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래도 할아버지를 한 방 먹인 것 같다.두 사람은 싼야에서 하루 종일 먹고 논 뒤, 비로소 허둥지둥 강남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갔을 때는 이미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였다.정중은 강책이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잔꾀를 부릴까 두려워 일부러 사람을 보내 공항으로 두 사람을 픽업해 회사로 데려왔다.두 사람이 회의실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9시가 다 되어 있었다.사무실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곽창은 당황한 기색 없이 다시 정 씨 집안의 회사 건물로 도착했다.정중이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꺼냈다.“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회의를 진행해 볼까요?”정몽연은 몸을 일으켜 전반적인 계획을 쭉 한번 훑은 뒤 세부적인 사안들을 논의하며 회의는 진행되었고, 회의는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이어졌다.모든 논의가 끝난 뒤 곽창은 정몽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좋아요, 정말 잘했습니다. 역시 난 사람을 잘 보는군.”“정몽연 여사가 건축 프로젝트의 책임자라서 내가 정말 안심이 되는군요.”곽창이 웃으며 자리를 떠났고, 정몽연이 정중 앞에 다가섰다.“할아버지,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요.”“응? 정 여사께서 나 같은 노친네와 의논할 게 있다고?”“할아버지……”“말하거라.”“제 생각엔 이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본사가 맡는 게 맞는 거 같아요.”그러자 정중이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흥, 그래도 약삭빠르게 구네. 이 프로젝트는 절대 너 혼자서 진행할 수 없다. 걱정 말렴, 본사가 도와주마. 프로젝트 책임자는 그대로 네가 하고.”말을 마치자 그가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섰다.다른 친척들도 모두 그를 따라나섰고, 하나같이 정몽연을 악랄한 시선으로 바라봤다.그녀는 정 씨 집안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었고, 기분이 우울해졌다.그러자 강책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네 친절함이 또 이렇게 악의적으로 평가받네, 네가 본사에 프로젝트를 책임지게 하는 건 그들한테 이익을 양보하는 것과 같은데 말이야. 결국 할아버지는 고마워하지도
이른 아침 8시, 외국어 대학교 북문.스포츠카들이 나란히 길가에 섰고, 젊고 예쁜 여학생들을 하나둘씩 픽업해갔다.“소한아, 오늘 네 사촌 언니가 데리러 온다고 했나?”“응.”“너희 언니는 강남에서 유명한 셀럽인데, 오늘 드디어 볼 수 있겠다.”소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고개를 돌렸다.그때, 은색 렉서스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고, 소한은 한눈에 사촌 언니의 차임을 알아챘다.“언니!”그녀는 뛰어가며 소리쳤다. 하지만 차 문이 열리고, 낯선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그쪽은?”“저는 강책이예요, 그쪽 형부죠.”소한의 친구들이 모두 둘러싸며 얼굴에는 조롱 섞인 비아냥거림이 일었다.“소한아, 왜 언니가 직접 데리러 오지 않고? 언니가 널 별로 신경 쓰지 않는가 봐?”“듣기로는 네 형부가 데릴사위라던데, 저런 사람 보고 데리러 오라고 하는 건 너에 대한 존중이 좀 부족한 거 아냐?”“우리 학교 미모 과탑이 데릴사위랑 같은 취급을 받다니, 정말 한탄스럽다.”학생들이 깔깔 웃으며 잇달아 스포츠카를 탄 뒤 떠났다.소한이 화가 나서 발을 쿵쿵거리며 말했다.“강책, 누가 너보고 오라고 한 거야? 우리 언니가 시켰어?”강책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네 언니가 하룻밤을 꼬박 회의를 진행해서 너무 피곤해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마중 나와도 똑같지 않나?”“달라!”강책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일단 차에 타고 다시 얘기해.”소한이 못마땅한 듯 차에 올라탔고, 대화는커녕 강책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녀는 강책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창피했다.차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지프차 한 대가 차를 몰고 들어왔다.차창을 열고 보자, 옆 차에는 대머리를 한 사내 네다섯 이 앉아 있었다.그 중 한 명이 강책의 차를 향해 소리치며 말했다.“야, 소한, 우리가 동문에서 널 반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북문에서 다른 사람이랑 쌩하니 가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나?”강책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이것들은 뭐야?”그러자 소한은 긴장한
