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잘못인 걸 압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사과하러 온 거예요.”장하리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서 대표님, 아이들 사이에 다툼은 흔한 일입니다. 유치원 선생님들도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어요. 어떤 아이들은 그냥 평지를 걸어가다가도 넘어져서 상처를 입곤 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이런 작은 사고들은 피할 수 없는 일이죠.”서보겸은 침대에 앉아 두 사람이 싸우는 듯한 분위기에 마음이 불편해져 서둘러 말을 꺼냈다.“아빠... 나 안 아파요.”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의 눈에는 이미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서주혁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그는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저 아이의 부모를 불러주세요.”장하리는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서 대표님, 보겸이가 그렇게 소중하다면 그냥 집에 있게 하시죠. 왜 굳이 유치원에 보내세요?”이 말은 치명적이었다. 장하리는 자신이 잡고 있던 보겸의 손가락이 갑자기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겁에 질린 듯한 느낌이었다.서주혁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수축하였다. 마치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몰려왔다.“장하리,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장하리는 그제야 자신이 실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서주혁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며 두 아이 앞에서 그녀를 복도로 끌어냈다.장하리는 서주혁의 행동에 더욱 불쾌해졌고 마음속 불안감이 커졌다.“손 놔요!”서주혁은 그녀를 복도의 난간 옆 꽃담으로 몰아붙였다.“어떻게 아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장하리... 보겸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어?”하지만 장하리는 그를 가차 없이 막아섰다. 눈에는 당당함이 가득했다.“저는 진지해요. 만약 보겸이가 다칠 때마다 서 대표님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신다면 차라리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게 낫겠어요. 이렇게 되면 보겸이와 놀 아이들은 위축되고 선생님들도 더 피곤할 뿐입니다. 서 대표님이 듣기 싫으
장하리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사탕 하나를 집어 들고 다시 보건실로 향했다.보건실 안에서 서보겸을 밀친 아이는 여전히 눈물을 쏟고 있었다.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장하리는 아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는 먼저 나가서 기다리렴. 선생님이 보겸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할게.”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느끼며 나갔다.장하리는 침대에 앉아 전보다 더 불안해 보이는 서보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보겸아, 아직도 아파? 사탕 먹을래?”장하리는 서보겸의 손을 잡아 그 위에 작은 사탕 하나를 올려놓았다.서보겸은 고개를 숙이고 분홍색 사탕을 바라보더니 그 긴 속눈썹이 내려앉자마자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장하리는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당황하며 서둘러 휴지를 뽑아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미안해. 아까 선생님이 일부러 그런 말 한 게 아니야. 그저 네 아빠의 처리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거야. 너랑은 상관없어. 선생님을 용서해 줄 수 있겠니?”서보겸은 맑은 눈으로 장하리를 올려다보며 길게 자란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장하리는 마치 심장이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는 그의 볼을 부드럽게 닦으며 말했다.“선생님도 사람이라 실수할 때가 있어.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 정말 미안해. 어떻게 해야 보겸이가 선생님을 용서해 줄래?”서보겸은 입술을 살짝 떨며 말했다.“아리... 아리를 주세요.”아리? 그건 서보겸이 기르는 강아지 이름 아닌가?“너 또 다른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거야? 선생님이 오늘 오후에 강아지 사줄까?”“아니요... 선생님이 접어준 아리요.”장하리는 그제야 기억이 났다. 아까 그가 장난감 종이 고양이를 원하다가 밀쳐졌던 거였다.그녀는 속이 아려왔다.“그래. 선생님을 용서해 준다면 아리 세 마리 접어줄게.”서보겸은 마음이 아려왔지만 결국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장하리는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달랬지만 서주혁 쪽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는 보겸에게
서보겸의 눈빛은 잠시 빛나더니 장하리의 말을 듣고 다시 어두워졌다.장하리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바로 작은 교실로 향했다.교장실에서는 서주혁이 서보겸을 꽉 안고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많이 아팠어?”“아니요. 아빠... 안 아파요.”“바보야, 그 애가 일부러 널 밀친 거잖아.”그건 질문이 아닌 단정이었다.서보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천천히 떨궜다.서주혁은 감시 카메라를 통해 그 장면을 보았기 때문에 그 아이가 서보겸의 귀에 대고 했던 말을 알아차렸다.“못생긴 괴물.”명백히 고의로 밀친 것이었다.서보겸은 첫날부터 반 친구들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다.서주혁은 입술의 움직임만 봐도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아이들 사이의 호감은 순수하지만 질투 또한 순수했다. 그 아이는 서보겸이 피를 흘리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서보겸은 장하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억울함을 꾹 삼킨 것이다.하지만 서주혁은 자신의 아들이 억울함을 참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서보겸을 네 살부터 키우면서 한 번도 이런 억울함을 겪게 한 적이 없었다.하물며 그 억울함이 장하리와 관련된 일이라니 더 말이 안 됐다.서주혁은 교장을 쳐다보았다. 교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만약 그 아이가 일부러 밀친 거라면 사안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서 대표님, 저희가 확실히 책임을 지고 이 일을 처리하겠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서보겸이 서주혁의 손목을 붙잡았다.“아빠... 그냥 놔두세요.”보겸은 엄마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엄마와 약속했으니까, 친구들과 잘 지내기로 말이다.서주혁은 바로 그 뜻을 알아차렸다.“장하리 선생님과 약속한 거야?”서보겸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주혁은 마음이 쓰라렸다.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장하리를 데려와 보겸과 잘 지내게 하고 싶었다. 보겸에게서 결핍된 어머니의 사랑을 채워주길 바랐다.그러나 이 모든 게 누구의 탓이겠는가. 그의 잘못이었다.그는 그때 자신이 장하리를 사랑
