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28화 반승제의 입장

반승제가 윤단미의 편을 들어주리라는 것을 진작에 예상했던 성혜인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싫어요.”

“회사와 가족, 또는 네 명성에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반승제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협박마저도 이토록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그밖에 없을 것이다.

반승제는 또 머리를 들며 이어서 말했다.

“물론 네 남편이 힘들게 얻은 승진 기회도 포함해서.”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성혜인은 반승제의 말투가 미세하게 바뀐 것 같았다. 세상만사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를 일관하던 사람이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한 것도 이상했다.

반승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던 성혜인의 표정이 남편 얘기가 나오자마자 어두워진 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다시 봐도 참 금실 좋은 부부야.”

반승제는 자세를 바로 하더니 더욱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퇴원하기 전에 무조건 단미한테 사과해.”

만약 성혜인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윤단미가 홧김에 신고할지도 몰랐다. 윤단미는 증거가 충분하므로 성혜인을 상대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서천에 이상한 친척들을 둔 것으로 봤을 때, 성혜인은 재력도 권력도 달리는 집안 출신인 것 같으니 남달리 도움받을 곳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윤단미는 윤씨 집안의 변호사에게 맡겨 소송을 걸 수도 있었다. 만약 일이 그 정도로 커진다면 성혜인은 직업적으로 영향받는 건 물론이고 감옥까지 가게 된다.

반승제는 다시 윤단미의 병실로 돌아갔다. 그가 곧바로 돌아온 것을 보고 윤단미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신고하고 싶었지만 반승제의 입장이 궁금했기 때문에 꾹 참고 있었다.

“승제야...”

윤단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반승제가 침대 곁의 의자로 가서 앉으며 말했다.

“페니한테 말해뒀어. 퇴원하기 전에 사과하러 올 거야.”

윤단미의 눈동자에는 빛이 돌기 시작했다. 반승제의 입장 정리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반승제가 이렇게 나왔으니, 그녀는 너그러운 척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알겠어, 기다리고 있을게.”

이는 신고는 하지 않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