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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어

그 말을 듣자 반태승이 피식 냉소했다.

“그런 체면 없는 일 나는 못 한다. 내가 그때 혜인이한테 내 손자가 정말 좋은 남자라며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됐냐? 혜인이는 너한테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어.”

또 한 번 “칼”에 맞자, 반승제는 굳게 입꼬리를 오므렸다.

“할아버지도 손주며느리가 혜인이었으면 싶어 하시잖아요.”

그러자 반태승이 또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혜인이한테 억지로 시키지 않을 거야. 너 자신한테 재결합할 방법이 없다면 그냥 이쯤에서 나가거라, 내 식사 방해하지 말고.”

반태승은 가차 없이 거절하자, 곧이어 반승제는 진짜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떠날 때는 심지어 기껏 가져온 그 그림을 도로 가져갈 준비를 하며 말이다.

“야, 이 개자식아!”

화가 난 반태승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반승제는 그제야 그림을 내려놓았다.

차로 돌아와, 그는 바깥 경치를 한참 바라보더니 결국 심인우에게 말했다.

“네이처 빌리지로 가줘요.”

‘이 일은 아무래도 천천히 해야겠군.’

...

한편, 어느 한 술집.

반승혜는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해있었다. 반승제가 페니의 신분을 알고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꾸짖은 다음에는 누구도 그 일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

반태승이 그녀에게 정신과 의사를 한 명 불러 주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현재 반승혜의 가장 큰 소원은 바로 반승제와 성혜인이 함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극도로 불안한 나머지 매일 잠을 잘 수도 없어, 지금의 그녀는 알코올을 이용해야만 잠시나마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정신이 온전할 때에는, 자신이 납치범 앞에 무릎을 꿇고 있을 때의 굴욕과 납치범이 자신에게 덤벼들었을 때의 그 역겨움이 매일 떠올랐다.

휘청휘청 몸을 겨우 일으키며 반승혜는 그곳을 떠나려 했다. 그때, 뜻밖에도 한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

자신을 꽁꽁 싸맨 남자는 술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반승혜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취했지만, 남자가 어설픈 표준어로 묻는 것을 들었다.

“성혜인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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