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보게 된 반승제도 화가 치밀어 올라 두 눈에 살의가 번쩍거리는 듯했다.“왜?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성혜인은 침대에 앉아 입을 꾹 다물었다.이때, 옆에 있던 경찰이 침묵을 깨뜨렸다.“이제 반승제 씨와 함께 떠나셔도 됩니다.”성혜인은 마치 못 들은 것처럼 눈까지 지그시 감았다. 그러자 반승제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듯했다.반씨 가문에서 성혜인을 괴롭힐까 봐 주저 없이 10%나 되는 지분을 내놓으며 지켜주고 있는데, 겨우 이런 태도로 자기를 대하니 말이다.“네가 바라던 사람이 설우현이야?”이름을 듣게 되는 순간 성혜인의 눈초리는 살짝 떨렸다.그녀가 바라는 사람이 설우현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제대로 폭발하여 성혜인을 단번에 끌어 당겼다.“실망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근데 맨날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있는 설우현이 뭐가 아쉽다고 널 생각 하겠어.”성혜인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침울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반승제를 보는 것만으로 화가 났다.점점 화가 극으로 달리고 있는 반승제는 눈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한겨울의 칼바람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하지만 결국엔 먼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어 성혜인의 손을 잡았다.인제 그만 실랑이를 벌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러나 성혜인은 그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지금 이게 무슨 뜻이야?”“반 대표님, 그냥 가세요. 저 대표님 필요 없어요.”말을 마치고 침대에 드러누워 등을 돌리기까지 하며 완강하게 거절하는 태도를 보였다.반승제는 문 앞에 서서 성혜인을 잠시 바라보더니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지금 나오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그러자 성혜인은 몸을 새우처럼 말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반승제도 문을 닫아버리고 양복도 벗어 던지며 범인을 정탐하는 작은 창문까지 막아버렸다.모든 걸 마치고 나서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는데, 우아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두 눈은 여전히 어둡기 짝이 없고 잔혹하고 차가운 느
뺨을 때리고 나니 온몸에 힘이 쫙 빠지면서 더는 기운을 낼 수 없었다.반승제의 얼굴에는 손가락 모양으로 선명하게 자국이 났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샤워 볼에 바디워시를 가득 묻히고 성혜인의 몸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마지막으로 손에 핸드워시를 묻혀 성혜인의 두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문질렀다.성혜인의 몸에는 흔적이 많이 남았는데, 짙고 옅은 것이 한곳으로 모이니 백지장에 그려진 유화처럼 유난히 예뻐 보였다.반승제의 시선은 그렇게 성혜인의 몸에서 몇 분간 배회하고 나서야 욕조에서 건져 옆에 있는 수건으로 닦았다.그에게 안겨서 침대로 오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 성혜인은 욕을 퍼부었다.“짐승!”하지만 반승제는 그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다.어차피 이미 좋은 시간도 보냈고 욕을 먹는다고 해서 목숨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이불을 덮어주고 나니 심인우에게서 지분 양도 서류 준비를 맞혔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반승제는 옆에 누워있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답했다.“그래.”“대표님, 정말 양도하실 겁니까? 만약 반기범 씨께서 반씨 가문 다른 사람 손에 있는 지분까지 얻고 어르신 몫까지 합치게 된다면, BH 그룹의 대표님이…”“둘째아버지의 속셈이라는 거 알고 있어. 아니면 반승현을 그룹으로 들이지 않았을 거야.”“반기범 씨가 BH 그룹의 대표가 된다면…”“할아버지께서 주식을 주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 반승제는 손을 들어 미간을 주물렀는데, 다시 덧붙였다.“준다고 해도 상관없어. 이미 질리도록 앉았어.”이 자리에 앉게 되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이 그에게 훈계를 두었었다.이 모든 건 본래 반승우의 몫이어야 하는데, 그가 죽었기에 반승제의 몫이 된 것이라고 말이다.반승제는 형을 진심으로 존중하나 마음을 나누며 지낼 수 없었다.어렸을 때부터 형의 그늘에 살아왔었고 그로 인해 부대로 몸을 숨기기도 했기 때문이다.만약 상속자의 자리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반승제는 지금 상업계를 뒤흔드는것이 아니라 부대에서 목숨을 걸고 있을
