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은 참지 못하고 다시 반기훈을 바라보며 예의 바르게 웃었다.“고모부, 최근에 밖에서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하지만 반기훈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었다.“너도 그게 그저 소문이라는 걸 알잖아.”그 말에 백지영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이내 다시 페이스를 되찾았다.“제가 방금 외국에서 돌아와서 국내 상황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듣자 하니 승제 오빠가 이혼하자마자 자신의 디자이너한테 마음을 뺏겼다 하더라고요, 근데 그 디자이너가 오빠 전처라던데, 맞습니까?”“지영아, 정말 궁금하면 직접 승제 본인한테 물어보렴.”백지영은 여전히 여유롭게 웃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알겠습니다, 제가 기회를 봐서 승제 오빠에게 물어볼게요. 그리고 제 친구도 잊지 말라고 오빠에게 일깨워 주세요. 오빠가 제 친구랑 줄곧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하던데... 제 친구가 오빠를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젠 그 기회도 놓쳤을지 몰라요. 최근 몇 달 동안 편지를 쓰지 않아서 제 친구가 손꼽아 기다리고 있거든요. 이번에 돌아온 것도 걔를 도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나 보려고 온 겁니다.”반기훈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편지를 쓰냐고 생각했다.게다가 반승제는 핸드폰 메시지도 답장하지 않는 사람인데, 하물며 어찌 편지를 쓸 수 있겠는가?“네 친구라는 사람이 남자야, 여자야?”“여자예요, 게다가 사촌오빠랑 온라인으로 연애도 했어요. 이전에는 제 친구에게 관심을 퍼붓다가 최근 갑자기 사람을 냉대하니... 남의 감정을 속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승제는 편지 쓸 줄 몰라.”“고모부, 그건 승제 오빠한테 물어봐야죠. 어쨌든 고모부도 제 아들에 대해 잘 모르시잖아요.”약간 기분이 상할 만한 말이었는지라 반기훈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곧이어 백지영은 자신의 실언을 알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모부를 더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백연서는 손등에 핏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침대 시트를 꽉 잡아당겼다. 반기훈의 뒷모습이 어찌나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었는지 모른다.눈을 부릅뜨고 천장을 바라보니 어느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백연서는 반기훈과 사랑에 빠진 첫날부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사랑에 바치기로 했다. 반기훈은 백연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여생 동안 반기훈이 꼭 임지연을 잊으리라 생각했으니 말이다.하지만 결혼 후에도 반기훈의 마음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백연서는 먼저 두 아이를 낳아서 그를 단단히 묶어 두겠다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며 타협했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될 줄이야...백연서는 가슴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마음껏 분출할 수도 없었다.그녀는 반기훈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성혜인이라는 사람의 존재조차도 잊어버렸다. 반기훈이 이렇게 냉정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도구 취급당하는 성혜인은 그녀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비록 지금 반기훈은 백연서를 혐오하지만, 반승제가 백씨 집안에 등지게 하지 않게 하도록 그는 앞으로도 백연서를 보러 올 것이다.이것으로 충분하다.건강한 몸을 잃은 게 뭐 어떤가, 이렇게라도 반기훈의 관심을 끌었으면 됐지. ...밤은 점점 더 어둑해져 갔다.네이처 빌리지에서 반승제는 의사에게 등을 내보이고 상처를 치료했다. 그는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반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당시 성혜인이 그 반지를 보는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심지어 반승제가 반지를 내 던지자 성혜인의 얼굴은 심장에 살점이 도려진 것처럼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성혜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나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없다면 좋겠지만, 만약 성혜인에게 첫사랑이 존재한다면,
