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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말했잖아, 좋아한다고

뺨을 때리고 나니 온몸에 힘이 쫙 빠지면서 더는 기운을 낼 수 없었다.

반승제의 얼굴에는 손가락 모양으로 선명하게 자국이 났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샤워 볼에 바디워시를 가득 묻히고 성혜인의 몸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손에 핸드워시를 묻혀 성혜인의 두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문질렀다.

성혜인의 몸에는 흔적이 많이 남았는데, 짙고 옅은 것이 한곳으로 모이니 백지장에 그려진 유화처럼 유난히 예뻐 보였다.

반승제의 시선은 그렇게 성혜인의 몸에서 몇 분간 배회하고 나서야 욕조에서 건져 옆에 있는 수건으로 닦았다.

그에게 안겨서 침대로 오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 성혜인은 욕을 퍼부었다.

“짐승!”

하지만 반승제는 그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좋은 시간도 보냈고 욕을 먹는다고 해서 목숨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이불을 덮어주고 나니 심인우에게서 지분 양도 서류 준비를 맞혔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반승제는 옆에 누워있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답했다.

“그래.”

“대표님, 정말 양도하실 겁니까? 만약 반기범 씨께서 반씨 가문 다른 사람 손에 있는 지분까지 얻고 어르신 몫까지 합치게 된다면, BH 그룹의 대표님이…”

“둘째아버지의 속셈이라는 거 알고 있어. 아니면 반승현을 그룹으로 들이지 않았을 거야.”

“반기범 씨가 BH 그룹의 대표가 된다면…”

“할아버지께서 주식을 주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치고 반승제는 손을 들어 미간을 주물렀는데, 다시 덧붙였다.

“준다고 해도 상관없어. 이미 질리도록 앉았어.”

이 자리에 앉게 되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이 그에게 훈계를 두었었다.

이 모든 건 본래 반승우의 몫이어야 하는데, 그가 죽었기에 반승제의 몫이 된 것이라고 말이다.

반승제는 형을 진심으로 존중하나 마음을 나누며 지낼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형의 그늘에 살아왔었고 그로 인해 부대로 몸을 숨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상속자의 자리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반승제는 지금 상업계를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부대에서 목숨을 걸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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