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먼저 좀 쉬고 있어. 아직 이렇게 흥분하면 안 돼.”임남호는 새우처럼 몸을 감싼 채 입술까지 파르르 떨고 있다.“정말 너무 무서웠어. 총도 들고 칼도 엄청나게 많았어. 문 앞까지 기어간 엄마를 억지로 잡아당겨 오면서 물건을 찾으려고 했어. 그 사람들에게 중요한 물건인 거 같았는데, 그래!도장이라고 했어. 도장만 얻으면 조직의 두목이 될 수 있다고 그걸 내놓으라고 했어.”한참이나 혼잣말하더니 텅텅 비어 있는 다리를 만지며 목소리까지 떨렸다.“다리가 없어. 어떡해? 내 다리 없어졌어. 혜인이 찾아가야 해. 가서 밥 먹을 돈도 없다고 배고프다고 할 거야.”처참하기 그지없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혜인은 울컥했다.“오빠, 이제 나 찾았으니 괜찮아.”그녀의 말에 위안받았는지, 임남호는 점점 안정되었다.성혜인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감정을 조절하느라 애를 썼다.“먼저 쉬고 있어. 내가 알아서 간병인 보낼 테니까 오빠는 일단 건강에만 신경 쓰고 있어. 그동안 너무 말랐어.”뼈가 앙상할 정도로 마른 그는 본래의 모습을 거의 다 잃은 것만 같았다.“반씨 가문 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어떻게든 반승혜 감옥에 보낼 거야.”“그래. 혜인이 너만 믿을게.”그러자 성혜인은 그를 향해 한 번 웃었다.“나 회사에 가봐야 해. 퇴근하고 오빠 보러 올게.”“그래. 혜인이 너만 믿을게.”고개를 끄덕이고 의사에게 제일 비싼 영양식으로 부탁했다.지금 가장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임남호의 몸부터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이다.의사의 답을 듣고 나서야 성혜인은 병실에서 몸을 돌릴 수 있었다.그러나 아래층에 막 도착했는데, 위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누군가가 병원 잔디밭 옆에 있는 가로등에 그대로 꽂히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임남호이다.임남호는 성혜인의 앞에서 뛰어내렸다.머리가 멍해지면서 땅에 주저앉을 뻔했고 앞으로 다가가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물끄러미 피로 물들인 가로등을 보고만 있었다.주위에 있던
성혜인은 임남호가 사고를 당했던 지역을 조사해 보라고 시켰고 부하들은 빠르게 그 지역을 찾아냈다.주변에는 감시 카메라가 확실히 많았고 이런 곳에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을 보면 반승혜는 이 일로 초래될 결과를 생각하지 않은 것도 보였다.다만 임남호를 괴롭히게 하고 싶었던 마음뿐이었다.성혜인은 그중 한 감시 카메라의 책임자를 찾았는데, 책임자는 우물쭈물하며 그날의 자료를 넘기려 하지 않았다.“혹시 명령이라도 받았습니까?”책임자는 순간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죄송합니다. 그 지역의 영상은 이미 삭제되었고 그날 밤과 관련된 자료도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한발 늦으셨습니다.”성혜인은 포기 하지 않고 다른 곳의 책임자도 찾아가 보았지만, 영상은 정말로 깨끗하게 삭제되었다.기분이 가라앉았지만, 반승제 쪽에서 처리한 일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행여나 그들에게 잊혀진 감시 카메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자세히 훑어보았지만, 단 하나도 없었다.반승제라는 사람은 본래 일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차로 돌아온 성혜인은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핸들을 꽉 잡아당겼다.가슴도 벌렁벌렁 뛰고 있는데, 반승혜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혜인 씨, 감시 카메라 찾아보러 갔다면서요?”성혜인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반승혜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오빠가 벌써 사람 시켜서 다 지웠어요. 평생 찾아다녀도 찾을 수 없다는 말이에요. 저 지금 반씨 저택에 있는데, 여기로 와서 얘기 좀 할래요?”“우리 사이에 얘기할게 남았나요? 저를 그렇게 싫어하시면서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어요?”“오든지 말든지 혜인 씨 마음대로 하세요. 다만 백화점에 있을 때, 납치범이 나눴던 대화가 갑자기 생각났거든요. 혜인 씨 엄마에 관한 얘기인 것 같았어요.”이것은 미끼이다.성혜인은 임남호에게서 임지연이 살아 있을 확률은 아주 낮다고 들었지만, 반승혜가 지금 이 말을 하는 것은 우연히 들어맞은 것이다.그리하여 승혜인은 반씨 저택으로 향했고 마침 반승혜
