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강책은 하운 레스토랑에 도착했다.강남구에서 으뜸가는 대형 레스토랑이었는데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나 재벌들이 중요한 파티가 있을 때 이곳을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그만큼 이곳에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재력과 신분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두 형사는 강책을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차로 돌아갔다.강책은 옷깃을 정리하고 안으로 향했다.그가 안으로 들어섰지만 반겨주는 직원은 없었고 직원 한 명만 카운터 앞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평소에 워낙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 레스토랑은 직원이 아주 적었다.직원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나태했다.나쁜 습관은 한 번 물들면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평소에도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때우던 직원은 오늘 구청장이 이곳에서 연회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도 평소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그는 구청장이 초대한 사람들이 다 도착했다고 생각했기에 몰래 카운터에서 핸드폰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강책이 카운터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에야 그 직원은 누군가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직원은 바로 핸드폰을 치우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평범한 옷차림의 강책을 보고 큰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다.“왜 오셨어요?”태도가 이상하네?일류 레스토랑이 이런 직원이?강책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구청장님께서 오늘 여기서 연회를 베푼다고 하셨는데 룸 좀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그 직원은 움찔하더니 강책을 똑바로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당신 누군데요? 구청장님이 계신 룸은 왜 궁금하죠? 무슨 수작이에요?”그가 보기에 구청장은 높으신 분이고 눈앞의 강책은 가난한 평민이라고 생각했기에 구청장을 만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혹시라도 구청장에게 상해를 가할 인물일 수도 있기에 룸 번호를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강책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구청장님께서 초대하셔서 왔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시더라고요.”손님?같이
경비 직원들은 전부 전기 충격기를 들고 있었다. 이곳은 다른 식당들과 달리 대부분 손님들이 정부의 요직을 맡은 중요 인사들이었다.그래서 레스토랑 측은 깐깐한 심사를 거쳐 경비 직원들을 고용했다.그들은 저마다 손에 전기 충격기를 하나씩 소지하고 있었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인물을 대비하고 있었다.그들의 눈에 강책은 위험인물이었다.“무릎 꿇고 손 위로 올려!”경비 직원이 그에게 호통쳤다.하지만 강책은 그들의 지시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수라군신이라고 불리는 그가 그들의 말을 따를 이유도 없었다.주변을 둘러보던 강책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엎드리라고! 내 말 안 들려?”강책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고 양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경비원들은 자존심이 상했다.“다시 한 번 경고한다! 손 위로 올려!”“마지막 경고야!”세 번의 경고가 소용없자 경비원들은 강책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그들은 강책의 몸에 손조차 댈 수 없었다.강책은 마치 유령처럼 그들의 주변을 종횡무진했다. 그들은 어떻게든 강책을 잡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다.실력의 차이가 상상을 초월했다.“저놈 귀신 아니야?”당황한 경비원들은 강책을 노려보며 동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책은 가볍게 점프해서 그들의 머리 위를 훌쩍 지나쳤다.쾅!오히려 경비원들끼리 서로 부딪쳤고 수치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었다.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살아 있는 사람을 상대로 잡을 수 없다니.강책은 싫증난 얼굴로 몸을 일으키고 두 손을 그들에게 내밀었다.“그렇게 나를 잡고 싶다면 그래요. 한번 잡아봐요. 한마디만 하자면 나를 잡아서 데려가면 그대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거예요.”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자가 있을까?경비원들은 달려들어 강책의 팔을 잡고 비틀었다.강책은 순순히 그들에게 팔목을 내주었고 그들이 자신의 팔목에 수갑을 채우도록 내버려두었다.직원이 웃으며 말했다.“도망 못 갈 것 같으니까
잠깐 소란이 있었지만 직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직원이 열심히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을 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중년 남자가 룸에서 나왔다.윤병철 구청장이었다!직원은 얼른 핸드폰을 치우고 정자세로 서서 공손하게 말했다.“구청장님!”“그래요.”윤병철은 무심하게 인사를 받고는 입구 쪽을 바라보다가 시간을 확인하며 조바심을 태웠다. 마치 중요한 손님을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그의 이런 행동을 본 직원은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그에게 물었다.“구청장님, 중요한 손님을 기다리시나 봐요?”윤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중요한 손님이라 형사들에게 부탁해서 집까지 가서 모셔오라고 했거든요. 오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안 오니까 좀 걱정되네요.”직원이 물었다.“그 손님도 중요한 일정 때문에 늦어지는 것 아닐까요?”“그렇겠죠?”윤병철이 물었다.“조금 전에 누가 여기 오지는 않았었나요?”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제가 카운터를 계속 지키고 있었는데 손님으로 보이는 분은 없었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난입한 난봉꾼은 한 명 있었지만요.”난봉꾼?이런 곳에 난봉꾼이 난입한다고?윤병철이 물었다.“자세히 설명 좀 해줘요. 난봉꾼이라고요?”“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였는데 스스로 이름이 강책이라고 하더군요. 오자마자 구청장님이 계신 룸을 물어보길래 구청장님에게 상해를 입힐지도 모르는 인물이라고 판단해서 바로 경비원을 불러 끌고 나갔습니다. 아마 지금쯤 경찰서 유치장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뭐라고?강책을 판결해?윤병철은 크게 분노하며 직원에게 호통쳤다.“그 사람은 내 중요한 손님이야! 누가 자네한테 함부로 내 손님을 끌고 가라고 시켰지?”직원은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차림새도 볼품없었고 딱 봐도 부자처럼 보이지 않았어요.”윤병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그는 직원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나 윤병철이가 부자랑만 같이 밥을 먹는다는 얘기야? 이거 안 될 놈일세