이 때, 키가 190센티는 되어 보이는 용 두 마리 문신을 한 덩치 큰 사나이가 인파 속을 빠져나왔다.그가 괴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남시에서 이 광두용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소한이와 무슨 볼 일이 있지?” 강책이 물었다.“볼 일?”그러자 광두용이 명세서를 꺼내며 말을 이어갔다.“이 계집애가 지난달 나한테 400만 원을 빌려 갔어. 오늘 돌려주기로 해서 동문에서 기다렸는데, 망할 년이 북문으로 튀었네, 이 일을 어떡할까?”강책이 고개를 돌려 차 안에 있는 소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내가 대신 400만 원을 돌려주지.”“뭐라고? 하하”광두용이 웃음을 터트렸고, 같이 있던 대머리 남성 10명 도 덩달아 웃으며 강책을 모자란 사람 보듯 쳐다보았다.“지능에 문제 있어? 400을 빌려줬는데 400을 돌려주겠다고? 우리 두용 패거리를 자선단체로 보는거야? 은행에서 돈을 빌려도 이자를 한 푼도 안 받을 리가 없잖아?”그러자 강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일리가 있군.”소한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이없어 했다.“그럼 원금과 이자를 합쳐 얼마를 갚아야 하지?”강책이 물었다.그러자 곽두용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며 대답했다.“천만?”강책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자가 너무 센 거 아닌가?”“참나! 천만은 무슨 천만, 1억이라고!”강책은 화를 내기는커녕 우스운 듯 말했다.“1억? 무슨 놈의 이자가 이렇게 높아? 이게 도둑질이랑 다를 바가 뭐지?”“에이, 그렇게 말하지 마소. 도둑질은 엄연한 범죄고, 우리는 모두 선량한 시민일 뿐이야. 법에 어긋나는 일은 못 하지.”강책은 그저 그들이 너무 재밌을 뿐이었고, 소한이 왜 몰래 도망치려 했는지 이해했다.이 패거리들은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는데, 그들의 행색을 보면 돈을 주지 않으면 얻어맞을게 분명했다. 또한 그들에게 돈을 빌리면 분명 갚지 못할 게 뻔했다.소한같이 연약한 여자에게 도망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강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광두용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지기 폭소를 터뜨렸다.“야, 너네 다 들었어?”“이 바보 천지가 나한테 돈을 받겠단다, 그것도 1초에 2억이래.”“아이고, 무서워라.”광두용은 손가락으로 강책의 머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어이, 너 ‘죽을 사’ 자 어떻게 쓰는지 아나?”그러자 강책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못 쓰는데, 당신이 나한테 알려주지?”“그래, 그럼 알려줘야지!”광두용은 손을 번쩍 들어 강책의 뺨을 때리려다 손을 떼기도 전에 강책에게 손가락이 붙잡혔다.“방금 이 손가락으로 날 찌른 건가?”콰직.손가락이 뒤로 접히는 소리가 들렸다.“아아악~~!!!”광두용은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지르며 아파서 줄곧 눈물을 흘렸다.퍽!강책이 발로 광두용의 배를 차자, 그가 맞은편에 있는 차에 부딪혔다.광두용은 땅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죽여, 어서 저놈을 죽여버려!”소한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강책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광두용이 얼마나 세력 있는 사람인지 모르고 저 사람에게 손찌검을 하는 건가? 강책은 차 안으로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넸다.“손수건을 챙겼어?”수한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속으로 30초만 세.”“뭐 하려고?”“그냥 하라는 대로 해.”강책의 어투가 단호한 것을 느낀 소한은 그의 말대로 손수건을 들고 눈을 가렸고, 묵묵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부터 30까지 하나씩 세는 동안 온갖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누군가가 차에 부딪혀 퍽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소한은 너무 놀라 몸을 웅크리고 꼼짝도 하지 못했다.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소한은 울먹이며 물었다.“이제 손수건을 풀어도 돼?”“이제 풀어도 돼.”강책의 온화하고 중후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소한은 진정이 되며 손수건을 벗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머리 무리들이 모두 바닥에 누워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의아해했다.사람들은 모두 입에 거품을 물고 몸은 뒤틀려 있었고, 기절한 사람도 여럿 있었다.불과 30초 만에, 건장한 1
