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후, 완전히 회복한 이용진은 몸을 조금씩 움직여보자 무기력함은 사라지고 생기가 돌았다. “조씨 집안의 약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이용진은 해독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잠시 후, 이용진은 강책을 쳐다보고 말했다. “강책 씨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네요. 정말 당신을 상대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세요?”강책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들 같은 사람한테 절대 지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정의는 반드시 이기기 때문이죠!”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 이용진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솔직히 강책 씨한테 감동해서 총을 겨누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강책 씨를 죽이라는 명령을 어길 수 없습니다.”강책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무엇이든 다 받아주겠습니다!”“좋습니다!” 이용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한 판 겨룹니다! 지는 사람이 연산을 떠나는 겁니다.”“종목이 뭡니까?” 강책은 말했다. 이용진은 주머니에서 다트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표창입니다!” 강책은 웃음을 터뜨렸다. 강책은 말했다. “또 표창인가요? 처음 만났을 때 표창으로 저한테 진 거 잊으셨어요?”이용진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오늘은 지난번과 다르게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이요?”“따라오세요.”이용진은 멀지 않은 곳으로 강책을 데려갔다. 그리고 물고기자리와 김호석도 그 뒤를 따라갔다. 입구에 도착해 보니 한 창고였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고, 창문도 없어 문을 닫으면 칠흑같이 어두웠다. 심지어 문을 열어 놔도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형 기계들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불을 켜야만 대결을 할 수 있었다. 이용진은 말했다. “이 창고에서 불을 끈 상태에서 겨룹시다. 다트 외에는 다른 것은 절대 못 씁니다!” 즉, 힘으로 이용진을 상대할 수 없으니 강책의 강한 힘은 소용없는 셈이다. 아무
이러한 공간에서 적을 상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물고기자리가 자신을 상황에 대입해 보았다, 만약 자신이라면 적의 위치조차도 파악하지 못 할 것이다.또한 상대방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김호석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강책 씨도 참 성급하신 분입니다, 사전에 빠져나갈 구멍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시험을 시작하신 거잖아요. 사실, 창고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미 승패가 나누어졌습니다.”물고기자리가 하찮은 표정으로 물었다.“아, 그렇습니까.”“형님의 수리검 기술은 저런 환경 속에서 단련된 기술입니다. 형님은 호흡 만으로도 상대방의 위치 파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백 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상대를 향해 수리검을 정확하게 꽂습니다.”물고기자리는 김호석이 자신에게 겁을 주기 위해 과장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 곳은 이용진의 홈 그라운드이고, 평소에도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을 한 덕에 강책보다 더 빠르게 적응하게 될 것이다.즉, 강책이 실패할 확률이 크다. 물고기자리는 생각이 많아질수록 강책이 점점 걱정되었다.땅땅!수리검이 벽에 꽂히는 소리가 창고 밖에서도 들렸다. 그 수리검은 강책이 날린 수리검일까, 아니면 이용진이 날린 수리검일까.김호석은 고개를 치켜 들고 근심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물고기자리는 안절부절하기 바빴다.“형님 말씀이 옳았어. 처음부터 용맥 뜻대로 행동 했으면 이렇게 되겠어? 이제 후회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역시 사람은 한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이때, 창고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비명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이 결과를 기다리는 와중에, 창고 문이 서서히 열렸다. 이어서 건장한 남자가 창고 안에서 나왔다.남자는 다름아닌 강책이었다. 3분도 안되는 시간에 승패가 결정되었다, 동시에 비명소리의 주인공은 이용진인 것으로 밝혀졌다.김호석은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강책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의기양양했던 기세는 사라지고,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한편, 식약 식당 안.강책이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다. 물고기자리가 작은 반찬 몇 개와 술을 가져왔다. 술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그의 옆을 지켰다.강책은 승리했지만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적인 이용진을 이겼다면 마땅히 기뻐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하지만 그는 술을 들이키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방금 전 일이 떠올라 한숨을 내쉬었다. 물고기자리는 강책이 이용진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처한 입장이 다를 뿐이고 강책은 이용진에 대해 큰 원한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이용진에게 애틋한 감정이 있었다. 강책도 자신의 손으로 ‘좋아하는 물건’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물고기자리는 강책을 위로할 방법이 생각 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강책에게 술을 따라 줄 수밖에 없었다.이때, 노문강이 식당안으로 들어왔다. 이어서 강책을 발견하고는 그의 앞에 앉았다. “강 사장님께서 이용진이 불쌍하다고 여기실 줄은 몰랐습니다.”강책은 술을 들이켰다.“그 사람한테서 저의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똑같이 낮은 신분으로 태어나서, 똑같이 열심히 살다가, 이제 겨우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참담한 결과를 맞이한 모습에 어떻게 동정심을 안 느낄 수 있겠습니까.”