“하리야, 이건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회야. 놓치고 싶지 않아.”이 말을 듣고 장하리는 모든 상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소준호는 이미 결정을 내렸고 그저 그녀에게 통보하는 것에 불과했다.둘 다 어른이었다. 서로가 각자의 일과 커리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의 감정은 아직 깊지 않았다.소준호가 이 기회를 그녀 때문에 포기할 리가 없었다.장하리는 조금 씁쓸해졌고 그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너 나랑 같이 해외로 나갈래?”“미안해요. 나는 부모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준호 씨, 솔직히 말해주세요. 우리 헤어지자는 뜻인가요?”소준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하리야, 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네가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나 정말로 널 좋아해. 하지만 내가 너 때문에 이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게 우리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거야. 우리는 서로의 연인이 되기 전에 먼저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장하리의 손을 잡았다.“아카데미에서 내일모레까지 대답을 달라고 해. 네가 같이 가기 싫다면 우리 먼저 약혼이라도 하자.”그는 관계를 확실히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야 서로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장하리는 잠시 망설이며 소준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부정할 수 없었다. 소준호 같은 사람은 분명 훌륭한 배우자가 될 수 있었다. 따뜻하면서도 결단력이 있는 사람.하지만 이렇게 빨리 결혼을 확정 짓는 건 그녀에게 아직 이른 결정처럼 느껴졌다.부모님이 떠오르자 마음속의 불안함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준호 씨, 오늘 밤에 한 번 더 생각해 볼게요. 내일 대답해 줄게요.”소준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그래. 내일 답해줘. 하리야, 기다릴게.”장하리가 집에 돌아왔을 때도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다.장민철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우리 딸 무슨 일이야? 감정 문제야, 아니면 학교에
장하리는 쉬고 싶었지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어보니 맞은편의 집에서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한밤중에 이사를 하는 것 같았다.장하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맞은편 집이 이사를 가는 건가? 하지만 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그러다 갑자기 몇몇 인부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 소독을 하고 고급 가구들을 들여놓는 모습을 보았다.장하리는 베란다에 서서 한참을 지켜봤지만 누가 이사를 오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그대로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1층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추미현이 말했다.“맞은편에 새 입주자가 왔더라. 내가 알아보니까, 그 집은 매물로 나와 있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돈이 그렇게 많았는지, 8억 원이나 주고 샀대. 원래 가격의 네 배나 더 주고 산 거야. 그 집 사람들 완전 기뻐서 밤새 이사 나갔어. 그런데 누가 들어오는지는 모르겠어.”사천만 원?누가 그렇게 큰돈을 주고 그 집을 산 거지?밤을 새워서 이사할 만하네,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졌구나.추미현은 부러워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말했다.“그 집이 우리 집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어휴, 우린 그런 행운이 없나 봐.”장하리는 엄마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엄마, 반찬 드세요.”추미현은 그제야 마음이 누그러지며 말했다.“하리야, 아버지랑 어머니는 이제 준비가 다 됐어. 은행에서 오늘 밤에 출발해야 한다고 하더라고.”“그렇게 빨리요?”“응. 호텔 예약 정보 확인을 미리 해야 한다나 봐. 하루만 늦어져도 십만 원 손해래.”장하리는 더 마음이 허전해졌다.“그래요. 그럼 이따가 짐 싸는 거 도와드릴게요.”“괜찮아. 넌 출근해야지. 늦으면 안 돼.”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대문 앞에 서 있는 소준호를 발견했다.소준호는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장하리는 바로 차를 세웠다.“준호 씨?”“하리야.”소준호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경
장하리는 교실에서 한 시간을 보낸 후 뭔가 중요한 일을 깜빡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어젯밤 부모님의 당첨 소식에 정신이 없었고 소준호가 해외로 나가는 문제까지 고민하느라 머리도 복잡하고 마음도 어수선했다.점심때는 두 집안이 만나기로 했기에 잠시 시간을 내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준비를 부탁한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반을 책임지고 있지만 강성 유치원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교사들이 돌아가며 일정을 맡기에 점심시간에 잠시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사무실에 들어서자 자신의 자리에는 서주혁이 앉아 있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서주혁은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준 후 거의 떠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보통 이런 재벌은 늘 바쁠 텐데 어쩐 일로 이렇게 여유로운지 의아했다.어제 그와 불편한 대화를 나눈 장하리는 오늘도 그를 반가워할 리 없었다.“서 대표님, 여긴 제 사무실이에요.”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 시선은 책상 위에 놓인 투명한 하트 모양의 박스에 머물렀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포장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런 나이를 지났다고 생각했다.