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키가 190센티는 되어 보이는 용 두 마리 문신을 한 덩치 큰 사나이가 인파 속을 빠져나왔다.그가 괴상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강남시에서 이 광두용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소한이와 무슨 볼 일이 있지?” 강책이 물었다.“볼 일?”그러자 광두용이 명세서를 꺼내며 말을 이어갔다.“이 계집애가 지난달 나한테 400만 원을 빌려 갔어. 오늘 돌려주기로 해서 동문에서 기다렸는데, 망할 년이 북문으로 튀었네, 이 일을 어떡할까?”강책이 고개를 돌려 차 안에 있는 소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내가 대신 400만 원을 돌려주지.”“뭐라고? 하하”광두용이 웃음을 터트렸고, 같이 있던 대머리 남성 10명 도 덩달아 웃으며 강책을 모자란 사람 보듯 쳐다보았다.“지능에 문제 있어? 400을 빌려줬는데 400을 돌려주겠다고? 우리 두용 패거리를 자선단체로 보는거야? 은행에서 돈을 빌려도 이자를 한 푼도 안 받을 리가 없잖아?”그러자 강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일리가 있군.”소한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이없어 했다.“그럼 원금과 이자를 합쳐 얼마를 갚아야 하지?”강책이 물었다.그러자 곽두용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며 대답했다.“천만?”강책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자가 너무 센 거 아닌가?”“참나! 천만은 무슨 천만, 1억이라고!”강책은 화를 내기는커녕 우스운 듯 말했다.“1억? 무슨 놈의 이자가 이렇게 높아? 이게 도둑질이랑 다를 바가 뭐지?”“에이, 그렇게 말하지 마소. 도둑질은 엄연한 범죄고, 우리는 모두 선량한 시민일 뿐이야. 법에 어긋나는 일은 못 하지.”강책은 그저 그들이 너무 재밌을 뿐이었고, 소한이 왜 몰래 도망치려 했는지 이해했다.이 패거리들은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는데, 그들의 행색을 보면 돈을 주지 않으면 얻어맞을게 분명했다. 또한 그들에게 돈을 빌리면 분명 갚지 못할 게 뻔했다.소한같이 연약한 여자에게 도망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강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광두용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지기 폭소를 터뜨렸다.“야, 너네 다 들었어?”“이 바보 천지가 나한테 돈을 받겠단다, 그것도 1초에 2억이래.”“아이고, 무서워라.”광두용은 손가락으로 강책의 머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어이, 너 ‘죽을 사’ 자 어떻게 쓰는지 아나?”그러자 강책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못 쓰는데, 당신이 나한테 알려주지?”“그래, 그럼 알려줘야지!”광두용은 손을 번쩍 들어 강책의 뺨을 때리려다 손을 떼기도 전에 강책에게 손가락이 붙잡혔다.“방금 이 손가락으로 날 찌른 건가?”콰직.손가락이 뒤로 접히는 소리가 들렸다.“아아악~~!!!”광두용은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지르며 아파서 줄곧 눈물을 흘렸다.퍽!강책이 발로 광두용의 배를 차자, 그가 맞은편에 있는 차에 부딪혔다.광두용은 땅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죽여, 어서 저놈을 죽여버려!”소한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강책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광두용이 얼마나 세력 있는 사람인지 모르고 저 사람에게 손찌검을 하는 건가? 강책은 차 안으로 고개를 돌려 말을 건넸다.“손수건을 챙겼어?”수한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속으로 30초만 세.”“뭐 하려고?”“그냥 하라는 대로 해.”강책의 어투가 단호한 것을 느낀 소한은 그의 말대로 손수건을 들고 눈을 가렸고, 묵묵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부터 30까지 하나씩 세는 동안 온갖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누군가가 차에 부딪혀 퍽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소한은 너무 놀라 몸을 웅크리고 꼼짝도 하지 못했다.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소한은 울먹이며 물었다.“이제 손수건을 풀어도 돼?”“이제 풀어도 돼.”강책의 온화하고 중후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소한은 진정이 되며 손수건을 벗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머리 무리들이 모두 바닥에 누워 있는 걸 발견하고는 의아해했다.사람들은 모두 입에 거품을 물고 몸은 뒤틀려 있었고, 기절한 사람도 여럿 있었다.불과 30초 만에, 건장한 1
