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입을 맞추었다. 강민지는 그의 표정을 보기 민망해했다.신예준이 옆에 있는 옷을 잡아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그리고 바로 다음 강민지는 아래에 통증을 느꼈다.하지만 그 아픔은 달콤함과 함께 밀려왔고 곧이어 뺨이 뜨거워졌다.둘은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강민지의 손이 그의 목을 타고 올라가 쓰다듬었다.그녀는 얼굴 위에 덮인 옷을 걷어내고 싶지 않았다. 그 암흑이 자극을 더욱 증폭시켰다.“예준 씨...”그녀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손을 만지작거렸고 곧이어 깍지를 끼고는 마음껏 느꼈다.그의 손바닥 역시 똑같이 뜨거워서 마치 불이 붙은 것 같았다.1시간 동안이나 한 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날이 밝기 직전까지 하느라 강민지는 기진맥진해졌고 그의 품에 안겨 잠에 들었다.신예준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강민지를 내려놓고 타올을 두른 뒤 베란다로 향했다. 이때 서민규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했어?][응.][약효 좋지? 의사가 말하길 이걸 먹으면 돼지한테도 흥분할 수 있댔어. 그런데 정말 그렇게까지 술을 마셨어야 했어? 사람은 부잣집 아가씨인데 정말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어?]신예준은 왠지 짜증이 나서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망설임 없이 답장했다.[너도 하고 싶으면 와서 시도해 보든가.]말도 안 되는 쓰레기 같은 발언이었다.어차피 그는 강민지를 마음에 두지 않았으니까.[나도 그러고 싶어. 내 외모가 별로라서 어쩔 수 없어. 정말 질투나 죽겠어. 넌 어떻게 그래?][잘 모르겠어.]이렇게 답장한 이후 그는 어두워지는 화면을 보며 멍하니 있었다.사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강민지 역시 첫 경험이라는 것을.그러나 그는 왠지 이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매우 의외였다. 그는 줄곧 그녀가 가벼운 사람이어서 많은 사람들과 해보았을 거라 생각했다.아마 침대에 오르는 일에 대해서는 익숙할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자 마음속의 건조함이 점점 강해졌다...
신예준은 이 말을 마친 뒤 정말 자리를 떴다.강민지는 제자리에 서 있었는데, 바깥바람에 머리가 더 아픈 듯했다.그녀는 확실히 열이 났고 지금 이곳에 서 있는 동안 두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단지를 나와 택시를 탔고 이번에는 아파트가 아닌 강씨 집안 별장으로 들어갔다.강상원은 집에 없었고 강씨 집안의 모든 일은 가정부가 돌보고 있었다. 하룻밤 자고 난 후에 얻은 것은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보라는 대답이었는데 그녀 역시도 매우 억울했다.이틀 동안 열 때문에 정신이 약간 흐리멍덩했다.잠에서 깨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일이었다.그러나 휴대전화는 아무 소식이 없었고 스팸 문자 한 통 없이 조용했다.그녀와 신예준의 관계에서는 항상 그녀가 수동적이었다.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후에도 신예준은 그녀를 적극적으로 찾아간 적이 없었다.강민지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자신이 헛짓거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일주일 내내 그녀는 그와의 일이 마음에 걸려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신예준은그녀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식탁 앞에 앉아 있어도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결국 아버지 강상원이 그녀의 이상함을 알아차렸다."돈이 모자라니?""아빠, 저 이번에 실연당할 것 같아요.""그래."강 상원이 별다른 반응 없이 블랙카드를 꺼내어 앞에 내려놓았다."먹을 것도 사고 입을 것도 사고. 마침 이번에 남우주연상 받은 남자 연예인도 한 번 보러 가렴? 얼굴도 잘생겼더라. 네가 좋다면 며칠간 사들여도 돼."강민지가 씩 웃으며 카드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됐어요.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진지해요."강상원이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덮으며 대답했다."나도 진지해. 못난 여자만이 실연당한 후에 우는 거야. 예쁜 여자는 실연당해도 쇼핑하러 가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해결해. 돈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전화해. 우리 집안에 돈이 얼마나 많은데, 너 하나 풍족하게 못 살게 하겠어?"