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후, 완전히 회복한 이용진은 몸을 조금씩 움직여보자 무기력함은 사라지고 생기가 돌았다. “조씨 집안의 약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이용진은 해독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잠시 후, 이용진은 강책을 쳐다보고 말했다. “강책 씨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네요. 정말 당신을 상대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세요?”강책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들 같은 사람한테 절대 지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정의는 반드시 이기기 때문이죠!”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 이용진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솔직히 강책 씨한테 감동해서 총을 겨누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강책 씨를 죽이라는 명령을 어길 수 없습니다.”강책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무엇이든 다 받아주겠습니다!”“좋습니다!” 이용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한 판 겨룹니다! 지는 사람이 연산을 떠나는 겁니다.”“종목이 뭡니까?” 강책은 말했다. 이용진은 주머니에서 다트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표창입니다!” 강책은 웃음을 터뜨렸다. 강책은 말했다. “또 표창인가요? 처음 만났을 때 표창으로 저한테 진 거 잊으셨어요?”이용진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오늘은 지난번과 다르게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이요?”“따라오세요.”이용진은 멀지 않은 곳으로 강책을 데려갔다. 그리고 물고기자리와 김호석도 그 뒤를 따라갔다. 입구에 도착해 보니 한 창고였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고, 창문도 없어 문을 닫으면 칠흑같이 어두웠다. 심지어 문을 열어 놔도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형 기계들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불을 켜야만 대결을 할 수 있었다. 이용진은 말했다. “이 창고에서 불을 끈 상태에서 겨룹시다. 다트 외에는 다른 것은 절대 못 씁니다!” 즉, 힘으로 이용진을 상대할 수 없으니 강책의 강한 힘은 소용없는 셈이다. 아무
이러한 공간에서 적을 상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물고기자리가 자신을 상황에 대입해 보았다, 만약 자신이라면 적의 위치조차도 파악하지 못 할 것이다.또한 상대방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김호석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강책 씨도 참 성급하신 분입니다, 사전에 빠져나갈 구멍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시험을 시작하신 거잖아요. 사실, 창고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미 승패가 나누어졌습니다.”물고기자리가 하찮은 표정으로 물었다.“아, 그렇습니까.”“형님의 수리검 기술은 저런 환경 속에서 단련된 기술입니다. 형님은 호흡 만으로도 상대방의 위치 파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백 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상대를 향해 수리검을 정확하게 꽂습니다.”물고기자리는 김호석이 자신에게 겁을 주기 위해 과장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 곳은 이용진의 홈 그라운드이고, 평소에도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을 한 덕에 강책보다 더 빠르게 적응하게 될 것이다.즉, 강책이 실패할 확률이 크다. 물고기자리는 생각이 많아질수록 강책이 점점 걱정되었다.땅땅!수리검이 벽에 꽂히는 소리가 창고 밖에서도 들렸다. 그 수리검은 강책이 날린 수리검일까, 아니면 이용진이 날린 수리검일까.김호석은 고개를 치켜 들고 근심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물고기자리는 안절부절하기 바빴다.“형님 말씀이 옳았어. 처음부터 용맥 뜻대로 행동 했으면 이렇게 되겠어? 이제 후회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역시 사람은 한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이때, 창고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비명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이 결과를 기다리는 와중에, 창고 문이 서서히 열렸다. 이어서 건장한 남자가 창고 안에서 나왔다.남자는 다름아닌 강책이었다. 3분도 안되는 시간에 승패가 결정되었다, 동시에 비명소리의 주인공은 이용진인 것으로 밝혀졌다.김호석은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강책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의기양양했던 기세는 사라지고,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한편, 식약 식당 안.강책이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다. 물고기자리가 작은 반찬 몇 개와 술을 가져왔다. 술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그의 옆을 지켰다.강책은 승리했지만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적인 이용진을 이겼다면 마땅히 기뻐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하지만 그는 술을 들이키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방금 전 일이 떠올라 한숨을 내쉬었다. 물고기자리는 강책이 이용진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처한 입장이 다를 뿐이고 강책은 이용진에 대해 큰 원한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이용진에게 애틋한 감정이 있었다. 강책도 자신의 손으로 ‘좋아하는 물건’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물고기자리는 강책을 위로할 방법이 생각 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강책에게 술을 따라 줄 수밖에 없었다.이때, 노문강이 식당안으로 들어왔다. 이어서 강책을 발견하고는 그의 앞에 앉았다. “강 사장님께서 이용진이 불쌍하다고 여기실 줄은 몰랐습니다.”강책은 술을 들이켰다.“그 사람한테서 저의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똑같이 낮은 신분으로 태어나서, 똑같이 열심히 살다가, 이제 겨우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참담한 결과를 맞이한 모습에 어떻게 동정심을 안 느낄 수 있겠습니까.”