강책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광두용 말고, 또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린 적 있어?”“응, 있어.”“휴대폰 줘 봐, 네가 돈 빌린 사람들 다 나한테 알려줘.”“알겠어.”강책이 휴대폰을 받고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목양일에게 보내곤 다시 휴대폰을 소한에게 돌려주었다.“이제부터 돈 빚진 게 없을 거야.”“응?”소한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돈도 다 합하면 몇 천만 원이 넘는데, 다 갚았다고?”“응.”소한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눈앞의 이 남자가 그녀에게 준 충격은 정말 컸다.그녀는 방금까지도 강책을 업신여기고 가장 악랄한 말로 그를 까내렸지만,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자신을 도와 빚까지 다 갚아 주었던 것이다.소한은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아내야 할지 몰랐다.“왜 나한테 잘해줘?”“넌 몽연이의 사촌동생이니까.”강책은 가속페달을 밟고 자리를 떠났고, 광두용 무리들이 뒤에서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안녕히 가십시오 형님~~!!!”소한은 차 뒷창을 보고 낄낄거리며 웃었다.“저 비열한 놈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오늘 이렇게 네 손에 한 방 먹을 줄 누가 알았겠어. 아, 강책, 어떻게 그렇게 싸움을 잘해?”“군 생활을 몇 년 했는데,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주의를 주며 말했다.“그리고 오늘 일은 우리만 알면 됐으니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왜?”“왜냐니, 네가 여기저기 빚지고 쫓기는 영광스러운 일이 다 알려지는 걸 너도 원치 않잖아?”“흥, 알겠어!”……집으로 돌아오자, 정몽연은 이미 잠에서 깨어난 뒤였고, 사촌 동생이 온 걸 보자 기뻐하며 그녀를 껴안았다.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온 사이였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소한은 정몽연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언니, 너무 좋겠다. 이런 좋은 남편감도 얻고 말이야.”소한의 말에는 약간의 질투심도 섞여 있었다.그러자 정몽연은 당황해하며 물었다.“응? 지금 강책 얘기를 하는 거야?”
정계산과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한을 바라보았고, 왜 갑자기 이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어리둥절해했다.하지만 소한은 개의치 않고 반찬을 집어먹었다.정몽연은 어색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소한아, 주위에 남자가 없니? 그런데 듣기로는 최근 몇 달 동안 외숙모가 소개팅을 해준 것만 80번도 된다던데?”“에이, 너무 과장했다. 그런데 소개팅을 많이 한 건 맞아, 많아서 몇 번을 했는지 기억도 이젠 못하겠다.”“그런데 어떻게 마음에 든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소한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그 남자들은 모두 내 것모습만 보고 달려들었지, 진정성이 안 느껴져서 마음에 안 들어.”정계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개팅이라면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당연히 것모습을 보는 게 아니겠니? 그리고 네 부모님한테서 들었는데, 너는 소개팅할 때마다 남자 쪽에서 돈을 그렇게 뜯어낸다던데. 이제 소개팅 상대가 소한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꽃뱀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더라.”소한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흥, 그건 그 사람들이 원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내가 무슨 칼로 그 사람들 배를 가른다고 협박하면서 돈을 빼앗은 것도 아닌데 말이야.”정몽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듣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그녀가 이전에 알던 사촌동생은 매우 착하고 활발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성격이 변하게 된 거지?“소한아, 네가 좀……”“그만, 언니는 가르치려고 할 필요 없어. 나도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있어.”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다들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곧이어 소한은 밥을 다 먹었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꺼냈다.“잘 먹었습니다, 오후에 저는 나가서 놀 거예요. 언니~~나 형부 한 번만 빌려줄 수 있어?”“응?”정몽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물었다.“뭐 하려고?”“내 운전기사 좀 하라고 하려고.”“아, 그렇구나.”정몽연은 한숨을 돌리며, 아까 그녀가 어디까지 상상했는지 그녀도 알지 못했다“그래도 좋지, 어차피 하루 종일 할 일도 없으니
