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지금 한창 임동원의 회사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다.임동원의 유품을 정리해야 하는데, 정리할 사람이 없었고 누군가가 뒷일을 책임지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연락한 것이다.성혜인은 그곳으로 달려가 잡물 속에서 임동원의 물건을 뒤졌는데, 쓸모 있는 물건이 없었다.유분함을 들고 서천의 강가를 따라 하늘에 리조트로 가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자기를 미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보면 아무도 없었다.등골이 오싹해져 걸음을 재촉했는데, 긴장한 나머지 녹지대를 지날 때 강이 있는 방향에 따라 넘어졌다.무려 5, 6미터나 미끄러졌는데, 다행히 심각하지는 않아 아프지 않았다.이제 막 일어나려고 하는데, 길가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성혜인, 괜찮아?”“성혜인!”순간 환청이 들린 줄 알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한 남자가 갑자기 불쑥 나타났다.길은 아주 미끄럽고 어젯밤에 비가 내린 바람에 질퍽거려 걷기 어렵다.반승제는 본래 달려가려고 했지만, 구두를 신은 바람에 10미터 가까이 미끄러지고 성혜인의 위치보다 더욱 낮은 위치에 처해 있으며 이미 물속에 조금 잠겼다.성혜인은 녹지대에 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왜 여기에 계세요?”반승제는 고개를 숙이고 바짓가랑이에 묻은 흙을 씻으며 못 들은 척했다.성혜인은 화가 나기만 하여 유분함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대표님, 지금 저 미행하는 거예요?”“아니.”“근데 왜 여기에 계세요?”“서천에 있는 프로젝트에 차질이 좀 생겨서 왔어. 하늘에 리조트에 입주하면서 너도 여기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성혜인은 반신반의하며 그를 한 번 흘겨보고는 시선을 거두고 위로 올라갔다.반승제도 강가에서 일어섰는데, 바짓가랑이도 신발도 모두 흠뻑 젖었다.그는 한쪽의 작은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성혜인은 그의 앞에 있지만, 작은 길로 가지 않아 나뭇가지에 발이 긁혀 넘어졌다.그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유분함도 날아가고 턱까지 땅에 데일 뻔했다.반승제는 황급히 성
성혜인으로부터 아픈 말을 듣게 될까 봐 문을 급히 닫아버렸다.가시가 가득 박혀 있는 말을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다.문을 닫고 나서 문 옆에 잠시 서 있었는데, 직원이 성혜인에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손님, 야식 필요하십니까? 저희 리조트 주방장님께서 특별히 끓인 야채수프가 있는데, 피부에도 좋고 위에도 부담이 없다고 합니다.”성혜인은 본래 필요 없다고 하려고 했는데, 야채수프라는 말에 흥미가 돋아났다.“어디로 가면 먹을 수 있나요?”“저희가 방으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도 살짝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직원은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준비하겠습니다.”반승제는 문가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천천히 소파로 다가갔다.리조트의 방음 처리는 잘 되어 있지만, 조금 전에 성혜인이 씻고 있을 때, 물소리까지 똑똑히 들렸다.물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머릿속에는 침대 위에 있는 성혜인의 아리따운 모습이 떠오르게 되었다.그는 지금껏 자기가 이렇게 욕정이 많은 남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욕실로 들어가서 샤워하고 가운을 걸치고 나왔는데, BK사의 이선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반 대표님, 재무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재료값에 차질이 생겼다고 합니다. 페니 씨와 직접 맞춰보고 싶어서 채팅방을 열었는데, 한 번 자리 만들어서 체크해도 되겠습니까?”이런 실수를 한다는 것은 모든 회사에 있어서 범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이선은 이미 벌컥 화를 낼 반승제의 모습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수화기 너머 잠시 침묵만 흐르더니 소리가 들려왔다.“네.”이선은 늘 반승제가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네이처 빌리지 인테리어를 끝 낸 지 몇 달이나 지났고 이제야 문제를 발각했으니 BK사의 실책이 확실하다.반승제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 보았는데, 막 열린 채팅방이 보였고 성혜인의 프로필 사진이 떠올랐다.두 사람은 서로 추가한 상태이기에 어떤