“그냥 좋아하는 거야.”반승제의 대답은 사랑이 아니었고 온시환도 이에 한숨을 돌렸다.“알았어. 그래도 한 번만 더 말할게. 후회하는 일 만들지 마. 모든 일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특히 혜인 씨 같은 여자는 새장에 갇힌 카나리아처럼 대하면 안 돼. 훨훨 날아갈 수 있게 자유를 줘야 너에 대한 마음이 더 커져.”“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좋아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옆에 꽁꽁 묶어 놔야 한다는 것이 반승제의 마인드다.반승제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숙여 성혜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오랜만에 너무 힘들게 괴롭힌 바람에 성혜인은 줄곧 깨나지 않았다.그도 천천히 침대에 누워 성혜인을 품에 꽉 끌어안았는데, 그제야 편안함이 들었다.반승제의 성질대로라면 고마움을 느끼게끔 구치소에서 좀 더 고생하게 놔두고 구세주처럼 등장해야 하는데, 회의실에서 도통 한 글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혼자서 슬프게 울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가득했다.도저히 마음을 잡을 수 없었고 머릿속에 온통 성혜인으로 가득 찼다.설우현에게 걸려 온 전화는 그에게 아주 좋은 핑계가 되었고 주저 없이 차를 몰고 달려갈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성혜인을 품에 안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그가 가장 원하던 것이다.“성혜인?”반승제는 성혜인을 한 번 불렀는데, 깊이 자는 바람에 아무런 답도 없었다.10분이 지나고 나서 그는 나지막이 다시 입을 열었다.“혜인아?”이렇게 부르고 싶은지 오래되었지만, 깊이 잠들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부를 수 있었다.비록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지만, 반승제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그렇게 또 10분이 흘러서야 마음 놓고 크게 불렀다.“혜인아?”“혜인아?”그러자 성혜인은 귀찮아하며 소리를 질렀다.“시끄러워요!”반승제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어젯밤에 들려온 “혜인아”라는 소리는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반승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혜인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입만 벙긋거리며 토씨 하나 뱉지 못했다.묵묵히 성혜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성혜인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고 반승제의 각도에서 보면 귓가에 빨간색의 흔적이 선명하다.어젯밤 반승제가 성혜인의 몸에 남긴 흔적이다.성혜인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장하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반승제는 한참 서 있다가 침울하게 입을 열었다.“데려다줄게.”성혜인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며 운을 뗐다.“지금 이러는 모습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간주해도 될까요? 만약 정말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우리 오빠를 죽게 한 대가로 반승혜 씨에게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해요.”“우리 오빠 목숨을 간접적으로 앗아간 동생을 감싸고 있는 건 고사하고 구치소까지 찾아와서 저에게 그런 짐승만도 못한 짓은 하지 말았어야죠.”성혜인은 덤덤한 말투로 이 모든 걸 뱉어냈다.사실 화를 낸다는 건 그만큼 상대가 신경 쓰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 어떠한 감정도 없었다.냉담한 태도야말로 반승제를 가장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다.천천히 눈을 감으며 마른침을 몇 번 삼키고 나서야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미안해. 난 몰랐어.”성혜인은 순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황홀한 느낌이 들었다.웃다 보니 더없이 처량 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됐어요. 대표님이 사람을 시켜서 감시 카메라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해도 전 끝까지 고소할 거예요.”반승제는 그 거지가 성혜인의 사촌 오빠일 줄은 몰랐다.그리하여 두려움은 무한대로 커지고 있는 것이었다.“대표님도 가족분들도 참 역겨워요!”이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반승제의 심장에 꽂히게 되었다.반승제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지만, 곧 덤덤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변하는 모든 과정을 목격했다.그는 옆으로 다가가 차문을 열고 고집을 부렸다.“데려다줄게.”