강책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광두용 말고, 또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린 적 있어?”“응, 있어.”“휴대폰 줘 봐, 네가 돈 빌린 사람들 다 나한테 알려줘.”“알겠어.”강책이 휴대폰을 받고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목양일에게 보내곤 다시 휴대폰을 소한에게 돌려주었다.“이제부터 돈 빚진 게 없을 거야.”“응?”소한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돈도 다 합하면 몇 천만 원이 넘는데, 다 갚았다고?”“응.”소한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눈앞의 이 남자가 그녀에게 준 충격은 정말 컸다.그녀는 방금까지도 강책을 업신여기고 가장 악랄한 말로 그를 까내렸지만,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자신을 도와 빚까지 다 갚아 주었던 것이다.소한은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아내야 할지 몰랐다.“왜 나한테 잘해줘?”“넌 몽연이의 사촌동생이니까.”강책은 가속페달을 밟고 자리를 떠났고, 광두용 무리들이 뒤에서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안녕히 가십시오 형님~~!!!”소한은 차 뒷창을 보고 낄낄거리며 웃었다.“저 비열한 놈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오늘 이렇게 네 손에 한 방 먹을 줄 누가 알았겠어. 아, 강책, 어떻게 그렇게 싸움을 잘해?”“군 생활을 몇 년 했는데,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주의를 주며 말했다.“그리고 오늘 일은 우리만 알면 됐으니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왜?”“왜냐니, 네가 여기저기 빚지고 쫓기는 영광스러운 일이 다 알려지는 걸 너도 원치 않잖아?”“흥, 알겠어!”……집으로 돌아오자, 정몽연은 이미 잠에서 깨어난 뒤였고, 사촌 동생이 온 걸 보자 기뻐하며 그녀를 껴안았다.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온 사이였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소한은 정몽연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언니, 너무 좋겠다. 이런 좋은 남편감도 얻고 말이야.”소한의 말에는 약간의 질투심도 섞여 있었다.그러자 정몽연은 당황해하며 물었다.“응? 지금 강책 얘기를 하는 거야?”
정계산과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한을 바라보았고, 왜 갑자기 이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어리둥절해했다.하지만 소한은 개의치 않고 반찬을 집어먹었다.정몽연은 어색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소한아, 주위에 남자가 없니? 그런데 듣기로는 최근 몇 달 동안 외숙모가 소개팅을 해준 것만 80번도 된다던데?”“에이, 너무 과장했다. 그런데 소개팅을 많이 한 건 맞아, 많아서 몇 번을 했는지 기억도 이젠 못하겠다.”“그런데 어떻게 마음에 든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소한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그 남자들은 모두 내 것모습만 보고 달려들었지, 진정성이 안 느껴져서 마음에 안 들어.”정계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개팅이라면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당연히 것모습을 보는 게 아니겠니? 그리고 네 부모님한테서 들었는데, 너는 소개팅할 때마다 남자 쪽에서 돈을 그렇게 뜯어낸다던데. 이제 소개팅 상대가 소한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꽃뱀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더라.”소한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흥, 그건 그 사람들이 원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내가 무슨 칼로 그 사람들 배를 가른다고 협박하면서 돈을 빼앗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정몽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듣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그녀가 이전에 알던 사촌동생은 매우 착하고 활발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성격이 변하게 된 거지?“소한아, 네가 좀……”“그만, 언니는 가르치려고 할 필요 없어. 나도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있어.”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다들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곧이어 소한은 밥을 다 먹었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꺼냈다.“잘 먹었습니다, 오후에 저는 나가서 놀 거예요. 언니~~나 형부 한 번만 빌려줄 수 있어?”“응?”정몽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물었다.“뭐 하려고?”“내 운전기사 좀 하라고 하려고.”“아, 그렇구나.”정몽연은 한숨을 돌리며, 아까 그녀가 어디까지 상상했는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그래도 좋지, 어차피 하루 종일 할 일도 없으니
