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 주세요, 제발. 때리는걸 멈추기만 해준다면 1억 드릴게요!”하지만 곤봉을 휘두르는 상대의 속도가 전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세질 뿐.“내 여동생의 감정을 기만한 네 놈을 오늘 반드시 죽여주겠어!”최근 불타는 사랑을 나눈 안내 데스크 여직원을 비롯해 허진과 하룻밤을 보낸 여자는 수도 없이 많았다.그 젊은 여직원을 허진은 몹시 마음에 들어 했다. 요구도 높지 않아 한 달에 400만을 넣어주기만 하면 됐고 또 어떤 자세든지 다 가능했기 때문이다.여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원하는 것을 얻었을 뿐인데, 어찌 이걸 기만이라고 할 수 있는지 허진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사실 허진을 때렸던 몇몇 남성들은 대충 변명을 둘러댔을 뿐이었다. 허진이 더는 움직임이 없을 때까지 때려서야 그들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이곳에 있던 감시 카메라는 이들이 일을 꾸미기 전에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이로써 허진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새벽 3시쯤, 그제야 허진은 누군가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갈 수 있었고 바로 응급실로 옮겨졌다.애초에 혜인은 허진의 한 쪽 다리만 부러뜨려 달라고 부탁한 것이었지, 이렇게 사람을 묵사발로 만들어 버릴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민지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다행인 것은 허진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 그러나 입원은 피할 수 없었다, 성휘와 같은 병원에서 말이다. 이튿날, 소연은 병원에 오자마자 허진의 병실로 들어갔다.“진아,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도대체 누가 이런 거야?!”그녀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반드시 배후의 사람을 잡아내 모질게 복수하고 싶어 했다.허진의 얼굴을 파랗게 멍이 들고 부어있어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소연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빛은 분명히 알아챌 수 있었다.‘해외로 나갈 기회가 코앞에 있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야!’허진의 이빨은 하도 세게 깨문 탓에 거의 부서질 지경이었다. 소연은 안쓰럽게 그를 쳐다보며 침대에 앉아 팔을 붙잡으려 했다.그때
혜인은 더욱더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SY그룹과 1조에 달하는 합작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그 내용이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대체 어떤 합작이길래, 1조에 달하는 현금이 오가는 거야.’BH그룹조차 SY그룹의 지난 융자에서 1조를 투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뜻밖에도 융자한 돈보다 금액이 더 많았다. 혜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더는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그녀는 바로 신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이한은 이제 막 조희준의 회사를 인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강민지보다 PW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신이한의 혜인의 전화를 받았을 당시, 회의 중이던 그는 손끝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앉아있었다.“페니 씨, 좀 너무한 거 아니예요? 일 있을 때만 연락하고 그게 아니면 소식 한 통 없고.”“이한 씨, 부탁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PW사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알수 있을까요?”신이한은 등을 뒤로 기댄 채 가볍게 웃었다.“왜요? PW사랑 계약이라도 맺었어요?”“네, 아직까진 그런 것 같네요. 아빠는 아직 입원해 계시고 프로젝트 건은 비서님이 체결하신 거예요. 그 사람이 아빠 도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이한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입을 떼고 말했다.“PW사가 전에 BH그룹을 찾아갔었는데 거절당하고 바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들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사기꾼들이에요. 그 회사 내에는 인재도 많고 인맥도 넓어서 인터넷에 가짜 소식도 엄청 많아요. 한때 포브스 차트에도 올랐었어요. 근데 알다시피 이런 차트는 거의 다 돈만 보고 조작하는 거라, 회사 청구서만 보고 마구 순위를 매기는 거거든요. 