강책은 유치장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었다. 밖에서 직원이 애걸복걸하는 소리도 못 들은 척했다.잠시 기다리던 직원은 강책이 아무런 반응이 없지 인상을 확 썼지만 이내 억지 미소를 지으며 강책에게 다가가서 말했다.“강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강 선생님 같은 분을 이런 곳에 가둔 제가 잘못이죠. 저를 때리든 욕하든 화 푸시고 저랑 가시죠. 여기서 억지 부리지 마시고요.”억지를 부려?진짜 억지 부리는 모습 보여줘?강책은 못 들은 척,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얼핏 보면 잠든 것 같기도 했다.직원은 그가 움직임이 없자 다급한 나머지 손으로 그를 살짝 밀쳤다.“강 선생님, 강 선생님? 혹시 주무시나요? 강 선생님!”강책은 천천히 손을 들어 직원의 손을 툭 쳤다.“강 선생님, 깨어 있었네요.”직원은 억지로 웃으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럼 저랑 같이 가시죠?”하지만 강책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직원은 그제야 자신이 곤란한 처지에 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윤 구청장은 식당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고 강책은 그를 완전히 무시하니 이를 어떡해야 하지?강책이 일부러 자신을 무시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여기 보내기 전, 강책이 한 말이 떠올랐다. 보내기는 쉬워도 다시 모셔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했던 말.그때는 별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고 10년 이상 여기서 썩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무릎 꿇고 사정해도 모자랄 판이었다.“강 선생님, 장난치지 마시고요. 이렇게 무릎을 꿇으면 될까요?”조급해진 직원은 강책 앞에 무릎을 꿇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강책이 스스로 일어서서 나간다면 뭘 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30분이 지났다. 기다리다 지친 윤병철의 경호원이 입구에서 말했다.“뭘 꾸물거리고 있어요? 빨리 강 선생님 모시고 나오라니까요?”직원은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저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강 선생님이 제 말을 안 들어요.”경
어떻게 이럴 수 있지?강책에게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강 선생은 의술이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면서요. 중태에 빠진 구청장님까지 살렸잖아요. 정말 대단한 실력이네요.”강책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그건 기사회생이 아니라 가사술입니다.”가사술?자리를 찾은 의사들 중에는 윤병철의 전담의인 설준도 있었다.그는 일전에 해외로 출국한 적이 있었는데 윤병철의 치료를 위해 해외 병원들을 돌아다녔었다. 그래서 강책의 신비에 가까운 침술을 보지 못했고 강책의 의술 실력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그는 강책이 기회주의자이고 자신이 가져가야 할 영광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다.설준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선생, 그렇게 대단하면 우리 게임 하나 할까요?”강책이 웃으며 물었다.“게임이요?”설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주머니에서 분말을 잡아 허공에 뿌렸다. 분말은 순식간에 식탁에 놓은 음식접시에 골고루 떨어졌다.“이 분말은 극 소부분에 독이 있습니다. 그리고 난 그 독성분이 이중 한 접시에만 떨어지게 힘조절을 했죠. 어느 접시에 독이 들었는지 맞히실 수 있나요?”현장에 있던 모두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잘 먹고 있는데 사람들 앞에서 음식에 독을 뿌리다니! 대놓고 사람을 죽이겠다는 건가?윤병철이 말했다.“이게 무슨 짓이야! 소란 피우지 말고 당장 독이 든 반찬을 가져가!”설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강 선생이 독이 든 음식을 알아맞히면 가져갈게요. 아니면 강 선생이 패배를 인정하셔도 됩니다. 그러면 바로 음식을 새로 내올게요. 어때요?”명백한 도발이었다.하지만 강책은 피식 웃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불고기가 담긴 접시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접시에 독이 들었네요.”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불고기 접시로 향했다.여기에 독이 들었다는 게 사실일까?설준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의학계의 신선이 나타났다더니 다 거짓이었군요. 난 독을 마파두부에 뿌렸는데요. 불고기가 아니라! 강책, 당신이 틀렸어요.”사람
설준은 자신이 독을 뿌린 접시를 헷갈릴 리 없다고 확신했다.그래서 그는 일부러 더 과장되게 맛있게 먹었다.“정말 맛있네요. 소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아요!”사람들은 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불고기에는 독이 없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상황으로 봐서 설준과 강책 두 사람의 대결은 무승부였다.모두가 상황이 이대로 결론 났다고 생각한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설준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더니 피를 뿜으며 주저앉았다.옆에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 의자를 뒤로 뺐다.설준은 두 손으로 목을 붙잡고 고통스럽게 신음하더니 급기야 바닥에 쓰러져서 경련을 일으켰고 잠시 후 움직임조차 멎었다.겉으로 봐서는 이미 숨이 끊어진 것처럼 보였다.“설 선생!”