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그의 말이 도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순간 반승제는 기분이 많이 좋아진 듯싶었다. 뒤이어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했지만, 전화는 뚝 끊겨버리고 말았다.그 후로 반승제는 줄곧 서류를 정리하며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했다.10분 정도가 지났을까, 그는 성혜인을 떠볼 겸 문자를 보냈다.오직 하나의 물음표를 말이다.「?」하지만 여전히 메시지가 수신되지 못했다는 문구만 나올 뿐이었다.반승제는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의 핸드폰에 적힌 시간을 한 번 보았다.‘내가 10분 전에 전화하지 않았었나?’그 시각, 성혜인은 한서진과의 계약 건으로 하여 바빴다. 때문에 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는 반승제에 관해 완전히 잊어버린 것이었다.계약서 정리가 끝나자 누군가가 한서진을 데리고 나갔다.이 다음 성혜인은 또 현재 한서진의 손에 있는 그 여자에 대해 궁리하기 시작했다. 송아현을 말이다.그녀는 현재 단 한 편의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었는데, 확실히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정규적인 연기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처음 출연한 드라마에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는 건, 그녀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성혜인은 어쩐지 한서진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재능 있는 여자 연예인이라면서, 왜 스스로 데려오지 않는 거지?’그는 이미 TJ 엔터의 수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만약 이렇게 유망한 여자 연예인을 그곳에 남겨둔다면, 반드시 그 재능은 썩게 될 것이다.30분 후.한서진은 자신의 SNS에 S.M과 계약 소식을 전했다.그러자 네티즌들은 다시 들끓었다. 한서진은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매니저이니 말이다.“한서진은 얼마 전 금방 TJ엔터와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나? 이렇게 빨리 S.M과 계약을 맺는다고? TJ는 이렇게 쉽게 그를 놓아주고?”성혜인도 앞서 자신의 SNS 계정을 만들었었는데, TJ엔터와의 일로 개설하자마자 20만 명의 팔로워가 생겼다.곧이어 그
그는 핸드폰을 꺼내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반태승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반태승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반승제는 깊게 숨을 들이쉰 다음, 30초 동안 침묵한 후에야 심인우에게 말했다.“반씨 고택에 오늘 저녁 제가 식사하러 가겠다고 전화해 줘요.”심인우는 곧장 그의 본부대로 행동했다.저녁 7시. 반승제는 제시간에 반씨 고택에 도착했다.반태승은 혼자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바둑판 위에 이미 많은 바둑알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아하니 곧 승패가 갈릴 것 같았다.그는 반태승이 바둑돌을 거두어 다시 자리를 찾아 놓으려 하는 것을 보고, 얼른 새 바둑돌 하나를 집어 판에 놓았다.“바둑은 한번 두면 후회하지 말아야 합니다.”그러자 반태승이 고개를 돌려 반승제를 쳐다보았다.“암, 그렇고 말고, 후회하면 안 되지.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뭐 하러 왔느냐?”나이를 많이 먹을수록 노련해진다고, 반태승은 단번에 오늘 그가 고택에 찾아온 이유를 알아챘다.‘혜인이가 내 말을 잘 들으니, 나한테 도움을 청하러 온게군.’뒤이어 반승제는 시선을 푹 늘어뜨리고 자신이 가져온 선물을 차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할아버지, 이건 할아버지가 가장 원하시던 그림이에요. 제가 외국 경매에서 비싸게 가져온 것입니다.”반태승은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이내 그림을 열어보았다.이 그림은 줄곧 외국의 한 수집가에 의해 세상밖에 나오지 못했다. 그 수집가가 이 그림을 내놓으려 하지 않아 반승제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또한, 이것은 해외에도 그의 자산이 있다는 것을 더욱 증명한다. 심지어 반태승조차도 그의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마음에 드는 그림을 내려놓았으나 반태승은 성혜인에 대한 말은 꺼내지 않고 그저 허허 웃으며 집사에게 음식을 내놓으라 할 뿐이었다.“모처럼 저녁에 이 할애비랑 함께 식사를 다 하려 들고, 마음 좀 썼구나.”자신의 손자가 왜 고택에 왔는지 알면서도, 그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애초에 이 두 사람을 맺어주기 위해 반태승은 일찍이 외국에서 돌