반 대표는 본인이 실리콘 밸리에 몸담고 있었으니 PW사의 운영 방식을 진작에 꿰뚫고 있었을 거예요. 듣기로는 계약 규칙의 허점을 이용해서 중소기업을 파산으로 몰아넣는다나...”혜인의 심장이 더욱 요동쳤다.“어떻게 파산시킨다고요?”신이한은 그녀가 조급해 하는걸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자기 아내의 친정에 일이 터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태도는 무척이나 냉정했다.심인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보니 대표인 반승제는 부인을 썩 좋아하지 않는것 같았다. 그는 다시는 승제 앞에서 SY그룹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대표님, 회장님께서도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단미 아가씨와 만났냐고 물으셨어요.”반태승은 줄곧 윤단미와의 만남을 극구 반대해왔었다.인우가 건네는 계약서를 받아들며 승제는 할아버지 반태승이 막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됐다.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승제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승제에게는 매일 참가해야 할 회의 스케줄이 많았는데, 하루 종일 그는 회의를 하고 있지 않으면 회의하러 가는 길에서 시간을 보냈다.회의할 때 승제는 종래로 핸드폰을 들고 다니지 않았기에 반태승과 윤단미가 걸어온 전화 역시 받지 못했던 것이었다.“단미 아가씨도 대표님께서 보러 오길 원하십니다.”“단미는 많이 회복됐어요?”“부상 정도가 심해서, 아직 한동안은 더 입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승제는 앞에 놓인 계약서를 그저 뚫어져라 바라보며 한 글자도 적지 않았다.한참 후, 그는 인우에게 물었다.“결혼 후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걸 분명 아는데 왜 여자는 이혼하려 하지 않을까요?”누가 승제에게 데이터를 계산하고 손실을 연구하라 하면 그는 누구보다 잘 해낼 것이다. 하지만 여자를 연구하는 일에 있어서 승제는 전혀 재주가 없었다.그가 가진 두 번의 경험 역시 모두 혜인이 그에게 준 것이었다.이런 상황에서도 이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남편을 감싸고 도는 혜인을 승제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인우는 대화의 주제가 이렇게 급작스레 바뀔 줄 생각하지 못해 잠깐 당황해했다.몇초가 흐른 후.“대표님, 제 생각에 많은 여자들은 결혼 후에 화를 참고 사는 것 같습니다. 전업주부는 더더욱 그렇고요. 페니 씨는 비록 유능하지만, 결혼에 대한 여자들의 전통적인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신 것 같아요. 이혼은 결혼의 실패를 의미하는
가까스로 선미의 습격을 피한 혜인은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 손안에 들려있던 단검을 빼앗았다.병원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두 경비원이 이 험악한 광경을 목격하고 달려와 순식간에 윤선미를 제압했다.선미의 눈동자는 여전히 무섭도록 혜인을 응시하고 있었다.“망할 것, 너 딱 기다려!”혜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단지 해고되었을 뿐인데 왜 이리도 길길이 날뛰는 건지 알 수 없었다.선미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너를 도와주다니, 너를 도와주다니! 너희 둘 사이에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니가 꼬리 친 거지? 망할 년! 죽일 거야!”혜인은 우습게 느껴졌다. 그제야 윤선미가 반승제에게 한 통 크게 당했다는 걸 알아챘다. 그녀는 퇴사 통보를 받자마자 반승제를 찾아갔을테고, 거기서 그에게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선미의 막말을 더는 견딜 수 없어 경호원이 그녀를 제압한 사이, 혜인은 곧바로 다가가 뺨을 두번 내려쳤다.뺨을 맞고 당황한 선미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혜인을 바라보았다.“네가 감히 나를 쳐?”혜인은 피식 웃었다. 그녀는 혜인이 오늘 경찰서에 잡혀가 단미에게 도움을 청해 빠져나올 것을 예상했다. 윤씨 집안이 일단 손을 쓰기만 한다면, 윤선미는 쉽게 나올수 있었다.하지만 혜인은 차마 이 말을 참을 수 없었다.“그래, 때렸다, 어쩔래? 승제 씨가 아무리 여자를 만난다고 해도 그 여자가 절대 네가 될 수는 없어. 하물며 그날 승제 씨한테 네 그런 모습을 보여줬는데도, 너는 그 사람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싶니? 아마 승제 씨는 네 얼굴을 보자마자 네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통곡하던 장면이 떠올랐을 거야. 굉장히 기분이 더러웠겠지.”혜인의 말에 자극받은 선미의 눈동자가 잔뜩 움츠러들었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그러나 경호원이 그녀를 막아섰다.“망할! 망할! 너 딱 기다려!”혜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반 시간 뒤, 윤단미는 윤선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언니, 흑흑... 