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날 새벽, 도국영은 일찍이 욱항센터에 도착했다. 로비 의자에 앉아 마치 다단계 직원처럼 몸을 푹 늘어져 있다.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예의를 차리며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에게 손가락질 하며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다. 하지만 도국영은 판매권을 받기 위해 계속 로비에서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센터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자세히 관찰하며, 크림 제작자처럼 생긴 사람들에게 다가가 예의 있게 묻기도 했다. 하지만 2시간동안 크림 제작자는 보이지 않았다. 도국영은 손목 시계를 보고는 “10시가 다 됐는데, 아직도 안 오는거야? 강예리가 오면 다 망칠텐데.” 라며 중얼거렸다. 이때, 한 차량이 문 밖에 세워졌다. 차 안에서는 정장을 빼입은 남자가 나오더니 센터 로비 안으로 들어왔다. 도국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기도 전에 남자의 정체를 알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이유는 그 남자는 다름아닌 ‘강책’ 이였기 때문이였다.“왜 온거야?”욱항센터는 각 대기업의 ‘여성시장상품’ 에 대해 계약하고, 논의하는 곳이다. 여성시장상품과 전혀 관련이 없는 강책이 욱항센터에 들렀다는 것에 도국영은 의아했다. 그리고 어젯밤 강책에게 호되게 당한 기억들이 떠오르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도국영은 강책에게 다가가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이게 누구십니까? 도가집안이 내다버린 개가 이런 귀한 곳에 찾아오다니, 무슨 일이십니까? 조가 집안 뒤처리는 안하고 여기서 뭐하시는 거냐고요.” 도국영의 한마디에 주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도국영과 강책사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구경하기 바빴다. 강책은 도국영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어젯밤 런닝맨 프로그램이 너무 잘 된 덕에 산책을 좀 할까 하여 찾아왔습니다.” 강책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상처 위에 소금을 뿌렸다. 어젯밤 JBC 시스템이 먹통이 되고 난 후, 무한도전 프로그램은 망해버린 것이다. 조가 집안과 강책의 연합 공격이 도가 집안에게는 큰 상처를 남겼다. 도국영은 강책의 뺨을 내려치
도국영은 “죄송한데, 그쪽도 여기온 이유가 안티에이징 크림 때문이에요?” 라며 시비를 걸었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그렇습니다만.” 라며 답했다. 도국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그에게 손가락질 했다.“강씨 집안이 와서 계약하겠다고 하면 두손두발 다 들텐데, 그쪽은 뭘 믿고 와서 계약하려는 거에요? 뻔뻔함?” 도국영은 강책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강씨 집안과 크림 판매권을 빼앗기 위해 센터를 찾은 줄 알고 있는 모양이였다. 하지만 강책이 크림의 제작자라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또한 강책의 모리 하이테크는 여성시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으며, 여성시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판매율 높은 크림의 제작자일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는 건, 강씨 집안이 계약하기 전에 크림의 판매권을 빼앗기 위함이신건가요?” 도국영은 거만한 말투로 답했다.“그건 아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도가집안이 가지고 싶은 건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없다는 걸 꼭 아셔야 할 겁니다.” 강책은 고개를 저었다.“글쎄요. 크림의 판매권은 절대로 도가집안이 가질 수 없을 겁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원수였다. 어젯밤 일어난 런닝맨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 되기 전에 크림 판매권으로 한번 더 시비가 붙었다. 도국영은 코웃음을 쳤다.“강책씨, 어젯 밤 일어난 일로 저를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알려드리죠, 이기고 지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법입니다. 제가 런닝맨에 졌지만 크림 판매권은 절대로 그쪽한테 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강씨 집안이 판매권을 받기 전에 빼앗는 게 얼마의 돈이 필요하신지 알고나 하시는 소리입니까? 그리고 빈 껍데기에 불과한 모리 하이테크가 무슨 수로 저희와 싸우겠다는 겁니까?” 강책은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라며 답했다. “하하하하, 돈이 없다는 건 그냥 돈이 없다는 거에요. 제 앞에서 영웅놀이 하지마세요. 안티에이징 크림의 제작자가 미쳐서 돈도 없는 그쪽한테 판매권을 넘겨주기라
