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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새장에 갇힌 카나리아

“그냥 좋아하는 거야.”

반승제의 대답은 사랑이 아니었고 온시환도 이에 한숨을 돌렸다.

“알았어. 그래도 한 번만 더 말할게. 후회하는 일 만들지 마. 모든 일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특히 혜인 씨 같은 여자는 새장에 갇힌 카나리아처럼 대하면 안 돼. 훨훨 날아갈 수 있게 자유를 줘야 너에 대한 마음이 더 커져.”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좋아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옆에 꽁꽁 묶어 놔야 한다는 것이 반승제의 마인드다.

반승제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숙여 성혜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너무 힘들게 괴롭힌 바람에 성혜인은 줄곧 깨나지 않았다.

그도 천천히 침대에 누워 성혜인을 품에 꽉 끌어안았는데, 그제야 편안함이 들었다.

반승제의 성질대로라면 고마움을 느끼게끔 구치소에서 좀 더 고생하게 놔두고 구세주처럼 등장해야 하는데, 회의실에서 도통 한 글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혼자서 슬프게 울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가득했다.

도저히 마음을 잡을 수 없었고 머릿속에 온통 성혜인으로 가득 찼다.

설우현에게 걸려 온 전화는 그에게 아주 좋은 핑계가 되었고 주저 없이 차를 몰고 달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성혜인을 품에 안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그가 가장 원하던 것이다.

“성혜인?”

반승제는 성혜인을 한 번 불렀는데, 깊이 자는 바람에 아무런 답도 없었다.

10분이 지나고 나서 그는 나지막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혜인아?”

이렇게 부르고 싶은지 오래되었지만, 깊이 잠들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부를 수 있었다.

비록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지만, 반승제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또 10분이 흘러서야 마음 놓고 크게 불렀다.

“혜인아?”

“혜인아?”

그러자 성혜인은 귀찮아하며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요!”

반승제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젯밤에 들려온 “혜인아”라는 소리는 마치 꿈을 꾼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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