마지막에 그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느라 얼른 대답하지 못한 채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힘을 느꼈다.그가 놓아주려 하자 강민지는 당황해서 바로 몸을 돌려 그의 허리를 덥석 안았다.“전 좋아요. 전 신예준 씨가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고개를 숙인 신예준의 손이 한순간 굳어지더니, 그의 등에 살며시 얹었다.“싫은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당신이 절 갖고 노는 걸까 봐 무서웠어요.”강민지는 심장이 더 시큰거렸다. 그녀는 신예준의 몸이 걱정돼 얼른 놓아주었다.“먼저 스파게티부터 만들게요. 다음엔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지 마요.”그녀는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토마토스파게티만 만들 줄 아는 그녀였다.토마토를 썰고 있을 때 그가 뒤에 나타나 칼을 가져갔다.“제가 할게요. 민지 씨는 앉아 있으세요.”강민지는 순간 흐뭇해하며 불을 켜고 물을 끓였다.면이 거의 다 익었을 때 신예준이 물었다.“그날엔 너무 급해서 말하지 못했는데 피임약 드셨어요?”그가 냄비의 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먹었어요. 저도 임신은 아직 안 돼서요. 아직 젊으니까요.”신예준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대답했다.“스파게티 먹죠.”강민지는 또 기분이 좋아져 그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그녀는 이미 전에 별장에서 밥을 먹고 왔었다.배고프지 않았으므로 그는 턱을 괸 채 예준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예준 씨 이 며칠간 출근 안 하셨어요?”“휴가를 냈어요. 민지 씨는요?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요?”“저는 샤브샤브 집에서 해고됐고 지금 다시 일자리를 찾으려고요.”신예준의 손이 잠깐 멈칫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민지는 자신의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이 뜨는 것을 발견했다.메시지를 보니 신예준이 그녀에게 400만 원어치를 송금한 것이었다.“뭐 하는 거예요?”“제 생활비로 50만 원을 남겼으니 민지 씨는 한 달 동안 쉬고 싶으면 그 돈으로 생활해요.”보내온 돈을 보니 정말 제게 50만 원만 남겨둔 것 같았다.예전에 종래로 돈을 중요시한 적은 없었는데 지금은 이 400만
그 후 며칠 뒤 강민지는 곧바로 새로운 샤브샤브 가게로 출근했고 이번에는 특별히 신예준과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신예준은 너무 바빴고 매일 여러 가지 알바를 해야 했다. 강민지가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고 그를 찾아가지 않는다면 그는 보통 시간이 없을 것이다.이번에 그녀가 알바를 선택한 곳은 신예준이 있는 곳에서 불과 1킬로미터 떨어져 있었고,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다.매일 밤 강민지는 그와 함께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다.가끔은 사치스럽게 택시를 타고 돌아가기도 했다.오늘 밤엔 비가 왔기 때문에 그녀가 우산을 들고 신예준을 데리러 돌아왔다.하지만 신예준이 나타나지 않자 그녀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몇 명의 젊은 여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연락처를 요구하고 있었다.그가 희미한 웃음을 띠며 최대한 예의를 지켰다.“죄송합니다. 저 이미 퇴근했습니다.”“오빠, 연락처 하나만 두고 가요. 나중에 응원하러 많이 올게요.”“아니요. 저 여자 친구 있어요.”여자 친구가 있다는 말에 아이들의 얼굴이 모두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이때 신예준이 고개를 들고 민지를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활짝 웃었다.강민지의 손에는 우산이 들려 있었다.그는 눈앞에 있는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고 그저 강민지를 보며 활짝 웃을 뿐이었다.신예준은 성큼성큼 걸어가 민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비를 맞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오늘 밤은 오지 말지. 밖에 비도 왔는데, 오지 말라고 메시지도 보냈잖아요.”연락처를 원하던 몇 사람은 풀이 죽어 떠나갔다. 신예준은 강민지의 손을 잡고 뽀뽀를 했다.눈에 잠깐 애틋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또다시 웃음을 띤 얼굴이었다.“갑시다. 오늘 밤엔 저희 집으로 갈래요?”강민지가 얼굴을 붉히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가게 문을 나설 때 신예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전용 벨 소리를 들은 그의 안색이 확 변했다.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강민지의 손을 떼고 바로