물고기자리가 노문강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노문강도 술을 한 모금 마셨다.“지금 이용진보다 더 중요한 건 강 사장님의 안위입니다.”“네?”강책이 고개를 들어 노문강을 바라보았다, 단숨에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챘다.이용진이 패배했다고 한들 용맥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이용진의 실패는 용맥에게 있어서 작은 ‘고비’일 뿐이다. 게다가 용맥은 강책을 향한 철저한 복수를 준비할 것이 분명하다.“사장님께서는 소헌, 신태열에 이어서 이용진까지 모두 쓰러뜨렸습니다. 이제 용맥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사장님의 행동은 용맥의 중요이익과 조직의 권위를 건드렸다는 문제가 됩니다. 조직은 사장님을 끝까지 쫓을 겁니다. 이제,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 가실 수 없습니다. 용맥과 결판을 내
하지만 강책은 긴장하거나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다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누가 오든, 제가 꼭 쓰러뜨릴 겁니다.”강책에게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김용빈과 먼저 싸워서 이기게 되면 진용이 찾아올 것이고, 진용이 먼저 찾아오면 그 뒤로 김용빈이 찾아올 것이다.그에게 있어서 순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투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적’의 행동을 방어 하는 일이다.강책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어느덧, 하늘은 어두워지고 작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그는 비를 보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이 점점 깊어졌다.한편, 엄수 집안.이용진이 의자에 앉아 있다.그의 두 손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그는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하게 됐다.그 탓에 수리검도 날릴 수가 없다, 그는 철저하게 패배했다.아직 멀쩡하게 살아있고, 강책을 찾아가서 더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패배했다는 사실이 더 와닿았다.이용진은 강책과 약속한 내기에서 졌기 때문에 연산시에서 나가야만 한다. 하지만 이용진 같은 ‘나쁜 사람’은 모른 척하고 약속을 어길 수도 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러한 행동은 밥 먹듯이 해왔다. 또한 자신을 ‘나쁜 사람’ 이라고 생각하면서 ‘좋은 사람’의 틀에 맞출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놀랍게도 그는 강책과 적이 되기 싫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단순히 연산시를 떠나서 더 이상 강책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강책을 무서워하기보다 그의 지지하고 공감하는 모습에 동요했던 것이다. 이용진은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느낌을 잊은 지 오래다. 용맥의 앞에서는 두려움 때문에 ‘복종’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하지만 강책에게는 알 수 없는 ‘존경심’을 느꼈다.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온 것처럼 이용진의 마음이 따듯해졌다. 양손 모두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더 이상 강책을 적으로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한편, 그의 옆에 있던 김호석은 갸
이용진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김호석은 오랜 시간동안 이용진의 곁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희로애락은 쉽게 알 수 있었다.하지만 김호석은 이용진의 기뻐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두 손은 영영 쓰지 못하게 되었고, 강책에게 패배했고 연산시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기쁘게 한 것일까.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때, 신태열이 엄수 집안에 도착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용진을 배웅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이용진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아이고,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 실력으로는 강책을 이길 수 없나 봅니다, 하지만 절망하시기는 이릅니다. 이미 상황을 위에 보고했고, 김용빈과 진용 중 한 명이 곧 찾아올 겁니다. 두 사람 실력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태열 씨를 도와서 목적을 달성해 줄 겁니다.” 하지만 신태열은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이용진 씨, 강책을 봐준 건 아니지요?”“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장 회장이랑 다릅니다,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요. 저는 그저 최선을 다했지만 강책에게 진 것뿐입니다.”신태열이 자리에 앉아서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이용진 씨도 못하신 일을 나머지 두 분이 어떻게 해내겠습니까.”“글쎄요, 김용빈은 저와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용은 다릅니다. 저희 세 사람이 평등한 사이라고 해도 진용은 저와 김용빈이 감히 따라 갈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합니다, 만약 진용이 찾아 온다면 원하시는 대로 강책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그는 말을 하면서도 강책이 걱정되었다. 만약, 진용이 찾아 온다면 강책은 정말 위험해진다. 진용은 이용진과는 반대로 완전한 ‘악인’이다, 게다가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이용진은 마음 한 켠에 김용빈이 찾아오기를 더 희망했다. 하지만 신태열은 달랐다.“그렇다면 김용빈이 와도 무용지물 아닙니까. 그냥 진용이 와서 바로 해결해주면