서주혁은 처음으로 이런 걸 사 본 듯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선물이에요.”장하리는 그에게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양할게요. 선생님으로서 보겸이를 돌보는 건 제 일입니다. 전 점심에 약속이 있어서, 더는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어요.”서주혁은 무선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고 그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남자 친구랑 약속했어요?”장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남자는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걸까?“맞아요.”그녀는 짧게 대답하고, 가방을 챙겨 들고 사무실 문을 나섰다. 하지만 그녀가 걸음을 내딛는 순간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애써 무시하며 복도를 걸었지만 발소리는 여전히 그녀 뒤를 따랐다.유치원 밖으로 나왔을 때도 여전히 발소리가 들리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서 대표님, 대체 뭐 하시는 거죠?”그녀가 물었다.“나도 점심 먹
서주혁은 장하리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조용히 물었다.“어디 불편한 데가 있나요?”장하리는 대답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앞에 놓인 물을 들이켜려고 했다.하지만 물은 이미 오래되어 차가워져 있었다.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서주혁이 이를 알아차린 듯했다. 그는 종업원을 불러 따뜻한 물 한 잔을 부탁했다.장하리의 입술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고 서주혁을 미워할 기력조차 없었다.서주혁은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장하리는 팔을 베개 삼아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잠시 후 서주혁은 부루펜 진통제 한 팩을 들고 돌아왔다.그는 약 포장을 열고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들어 올린 후 약을 하나 입에 넣어 주고 따뜻한 물을 건네주었다.장하리는 긴 속눈썹을 떨며 손을 흔들어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이미 종업원을 불러 의자를 정리하게 하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재킷을 벗어 장하리의 허리에 둘렀다.장하리는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며 서주혁의 품에 안겨 있었다.눈앞이 희미하게 흐릿해진 그녀는 겨우 그의 턱선만을 볼 수 있었다.장하리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서주혁은 그녀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아직 이사를 준비 중이라 서주혁의 집은 장하리의 맞은편 집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소파에 눕혀진 장하리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정신이 조금 돌아온 그녀는 자신이 서주혁의 집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화를 내고 싶었지만 지금 갈 곳도 마땅치 않았다.집에 돌아가면 부모님이 걱정할 게 뻔했고 그렇다면 부모님이 출국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또한 그녀의 옷은 이미 더러워져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장하리는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부루펜의 약효가 서서히 올라오면서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고마워요.”서주혁은 다시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와 그녀에게 건넸다.“좀 더 마셔요.”장하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서주혁은 나지막이 말했다.“잠깐 여기서 쉬고 있어요. 필요한 물건들은 사다 놨으니까 곧 도착할 거예요.”장하리는
서주혁이 보겸이를 조수석에 내려놓자 장하리가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제가 안고 뒷좌석에 앉을게요.”서주혁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서보겸은 그녀의 품 안에 작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기 직전 장하리는 차마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 보겸이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이런 상황이면 유치원보다는 집에서 돌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무슨 뜻이죠?”장하리는 잠시 망설였지만 차분히 말했다.“제가 느끼기에 보겸이는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지 못하고 아픈데도 말하지 않아요. 그래서 사고가 날 수밖에 없죠. 서 대표님께서 보겸이를 유치원에 보내기보다는 집에서 돌보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요.”“장하리, 그 아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거잖아.”“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선생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만약 보겸이에게 큰일이라도 생기면 서 대표님이 저를 어떻게 하실지, 유치원에 무슨 일이 생길지 생각해 보셨나요? 보겸이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제가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보겸이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으면 적어도 저한테 먼저 알려주셔야죠. 그래야 저도 미리 대비할 수 있고요. 아니면 매번 이렇게 되면 결국 힘든 건 보겸이잖아요.”서주혁은 그녀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의 냉철한 태도와 대조적으로 자신은 감정에 휘둘리고 있었다.장하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보겸이는 좀 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해요. 보겸이는 서 대표님이 항상 곁에서 돌봐야 할 아이예요. 유치원이 보겸이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요.”서주혁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병원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자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속눈썹을 내리깔며 그의 눈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서렸다.“어제 보겸이한테 뭐라고 약속했는지 기억 못 해요?”장하리는 잠시 당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