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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냉담한 태도야말로 반승제를 가장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다

반승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혜인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입만 벙긋거리며 토씨 하나 뱉지 못했다.

묵묵히 성혜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성혜인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고 반승제의 각도에서 보면 귓가에 빨간색의 흔적이 선명하다.

어젯밤 반승제가 성혜인의 몸에 남긴 흔적이다.

성혜인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장하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반승제는 한참 서 있다가 침울하게 입을 열었다.

“데려다줄게.”

성혜인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며 운을 뗐다.

“지금 이러는 모습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간주해도 될까요? 만약 정말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우리 오빠를 죽게 한 대가로 반승혜 씨에게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해요.”

“우리 오빠 목숨을 간접적으로 앗아간 동생을 감싸고 있는 건 고사하고 구치소까지 찾아와서 저에게 그런 짐승만도 못한 짓은 하지 말았어야죠.”

성혜인은 덤덤한 말투로 이 모든 걸 뱉어냈다.

사실 화를 낸다는 건 그만큼 상대가 신경 쓰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 어떠한 감정도 없었다.

냉담한 태도야말로 반승제를 가장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다.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마른침을 몇 번 삼키고 나서야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난 몰랐어.”

성혜인은 순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

웃다 보니 더없이 처량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됐어요. 대표님이 사람을 시켜서 감시 카메라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해도 전 끝까지 고소할 거예요.”

반승제는 그 거지가 성혜인의 사촌 오빠일 줄은 몰랐다.

그리하여 두려움은 무한대로 커지고 있는 것이었다.

“대표님도 가족분들도 참 역겨워요!”

이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반승제의 심장에 꽂히게 되었다.

반승제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지만, 곧 덤덤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변하는 모든 과정을 목격했다.

그는 옆으로 다가가 차문을 열고 고집을 부렸다.

“데려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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