300억의 내기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 시켰다. 도국영은 자신만만하게 강책을 바라보며 그가 후회 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후회하면 안됩니다?” 강책이“어떻게 하시고 싶으신데요?”라며 물었다. “증거를 남기죠!” “좋습니다.”이어서법적 효력을 남기기 위해 종이에 서로의 손도장을 찍었다. 승리를 확신한 도국영은 기분이 좋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남에게 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돈을 두둑히 챙겨왔기에 전혀 걱정이 없었다. 머지않아 300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강책씨,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저를 한번 이겼다고, 두번 이길거라는 생각은 집어넣으세요. 도가집안을 뭘로 보시는 겁니까?” 강책은 그의 시비에도 그저 웃음만 지을 뿐 이였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그들에게 들려왔다.“강책 미친거 아니야? 이건 내기가 아니잖아.”“도가집안이 협박한 거 아니야?”“나라면 저런 내기는 생각도 못할 거야. 돈 가지고 장난 치다니 말이야.”“뇌회로가 좀 특이 하긴해. 우리랑 달라.”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할 때, 로비의 문이 열렸다. 강예리가 자신의 부하직원을 데리고 도착한 것이다. 강예리를 보자마자 도국영은 살짝 당황했다. 크림의 제작자가 오기도 전에 강예리가 도착한 것이 의아했다. 강예리도 도국영과 마찬가지로 당황했다. “아, 도가집안의 도국영 도련님도 오셨네요?” 도국영이 강예리에게 답하기 전에 강책이 먼저 입을 열었다.“도련님께서 오신 이유는 강여사님과 같습니다. 크림의 판매권 때문에 찾아오셨다고 하시는 군요. 게다가 아주 자신만만하십니다.” “그래요?”강예리는 순간 불안함에 휩싸였다. 아무리 도가집안과 원수사이라고 할지라도 피는 물보다 진하기에 강책이 옛정으로 도가집안에게 판매권을 넘겨줄까 두려웠다. 게다가 도가의 사람이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판매권이 넘어간다면 강씨 집안은
“안티에이징 크림은 강회장님께서 직접 제작하신 겁니다.”강예리의 말에 도국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믿기지 않아 강책을 한번 바라보았다. 자신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표정이 얄미워 뺨을 내려치고 싶을 심정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책은 자신의 정체를 숨겨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내기를 건 상태였다. 만약 제작자가 무료로 판매권을 강씨 집안에게 넘겨준다면 도국영은 강책에게 300억을 내줘야한다. 순간, 도국영의 두 다리가 떨려왔다.“나를 가지고..장난친거야?” 강책이 그에게 답했다.“장난이라니요? 제가 로비에 들어올 때 부터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는 크림 판매권 때문에 계약하러 왔다고요.” 도국영은 강책이 판매권을 얻기 위해 센터를 찾아온 줄 알았다. 강책이 크림의 제작자 장본인 일줄은 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도국영은 매입자라고 생각하여 한치의 머뭇거림없이 내기를 한 것이다. 강예리는 의아하게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두분 사이에 무슨 약속이라도 하신겁니까?” 라고 물었다. 이어서 강책이 강예리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말해주었다. 그리고 도국영이 찍은 손도장까지 보여주었다. 강예리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강책도 참 교활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도가집안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기에 도국영이 꼼짝 없이 당하는 모습이 고소했다. 그리고 강예리는 일부러 도국영의 심기를 건드렸다.“아이고, 도련님. 제대로 알고 오셔야 하는 게 먼저 아닙니까? 누군지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 드는 건 어리석해보입니다. 제작자를 앞에 두고 모욕과 시비를 걸면서 판매권을 받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도국영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초래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조심했다면 일이 이렇게 까지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자가 강책이 아니였다면 도국영이 판매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도국영은 이빨을 꽉 깨물고 강책을 노려보았다.“강책씨, 침착하세요. 지금 제일 잘나가는 상품 판