물고기자리가 노문강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노문강도 술을 한 모금 마셨다.“지금 이용진보다 더 중요한 건 강 사장님의 안위입니다.”“네?”강책이 고개를 들어 노문강을 바라보았다, 단숨에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챘다.이용진이 패배했다고 한들 용맥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이용진의 실패는 용맥에게 있어서 작은 ‘고비’일 뿐이다. 게다가 용맥은 강책을 향한 철저한 복수를 준비할 것이 분명하다.“사장님께서는 소헌, 신태열에 이어서 이용진까지 모두 쓰러뜨렸습니다. 이제 용맥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사장님의 행동은 용맥의 중요이익과 조직의 권위를 건드렸다는 문제가 됩니다. 조직은 사장님을 끝까지 쫓을 겁니다. 이제,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 가실 수 없습니다. 용맥과 결판을 내
하지만 강책은 긴장하거나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다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누가 오든, 제가 꼭 쓰러뜨릴 겁니다.”강책에게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김용빈과 먼저 싸워서 이기게 되면 진용이 찾아올 것이고, 진용이 먼저 찾아오면 그 뒤로 김용빈이 찾아올 것이다.그에게 있어서 순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투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적’의 행동을 방어 하는 일이다.강책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어느덧, 하늘은 어두워지고 작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그는 비를 보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이 점점 깊어졌다.한편, 엄수 집안.이용진이 의자에 앉아 있다.그의 두 손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그는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하게 됐다.그 탓에 수리검도 날릴 수가 없다, 그는 철저하게 패배했다.아직 멀쩡하게 살아있고, 강책을 찾아가서 더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패배했다는 사실이 더 와닿았다.이용진은 강책과 약속한 내기에서 졌기 때문에 연산시에서 나가야만 한다. 하지만 이용진 같은 ‘나쁜 사람’은 모른 척하고 약속을 어길 수도 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러한 행동은 밥 먹듯이 해왔다. 또한 자신을 ‘나쁜 사람’ 이라고 생각하면서 ‘좋은 사람’의 틀에 맞출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놀랍게도 그는 강책과 적이 되기 싫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단순히 연산시를 떠나서 더 이상 강책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강책을 무서워하기보다 그의 지지하고 공감하는 모습에 동요했던 것이다. 이용진은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느낌을 잊은 지 오래다. 용맥의 앞에서는 두려움 때문에 ‘복종’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하지만 강책에게는 알 수 없는 ‘존경심’을 느꼈다.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온 것처럼 이용진의 마음이 따듯해졌다. 양손 모두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더 이상 강책을 적으로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한편, 그의 옆에 있던 김호석은 갸
이용진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김호석은 오랜 시간동안 이용진의 곁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희로애락은 쉽게 알 수 있었다.하지만 김호석은 이용진의 기뻐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두 손은 영영 쓰지 못하게 되었고, 강책에게 패배했고 연산시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기쁘게 한 것일까.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때, 신태열이 엄수 집안에 도착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용진을 배웅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이용진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아이고,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 실력으로는 강책을 이길 수 없나 봅니다, 하지만 절망하시기는 이릅니다. 이미 상황을 위에 보고했고, 김용빈과 진용 중 한 명이 곧 찾아올 겁니다. 두 사람 실력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태열 씨를 도와서 목적을 달성해 줄 겁니다.” 하지만 신태열은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이용진 씨, 강책을 봐준 건 아니지요?”“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장 회장이랑 다릅니다,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요. 저는 그저 최선을 다했지만 강책에게 진 것뿐입니다.”신태열이 자리에 앉아서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이용진 씨도 못하신 일을 나머지 두 분이 어떻게 해내겠습니까.”“글쎄요, 김용빈은 저와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용은 다릅니다. 저희 세 사람이 평등한 사이라고 해도 진용은 저와 김용빈이 감히 따라 갈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합니다, 만약 진용이 찾아 온다면 원하시는 대로 강책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그는 말을 하면서도 강책이 걱정되었다. 만약, 진용이 찾아 온다면 강책은 정말 위험해진다. 진용은 이용진과는 반대로 완전한 ‘악인’이다, 게다가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이용진은 마음 한 켠에 김용빈이 찾아오기를 더 희망했다. 하지만 신태열은 달랐다.“그렇다면 김용빈이 와도 무용지물 아닙니까. 그냥 진용이 와서 바로 해결해주면