반씨 가문 사람들은 반씨 저택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알게 되었다.이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반씨 가문에는 여러 가지 일로 엉망진창인 상태였다.반태승에게 쫓겨 제원을 떠나야만 했던 반기태, 그리고 그런 일을 당했던 반승혜, 지금은 백연서까지 사고를 당했다.한창 회의 중에 있던 반승제는 반씨 저택의 하인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백연서가 지금 병원에 실려갔고 생명이 위독하다고 말했다.그리고 반승혜는 과도한 충격으로 또다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누가 그런 겁니까?”“성혜인 씨입니다.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합니다.”성혜인의 이름을 듣고 반승제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되물었다.“누구라고요?”“성혜인 씨가 했다고요. 오늘 아가씨와 사모님 찾으러 왔는데, 싸움으로 번져지면서 홧김에 사모님을 아래로 밀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꽃병을 던져 아가씨까지 다치게 했습니다. 저희 왔을 때, 성혜인 씨의 손에 꽃병이 쥐여 있었습니다.”성혜인은 절대 그런 잔혹한 일을 할 리가 없는데, 하인은 성혜인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저희가 알아서 신고했고 경찰에서 성혜인 씨를 데리고 갔습니다. 반 대표님, 사모님 뵈러 병원으로 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백연서는 반승제의 친 어머니이다.어두운 얼굴로 전화를 끊고 나서 회의까지 중단하고는 사무실로 돌아가 외투를 가지고 주저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차에 오를 때, 그는 그만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알렸다.“할아버지에게는 먼저 알리지 마세요.”반태승은 요즘 여러 충격을 받았는데, 만약 백연서와 반승혜에게 일을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쓰러질지도 모른다.반승제는 우선 병원으로 향했다.백연서는 응급실에서 아직 나오지 못했고 생명이 위독하다는 것도 사실이었다.그리고 반승혜는 진정제를 맞고 이마에 상처를 봉합하고 있다.상처가 제대로 아문다고 해도 기나긴 흉터가 생길 것이 뻔하다.워낙 얼굴을 소중히 가꾸는 반승혜인데, 앞으로 흉터로 인해 영향을 많이 받을
빈승제는 여전히 덤덤한 모습을 보이며 손으로 얼굴을 만지더니 침착하게 말했다.“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포기한 걸 형도 알게 되면 아마 기뻐할 거예요.”반희월은 순간 말 문이 막혀 입만 벙긋거렸다.반씨 가문에는 이렇게 치정인 남자가 없고 반기범과 반기태도 밖에 집을 따로 두고 있다.때문에 그가 성혜인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반승제는 고개를 들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바라보았다.“주식양도 서류는 심 비서에게 맡길 거예요. 응급처치 끝나고 나면 알려 주세요.”말을 마치고 그는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반희월은 그만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지금 위독한 사람이 네 어머니다. 승제야, 네 어머니가 누워있는데, 이렇게 급하게 떠나야만 하니?”“고모, 여기 서 있는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건 없잖아요.”순간 반희월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눈앞에 있는 반승제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하기에는 반씨 가문의 모든 것을 잘 처리한 반승제이다.하지만 그에게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감정이 너무 적다.가족애도 사랑도 그에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감정들이다.하지만 또 성혜인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있는데, 과연 지금 그가 하고 있는 희생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모를까?성혜인을 좋아하고 있을뿐더러 사랑하고 있다.…반승제는 이미 병원에게 걸어 나왔고 그러한 감정이 사랑인지 뭔지 자기도 모른다.다만 성혜인이 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뿐이다.차에 올라 그는 경찰서로 향하지 않았다.교훈으로 삼아 며칠 동안 고생을 하게끔 가만히 두다가 다시 나오게 하면 그에게 더욱 감격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는 사업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수단인데, 부하의 진급 과정을 길게 늘이면 더욱 많은 충심을 얻게 된다.차를 몰고 BH 그룹으로 돌아가는데, 너무 냉정한 자기 모습에 자신도 놀라웠다.하지만 고개를 숙여 핸들을 보았는데, 핸들을 잡고 있는 두 손은 어느새 핏줄이 가득 설 정도로