“이 미친놈아!”도국영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 그리고는 욕이 담긴 폭언을 퍼부었다.“제가 화내는 모습이 보고싶은 겁니까? 그것 때문에 천억도 넘는 이익을 포기하겠다고요?”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안됩니까?” 도국영은 그의 반응이 어이가 없었다. 사실 도국영도 이유를 알고 있었다. 도가집안과 강책의 원한은 돈으로 풀 수 있는 사이가 아니였다. 도국영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좋습니다. 그럼 그 안티에이징 크림의 판매권을 어떻게 강씨 집안에 넘겨주는 지 한번 봐야겠습니다!” 도국영은 강책이 공짜로 판매권을 넘겨준다는 것을 믿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봐야지만 믿을 수 있었다. 사실 도국영 이외에 많은 사람들도 강책으 말을 믿지 않았다. 게다가 강예리도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실 오늘 자리는 강책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기 위해 안티에이징 크림을 V시리즈에 넣어 모든 이익을 강책에게 넘기려고 한 것이다. 강씨 집안의 사람으로써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은 채 인기상품을 얻게 된다는 사실은 기뻤지만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강회장님, 이래도 될까요?”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강여사님, 제가 넘기지 않는다면 저는 300억이라는 피해를 입게 됩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제가 어떻게 내겠습니까.” “아..”강예리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곧이어 강책은 크림의 판매권을 단 한 푼도 받지 않은 채 강예리에게 넘겨주었다. 이제 도국영은 강책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강책이 도국영을 향해 말했다.“어떠세요, 도련님? 이미 판매권을 넘기다는 계약까지 모두 완료했습니다. 이제 이 크림은 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거 알아두세요. 그럼, 내기도 끝났으니 돈을 주셔야겠죠?” 도국영은 천억이 넘는 이익말고 내기에서 이긴 300억을 고른 강책의 선택에 치가 떨렸다. 돈을 내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법적 효력을 지낸 증거가 남아 도망칠 수 도 없었다. 자신이 스스로 재앙을 불러온 것이다. 도국영은 어쩔 수 없이 30
노폐물 제거와 수분 보충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크림이 있다면 여성시장에서 더욱 더 큰 인기를 끌 것이다. 강예리는 강책에게 물었다.“그 크림 이름이 어떻게 될까요?”강책은 잠시 고민하더니 “리바이탈라.” 라고 말했다. 강예리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리바이탈라의 판매권도 제가 사겠습니다. 마찬가지로 V시리즈에 넣을 겁니다. 강회장님, 금액 부터 말씀해주세요.” 강예리는 안티에어징 크림을 공짜로 받은 답례로 강책에게 더 많은 금액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강책은 “아직 팔기 전에는 아무런 돈도 받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냥 순이익의 30%만 주시면 됩니다. 많이 팔 수록 서로에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라며 말했다. 하지만 강예리가 그에게 답했다.“50% 드리겠습니다! 반반씩 하시죠.” 서로에게 이익을 주려는 장면을 통해 강예리가 강책을 얼마나 존경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새로운 계약서를 썼다. 강책은 300억을 공짜로 얻었다. 동시에 리바이탈라 크림의 매출의 50%까지 가져가게 되었고, 강예리는 하루만에 안티에이징 크림과 리바이탈라 크림을 매수했다. 현장에서 제일 손해를 본 건 도국영이였다. 상품도 얻지 못하고, 300억이라는 돈까지 잃었다. 도국영은 상황을 살폈다. 그 결과 강책은 처음부터 안티에이징 크림을 공짜로 넘기고, 리바이탈라로 더 큰 매출액을 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티에이징 크림보다 더 효과가 좋은 리바이탈라 크림은 분명히 잘 팔릴 것이다. 강책은 다른 상품을 이용해 강씨 집안의 존경을 받음과 동시에 이익을 얻었다. 사실 그는 내기가 없더라도 공짜로 강예리에게 넘겨줄 생각이였다. 도국영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매번 강책과 만나게 되면 항상 져버리곤 했다. 복수를 하면 할 수록 오히려 더 깊게 복수를 당했다. 강책과 강예리는 도국영에게 손인사를 하고는 로비를 떠났다.“저 미친새끼가!” 도국영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주위에 있는 의자를 찼다. 부하직원들은 자신들이 다칠까봐 단 한명도 도국영을 말
