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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너와 내 사이는 결백하지 않으니까

가는 길 내내 그들 사이에는 말없이 정적만이 흘렀다. 이윽고 차가 로즈가든에 도착했다.

혜인은 차문을 열고 내리려다 말고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시 돌아와 앉았다.

“후에 윤단미 씨가 또 저를 찾아온다면, 제가 대표님께 일러바쳐도 되나요?”

일러바친다는 단어를 그녀는 더욱 힘주어 당당하게 얘기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혜인이네 집안은 윤씨네보다, 반씨네 집안보다 힘이 없었다.

윤단미는 승제의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그를 등에 엎고 무슨 짓이든 할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윤단미를 혜인은 결코 당해낼 수 없다.

반승제는 혜인을 바라보며 몇 초간 침묵하더니 물었다.

“왜 내가 네 편에 설거라 생각하지?”

“제 편에 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의가 있는 쪽에 설거라 생각하는거죠. 앞으로 적어도 제가 먼저 나서서 단미 씨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쪽에서 늘 저를 가상의 적으로 두는거죠. 하지만 대표님과 제 사이는 정말 결백하잖아요.”

결백이라는 단어를 들은 남자의 시선이 어딘가 위험해 보였다.

혜인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몸을 살짝 기울고 그녀의 두 다리를 바라보며 비웃는듯한 말투로 말했다.

“어떻게 네 입에서 결백이라는 소리가 나와?”

혜인의 볼이 빨개지며 그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승제는 운전대를 잡은채 묵묵히 앞을 바라보았다.

“내가 너를 도운건, 우리 사이가 더는 결백하지 않아서야.”

혜인의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올것 같았다. 그녀는 이것이 승제가 한 말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밤이 너무 깜깜했던 탓인지 그녀는 왠지 숨이 막히는것 같았다.

“페니야, 우리 둘 사이가 여전히 그렇게 결백했다면, 아마 너는 내 얼굴도 보지 못했을거야.”

사실이었다.

그게 아니면 그는 절대 이 늦은 시간에 여자를 직접 바래다주지 않았을거고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든것은, 더이상 결백한 사이가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가봐.”

혜인의 머릿속은 마치 폭죽이 터진듯이 복잡해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얼떨떨해 차에서 내린 혜인이 뒤돌아보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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