반승혜는 이제 막 상처 치료를 끝냈고 성혜인이 평생 감옥에 있을 줄만 알았다.하지만 10분 전에 사촌 오빠인 반승제가 BH 그룹 지분 10%를 내놓으면서 성혜인을 구해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그리고 지금 정신 병원으로 옮기라는 전화까지 걸려 왔다.“싫어! 안 가! 이게 다 성혜인 때문이야! 그 X이 오빠 꼬시는 바람에 오빠가 이러는 거라고! 흑흑흑, 할아버지 만날 거야! 할아버지 불러줘!”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반승혜는 두 사람에게 꽉 잡혀 차에 실리게 되었다.울음이 끊이지 않고 모습도 낭패하기 그지없었고 이마의 상처까지 터져버렸다.차창에서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오를 때, 반승혜는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꺼져! 꺼져!”“내 몸에 손대지 마!”반승혜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지 한참 되었다.아름다웠던 세상만큼 와르르 무너지고 난 지금은 어둡기 그지없다.무너진 세상을 받아들일 수 없어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만 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성혜인을 미워하는 것이다.성혜인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지만, 인간은 본래 복잡한 동물이고 인성 또한 그러하다.반승혜는 정신 병원으로 끌려가는 내내 차에서 소리를 질렀다.“제발 건드리지 말아주세요!”“꺼져! 살려줘! 누가 나 좀 살려줘!”“성혜인! 성혜인, 너 어디에 있어!”멘탈이 극도로 붕괴하자 끝끝내 가장 외치고 싶었던 그 이름을 뱉게 되었다.서천 빌딩에 있었던 그날도 반승혜는 자기를 구해 줄 성혜인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원했다.기도하면서 성혜인을 기다렸고 나타나기만 하면 일생의 부귀영화를 남김없이 넘겨주려고 했다.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본때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다짐하며 목이 빠지게 기다렸지만,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남자는 벌써 몇 번이나 끝냈지만, 성혜인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건드리지 마!”반승혜는 차 끝에 숨어 부들부들 떨고 있다.그날에 있었던 그 일은 반승혜가 주동적으로 움직였던 것이지만, 정신을 차리고 살고 나니 받아들이기 힘들
성혜인이 쓸데없이 착한 것이 아니라 자세히 생각해 보면 삼촌도 숙모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그들은 평생 서천을 떠난 적도 없고 주위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다.주위 사람들이 아들에게 신경을 쏘아 붇자, 그들도 마찬가지로 아들을 더없이 신경 쓰기 시작했다.게다가 하진희는 남자아이를 품고 있었기에 그때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도 정상이다.그들이 악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바라본 세상이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다.성혜인은 홧김에 모든 사람을 차단했지만,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이 이러한 광경일 줄은 몰랐다.하나도 아닌 네 개나 되는 묫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앉아있다가 일어섰다.오래 앉은 바람에 다리는 이미 저리기 시작했고 살짝 문지르고 나서 산에서 내려와 차를 몰고 떠나려 했다.그러나 차 문을 당기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 한 대가 보였는데, 아주 평범한 차였다.이 시간대에 이곳으로 올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다른 한 대의 차 안에 반승제가 앉아 있다.차창을 살짝 내리자 바람이 틈 사이로 살랑살랑 불어왔다.차창 아래는 담배꽁초가 여러 개나 널브러져 있는데, 이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만약 고급 차를 몰고왔다면, 성혜인은 자기를 밀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하여 서천으로 도착하자마자 책임자를 찾아 차를 바꿔 탔다.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성혜인은 아마 하늘에 리조트로 가서 묶을 것이다.반승제는 이미 리조트에 전화했고 지금 하늘에 리조트로 가서 우연히 만난 척하면 된다.그럼, 성혜인도 우연인 줄 알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성혜인의 차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반승제는 액셀을 밟을 수 있었다.그렇게 한 시간 넘게 운전해서 서천군으로 이르렀다.성혜인에게 들통날까 봐 그는 아무런 목적 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녔다.성혜인이 다녔던 고등학교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또 학교로 핸들을 꺾었다.하지만 날이 어두워져 학교의 모습이 제대로 보