소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약값, 수술비 모두 너무 비싸, 만약 내가 감당하지 않으면 3일도 못 버티시고 돌아가실 거야.강책은 소한에게 이런 따뜻한 모습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생 같은 소한은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상냥하고 착한 모습도 가지고 있었다. “알겠어.” 강책이 차 시동을 걸었다. “어디 병원이야?”“제3 인민병원.”“어서 타.”30분 후, 강책과 소한은 병원에 도착해 병실로 향했다. 그들이 병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의사 가운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그들을 불렀다. “소한씨.”“조 선생님?”“잠깐 제 사무실로 오세요.”조치헌은 고 할아버지의 주치의로 요 몇 달 간 할아버지의 수술과 약을 담당하셨다.소한과 강책은 조치헌의 사무실에 들어가 앉았다.조치헌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소한씨, 이제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보자고 불렀습니다. 할아버지 약을 다 써서 하루 빨리 신약을 구입해야 해요.”“그럼 빨리 신약 구매해주세요.”“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조치헌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신약이 원래 약보다 세 배나 비싸고, 할아버지 병세가 악화되셔서 약물도 투약량도 늘려야 해서 주사 한번 맞는데만 7-8배 더 비싸요. 그리고 입원 기간도 지나서 연장도 하셔야 하고, 의료기기도 새로 바꿔야 해요.”돈, 결국 또 돈이 문제이다.소한이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얼마인데요?”조치헌은 의료비 명세서를 소한에게 건네 주었다. “제가 이미 계산해 봤어요. 이 가격이 가장 최선의 비용이에요. 하루에 300백만 원, 한 달에 8천 6백만 원 정도입니다. 한 달에 8천 600만원.소한은 중산층 집안이다. 가난하지는 않지만 매달 8천만 원을 부담할 정도로 부유하지는 않다.게다가 그녀는 집안에 말할 용기조차 없다.단지 모르는 노인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기 위해 매달 거액의 의료비를 내는 것을 소한의 부모님이 아시면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돈은 절대 주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이대로 포기 해야 는 걸까? 소한의 마음
소한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조치헌이 이 틈을 이용해 결혼 하려고 하는것을 눈치챘다.조치헌은 소한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외국어대학교 퀸카인 소한의 분위기는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늘씬한 몸매와 세련된 이목구비로 많은 남자들이 따라다녔다. 소한을 차지 하고 싶은 남자가 조치헌이 처음이 아니며 절대 마지막도 아니다. 소한은 굳은 표정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알지 몰랐다.물론 그녀는 거절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싫다고 하면 할아버지의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에 절대 충동적으로 대답해서는 안된다. "어때요? 소한씨, 저랑 결혼 하실래요?""소한씨 보다 겨우 열 살 더 많을 뿐이지 세대 차이는 없어요. 제 직업도, 수입도 괜찮으니 저랑 결혼해도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거예요.""평생 잘해줄게요."소한은 두 주먹을 쥐고 마음 속의 분노를 억눌렀다.탁탁탁-강책은 책상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처방전 좀 문제 있는 것 같은데요?"조치헌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세요?"강책이 차분하게 말했다. "조 선생님이 주신 처방전에 있는 약들 모두 약국에서 5만 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처방전에 나온 가격은 10만 원이네요. 그리고 병실도 한 달에 2천만 원이요? 병실인가요? 5성급 호텔인가요?"그리고 약 투약량은 직접 보셨나요? 진짜 처방한만큼 먹는다면 하루에 약만 먹어도 배부르겠어요. ""조 선생님, 이 처방전 믿음직스럽지 못하네요."강책의 말을 듣고 조치헌은 눈살을 찌푸렀다. 소한은 어렸을 때부터 곱게 자라 한 번도 직접 처방전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치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소한은 조치헌을 째려봤다. "제 돈을 고의로 빼먹으려고!?"조치헌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소한씨,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전문의 인데 환자한테 함부로 약을 처방 하겠어요? 의대 졸업하고 경력이 10년이 넘는 제 말을 믿으세요? 아니면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강책씨 말을 믿으세요?소한은 잠시 망설였다. 군인이었던 강책이 약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