그 말을 듣자 반태승이 피식 냉소했다.“그런 체면 없는 일 나는 못 한다. 내가 그때 혜인이한테 내 손자가 정말 좋은 남자라며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됐냐? 혜인이는 너한테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어.”또 한 번 “칼”에 맞자, 반승제는 굳게 입꼬리를 오므렸다.“할아버지도 손주며느리가 혜인이었으면 싶어 하시잖아요.”그러자 반태승이 또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나는 혜인이한테 억지로 시키지 않을 거야. 너 자신한테 재결합할 방법이 없다면 그냥 이쯤에서 나가거라, 내 식사 방해하지 말고.”반태승은 가차 없이 거절하자, 곧이어 반승제는 진짜로 자리에서 일어섰다.떠날 때는 심지어 기껏 가져온 그 그림을 도로 가져갈 준비를 하며 말이다.“야, 이 개자식아!”화가 난 반태승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반승제는 그제야 그림을 내려놓았다.차로 돌아와, 그는 바깥 경치를 한참 바라보더니 결국 심인우에게 말했다.“네이처 빌리지로 가줘요.”‘이 일은 아무래도 천천히 해야겠군.’...한편, 어느 한 술집.반승혜는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해있었다. 반승제가 페니의 신분을 알고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꾸짖은 다음에는 누구도 그 일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반태승이 그녀에게 정신과 의사를 한 명 불러 주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현재 반승혜의 가장 큰 소원은 바로 반승제와 성혜인이 함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극도로 불안한 나머지 매일 잠을 잘 수도 없어, 지금의 그녀는 알코올을 이용해야만 잠시나마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정신이 온전할 때에는, 자신이 납치범 앞에 무릎을 꿇고 있을 때의 굴욕과 납치범이 자신에게 덤벼들었을 때의 그 역겨움이 매일 떠올랐다.휘청휘청 몸을 겨우 일으키며 반승혜는 그곳을 떠나려 했다. 그때, 뜻밖에도 한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자신을 꽁꽁 싸맨 남자는 술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반승혜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취했지만, 남자가 어설픈 표준어로 묻는 것을 들었다.“성혜인을 아십니까?
하지만 성혜인은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한서진과의 스캔들이 검색어에 오르자 그녀는 일단 회사가 돈을 써 검색어를 내리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S.M 쪽에서 손을 쓰기도 전에 논란이 잠재워졌다.‘누가 내려준 거지?’그녀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어쩔 수 없이 원래의 계획대로 먼저 한서진의 손에 있는 그 송아현이라는 연예인을 찾기 시작했다.성혜인은 몰랐다. 한서진과의 스캔들로 인해 송아현이 자신의 집에서 그녀를 마구 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이 여자는 또 누구야? 쟤가 어떻게 아저씨랑 같이 실검에 올라갈 수가 있어!”“설마 정말 그 여자를 위해서 계약을 해지한 건 아니겠지?”한서진이 떠났기 때문에, 이제 회사에서는 그녀에게 새로운 매니저를 붙여주었다.“일단 네 손에 있는 대본 촬영부터 잘해.”매니저가 그녀에게 충고했다.“내가 그럴 정신이 어디 있어요? 아저씨도 내 옆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잘 찍냐고요. 나 촬영 잘하게 하고 싶으면, 좋아요, 아저씨부터 데려와요!”송아현은 비록 드라마 한 편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SNS 팔로워가 이미 5백만 명을 넘어섰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송아현이 각종 시상식에서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고 여겼고, 더불어 TJ 엔터에서도 그녀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다.전에는 한서진이 있었으므로 송아현은 그 사장들과 술을 마시러 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한서진은 떠났고, 오늘 저녁에도 그녀는 겨우 접대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누군가의 허벅지에 앉혀 만짐을 당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그런데 지금 한서진과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다시 보고 나니, 그녀는 정말 곧 화가 폭발할 것 같았다.“지금 당장 다른 계정 파요. 그리고 SNS에 이 성혜인이라는 작자가 아주 못생기고 늙은 여자라는 소식을 뿌려요!”그러자 매니저는 손을 들어 눈썹을 어루만졌다.“대표님은 일단 네가 촬영에 전념했으면 해.”송아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꺼져요! 매니저도 내 말을 듣