반승제는 허리에 목욕타월 한 장만 걸친 채 입구에 서서 그녀가 준 목록을 건네받았다.바깥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는 춥기는커녕 오히려 몸의 열기가 올라 더울 지경이었다.4000만 원짜리 물건은 그가 굳이 에너지를 낭비해서 볼 가치가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보는 눈이 있었기에 진지하게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갔다.성혜인은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래도 재무부에 가져가서 대조해 보세요, 이 정도의 돈은 대표님이 일일이 살펴볼 필요가 없습니다.”“4000만 원도 돈이야.”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그는 성혜인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뭔가를 들킬까 봐서 말이다.바람이 세게 부는 탓에 성혜인이 재채기를 했다.그러자 반승제가 몸을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들어가 앉을까?”“아니요.”그녀는 가차 없이 거절한 후 그를 재촉했다.“전 먼저 방에 돌아갈게요. 혹시 잘못된 점이 보이면 핸드폰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이미 제가 이 대표님과 확인해 봤으니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성혜인.”그가 참지 못하고 성혜인을 부르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입구에 꼿꼿이 서 있는 반승제는 훤칠한 키에 매끄럽고 날카로운 이목구비까지 겸비해 시크한 분위기를 잔뜩 뽐내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방금 그런 일을 했으리라고는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무슨 일 있나요?”반승제는 그녀의 눈 밑에서 짜증스러움을 엿보았고 순간적으로 자포자기했다.“그냥 너랑 더 얘기 나누고 싶어서. 승혜는 내가 사람을 시켜서 정신병원에 보냈어.”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성혜인의 뒷모습과 '쾅' 하고 닫히는 문소리였다.그녀가 방금 여기 서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반승제는 심지어 자기가 환각을 본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과연, 성혜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만약 반승제가 그녀를 몰래 따라왔다는 것을 본인에게 알려준다면, 성혜인은 감동은커녕 오히려 지겨워할 것이다.그녀의 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몸이다. 반승제는 완력으로 얼마든지 정복할 수 있다. 그녀의 넋이 나가게 할
시내로 돌아오고 나서야 그 차는 사라졌다.성혜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편으로 자기가 너무 과민반응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반 대표님 같은 사람이 무슨 시간이 있어서 나를 따라다니시겠어.’그녀는 S.M으로 돌아와 곧장 송아현에게 소식을 전하여 만나기로 약속했다.그러나 송아현은 시종일관 “척”을 하며, 그녀와 한서진의 스캔들 때문에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냈다. 그러다 이번에야말로 가까스로 허락했는데 약속 장소로 잡은 곳이 다름 아닌 술집이었다.스카이웨어가 아닌 다른 술집 말이다.송아현은 아직 인기가 조금 있는 신인에 불과했기 때문에, 스카이웨어 같은 곳에 들어갈 수 없다.성혜인은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네, 그럼 8시쯤에 아현 씨가 말한 룸에 갈게요.」송아현과 연락을 마치고, 성혜인은 또 반씨 집안의 전화를 받았다.백연서가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반씨 집안에서는 성혜인에게 그 어떤 사과나 배상금을 요구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일이 자신과 무관하고, 모든 것이 반승혜가 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반씨 집안에서는 어떻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조금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반씨 집안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뭘 더 고민할 필요 없이 말이다....반승제는 10%의 주식을 양도했기 때문에 최근 며칠 동안 매우 바삐 보냈다. 심지어 어젯밤 서천에서조차 그는 밤새워 야근을 했다.주식에 관한 것은 워낙 큰일이라 반태승울 속일 수 없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그가 제원에 돌아오자마자, 반태승은 그에게 고택에 들르라고 전했다.이런 꾸짖음은 절대 피할 수 없으므로 반승제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택의 대문을 열었을 때 반태승의 손에는 이미 채찍이 들려 있었다.그러자 반승제는 자연스럽게 양복 코트를 벗고 풀썩 무릎을 꿇었다.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명치마저 찌릿찌릿 아파, 반태승은 연거푸 50번의 채찍을 휘둘렀다.“승제야, 너는 내가