진용, 김용빈, 이용진 세 명은 용맥의 제일 강한 ‘인력’이다. 일을 처리하기 위해 동시에 두 명이 출동하는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용진의 뒤로 진용과 김용빈, 두 사람이 모두 찾아왔다. 즉, 연산시의 삼대인력이 모두 모인 셈이다. 이러한 ‘영광’은 과거에도 있었던 적이 없다. 강책이 점점 위험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김용빈이 이용진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이어서 이용진 주위를 돌고는 멸시하는 말투로 말했다.“이용진, 겨우 연산시 하나도 제대로 관리 못해? 실망인데.”신장이 2미터 넘는 ‘거인’ 진용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제대로만 했었으면 찾아오지도 않았어. 우리도 바빠, 네가 저지른 똥 하나 제대로 못 치워서 이 사단을 만들어?”두 사람은 평소에도 이용진을 무시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이 실패로 끝나면서 그를 쓰레기 취급하기 시작했다.옆에 서있던 김호석은 세게 주먹을 쥐었다, 그는 두 사람 앞에서 말을 꺼낼 자격조차 없었다.이용진이 미소를 지었다.“맞아.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이야, 그래서 너네한테 부탁하는 거잖아.”신태열은 세 사람 간의 사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강책을 처리할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상관없었다.김용빈이 손을 들었다.“강책 처리하기 전에 일단 내부와 연관된 일이 있어.”‘내부’라는 말에 신태열의 시선이 장훈을 향했다, 조직 내부에 대한 일이라면 장훈이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김용빈은 장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이용진에게 다가갔다.“보아하니, 너는 나랑 진용과 같은 계급을 가질 자격이 없더군. 보스도 네 행동에 크게 실망하셨어. 동시에 네 행동에 따른 벌을 주기로 지시하셨어.”조직은 ‘실패를 하면 벌을 받게 된다’라는 주의를 갖고 있다. 김용빈의 말에 의하면 이용진은 아마 ‘유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력 있는 사람이 그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보스께서 너는 더 이상 우리와 같은 계급이 아니라고 하셨어.”이용진이 예상한 결과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자신의 탁월한 능력
그의 조직 생활도 오늘이 마지막이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계속 침착을 유지하던 이용진이 이성을 놔 버렸다.“보스가 그런 말씀하셨을 리 없어, 내가 어떻게 제명을 당해?”옆에 있던 진용이 입을 열었다.“지금 네 꼴을 봐, 조직을 위해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네가 맡은 일도 처리 못해서 우리가 네 뒤처리까지 해주고 있잖아.”진용의 말은 비수가 되어 이용진의 가슴에 꽂혔다, 지금까지 바라왔던 목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이용진이 두 손을 잃은 민간인 신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김용빈은 이상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이용진과 김호석을 서로 번갈아 보았다.“두 사람 사이가 엄청 좋아 보이네?”이용진은 김용빈이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김호석은 상대방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김호석이 가슴팍을 쳤다.“그럼요. 저는 형님을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아깝지 않습니다!”“아, 그래?”김용빈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이용진도 너랑 같은 마음이겠지?”김호석은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챘다.“무얼 하시려는 겁니까.”곧이어 김용빈이 가루 약을 꺼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컵 안에 넣고 차를 부었다. 색깔도, 냄새도 없어서 약을 탔는 지 알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보여도 독성이 엄청 강한 약이야, 마시면 5초도 안 되어서 죽어버려.”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외부인’ 신분의 신태열도 컵을 바라보면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면서 김용빈과 거리를 유지했다.김호석과 이용진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위해 준비한 차라고 생각했다.김용빈이 말했다.“이용진, 네가 겨우 ‘유급’에서 끝날 것 같아? 보스께서는 책임을 더 묻지 않으셨지만, 나는 이렇게는 못 넘어가.”그녀는 컵 두 잔을 흔들었다.“그래서 내가 직접 너한테 벌을 주기로 했어.”조직 규칙상, 용맥의 뒤로 사적인 벌을 임하는 행동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조직에서 제명된 상대는 규
이용진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김용빈이 말했다.“에이, 내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은 아니야. 살 수 있는 기회는 있어.”이어서 몸을 돌려 컵 안에 있던 차를 버렸다. 그리고 컵 두 잔을 들고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두 잔 중에 한 잔만 독이 들어 있다.“한 잔만 골라서 마실 수 있어. 독이 들어있는 차를 마신다면 네 운명인 거고, 독이 없는 차라면 미운 정으로 끝낼 게.”즉, 살 수 있는 확률은 50%이다. 모두 이용진의 선택에 달렸다, 그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컵을 고르려는 순간, 김용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잠깐만. 규칙은 다 듣고 골라야지, 네가 고르고 남은 차는 김호석이 마시게 될 거야.”이용진의 안색이 분노로 변했다. 즉, 김호석과 이용진 두 사람 중에 한 명은 죽게 된다.“김용빈! 적당히 해!”김용빈이 웃었다.“넌 이제 나랑 같은 급의 신분이 아니야, 네가 화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자, 1분 줄게. 만약 1분이 지났는데도 선택하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죽일 거야. 한 사람이 죽는 게 더 나을지, 두 사람 모두 죽는 게 나을지는 너네가 알아서 결정해.”이용진은 여자가 마음을 먹으면 더 무섭다는 말을 그제야 이해했다. 이 곳에서 그와 김호석이 같이 죽거나, 둘 중 한 명만 살아서 나갈 수 있다.한 명 만이라도 사는 게 좋겠지만 누가 죽고, 누가 살지 선택할 수 없었다. 산다고 해도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김용빈은 두 사람의 끈끈한 사이를 보고 이러한 방법으로 이용진을 괴롭힐 계획을 세웠다.옆에 있던 신태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자신이라면 사람을 찾아서 두 사람 모두 죽이는 방법을 생각해냈을 것이다.반면 김용빈의 계획은 죽는 사람도 괴롭게 죽고, 남은 사람은 평생 슬퍼하며 살아가야 한다.이어서 신태열은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절대로 김용빈과 엮이지 말자.’잠시 뒤, 김용빈이 휴대폰을 꺼내 타이머 1분을 설정했다.“시작했어. 자, 선택해.”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