진용, 김용빈, 이용진 세 명은 용맥의 제일 강한 ‘인력’이다. 일을 처리하기 위해 동시에 두 명이 출동하는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용진의 뒤로 진용과 김용빈, 두 사람이 모두 찾아왔다. 즉, 연산시의 삼대인력이 모두 모인 셈이다. 이러한 ‘영광’은 과거에도 있었던 적이 없다. 강책이 점점 위험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김용빈이 이용진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이어서 이용진 주위를 돌고는 멸시하는 말투로 말했다.“이용진, 겨우 연산시 하나도 제대로 관리 못해? 실망인데.”신장이 2미터 넘는 ‘거인’ 진용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제대로만 했었으면 찾아오지도 않았어. 우리도 바빠, 네가 저지른 똥 하나 제대로 못 치워서 이 사단을 만들어?”두 사람은 평소에도 이용진을 무시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이 실패로 끝나면서 그를 쓰레기 취급하기 시작했다.옆에 서있던 김호석은 세게 주먹을 쥐었다, 그는 두 사람 앞에서 말을 꺼낼 자격조차 없었다.이용진이 미소를 지었다.“맞아.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이야, 그래서 너네한테 부탁하는 거잖아.”신태열은 세 사람 간의 사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강책을 처리할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상관없었다.김용빈이 손을 들었다.“강책 처리하기 전에 일단 내부와 연관된 일이 있어.”‘내부’라는 말에 신태열의 시선이 장훈을 향했다, 조직 내부에 대한 일이라면 장훈이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김용빈은 장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이용진에게 다가갔다.“보아하니, 너는 나랑 진용과 같은 계급을 가질 자격이 없더군. 보스도 네 행동에 크게 실망하셨어. 동시에 네 행동에 따른 벌을 주기로 지시하셨어.”조직은 ‘실패를 하면 벌을 받게 된다’라는 주의를 갖고 있다. 김용빈의 말에 의하면 이용진은 아마 ‘유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력 있는 사람이 그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보스께서 너는 더 이상 우리와 같은 계급이 아니라고 하셨어.”이용진이 예상한 결과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자신의 탁월한 능력
그의 조직 생활도 오늘이 마지막이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계속 침착을 유지하던 이용진이 이성을 놔 버렸다.“보스가 그런 말씀하셨을 리 없어, 내가 어떻게 제명을 당해?”옆에 있던 진용이 입을 열었다.“지금 네 꼴을 봐, 조직을 위해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네가 맡은 일도 처리 못해서 우리가 네 뒤처리까지 해주고 있잖아.”진용의 말은 비수가 되어 이용진의 가슴에 꽂혔다, 지금까지 바라왔던 목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이용진이 두 손을 잃은 민간인 신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김용빈은 이상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이용진과 김호석을 서로 번갈아 보았다.“두 사람 사이가 엄청 좋아 보이네?”이용진은 김용빈이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김호석은 상대방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김호석이 가슴팍을 쳤다.“그럼요. 저는 형님을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아깝지 않습니다!”“아, 그래?”김용빈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이용진도 너랑 같은 마음이겠지?”김호석은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챘다.“무얼 하시려는 겁니까.”곧이어 김용빈이 가루 약을 꺼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컵 안에 넣고 차를 부었다. 색깔도, 냄새도 없어서 약을 탔는 지 알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보여도 독성이 엄청 강한 약이야, 마시면 5초도 안 되어서 죽어버려.”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외부인’ 신분의 신태열도 컵을 바라보면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면서 김용빈과 거리를 유지했다.김호석과 이용진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위해 준비한 차라고 생각했다.김용빈이 말했다.“이용진, 네가 겨우 ‘유급’에서 끝날 것 같아? 보스께서는 책임을 더 묻지 않으셨지만, 나는 이렇게는 못 넘어가.”그녀는 컵 두 잔을 흔들었다.“그래서 내가 직접 너한테 벌을 주기로 했어.”조직 규칙상, 용맥의 뒤로 사적인 벌을 임하는 행동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조직에서 제명된 상대는 규
이용진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김용빈이 말했다.“에이, 내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은 아니야. 살 수 있는 기회는 있어.”이어서 몸을 돌려 컵 안에 있던 차를 버렸다. 그리고 컵 두 잔을 들고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두 잔 중에 한 잔만 독이 들어 있다.“한 잔만 골라서 마실 수 있어. 독이 들어있는 차를 마신다면 네 운명인 거고, 독이 없는 차라면 미운 정으로 끝낼 게.”즉, 살 수 있는 확률은 50%이다. 모두 이용진의 선택에 달렸다, 그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컵을 고르려는 순간, 김용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잠깐만. 규칙은 다 듣고 골라야지, 네가 고르고 남은 차는 김호석이 마시게 될 거야.”이용진의 안색이 분노로 변했다. 즉, 김호석과 이용진 두 사람 중에 한 명은 죽게 된다.“김용빈! 적당히 해!”김용빈이 웃었다.“넌 이제 나랑 같은 급의 신분이 아니야, 네가 화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자, 1분 줄게. 만약 1분이 지났는데도 선택하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죽일 거야. 한 사람이 죽는 게 더 나을지, 두 사람 모두 죽는 게 나을지는 너네가 알아서 결정해.”이용진은 여자가 마음을 먹으면 더 무섭다는 말을 그제야 이해했다. 이 곳에서 그와 김호석이 같이 죽거나, 둘 중 한 명만 살아서 나갈 수 있다.한 명 만이라도 사는 게 좋겠지만 누가 죽고, 누가 살지 선택할 수 없었다. 산다고 해도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김용빈은 두 사람의 끈끈한 사이를 보고 이러한 방법으로 이용진을 괴롭힐 계획을 세웠다.옆에 있던 신태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자신이라면 사람을 찾아서 두 사람 모두 죽이는 방법을 생각해냈을 것이다.반면 김용빈의 계획은 죽는 사람도 괴롭게 죽고, 남은 사람은 평생 슬퍼하며 살아가야 한다.이어서 신태열은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절대로 김용빈과 엮이지 말자.’잠시 뒤, 김용빈이 휴대폰을 꺼내 타이머 1분을 설정했다.“시작했어. 자, 선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