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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뛰어내리다

“오빠, 먼저 좀 쉬고 있어. 아직 이렇게 흥분하면 안 돼.”

임남호는 새우처럼 몸을 감싼 채 입술까지 파르르 떨고 있다.

“정말 너무 무서웠어. 총도 들고 칼도 엄청나게 많았어. 문 앞까지 기어간 엄마를 억지로 잡아당겨 오면서 물건을 찾으려고 했어. 그 사람들에게 중요한 물건인 거 같았는데, 그래!도장이라고 했어. 도장만 얻으면 조직의 두목이 될 수 있다고 그걸 내놓으라고 했어.”

한참이나 혼잣말하더니 텅텅 비어 있는 다리를 만지며 목소리까지 떨렸다.

“다리가 없어. 어떡해? 내 다리 없어졌어. 혜인이 찾아가야 해. 가서 밥 먹을 돈도 없다고 배고프다고 할 거야.”

처참하기 그지없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혜인은 울컥했다.

“오빠, 이제 나 찾았으니 괜찮아.”

그녀의 말에 위안받았는지, 임남호는 점점 안정되었다.

성혜인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감정을 조절하느라 애를 썼다.

“먼저 쉬고 있어. 내가 알아서 간병인 보낼 테니까 오빠는 일단 건강에만 신경 쓰고 있어. 그동안 너무 말랐어.”

뼈가 앙상할 정도로 마른 그는 본래의 모습을 거의 다 잃은 것만 같았다.

“반씨 가문 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어떻게든 반승혜 감옥에 보낼 거야.”

“그래. 혜인이 너만 믿을게.”

그러자 성혜인은 그를 향해 한 번 웃었다.

“나 회사에 가봐야 해. 퇴근하고 오빠 보러 올게.”

“그래. 혜인이 너만 믿을게.”

고개를 끄덕이고 의사에게 제일 비싼 영양식으로 부탁했다.

지금 가장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임남호의 몸부터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의사의 답을 듣고 나서야 성혜인은 병실에서 몸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래층에 막 도착했는데, 위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누군가가 병원 잔디밭 옆에 있는 가로등에 그대로 꽂히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임남호이다.

임남호는 성혜인의 앞에서 뛰어내렸다.

머리가 멍해지면서 땅에 주저앉을 뻔했고 앞으로 다가가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물끄러미 피로 물들인 가로등을 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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