반승제는 그림을 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그림판을 세워 한쪽에 두고 종이가 마르기를 기다렸다. 조금 전 휘몰아치던 감정은 어느새 다시 누그러들어, 그는 침대로 돌아가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 성혜인은 포레스트에서 출발했다. 이미 변호사에게 TJ 엔터로 가서 송아현의 위약금을 물어주라고 전화를 건 뒤였다.당시 한서진이 송아현의 계약을 아주 잘 처리했기 때문에 변호사는 별로 손을 쓸 것이 없었다. 하지만 도송애는 성혜인 때문에 많은 손해를 본 적이 있지 않은가, 때문에 앞날이 창창한 여배우를 또 한 번 잃게 되어 그녀는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도송애는 점심에 있는 접대에서 백지영을 만났다. 백지영이 주동적으로 그녀를 찾아간 것이었다.“도 대표님, 최근 TJ 엔터의 일에 대해 들었습니다. 성혜인이 도 대표님을 괴롭히는 데 맛 들였다면서요?”처음에는 대본을, 두 번째에는 한서진을 뺏겼는데, 이번에는 송아현마저 뺏기고 말았다.TJ 엔터는 성혜인과의 몇 번의 대결로 손실이 막대하다고 볼 수 있다.곧 도송애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영 씨가 왜 이런 말을 하실까요?'그러자 백지영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저는 막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공연을 마치고 왔습니다. 마침 최근 여유가 조금 있어 연예계에 발을 들일 생각이 있어요. 비록 송아현을 뺏기긴 했지만, 얼마 전 송아현이 맡은 드라마 촬영도 막 시작한 단계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그래서 말인데 저는 도 대표님과 협력을 하고 싶습니다. 저를 송아현의 드라마에 내보내 주세요. 송아현을 못생기게 만들면 성혜인의 회사에도 손해가 큰 것 아닙니까?”백지영의 손에는 술잔이 들려있었고 온 얼굴에는 음흉함이 가득했다.“저에게는 백씨 집안이 있으니 반승제 쪽에서도 저를 감히 어떻게 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백씨 집안은 연예계에 어울려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도 대표님과 협력하려는 겁니다.”도송애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바로 반승제였다.만약 백지영이 끼어들기를 원한다면
성혜인은 한 가지 예감이 들었다.‘앞으로 회사가 많이 시끄럽겠네.’송아현은 그녀 특유의 밝은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들었다.그녀가 떠난 후, 사무실에는 성혜인과 한서진 단둘만 남게 되었다.이윽고 한서진은 몹시 고뇌하는 듯 한숨을 쉬었다.“사장님, 죄송합니다. 아현이가 원래 이런 성격이라... 사장님께 무례를 범할 생각은 없었을 거예요.”성혜인은 이 상황이 참 재미있었다.“아니요, 저는 아주 좋은데요, 오히려 한 매니저님께서 너무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규칙이 없으면 아무 데나 날뛰기 마련입니다. 제가 TJ 엔터에서 가르치기는 했지만, 전혀 고칠 생각이 없나 보더라고요. 계속 이런 모습이면 조만간 큰 손해를 보게 될 겁니다.”성혜인은 책상 위의 서류를 앞으로 쓱 밀었다.“송아현 씨 지금 들고 있는 이 대본은 촬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여자 주인공 역할입니다. 대본도 아주 좋더라고요. 송아현 씨가 이 드라마 촬영을 끝마치면 저희 회사에서는 더 좋은 배역을 아현 씨에게 골라줄 겁니다.”송아현이 현재 찍고 있는 드라마는 라는 작품으로, 고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권모술수의 세세한 부분까지 아주 잘 쓰여있어 여자 주인공의 연기력을 시험할 수 있었다.드라마 앞부분의 인물과 뒷부분에 흑화한 인물의 차이가 너무도 심해, 이 드라마에서 연기를 잘한다면 분명히 여우주연상을 노려볼 만했다.“사장님께서 대본을 고르는 능력은 매우 믿고 있습니다. 저도 사장님을 도와 다른 연예인을 봐 드리도록 할게요.”한서진은 탑급 매니저였다. 그의 눈에 든 연예인이라면 나중에 반드시 뜰 사람이었다.그래서 TJ 엔터에서는 그를 놓으려 하지 않았고 많은 일을 저질렀다.성혜인도 그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던 터라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송아현은 촬영장으로 보내졌다. 드라마 촬영은 3개월 정도가 있어야 끝일 난다고 한다.그러나 촬영장으로 가는 길에, 감독이 단체 톡방에 한 문자를 보냈다.「오늘 새로운 사람이 올 거야.