소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약값, 수술비 모두 너무 비싸, 만약 내가 감당하지 않으면 3일도 못 버티시고 돌아가실 거야.강책은 소한에게 이런 따뜻한 모습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생 같은 소한은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상냥하고 착한 모습도 가지고 있었다. “알겠어.” 강책이 차 시동을 걸었다. “어디 병원이야?”“제3 인민병원.”“어서 타.”30분 후, 강책과 소한은 병원에 도착해 병실로 향했다. 그들이 병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의사 가운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그들을 불렀다. “소한씨.”“조 선생님?”“잠깐 제 사무실로 오세요.”조치헌은 고 할아버지의 주치의로 요 몇 달 간 할아버지의 수술과 약을 담당하셨다.소한과 강책은 조치헌의 사무실에 들어가 앉았다.조치헌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소한씨, 이제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보자고 불렀습니다. 할아버지 약을 다 써서 하루 빨리 신약을 구입해야 해요.”“그럼 빨리 신약 구매해주세요.”“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조치헌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신약이 원래 약보다 세 배나 비싸고, 할아버지 병세가 악화되셔서 약물도 투약량도 늘려야 해서 주사 한번 맞는데만 7-8배 더 비싸요. 그리고 입원 기간도 지나서 연장도 하셔야 하고, 의료기기도 새로 바꿔야 해요.”돈, 결국 또 돈이 문제이다.소한이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얼마인데요?”조치헌은 의료비 명세서를 소한에게 건네 주었다. “제가 이미 계산해 봤어요. 이 가격이 가장 최선의 비용이에요. 하루에 300백만 원, 한 달에 8천 6백만 원 정도입니다. 한 달에 8천 600만원.소한은 중산층 집안이다. 가난하지는 않지만 매달 8천만 원을 부담할 정도로 부유하지는 않다.게다가 그녀는 집안에 말할 용기조차 없다.단지 모르는 노인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기 위해 매달 거액의 의료비를 내는 것을 소한의 부모님이 아시면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돈은 절대 주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이대로 포기 해야 는 걸까? 소한의 마음
소한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조치헌이 이 틈을 이용해 결혼 하려고 하는것을 눈치챘다.조치헌은 소한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외국어대학교 퀸카인 소한의 분위기는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늘씬한 몸매와 세련된 이목구비로 많은 남자들이 따라다녔다. 소한을 차지 하고 싶은 남자가 조치헌이 처음이 아니며 절대 마지막도 아니다. 소한은 굳은 표정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알지 몰랐다.물론 그녀는 거절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싫다고 하면 할아버지의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에 절대 충동적으로 대답해서는 안된다. "어때요? 소한씨, 저랑 결혼 하실래요?""소한씨 보다 겨우 열 살 더 많을 뿐이지 세대 차이는 없어요. 제 직업도, 수입도 괜찮으니 저랑 결혼해도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거예요.""평생 잘해줄게요."소한은 두 주먹을 쥐고 마음 속의 분노를 억눌렀다.탁탁탁-강책은 책상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처방전 좀 문제 있는 것 같은데요?"조치헌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세요?"강책이 차분하게 말했다. "조 선생님이 주신 처방전에 있는 약들 모두 약국에서 5만 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처방전에 나온 가격은 10만 원이네요. 그리고 병실도 한 달에 2천만 원이요? 병실인가요? 5성급 호텔인가요?"그리고 약 투약량은 직접 보셨나요? 진짜 처방한만큼 먹는다면 하루에 약만 먹어도 배부르겠어요. ""조 선생님, 이 처방전 믿음직스럽지 못하네요."강책의 말을 듣고 조치헌은 눈살을 찌푸렀다. 소한은 어렸을 때부터 곱게 자라 한 번도 직접 처방전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치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소한은 조치헌을 째려봤다. "제 돈을 고의로 빼먹으려고!?"조치헌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소한씨,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전문의 인데 환자한테 함부로 약을 처방 하겠어요? 의대 졸업하고 경력이 10년이 넘는 제 말을 믿으세요? 아니면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강책씨 말을 믿으세요?소한은 잠시 망설였다. 군인이었던 강책이 약에 대해
