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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그 좋아한다는 감정에는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그때,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네가 예전에 얼마나 많은 남자랑 사귀었는지 개의치 않아. 하지만 앞으로는 전부 끊어내야 할 거야.”

그러자 성혜인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반승제를 바라보았다.

“저랑 대표님이 무슨 사이인데요?”

그 물음에 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성혜인은 이를 너무 꽉 깨문 나머지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

“대표님이 저를 이곳에 데리고 온 건, 그저 저 때문에 감염이라도 될지 걱정돼서 그런 거겠죠. 대표님은 마음속으로 저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저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한다고요? 너무 우습지 않아요?”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그 좋아한다는 감정에는 그 어떤 믿음도 찾아볼 수 없어요!”

‘그래봤자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성혜인은 붉어진 눈시울로 뚫어져라 반승제를 쳐다보았다.

“앞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 주세요, 제발 저 방해 하지 마시고요.”

반승제는 제자리에 멍해 있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그냥 검사 좀 해본 게 이렇게 큰 상처로 남을 일인가? 만약 병이 있다면 가서 치료받으면 되지, 애초에 나는 자기를 미워한 적도 없는데... 다행히 병이 없어서 좋은 거지만...’

병원 밖으로 나오자, 성혜인은 화가 난 나머지 가슴이 지끈지끈 아파 났다.

반승제는 항상 이렇다. 항상 이리도 가볍게 그녀의 존엄성을 무너뜨린다.

이내 그녀는 손을 휘둘러 택시를 잡았다. 어쩐지 입안에는 온통 피비린맛이 감도는 것 같았다.

아래로 내려온 반승제 역시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것을 보자 약간 화가 났다.

차로 돌아온 뒤, 셔츠 단추를 몇 개 풀고 나서야 반승제는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운전하세요.”라고 말했다.

‘내가 너무 쫓아다녀서 나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건가? 여자라는 생물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군... 일단 며칠 동안 지켜보는 수밖에.’

...

성혜인은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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