꼭 와서 나 풀어줘야 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혜인은 신문을 한 편에 내려놓았다. 승제를 기다리는 동안 화가 많이 누그러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당장 해야 할 일을 잊은 건 아니었다.“반 대표님.”혜인이 정중하게 불렀다.반승제는 검은색 대리석 테이블 뒤로 가 가죽 의자에 앉았다.“일이 있는 거면 두 시간 뒤에 다시 얘기해, 지금은 회의가 있어.”어차피 오늘 밤 안에 해결하면 되는 일이였기에 혜인은 두 시간 더 기다려도 상관없었다.“알겠습니다. 볼일 먼저 보세요.”고개를 든 승제의 시선이 그녀의 몸으로 향했다.그때, 승제에게 줄 커피를 들고 인우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커피를 건네고 문을 나서려던 인우의 귀에 승제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녁은 먹었어?”선미의 일로 내내 화가 나 있던 혜인은 저녁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아뇨.”“심 비서, 페니가 먹을 저녁 식사 준비 부탁해요.”인우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승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볼 때 그는 무척 세심하게 혜인을 챙기는 것 같았다.“저 안 배고파요, 대표님.”혜인은 승제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승제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옆에 놓인 컴퓨터를 천천히 열었다.“언제 회의가 끝날지 몰라.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 뭐 좀 먹어둬.”혜인은 더 거절하지 않았다.인우는 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의 음식을 대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하는 수 없이 급히 특급 호텔에 연락해 식사 준비를 부탁했다. 반 시간도 채 안돼 서 작은 배식카가 꼭대기 사무실 층에 있는 혜인의 앞에 도착했다.혜인이 다소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문득 윤단미의 병실 입구에 있었던 배식카가 생각났다.작은 테이블이 그녀의 앞에 놓였고, 그 위에는 애피타이저부터 식후 디저트까지 없는게 거의 없었다.본래 혜인은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이 광경을 보니 자기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참지 못한 혜인은 포크를 들어 천천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승제는 가죽의자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곁눈질로 계속
승제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고, 왠지 모르게 화가 난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자신이 디자인을 맡고 싶어 온갖 수단을 쓰며 노력할 땐 언제고, 이젠 하기 싫으니 바로 기회를 차버리네...’승제가 제자리에 선 것을 눈치채지 못한 혜인이 미처 멈추지 못하고 승제의 등에 코를 박았다. 코가 시큰시큰 하며 아파 났다.“원인은?”그의 말투에는 이렇다 할만한 기복은 없었지만 어쩐지 평소보다도 차가워 보였다.혜인은 사실대로 말했다.매번 선미가 와서 자신을 위협하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풀려나면, 자신은 도대체 목숨이 몇 개나 있어야 선미를 상대할 수 있냐고 말이다.승제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혜인도 뒤따라 같이 탔다.“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데?”“대표님이 직접 풀어주시고는 저랑 일이 생겨서 잡혀갔다는 것도 모르셨어요? 며칠전에 산장에서 저를 공격하려 했을 때, 성공하지 못했으니 더는 말 하지 그냥 참았어요. 그리고 나서는 윤단미 씨가 남자 둘을 시켜서 저를 위협했고요, 다행히 제 친구 덕분에 살았어요, 저. 목에 난 상처도 그때 생긴거고 오늘에야 붕대를 풀었어요. 그래서 병원에서 마주쳤을때 참지 못하고 손을 댄 거예요. 오늘 오후에는 어땠는지 아세요? 윤선미가 와서 단검으로 저를 찌르려 했다고요! 제가 피했으니 망정이니 하마터면 정말 죽을 뻔했어요. 그런 윤선미를 대표님이 반 시간 만에 풀어주신 겁니다. 저희 집안이 윤씨 집안, 또 대표님네 집안하고도 비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거 잘 압니다. 그러니 제가 눈치 있게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야겠죠.”혜인이 말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지하 주차장에 도달했다.반승제는 혜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들려고 하지 않았다.그는 혜인의 턱을 탁 잡고는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좁은 엘리베이터 안은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찼다.“울어?”혜인은 울지 않았다. 다만 말하다 보니 억울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게다가 아빠도 여전히 깨어나시지 못했고 SY그룹이 곧 파산당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요 며칠