그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지만, 차에 탄 뒤 운전대를 잡은 자신의 손이 약간 뻣뻣하다고 느껴졌다.‘내가 무슨 자격으로 혜인이한테 묻겠어. 애초에 내가 이 결혼을 애들 장난으로 여기고 거추장스럽게 여겼던 것처럼, 혜인이도 그렇게 생각했던 거지. 그래서 줄곧 마음에 좋아하는 사람을 숨기고 이혼하기만을 기다렸던 거야.’반승제는 이 상황이 참 우스웠다. 이혼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던 건 본인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혼을 가장 기다린 사람은 성혜인이였던 것이다.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반승제의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다.그러나 반승제는 끝끝내 참아냈다. 이윽고 그는 차를 몰고 다시 네이처 빌리지로 향해 상처를 치료하려고 했다.한편.성혜인은 이미 송아현과 약속한 술집에 도착했다.그러나 송아현이 오늘 이곳에 온 것은 사실 다른 목적이 있었다. 그녀는 요 며칠 동안 줄곧 여러 사장들을 만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모두들 그녀를 진열대 위의 상품으로 여기고, 심지어는 그녀의 앞에서 중개인에게 한 번 자면 얼마냐고 묻기도 했다.부유한 사람들은 그녀와 같은 여자 연예인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그녀는 이 역겨운 접대를 이 악물고 참아내는 수밖에 없었다.오늘 밤도 마찬가지다. 오기 전에 그녀는 같이 나와 술을 마셔달라는 조강우의 부름을 받았다.‘조금만 참으면, 나도 S.M에 가서 아저씨랑 같이 있을 수 있을 거야.’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앞에 있는 문을 밀어 열었다.하지만 그 안에는 조강우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제작진들이 앉아 있었는데, 하나같이 모두 돈 많은 거물들이었다.오늘 저녁 그녀가 이곳에 오는 건, 직접 호랑이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송아현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자, 순간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한 사람이 그녀를 끌어갔다.“이게 바로 한서진이 숨겨놓은 여자애입니다. 확실히 물도 올랐고 연기는 아주 좋은데 조금 미숙합니다.”“그러든 말든, 아직 한 번도 안 해봤다면서요?”누군가 조강우에게 물었다.“이제 갓 스무
성혜인은 머리가 뭔가에 쪼개진 것 같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송아현이 이런 식으로 말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 말이다.그녀는 한서진 수하에 있는 연예인이었다. 한서진은 딱 봐도 규칙을 지키고 법도를 따르는 사람인 반면에 송아현은 오히려 화창한 불길과 뙤약볕처럼 밝았다.그녀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유독 한서진과의 일에만 신경 쓰는 것 같았다.비록 무슨 말이던 다 내뱉는 것 같지만, 송아현은 아직 남자와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속칭, 입만 산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성혜인은 강민지 말고는 누군가와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던 터라, 순간 어색해서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송아현은 그녀를 어색하게 하지 않았다. 그녀가 한서진과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내고 다시 “척”을 했다.“저랑 계약하시려면 적어도 성의를 보이셔야죠. 제 연기는 성혜인 씨도 보았듯이,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S.M에 가려면 먼저 TJ 엔터와 계약을 해지해야 해요. 그때 TJ 엔터의 고위층 임원들이 저를 상대하면 아마 평생 카메라 앞에 못 설지도 모릅니다.”송아현의 계약은 당시 한서진이 도맡은 것이지 결코 다른 사람들처럼 몸을 팔아 계약한 것이 아니다. 때문에 그녀가 만약 떠나고 싶어 한다면 위약금은 겨우 2억에 불과했다.만약 성혜인이 그녀를 키우려 한다면, 그 2억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다.“송아현 씨는 S.M에 오고 싶나요?”“한 매니저님이 직접 저를 데리고 가신다면요.”“한서진 씨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그럼 안 가요.”성혜인은 그녀를 어떻게 다룰 줄 알았기 때문에 이만 발걸음을 옮겨 떠나려 했다.“그럼 됐습니다.”아니나 다를까 송아현은 그 즉시 어리둥절해하며 얼른 성혜인을 쫓아갔다.“성혜인 씨, 다시 저를 설득해 보셔야죠, 사장이 돼서 어떻게 이 정도 인내심도 없을 수 있어요? 세상에, 성혜인 씨한테서는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네요, 제가 만약 이직한다면, 틀림없이 눈 속에 파묻혀 죽을