잠이 들었던 반승제는 잇따른 문자에 결국 눈을 떴다.이윽고 그는 핸드폰을 켜고 SNS를 보기 시작했다.‘겨울이가 사라졌다고?’이내 반승제의 눈앞에 강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예전에 성혜인은 포레스트에서 겨울이를 키우며 자주 산책을 하고는 했다.그는 즉시 일어나 심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사람을 풀어 겨울이를 찾아보게 하세요. 혜인이가 급한 것 같습니다.”아마 제원의 모든 사람들은, 반승제가 한 마리의 강아지 때문에 이렇게 긴장해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성혜인은 이미 30분 넘게 공원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성혜인은 겨울이가 개장수에게 잡혀갈까 더욱 걱정되었다. 일부 개장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 주인을 잃어버린 개를 잡아서 개고기 시장에 팔러 가는 것이다.성혜인은 온몸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비를 맞아서일 뿐만 아니라 겨울이 걱정 때문이었다.겨울이는 반승우가 그녀에게 준 것이다. 때문에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녀는 얼굴에 빗물을 머금고, 길가를 계속 살펴보기 위해 재빨리 다시 자신의 차로 들어갔다.가속 페달을 밟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에게 CCTV 영상을 보냈다. 한눈에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해 성혜인은 그가 협력상인줄 알았다.「페니야, 이건 내가 조사해 본 CCTV야. 겨울이가 맞는지 확인 좀 해볼래?」화면에서 겨울이는 길가를 달리다가 갑자기 밧줄에 목이 묶여 회색 승합차 안으로 들어갔다.그걸 본 성혜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맞아, 틀림없이 겨울이야!’성혜인은 포레스트의 사람들에게 이 승합차가 가는 곳을 알아보라고 동영상을 즉시 보냈다. 1분 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포레스트의 사람인 줄 알았으나 그는 다름 아닌 반승제였다.상대할 시간이 없어 핸드폰을 끊으려 했으나, 그가 하나의 주소와 함께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이리로 와.」더 말할 것도 없이 성혜인의 반승제의 뜻을 알아차렸다. 곧이어 그녀는 급하게 가속 페달을 밟고 서둘러 그
성혜인은 겨울이의 상황이 너무 급한 나머지 반승제에게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그녀는 겨울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사실 성혜인이 조금만 반승제에게 눈길을 줬다면, 이내 그의 이상함을 감지했을 것이다.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혜인의 시선은 단 한 번도 반승제에 향하지 않았다.그렇게 처음 반승제가 가졌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성혜인은 발견하지 못했고, 반승제 본인도 주동적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차가 동물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곧 기절할 것 같았으나 이내 겨울이를 냉큼 안아주고 안정된 걸음걸이로 차에서 내렸다.의사는 겨울이를 건네받고 바로 응급치료를 시작했다.이때 한 직원이 반승제를 발견했다. 그의 호흡은 분명하게 흐트러졌고 목에는 붉은 발진이 뚜렷하게 나 있었다.“선생님, 혹시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으신가요?”반승제는 눈앞이 마치 산수화마냥 흔들리며 어지러웠다.그제야 성혜인은 그에게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서둘러 입구에 서 있는 심인우를 바라보았다.“심 비서님, 대표님을 먼저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대표님한테 털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더 늦어지면 사고가 날지도 모릅니다.”“성혜인 씨는...”‘성혜인 씨는 그럼 안 가십니까?’본래 심인우는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성혜인을 보니 그녀는 전혀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는 또 반승제를 힐끗 바라보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의 말투에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순간 그 어떤 감정은커녕, 온몸에 난 발진 때문에 뜨겁기만 했다.성혜인의 그런 태도에 반승제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마치 이미 익숙해진 듯 말이다.“성혜인, 딱 기다려.”차갑게 이 말을 남기고 난 뒤, 그는 스스로 몸을 돌렸으나 어지러움 때문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심인우가 급히 다가가서 반승제를 부축했지만, 그는 오히려 밀어낼 뿐이었다.반승제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조금 전 성혜인이 입을 열 때, 심장이 어찌나 요동치던지, 그는 그