가는 길 내내 그들 사이에는 말없이 정적만이 흘렀다. 이윽고 차가 로즈가든에 도착했다.혜인은 차문을 열고 내리려다 말고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시 돌아와 앉았다.“후에 윤단미 씨가 또 저를 찾아온다면, 제가 대표님께 일러바쳐도 되나요?”일러바친다는 단어를 그녀는 더욱 힘주어 당당하게 얘기했다.모두가 알다시피 혜인이네 집안은 윤씨네보다, 반씨네 집안보다 힘이 없었다.윤단미는 승제의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그를 등에 엎고 무슨 짓이든 할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윤단미를 혜인은 결코 당해낼 수 없다.반승제는 혜인을 바라보며 몇 초간 침묵하더니 물었다.“왜 내가 네 편에 설거라 생각하지?”“제 편에 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의가 있는 쪽에 설거라 생각하는거죠. 앞으로 적어도 제가 먼저 나서서 단미 씨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쪽에서 늘 저를 가상의 적으로 두는거죠. 하지만 대표님과 제 사이는 정말 결백하잖아요.”결백이라는 단어를 들은 남자의 시선이 어딘가 위험해 보였다.혜인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몸을 살짝 기울고 그녀의 두 다리를 바라보며 비웃는듯한 말투로 말했다.“어떻게 네 입에서 결백이라는 소리가 나와?”혜인의 볼이 빨개지며 그 기세가 한 풀 꺾였다.승제는 운전대를 잡은채 묵묵히 앞을 바라보았다.“내가 너를 도운건, 우리 사이가 더는 결백하지 않아서야.”혜인의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올것 같았다. 그녀는 이것이 승제가 한 말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밤이 너무 깜깜했던 탓인지 그녀는 왠지 숨이 막히는것 같았다.“페니야, 우리 둘 사이가 여전히 그렇게 결백했다면, 아마 너는 내 얼굴도 보지 못했을거야.”사실이었다.그게 아니면 그는 절대 이 늦은 시간에 여자를 직접 바래다주지 않았을거고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을 것이다.모든것은, 더이상 결백한 사이가 아니였기 때문이었다.“가봐.”혜인의 머릿속은 마치 폭죽이 터진듯이 복잡해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얼떨떨해 차에서 내린 혜인이 뒤돌아보기도 전
혜원은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그때, 밖에서 성한이 물건을 깨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요 며칠 성한은 쭉 이래왔다. 아주 작은 사소한 일에도 성한은 불같이 화를 냈다.게다가 성혜인과 윤단미가 완전히 싸운것도 아니고 윤선미까지 외국으로 보내졌으니 그는 도저히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성혜원은 자신의 집안이 어떻게 되든, 자신이 얼마만한 재산을 분할받게 되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반승제를 원했다.오직 반승제를 손에 넣기만 한다면, 비로소 원만한 인생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혜원은 문을 열고 나갔다.“오빠, 화 내지마 먼저. 윤선미가 외국으로 보내진걸 보면 반승제가 성혜인 편에 선게 분명해.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어.”“무슨 기회가 더 있긴 있어! 혜원아, 넌 아마 모를거야, 아버지께서 어머니가 허 비서님과 바람을 피우는 걸 보신 모양이다. 그래서 충격받고 입원하신거야. 아버지가 깨어나시면 우리 셋은 끝났어. 어머니한테 있던 주식 지분도 모두 도로 뺏길거고, 그러면 SY그룹은 성혜인 혼자의 몫이 되는거지!”성혜원은 놀라 움츠러 들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그런 이유로 쓰러지신 건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혜원의 낯빛이 순식간에 안 좋아졌다.성한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어. 윤단미를 보호하기 위해 반승제가 성혜인과 이혼하게 되면 내가 성혜인을 죽이 되도록 만들어도 반씨 집안에서 뭐라 할 수 없을거야. 또 어머니는 갖은 수단으로 아버지가 못 깨어나시게 하면 되고... 결국 SY그룹은 우리께 되는거지!”“하지만 오빠도 봤잖아. 성혜인이 데려온 보디가드 두명이 아버지 병실을 지키고 있서서 엄마도 손을 쓸 수 없다는걸. 게다가 허 비서님도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지... 엄마랑 허 비서님 일을 다른 사람들이 알았을가봐 무서워 죽겠어!”성혜원의 낯빛이 창백해졌다.그녀는 다시 예전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다시 숨을 들이마시더니 무슨 좋은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피식 웃었다.“할아버지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