성혜인은 지금 한창 임동원의 회사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다.임동원의 유품을 정리해야 하는데, 정리할 사람이 없었고 누군가가 뒷일을 책임지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연락한 것이다.성혜인은 그곳으로 달려가 잡물 속에서 임동원의 물건을 뒤졌는데, 쓸모 있는 물건이 없었다.유분함을 들고 서천의 강가를 따라 하늘에 리조트로 가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자기를 미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보면 아무도 없었다.등골이 오싹해져 걸음을 재촉했는데, 긴장한 나머지 녹지대를 지날 때 강이 있는 방향에 따라 넘어졌다.무려 5, 6미터나 미끄러졌는데, 다행히 심각하지는 않아 아프지 않았다.이제 막 일어나려고 하는데, 길가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성혜인, 괜찮아?”“성혜인!”순간 환청이 들린 줄 알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한 남자가 갑자기 불쑥 나타났다.길은 아주 미끄럽고 어젯밤에 비가 내린 바람에 질퍽거려 걷기 어렵다.반승제는 본래 달려가려고 했지만, 구두를 신은 바람에 10미터 가까이 미끄러지고 성혜인의 위치보다 더욱 낮은 위치에 처해 있으며 이미 물속에 조금 잠겼다.성혜인은 녹지대에 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왜 여기에 계세요?”반승제는 고개를 숙이고 바짓가랑이에 묻은 흙을 씻으며 못 들은 척했다.성혜인은 화가 나기만 하여 유분함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대표님, 지금 저 미행하는 거예요?”“아니.”“근데 왜 여기에 계세요?”“서천에 있는 프로젝트에 차질이 좀 생겨서 왔어. 하늘에 리조트에 입주하면서 너도 여기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성혜인은 반신반의하며 그를 한 번 흘겨보고는 시선을 거두고 위로 올라갔다.반승제도 강가에서 일어섰는데, 바짓가랑이도 신발도 모두 흠뻑 젖었다.그는 한쪽의 작은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성혜인은 그의 앞에 있지만, 작은 길로 가지 않아 나뭇가지에 발이 긁혀 넘어졌다.그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유분함도 날아가고 턱까지 땅에 데일 뻔했다.반승제는 황급히 성
성혜인으로부터 아픈 말을 듣게 될까 봐 문을 급히 닫아버렸다.가시가 가득 박혀 있는 말을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다.문을 닫고 나서 문 옆에 잠시 서 있었는데, 직원이 성혜인에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손님, 야식 필요하십니까? 저희 리조트 주방장님께서 특별히 끓인 야채수프가 있는데, 피부에도 좋고 위에도 부담이 없다고 합니다.”성혜인은 본래 필요 없다고 하려고 했는데, 야채수프라는 말에 흥미가 돋아났다.“어디로 가면 먹을 수 있나요?”“저희가 방으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도 살짝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직원은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준비하겠습니다.”반승제는 문가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천천히 소파로 다가갔다.리조트의 방음 처리는 잘 되어 있지만, 조금 전에 성혜인이 씻고 있을 때, 물소리까지 똑똑히 들렸다.물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머릿속에는 침대 위에 있는 성혜인의 아리따운 모습이 떠오르게 되었다.그는 지금껏 자기가 이렇게 욕정이 많은 남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욕실로 들어가서 샤워하고 가운을 걸치고 나왔는데, BK사의 이선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반 대표님, 재무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재료값에 차질이 생겼다고 합니다. 페니 씨와 직접 맞춰보고 싶어서 채팅방을 열었는데, 한 번 자리 만들어서 체크해도 되겠습니까?”이런 실수를 한다는 것은 모든 회사에 있어서 범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이선은 이미 벌컥 화를 낼 반승제의 모습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수화기 너머 잠시 침묵만 흐르더니 소리가 들려왔다.“네.”이선은 늘 반승제가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네이처 빌리지 인테리어를 끝 낸 지 몇 달이나 지났고 이제야 문제를 발각했으니 BK사의 실책이 확실하다.반승제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 보았는데, 막 열린 채팅방이 보였고 성혜인의 프로필 사진이 떠올랐다.두 사람은 서로 추가한 상태이기에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