반승제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예전 자신이 성혜인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 화를 냈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으니 말이다.그는 침대에 누워 SNS를 내려보다가 온시환이 그녀에게 단 댓글을 발견했다.「어쩐지 승제가 강아지를 찾으러 나간다 했더니, 혜인 씨네 강아지가 사라진 거였군요.」그 말에 반승제는 기분이 많이 좋아진 듯싶었다.새로 고침을 했더니 온시환이 또 하나의 댓글을 단 게 보였다.「승제가 혜인 씨를 도와 찾으러 갔다면 꼭 주의해 주셔야 해요. 승제 털 알레르기 있거든요.」화가 많이 누그러들었는지 반승제는 담담하게 입꼬리를 씩 올렸다.바쁜 일을 다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어 이제야 침대에 오른 성혜인은 온시환의 두 댓글을 발견했다.반승제가 오늘 그녀를 도와준 건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몇 초 동안 고민하다가 메시지를 보냈다.「고마웠어요.」짧은 말이었지만 반승제를 진정시키기에는 충분했다.‘뭐, 이 정도면 됐지. 완전히 양심이 없는 건 아니네.’그는 성혜인이 공손하게 몇 마디 더 물어보리라 생각하며 핸드폰을 응시했다.예를 들어...「대표님, 몸은 어떠세요?」「아직 병원에 있어요?」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핸드폰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정말 고장이 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사실 성혜인은 고맙다는 말을 보낸 다음, 저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반승제가 알 리 있겠는가.성혜인이 잠에서 깨니, 시간은 어느새 오전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머리가 너무나 무거운 탓에 그녀는 감기약 한 봉지를 마셨다.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성혜인은 하마터면 앞으로 굴러떨어질 뻔하기도 했다.유경아는 성혜인의 창백한 안색을 보고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사모님 지금 열이 나시는 것 같아요. 감기약만 먹어서는 소용이 없으니 해열제도 같이 드세요.”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조금 늦게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장하리에게 전화하려고 하는데, 마침 그녀에게
백지영은 통화를 끊은 후, 자신의 사람에게 말했다.“댓글 써주는 사람들 더 고용해, 얼른 송아현의 명성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란 말이야.”“이미 사고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에는 온통 욕설로 가득 차 있어요. 모두 송아현이 일진이라며 말입니다.”백지영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녀의 뒤에는 백씨 집안이 있다. 남자에게만 의지하는 여자를 상대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성혜인, 내가 반드시 두 달 안에 울면서 나한테 직접 사과하게 만들 거야.’백지영에게는 그럴 자신감이 있었다.그 시각.성혜인은 송아현이 때린 그 서브 여주가 백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을 잠시 알지 못했다. 이윽고 성혜인이 직접 송아현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녀는 받지 않았다. 딱 보아도 심술을 부리는 것이다.그녀는 또 송아현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매니저는 젊은 여자였는데 전화를 받자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얘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성혜인은 S.M의 사장이니 말이다.“사장님.”“아현 씨 지금 뭐 하고 있어요? 괜찮아요?”“언니는 지금 자고 있어요, 제가 문을 두드리고는 있는데... 아무리 두드려도 열지를 않아요.”“매니저로서 송아현 씨가 왜 그 여자분을 때렸는지는 알고 있겠죠?”“네,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원래 서브 여주이던 분을 떨어뜨리시고 낙하산으로 들어온 새 사람에게 서브 여주 역할을 주셨어요. 원래 이런 일은 먼저 저희와 상의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감독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저희한테 고지를 한 적이 없으십니다. 그 여성분과 찍는 신 중에, 서브 여주가 아현 언니를 때리는 신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꼬박 18번이나 NG를 내는 거 있죠? 아현 언니 얼굴이 다 부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누구도 언니를 도와 말하는 분이 없었어요. 그렇게 마지막에 그 여자분이 고의로 NG를 냈을 때, 도대체 아현 언니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내 언니가 손을 휘두르더라고요.”연예계에서는 빽이 없으면 당하는 게 십상이다.하지만 성혜인은 자신의 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