도국영은 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궁금한 듯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니? 인수 실패뿐만이 아니라는 건 무슨 소리니?” 도국영은 대답했다. “할아버지, 안티에이징 크림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누군데?”“저희가 아주 잘 아는, 할아버지 친손자 강책이에요!”“뭐?”도영승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강책은 귀신인가? 절대 떨어지지 않고 어딜 가나 존재한다. 조가 집안과 손을 잡고 공격하더니, 이제는 강 씨 집안과 손을 잡고 공격을 하는 건가?지금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도영승은 이후에 일어났을 일들을 상상했다. 안티에이징 크림 제작자가 강책이라면 분명 도가 집안에게 권한을 팔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도국영을 심하게 모욕했을 수 있다. 그래서 도국영이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이다. 도영승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됐어, 이건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일이야. 미리 알아보지 않은 우리 탓이지.”도국영은 대답했다. “할아버지, 강책이 안티에이징 크림만 만든 게 아니라 더 효과 좋은 리바이탈라 크림까지 만들었어요! 보아하니 강 씨 집안과 더 깊은 협력 관계를 맺으려는 것 같아요. 강책은 이미 조가 집안을 꽉 붙잡았고, 만약 강 씨 집안과도 한배를 타면 일이 아주 순조로울 거예요! 할아버지, 강책을 처리하지 않으면 저희 도가 집안은 평온할 날이 없을 겁니다.”도국영의 말은 일리 있었다. 도영승도 강책이 조가 집안과 강 씨 집안 모두 협력을 맺을 만큼 파워가 대단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보아하니 호랑이를 몰아 늑대를 삼키게 하는 것이다. 즉, 조가 집안과 강 씨 집안의 힘을 이용해 도가 집안을 토벌하려는 초토화 계책이다.이것이 강책의 계획이든 아니든 지금 상황은 이러했다. 도영승은 턱수염을 만지며 곰곰이 생각했다. 도국영은 도영승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그리고 오늘 강책에게 30억을 뺏겼어요.”“뭐?”도영승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판매권을 사지 못한 것은 그렇다 치고, 어떻게 30억을 손해 본 거지? 도영승은 도무지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강책이 도영승을 집어삼킬 것이다. 도영승이 힘들게 지켜온 도가 집안이 어떻게 수십 년 전의 여자관계 때문에 무너질 수 있겠는가?절대 그럴 수 없다!하지만 아직은 도영승이 절망할 때가 아니다. 도가 집안은 분명 재산이 많을 테니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때, 하인 한 명이 도영승에게 말했다. “어르신, 그 미치광이가 또 밥을 안 먹습니다.”“뭐?”도영승은 들고 있던 가위를 내려놓고 말했다. “왜 모든 게 다 뜻대로 안 되는 거지? 한번 가서 보자.”도영승은 뒷짐을 지고 별장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는 피아노 한 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도영승이 피아노 건반 세 개를 누르자 바닥이 열리며 엘리베이터가 나왔다. 도영승과 하인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아래로 내려갔다. 두 사람은 좁은 지하 통로를 지나 밝게 빛나는 방에 도착했다. 지하방이었지만 사방으로 바람과 햇빛이 들어와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게다가 방 안의 화려한 장식품과 방 가운데 에이스 침대가 아주 고급스러웠다. 침대 위에는 헝클어진 머리에 수갑과 족쇄를 찬 남자가 누워 있었다. 남자는 바로 하인이 말한 미치광이였다. 도영승은 미치광이를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하인에 음식이 담긴 바구니를 받아 미치광이에게 다가갔다. “소란 피우지 않기로 하지 않았어? 왜 또 말을 안 들어?”미치광이는 거만하게 말했다. “어르신은 지난번에 만나게 해주기로 한 약속 지켰나요?”도영승은 비웃으며 말했다. “한 번 보게 해준다고 한 거지 여기로 데려온다고 한 건 아니었어. 설마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미치광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못 본다는 거잖아요!도영승은 벽에 걸린 TV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TV 설치된 거 봤어? 스크린에 CCTV가 연결되어 있어서 CCTV에 찍힌 화면을 볼 수 있어. 그럼 그 사람을 CCTV 앞으로 데려와서 보여주면 되잖아?”미치광이는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