 재력에 깜짝 놀랐다. 신온이라고 할지여도 이 많은 돈을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꺼내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좀 먹어둬. 곧 있으면 출발 할거야.”강책이 직접 준비한 아침이였다. 배부르게 먹어야 일할 힘이 생기는 것이다. 신온도 마침 배가 고팠으며 강책이 만든 요리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맛있었기에 우걱우걱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씻고, 준비를 끝낸 그들은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강책은 신온과 함께 기차역에 도착하여 대기소에서 기
신온은 기차표를 한번 확인한 뒤, 다시 좌석번호를 살펴보았다. 자신의 자리가 분명했다. 그녀는 예의를 차려 “저기 남성분, 죄송하지만 앉으신 곳이 제 자리인 것 같아요. 잘못 앉으신 게 아닌지요?” 라고 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는 그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창밖을 바라 보았다. 옆에 앉은 남자도 신온을 공기마냥 무시할 뿐 이였다. 신온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화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다.“저기요, 여기는 제자리입니다. 비켜주세요!” 큰 소리에 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그 남자들도 밖으로 향해있던 시선을 그녀에게로 옮겼다. 그리고는 불량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소리야? 내가 산 자리야.” “여기는 제 자리입니다. 그쪽이 산 자리에 앉아 주세요!” “흥- 쪽팔리지도 않냐, 꺼져.”그들은 말을 끝낸 뒤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신온은 초조하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차를 셀 수없이 타봤어도 이런 적은 처음이였다. 그녀는 남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안비켜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저기요!!”라며 신온이 앞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옆 쪽에 앉아있던 몇명의 남자가 동시에 일어났다.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이 신온을 잡아먹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노려보았다. 그 중 한명이 험악한 말투로 말했다.“이봐, 우리 도깨비형님이 꺼지라는 말 못 들었어? 우리가 처리해줄까 아니면 혼자 꺼질래?” 신온은 뒤로 한걸음 물러갔다. 연약한 여자 한명을 무리로 상대하며 자신 마음대로 하는 막무가내인 사람들은 처음보았다. 기차 안 사람들도 신온에 편에 서서 그녀를 도우려 했지만 남자 무리들을 보고는 모두 깜짝놀라 불덩이가 자신에게 튈까봐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차 안의 기척에 승무원이 다가왔다. 승무원은 웃음을 지은 채로 “고객님, 무슨 일이시죠?” 라며 신온에게 물었다. 신온은 ‘도깨비’ 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사람이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