밤이 되어서 송아현은 자신의 월셋집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여태껏 딱 한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을 뿐이고 신인배우의 페이는 매우 낮다. 당시 한서진이 전력을 다해 쟁취했지만 겨우 6000만 원밖에 벌지 못했다.그렇게 그녀는 지금 그 6000만 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한서진은 큰 별장에 살고 있다. 사실 그녀는 그의 옆집에 이사를 하려고 했는데, 알아보니 한서진의 이웃이 되려면 월세를 800만 원씩 내야 한다는 것이다.그녀에게 이 600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다.잡다한 지출로 돈을 다 쓰다 보니 어느새 몇백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때문에 송아현은 지금 절박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그녀가 S.M으로 직장을 옮긴다 해도 당분간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다.송아현은 일찍이 S.M에 대해 조사해 본 적이 있다. 새 회사인 데다 시스템도 아직 완비되지 않아 그녀는 틀림없이 한동안 냉대를 면치 못할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월셋집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문득 라이브를 떠올렸다.“라이브 방송을 해서 먼저 돈을 벌면 되잖아. 요즘 광고 받고 라이브 방송으로 제품 파는 것도 매우 인기가 있으니까. 게다가 나도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연예인이니까, 그렇게 1억 정도를 벌면 곧장 아저씨네 이웃이 될 거야!”송아현은 두 눈을 반짝이며 얼른 자신의 컴퓨터를 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드러낼 수 없다. 연예인이 사석에서 마음대로 라이브를 켜는 것은 계약위반이기도 하고 TJ 엔터가 책임을 물으면 돈을 배상해야 할 수 있으니 말이다.송아현은 고양이 코스프레 옷을 입었다. 신입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노출이 많은 옷이었지만 다행히 몸매가 좋아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완벽한 S라인을 뽐냈다.그녀의 라이브 방송은 남성 시청자가 한번 들어오면 절대 떠나지 않을 그런 방송이었다.심지어 송아현은 정말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도 개의치 않았다.‘조금 섹시한 의상이 뭐가 어때서, 일단 돈만 벌면 되지. 요즘 세상은 어디서 돈을 벌든 지
한서진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이내 통화를 끊어버렸다.송아현의 눈에 한서진은 워커홀릭이라 칠정육욕 같은 것이 없어 보였다.그는 평소 일에서도 이미 탑을 찍었기에, 더 잘할 공간이 없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송아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한서진의 집에 달려갔다가 그가 목욕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는데, 은밀한 그곳이 아주 크다고 생각되었다.‘자아 위로도 안 하는 거야? 참을 수 있어, 그걸? 혹시 애인이 있는 건 아니겠지?’송아현은 머리가 아파서 더욱 빨리 S.M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면 적어도 한서진을 자신의 눈 밑에 둘 수 있으니 말이다.그녀는 성혜인에게 재촉하는 문자를 보냈지만, 여전히 오만한 태도를 고집했다.「성혜인 씨, 빨리 저를 데려가지 않으면 TJ 엔터에서 장기 계약을 하게 할 겁니다.」성혜인은 이 문자를 보자마자 단번에 송아현이 조급해한다는 것을 알아챘다.「내일 변호사더러 직접 TJ 엔터에 가서 위약금을 물게 하겠습니다.」이렇게 보낸 후, 그녀는 또 한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매니저님, 아현 씨가 곧 올 것 같습니다. 정말 직접 케어하지 않으실 겁니까?”그러자 한서진은 시선을 푹 늘어뜨리고 예전을 떠올려보았다. 그러더니 한참 후에야 “네.”하고 외쳤다.“왜요?”“아현이도 이제 클 만큼 컸으니 자신의 삶을 가질 때가 됐습니다.”‘30대 아저씨가 계속 젊은 애 곁에 머물 수는 없지.’성혜인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서진이 거절하는 이상 그녀도 그의 뜻을 어기며 송아현에게 약속할 수 없었다.뒤이어 그녀는 목욕을 하고 멜라토닌 하나를 먹은 후,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한편, 병원은 두 시간 째 소란스럽게 돌아가고 있었다.백연서는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아직까지 두 눈과 입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는 정말 식물인간으로 변한 것이다. 이후로는 절대 이 침대를 떠날 수 없으며 먹고 마시는 것은 모두 사람이 침대 옆에서 돌봐야 한다.오늘 밤 반기훈이 그녀를 보러 왔으나, 그는 아무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