차에서 내린 후 강민지는 기사에게 20만 원을 송금했다.운전기사는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웃음꽃을 띄며 말했다.“아가씨, 기분이 좋지 않으면 제가 좀 풀어드릴까요?”강민지는 온몸이 굳었다. 정신을 차린 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꼈다.그녀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지금 그녀는 물에 빠진 생쥐와 다를 것이 없었다. 빗물 소리에 운전자의 웃음소리가 섞여 그녀의 고막을 울렸다.그녀는 몇 걸음 빨리 걸어서 아파트로 들어갔지만, 아파트의 보안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기사가 계속 그녀의 뒤를 쫓아오려고 했다.아마 밖에서 그녀를 데려오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전의 통화가 그저 거짓이라 생각했을 것이다.혼자 사는 여성이 밖에서 견뎌야 할 악의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다.강민지는 곧 옆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으로 달려갔다.편의점에는 폭우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10여 명 있었다. 그 택시 기사는 편의점에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욕설을 퍼부으며 떠났다.강민지는 우산을 손에 들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편의점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녀가 왜 우산을 쓰지 않는지 궁금해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강민지는 혼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예 맨 끝자리를 찾아 앉았다.그녀는 또 재채기를 했다. 밖이 매우 춥게 느껴졌다.한편, 신예준은 이미 병원에 와 있었다.그는 비가 내리는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머릿속은 온통 희서가 깨어났다는 말로 가득 찼다.병실에 와서 조희서가 눈을 뜬 것은 보았으나 아직 말은 할 수 없었다.“희서야.”그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의 손을 잡았다.옆에 있던 의사가 각종 지표를 체크하며 평온하게 말했다.“며칠만 지나면 내려와서 걸을 순 있을 거예요. 하지만 좋은 현상은 아니에요. 아직 약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니 얼른 수술해야 해요.”신예준이 조희서의 손을 잡고 볼에 갖다 대었다.이 부부의 사랑을 잘 알고 있는 의사는 한숨을 내쉬
신예준은 아파트 아래로 내려와서 입술을 몇 번 문질렀다. 담배를 꺼내서 피우고 싶었지만 참았다. 목이 간질거리며 가슴도 불편해졌다. 버스에 앉은 후, 서민규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준아, 지난번에 처리해 준 양아치들한테 각자 20만 원씩 줬어.”“그래.”“그리고 조희서에게 신분 좀 빨리 정해줘. 강민지의 아버지가 딸을 얼마나 아끼는데, 만약 너희 관계를 알면 당장 네 뒷조사를 시작할 거야. 그럼 조희서도 숨길 수 없어.”“신분은 이미 정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서민규는 전화기 너머에서 쯧쯧 혀를 차더니,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게, 속이 시커먼 네 걱정을 내가 왜 하지. 나 이제 출근해야 하니까 끊을게.”“응.”신예준은 전화를 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강민지를 성추행하려 했던 세 명의 양아치는 그가 고용한 자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강민지는 의식이 혼란스러워지며 그로 인해 그에게 빠르게 호감을 느끼게 될 수 있었다.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캐필라노의 법칙 흔히 흔들다리 효과라고 불린다. 사람이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때 심장이 자연스럽게 빨리 뛰게 되는데, 이때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심장 박동이 그 사람에게서 오는 설렘으로 오해될 수 있는 것이다.더군다나 강민지는 이미 신예준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 그녀의 호감은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강민지는 여러 명의 전 남자 친구가 있었고,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녀에게 집착하거나 절대 그녀가 아니면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이면 금방 질리게 될 것이다.그래서 적당히 밀고 당기며 진심을 주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그렇지 않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그녀는 계속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고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신예준은 지금 버스에서 등을 뒤로 기댄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어젯밤에는 큰비가 내렸고, 오늘은 날씨가 유난히 맑았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신예준은 정말 잘생겼다. 게다가... 그는 휴대폰을 꺼내 강민지의 취향이