장하리와 한서진이 떠나고 나서 성혜인은 다시 방으로 갇혀버렸다.장하리는 스카이웨어로 곧장 달려갔다.네이버에서 설우현의 이름을 검색하자마자 이미지가 떠올라 사진을 들고 그를 찾아 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설우현이 여자를 품에 안고 걸어오는 모습이 시선으로 들어왔다.그리고 여자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이 어슴푸레 들렸다.“영화 보지말고 날 봐. 내가 더 재미있게 해줄게.”장하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에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설우현 씨.”의심을 잠시 거두고 장하리는 한걸음에 다가가 설우현을 막았다.그러자 설우현은 여전히 눈가에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누구세요?”“사장님이 경찰서에 잡혀갔는데, 저보고 설우현 씨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하셨습니다.”“사장님이 누구십니까?”“성혜인 사장님이십니다.”순간 설우현의 얼굴에 만발했던 웃음은 가뭇없이 사라졌고 여자의 허리도 풀어주며 말투도 제법 진지해졌다.“일단 제 차에 타세요. 가면서 얘기해요.”장하리는 그와 함께 차에 올라 옆 좌석에 앉았다.설우현은 차 문을 닫고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쥐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반씨 가문과 관련되어 있는데, 반승제 씨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셔도 됩니다. 어찌 된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겁니다.”설우현은 주저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반승제는 한창 회의 중이고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면서 받으려고 하지 않았으나 결국에는 받았다.“무슨 일입니까?”“혜인 씨가 지금 경찰서에 갇혀 있다고 하는데 들으셨습니까?”기분이 본래 좋지 않았던 반승제인데, 설우현까지 끼어들자, 기분이 더더욱 나빠졌다.“네, 그래서요?”“반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상관하지 않을 겁니까?”“네.”그러자 설우현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혜인 씨를 좋아하는 그 마음이 참 구차하네요. 상관하지 않을 거면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마찬가지로 그의 말을 듣게 되는 반승제는 얼굴빛이 어둡기 그지없었다.“아니요. 상관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말을
이를 보게 된 반승제도 화가 치밀어 올라 두 눈에 살의가 번쩍거리는 듯했다.“왜?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성혜인은 침대에 앉아 입을 꾹 다물었다.이때, 옆에 있던 경찰이 침묵을 깨뜨렸다.“이제 반승제 씨와 함께 떠나셔도 됩니다.”성혜인은 마치 못 들은 것처럼 눈까지 지그시 감았다. 그러자 반승제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듯했다.반씨 가문에서 성혜인을 괴롭힐까 봐 주저 없이 10%나 되는 지분을 내놓으며 지켜주고 있는데, 겨우 이런 태도로 자기를 대하니 말이다.“네가 바라던 사람이 설우현이야?”이름을 듣게 되는 순간 성혜인의 눈초리는 살짝 떨렸다.그녀가 바라는 사람이 설우현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제대로 폭발하여 성혜인을 단번에 끌어 당겼다.“실망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근데 맨날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있는 설우현이 뭐가 아쉽다고 널 생각 하겠어.”성혜인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침울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반승제를 보는 것만으로 화가 났다.점점 화가 극으로 달리고 있는 반승제는 눈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한겨울의 칼바람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하지만 결국엔 먼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어 성혜인의 손을 잡았다.인제 그만 실랑이를 벌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러나 성혜인은 그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지금 이게 무슨 뜻이야?”“반 대표님, 그냥 가세요. 저 대표님 필요 없어요.”말을 마치고 침대에 드러누워 등을 돌리기까지 하며 완강하게 거절하는 태도를 보였다.반승제는 문 앞에 서서 성혜인을 잠시 바라보더니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지금 나오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그러자 성혜인은 몸을 새우처럼 말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반승제도 문을 닫아버리고 양복도 벗어 던지며 범인을 정탐하는 작은 창문까지 막아버렸다.모든 걸 마치고 나서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는데, 우아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두 눈은 여전히 어둡기 짝이 없고 잔혹하고 차가운 느