직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조숭동에게 인사했다. "조 국장님, 안녕하세요."조숭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몇 사람만 나랑 같이 제3인민 병원으로 갑시다."황 팀장이 놀라 멍해졌다. 어떻게 부국장님도 병원에 가시지?황 팀장이 조숭둥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조 국장님, 저희가 가서 처리하면 되는데 직접 가시겠습니까? 걱정마세요, 도련님도 별문제 없을 거에요.""도련님?" 조숭동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황 팀장, 방금 치헌이 말한건가요? 걔 또 무슨 사고 쳤어요?"황 팀장이 잠시 당황했다. "조 국장님 모르셨어요? 방금 도련님께서 전화와서 누가 트집을 잡는다고 사람 좀 내서 약값 조사 좀 하라고 하셨어요.""네?"조숭둥은 속으로 이렇게 우연일리 없을거라고 미심쩍어 했다. 방금 3구역 총책임자가 그에게 제3인민병원에 가서 약값 조사를 하라고 했다.두 가지 일이 제3인민 병원에서 일어난 걸까? 아니면 같은 일인 걸까?조숭둥이 황팀장에게 말했다. "아니요, 갈 필요 없어요. 제가 사람 데리고 갈게요.""아, 네, 알겟습니다."조숭둥이 직원을 데리고 사무실에 나갔다. 황 팀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오늘 무슨 일이지? 도련님이 부국장님한테 직접 오라고 하고, 대단한 사람이 트집을 잡은 건가?"......제3인민병원 사무실.조치헌은 평온하고 다리를 꼬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소한이 일어나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소한이 나가자 강책이 차가운 눈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처방전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 선생님, 지금 저희 둘 밖에 없으니 사실대로 말씀 해주세요. 이 처방전 분명히 문제 있어요. 약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딱 보면 알아요. 조금 있다가 식약청 사람들이 보면 한 번에 알아볼 텐데 걱정 안되세요?"조치헌이 큰 소리로 었다. "맞아요, 처방전에 문제 있어요, 근데 그게 왜요? 식약청 부국장님도 성이 '조'씨인 거 모르세요?그 순간, 강책은 조치헌의 꿍꿍이를 알아챘다. 조치헌은 식
식약청 직원들이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 조치헌은 잔을 내려놓고 건들거리며 말했다. “잘 보세요. 처방전에 아무 문제 없어요.”조치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한 중년 남자가 직원을 데리고 들어왔다. “올 거면 빨리 와야지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 내가 너희 못 짜를 줄 알아?”조치헌은 식약청 직원들도 하찮게 여겼다.중년 남자가 모자를 벗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네가 누구를 짤라?” 조치헌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보자 순간 멍해졌다. “아버지?, 아버지가 여길 어떻게 오셨어요?”“이런 사소한 일은 황 팀장이 오셔도 돼요.”조치헌은 조숭동이 직접 온 것을 보자마자 놀라 조숭동 옆으로 바로 달려갔다. 조숭동이 조치헌에게 말했다. “네가 약값 조사 좀 나와 달라는 명령을 했다고 해서 왔다.”“명령이요?” 조치헌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아버지께 명령을 해요.”이때, 강책이 조숭동에게 처방전을 건네주며 말했다. “조 국장님, 국장님 아드님께서 저희에게 처방해 준 약입니다. 저희 같은 일반인들은 봐도 잘 모르겠으니 국장님이 직접 봐주세요.”“네.”조숭동은 대수롭지 않게 처방전을 받았다. 강책이 말을 덧붙였다. “국장님이 이 처방전을 보시면 총책임자가 확인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조숭동은 ‘총책임자’라는 말을 듣고 안색이 변하며 손으로 처방전을 꽉 쥐었다.조숭동은 처방전에 있는 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살펴봤다.처방전을 살피던 그의 입에서 “이런!”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약 값이 터무니없이 비싼 데다 약물의 양이 너무 많아 이대로 먹는다면 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입원비와 의료기 사용비도 원가의 수십 배 이상 비싼 가격이었다. 이 처방전은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 확실하다. 조숭동은 강책이 총책임자를 부른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그에게 아들의 죄를 뉘우칠 기회를 준 것이다. 하지만 조치헌은 여전히 알아채지 못했다.조치헌이 조숭동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