‘못 볼 것 같다고 말은 하는데 마치 나한테 자기는 연기도 잘해 상도 받을 수 있어, 그러니까 빨리 나 스카우트해, 알겠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아... 내 착각인가, 왜 이렇게 절박해 보이지?’「저희 회사는 오늘 한서진 씨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송아현 씨가 한서진 씨 수하의 연예인이시기 때문에 저희도 매우 좋게 보고 있어요. 시간 좀 내서 이야기 나눠봐도 될까요?」송아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당연히 매우 S.M에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한서진이 있으니 말이다.그러나 그녀는 성혜인이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릴 수 없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그 매니저님은 저를 두고 달아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굳이 다시 찾아갈 것 같아요? 허허. 한 매니저님이 있는 곳이라면 저는 절대 가지 않을 겁니다. 제 촬영 방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저는 여우주연상감이니까요. 그럼, 이만.」이 말은 마치 어린아이가 삐진 듯한 말투로 적혀있었다.성혜인은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웠는지라 다시 한번 손에 있는 송아현의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그녀는 올해 20살로 정규적인 연기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첫 작품에서도 살짝 다듬기만 했을 뿐인데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생김새는 딱 보아도 떡잎부터 성공할 자질을 타고난 듯, 한눈에 보기에 놀라운 미녀는 아니지만, 이러한 용모는 화장에 따라 얼마든지 스타일을 바꿀 수 있었다.또한 TJ 엔터에 들어가자마자 한서진의 손에 맡겨진 것으로 보아 TJ 엔터 쪽에서도 그녀를 크게 키우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만약 TJ 엔터가 이와 같은 신인을 발굴한다면, 앞으로 5년 이내에 여자 연예인 중 틀림없이 송아현이 단독으로 1위를 차지할 것이다.성혜인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서둘러 한서진에게 연락하여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다행히 한서진은 S.M과 계약한 첫날부터 늦게까지 회사에 남으며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성혜인 역시 일에 있어 아주 열심히 했고, 바깥의 하늘빛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한
전화를 끊은 후, 장하리는 앞에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손을 내밀어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뜻밖에도 안에서 먼저 문이 열렸다. 방우찬이었다.“하리야, 왜 이렇게 늦었어?”여전히 부드러운 말투였다.장하리는 남자라는 생물이 정말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밤새 비열한 일을 하고도 이리 부드러운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입을 벌려보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러자 방우찬이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소파에 앉혔다.“맞춰봐, 이번에는 내가 뭘 선물로 사 왔게?”장하리는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우찬은 이내 주머니에서 정교한 디자인의 팔찌를 꺼냈는데 유명 브랜드의 제품으로 대략 600만 원쯤 하는 것이었다.사실 그녀는 주택담보대출 문제로 인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장하리는 줄곧 자신에게 가혹했다.방우찬은 그녀를 달래며 팔찌를 장하리의 손목에 끼워주었다. “미안해, 아침에 너한테 화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근데 나 좀 이해해 주면 안 될까? 요즘 정말 일이 바쁘기도 하고 만나는 손님도 많고 어떤 괴팍한 사람들은 나를 힘들게도 하거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나 봐, 미안해, 애기야.”장하리는 고개를 숙이고 손목의 팔찌를 보았지만, 어쩐지 전혀 기쁘지 않았다.그때, 김정순이 집 안에서 걸어 나오다가 그녀의 손목에 있는 팔찌를 보고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어머, 이 비싼걸! 이거 600만 원 정도 하는 거 아니야? 아들 돈 좀 아껴.”“어머니, 제가 어머니에게 줄 선물도 사 왔으니 그만 하세요.”“그래? 뭐 그럼...”방우찬은 또 선물을 꺼내 김정순에게 건네주었다.그것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황금 팔찌로, 약 2000만 원 정도 하는 것이었는데, 장하리도 마침 이 디자인을 본 적이 있었다.“어머니 팔찌는 매우 싼 거야. 지금은 황금이 1g에 몇만 원밖에 안 하잖아, 이 팔찌는 약 200만 원 정도야. 반면에 네 팔찌는 어머니 것보다 두 배나 비싸.”그 말인즉, 방우찬은