뺨을 때리고 나니 온몸에 힘이 쫙 빠지면서 더는 기운을 낼 수 없었다.반승제의 얼굴에는 손가락 모양으로 선명하게 자국이 났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샤워 볼에 바디워시를 가득 묻히고 성혜인의 몸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마지막으로 손에 핸드워시를 묻혀 성혜인의 두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문질렀다.성혜인의 몸에는 흔적이 많이 남았는데, 짙고 옅은 것이 한곳으로 모이니 백지장에 그려진 유화처럼 유난히 예뻐 보였다.반승제의 시선은 그렇게 성혜인의 몸에서 몇 분간 배회하고 나서야 욕조에서 건져 옆에 있는 수건으로 닦았다.그에게 안겨서 침대로 오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든 성혜인은 욕을 퍼부었다.“짐승!”하지만 반승제는 그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다.어차피 이미 좋은 시간도 보냈고 욕을 먹는다고 해서 목숨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이불을 덮어주고 나니 심인우에게서 지분 양도 서류 준비를 맞혔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반승제는 옆에 누워있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답했다.“그래.”“대표님, 정말 양도하실 겁니까? 만약 반기범 씨께서 반씨 가문 다른 사람 손에 있는 지분까지 얻고 어르신 몫까지 합치게 된다면, BH 그룹의 대표님이…”“둘째아버지의 속셈이라는 거 알고 있어. 아니면 반승현을 그룹으로 들이지 않았을 거야.”“반기범 씨가 BH 그룹의 대표가 된다면…”“할아버지께서 주식을 주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 반승제는 손을 들어 미간을 주물렀는데, 다시 덧붙였다.“준다고 해도 상관없어. 이미 질리도록 앉았어.”이 자리에 앉게 되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이 그에게 훈계를 두었었다.이 모든 건 본래 반승우의 몫이어야 하는데, 그가 죽었기에 반승제의 몫이 된 것이라고 말이다.반승제는 형을 진심으로 존중하나 마음을 나누며 지낼 수 없었다.어렸을 때부터 형의 그늘에 살아왔었고 그로 인해 부대로 몸을 숨기기도 했기 때문이다.만약 상속자의 자리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반승제는 지금 상업계를 뒤흔드는것이 아니라 부대에서 목숨을 걸고 있을
“그냥 좋아하는 거야.”반승제의 대답은 사랑이 아니었고 온시환도 이에 한숨을 돌렸다.“알았어. 그래도 한 번만 더 말할게. 후회하는 일 만들지 마. 모든 일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특히 혜인 씨 같은 여자는 새장에 갇힌 카나리아처럼 대하면 안 돼. 훨훨 날아갈 수 있게 자유를 줘야 너에 대한 마음이 더 커져.”“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좋아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옆에 꽁꽁 묶어 놔야 한다는 것이 반승제의 마인드다.반승제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숙여 성혜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오랜만에 너무 힘들게 괴롭힌 바람에 성혜인은 줄곧 깨나지 않았다.그도 천천히 침대에 누워 성혜인을 품에 꽉 끌어안았는데, 그제야 편안함이 들었다.반승제의 성질대로라면 고마움을 느끼게끔 구치소에서 좀 더 고생하게 놔두고 구세주처럼 등장해야 하는데, 회의실에서 도통 한 글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혼자서 슬프게 울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가득했다.도저히 마음을 잡을 수 없었고 머릿속에 온통 성혜인으로 가득 찼다.설우현에게 걸려 온 전화는 그에게 아주 좋은 핑계가 되었고 주저 없이 차를 몰고 달려갈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성혜인을 품에 안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그가 가장 원하던 것이다.“성혜인?”반승제는 성혜인을 한 번 불렀는데, 깊이 자는 바람에 아무런 답도 없었다.10분이 지나고 나서 그는 나지막이 다시 입을 열었다.“혜인아?”이렇게 부르고 싶은지 오래되었지만, 깊이 잠들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부를 수 있었다.비록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지만, 반승제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그렇게 또 10분이 흘러서야 마음 놓고 크게 불렀다.“혜인아?”“혜인아?”그러자 성혜인은 귀찮아하며 소리를 질렀다.“시끄러워요!”반승제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이튿날 아침, 성혜인은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어젯밤에 들려온 “혜인아”라는 소리는 마치 꿈을 꾼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