윤병철은 화들짝 놀라며 달려가서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미약하긴 하나 숨은 아직 붙어 있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윤병철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강책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제가 그랬잖아요. 불고기에 독이 들었다고요. 드셔서는 안 될 걸 드셨습니다.”그렇게 말렸는데 강책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한 건 설준이었다. 불고기는 맛 있었지만 독이 들었기에 먹고 쓰러진 것이다.“빨리 구급차 불러요!”“누가 119에 전화 좀 해줘요!”사람들은 다급히 핸드폰부터 찾았다. 강책은 다가가서 가는 침을 꺼내더니 설준의 뒷목을 힘껏 찔렀다.검은색 피가 그의 뒷목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다.강책이 침을 빼자 피가 멎었다.설준은 다시 호흡을 회복했고 경련도 어느새 멈추었다.모든 사람이 강책의 침술을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강력한 의술을 지닌 명의, 그 자체였다.설준도 그의 기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키고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강 선생님, 살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불고기에 왜 독이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분명 마파두부를 겨냥했었거든요.”강책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그는 침을 회수하며 질문에 대답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서로 치켜세우고 아부하기 바빴다. 강책은 이런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윤병철의 체면도 있기에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연회가 끝나고 윤병철은 강책을 따로 작은 방으로 불렀다.그리고 목소리를 낮춰 그에게 말했다.“강 선생님, 정가그룹이 강산 그룹에 가입하고 화상 그룹과 정면승부를 선포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강책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준비는 좀 하셨나요?”강책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뭐… 더 강한 자가 승리하겠죠.”윤병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안일하게 대처하는 건 별로 좋지 못해요. 그러다가 제약이라도 걸리면 골치 아프거든요.”강책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윤병철 앞에서 자신의 계획을 곧이곧대로 말할 이유도 없었다.윤병철은 계속해서 말했다.“제가 보기에 방어만 하기보다는 먼저 치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네요. 화상 그룹의 약점을 알아내서 한번에 무너뜨리는 거죠!”강책은 윤병철의 의중을 알 수 없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시죠?”윤병철은 강책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3일 뒤 저녁 열한 시, 흑수 부둣가로 가보세요.”그 뒤로 윤병철은 입을 다물었다.시간과 장소까지 알려줬으니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강책이 직접 가서 확인하라는 뜻이었다.강책은 의아한 눈빛으로 윤병철을 바라보며 물었다.“구청장님도 화상 그룹을 주시하고 계셨어요?”윤병철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주시할 수밖에 없었죠. 올해 화상 그룹은 강남구에서 피바람을 일으키고 여세를 몰아 대거 확장을 진행했어요. 하필 우리 정부 관원들은 그자들의 실체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죠. 끊임없는 조사 끝에 약간의 단서를 건졌지만요. 강 선생, 3일 뒤, 강 선생이 직접 확인해 주세요.”“알겠습니다.”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생각을 알았으니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손을 잡자고 말한 적은 없지만 그들은 실제 행동으로 서로에게 신뢰를 보였다.정
강책이 집으로 돌아오자 가족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상황을 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었어요.”강책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정몽연은 그에게 다가가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무 일 없었으면 됐어. 참, 우리 아이 출생신고 하러 가야 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어.”강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강책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출생신고를 하러 구청으로 향했다.목적지에 도착한 강책은 차에서 내려 우산을 펼치고 정몽연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출생 신고 좀 하려고요.”강책이 구청 직원에게 말했다.올해 신입으로 입사한 그 여직원은 강책을 보자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여기 서류 작성 좀 해주세요.”하지만 말만 그렇게 할 뿐, 서류를 건네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강책은 멍하니 창구에 서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짜증스럽게 물었다.“손톱 좀 그만 다듬고 서류 좀 저한테 주시겠어요? 서류 주셔야 작성을 하죠.”직원은 인상을 확 쓰며 고개를 들고 강책에게 짜증을 냈다.“왜 소리 지르고 그러세요? 여기 그렇게 떠드는 곳 아니에요! 소리만 지른다고 일이 해결 돼요?”신입인데 말하는 말투는 전혀 신인 같지 않았다.강책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여직원을 노려보았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정몽연은 다급히 달려와서 그를 뜯어말렸다.그녀는 아이를 안은 채, 남편의 옷깃을 잡아당기고는 여직원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저희 남편이 성격이 좀 급해서요. 불쾌하셨다면 제가 사과드릴게요. 서류 작성할 수 있게 좀 건네주시겠어요?”아주 공손하고 예의 바른 말투였다.하지만 그럼에도 직원은 고개도 들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잠시 기다려요!”예의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도와 말투였다.어떻게 이런 사람이 직원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지?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찬 바람이 들어와 정몽연은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아이를 품에 꼭 안았다.아내와 아이는 추위에 떨고 있고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