장하리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씩 입꼬리를 올렸다.“오빠는 나보다 학력이 높지. 그래서 예전에 나는 내가 오빠한테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오빠는 나한테 턱없이 부족해. 그러니 이쯤에서 파혼하자.”부족하다는 말에 방우찬은 자극을 받았다.그는 제원대를 졸업했지만, 반면 장하리는 일반 대학교 출신이었다. 그런 그가 장하리에게 부족한 사람이라니?게다가 그의 월급은 결코 적은 게 아닌데 말이다.방우찬은 자신이 바람피운 것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그래, 인제 보니 너 더 좋은 선택지가 생긴 거구나? 그래서 변한 거였어. 하리야, 나는 네가 이런 사람일 줄 정말 꿈에도 몰랐다.”그가 피식 냉소했다. 오히려 상대방의 탓을 하며 되레 물을 끼얹는 건 남자들이 가장 즐겨 쓰는 수단이다.이제 장하리는 그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예전의 자신이 얼마나 두껍게 콩깍지가 씌어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방우찬과 함께 한 장장 7년이라는 청춘을 낭비한 것이다!“더 좋은 선택지가 생긴 건 내가 아니라 오빠 아니야? 제원대에서 이런 거나 배운 거야? 선생님들이 이 소식을 들으시면 참 마음 아프시겠네. 대체 졸업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제원대를 갖고 허세 부리는 거야? 제원대가 오빠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인가 보지? 우리 학교가 제원대랑 비교할 레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오빠보다 돈을 적게 버는 건 아니야. 걸핏하면 학교로 나를 압박하는데... 그건 오빠한테나 업적이지,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이 말에 방우찬은 어리둥절해져서 한동안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장하리는 시원하기도 하면서 또 한편 고통스럽기도 했다.사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이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단지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인내하고 있었을 뿐.“오빠, 홍규연과의 일은 더 부정할 필요 없어. 내 동료들도 봤고, 또 다른 사람이 사진도 찍었으니까. 어젯밤 나는 오빠 차를 뒤따라갔었어. 오빠가 너무 급하게 그 여자를 보러 가는 바람
오늘 밤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성혜인이 그녀에게 물었다. “해결됐어요?”장하리는 온몸이 다 젖은 탓에 재채기하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해결됐습니다.”하지만 그녀는 성혜인에게 6억 원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그래요, 오늘 밤은 우선 내가 있는 곳에 가기로 하고, 만약 머물 곳이 없다면 회사 연예인들이 지내는 단지에 방 하나 고르면 돼요.”성혜인이 연예인들의 집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원의 집값은 월급의 절반을 내야 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장하리도 딱히 갈 곳이 없었던지라 고개를 끄덕였다.“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하리는 그녀의 비서이자 능력 있는 여자였다. 이런 여자는 절대 한 남자 때문에 무너질 리 없었다.얼마 후, 두 사람은 포레스트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성혜인은 개 짖는 소리를 들었고, 곧이어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붙잡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장하리는 강아지를 아주 좋아하지만, 방우찬이 싫어하기 때문에 줄곧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다.그래서 겨울이를 본 순간,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사장님 강아지도 기르셨어요?”“네, 얘는 겨울이라고 해요. 아주 장난기가 많죠.”장하리는 몸을 웅크리고 겨울이의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겨울이는 털도 매끈하고 눈도 초롱초롱한 게 아주 건강해 보였다.한참을 보고 있는데, 장하리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성혜인은 그녀가 감정을 표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7년의 감정이 하룻밤 사이에 부정당하고 이제야 남자의 실체를 알게 됐는데 어찌 순식간에 좋아질 수 있겠는가.“저는 이만 야근 하러 가봐야 해서, 아주머니한테 방 마련해달라고 할게요. 장비서는 여기서 겨울이랑 놀다가 들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씻고 나서는 푹 쉬어요, 아무 생각 말고. 장비서, 내가 약속할게요. S.M은 장래에 반드시 큰 회사로 거듭날 겁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