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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8화 괴롭히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

그렇게 시달리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강민지가 깨어났을 때 침대 옆에는 또 다른 가방이 놓여 있었다.

매번 그와의 일이 끝나고 나면 침대 옆에는 값비싼 선물이 놓여 있었다. 강민지는 오직 한 개의 가방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중고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의외로 잘 팔렸다. 게다가 어떤 가방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예전에는 가난한 청년이었던 신예준이 이제는 이렇게 손이 큰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믿기 힘들었다.

강민지는 잠시 침대에 앉아 있다가 가방을 찍어 중고 거래 단톡방에 올렸다.

[8억.]

거래자는 곧바로 가격을 제시했다.

강민지의 통장은 이미 동결된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는 것은 강연지의 카드였다.

카드에는 벌써 120억이나 쌓여 있었다. 전부 신예준이 준 크고 작은 선물 덕분이었다.

강민지는 그가 자신을 달래려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애완동물처럼 길들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는 마음속으로, 한때 모든 것을 가졌던 강씨 집안의 딸이 지금은 마치 매춘부처럼 그에게 복종하며 밤마다 품에 안겨 돈을 받아 가는 것을 생각하며 통쾌해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결국 강씨 집안에 대한 복수인 것이다.

강민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금 그녀에겐 돈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서도, 또 강연지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녀는 이 유일한 사촌 동생을 도와야만 했다.

강민지는 가방을 비닐봉지에 넣고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설날 아침이었다. 신예준은 회사에 가지 않고 아래층 소파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강민지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곧바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가정부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 아직 아침 식사를 안 하셨잖아요.”

“먹지 않을 거예요.”

강민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어젯밤 너무 심하게 시달려서 지금도 목이 쉰 상태였다.

문을 열려고 할 때 신예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가?”

최근 반달 동안 그가 그녀에게 수없이 물어봤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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