서민규는 입꼬리를 몇 번 씰룩거리더니 담배를 발치에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아직 좀 남았지만 적당히 써라. 그거 부작용 있는 거 알지? 게다가 불법 약물이라 구하기 힘들어.”“알았어.”휴대폰 벨 소리가 멈추자 신예준은 그제야 휴대폰을 들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강민지가 전화를 받자마자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워졌다.“민지야, 무슨 일이야?”“나 열이 나는 것 같아.”“지금 갈게. 집에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응.”강민지는 조금 실망할 뻔했지만 그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는 사실에 놀랐다.그는 아마도 일하는 중이라 휴대폰 벨 소리를 못 들었던 것 같았다.강민지는 몇 번 기침하고 소파에 몸을 웅크렸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느껴졌다.서민규는 옆에서 이 광경을 보며 입안 속살을 깨물었다.“강씨 집안 딸이 정말 너한테는 못 당하나 보다. 넌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데는 정말 타고난 것 같아. 자연스럽게 길들이고 있잖아. 그런데도 그 여자는 전혀 눈치 못 채고 있는 것 같고. 내가 보기엔 그 여자가 정말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단순한 장난이 아니야. 예준아, 너도 너무 심하게 굴진 마.”이 말을 꺼냈을 때 서민규는 신예준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다.서민규는 순간 자신이 잘못된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예준이 심하다니?강상원은 심하지 않았던가?죽은 사람들의 죗값은 누가 치를 것인가. 강민지는 원수의 딸이었다.서민규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한 말이야. 난 휴식 시간이 끝나서 올라가 봐야겠다. 요즘 부장이 자꾸 나를 괴롭혀. X발. 보나 마나 학벌 때문에 그러는 거지 뭐. 짜증 나 죽겠어. 그때 내가 왜 좋은 대학에 못 갔지. 지금 부서에서 나만 전문대 출신이거든. 그 부장이 나를 하루 종일 감시하는 것 같아.”서민규는 불평을 쏟아내며 골목을 나섰다.신예준은 남은 반 개비의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야 천천히 강민지의 아파트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그는 과일을 좀 사고 근처 약국에서 해열제를 샀다. 아파트 문 앞에
신예준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방으로 향했다. 강민지는 볼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채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곧 그녀의 앞은 다시 캄캄해졌다. 신예준이 안대를 씌운 것이었다.“예준아?”강민지는 신예준이 나가는 소리에 이어, 물을 받는 소리 그리고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뭐 먹고 있어?”“비타민.”신예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강민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신예준이 몸을 눌러올 때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목을 감쌌다.한 번의 정사가 끝난 후 강민지는 신예준의 품에 안겨 숨을 헐떡였다.신예준은 침대에 더 누워있지 않고 주방으로 가서 차가워진 음식을 다시 데웠다.강민지는 이제 정말로 배가 고팠다.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힘이 빠진 채로 나왔다. 식탁 앞에 가서 앉자 음식이 이미 데워져 있었다.신예준이 막 앉으려는 순간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아마 조희서가 말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몰랐다.신예준의 속눈썹이 떨렸다. 그는 강민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나 좀 나가봐야 할 일이 있어. 너 혼자 먼저 먹어.”강민지는 지금 몸이 편치 않았다. 사람이 약해질 때는 누군가가 곁에 있어 주길 바라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 사람이 남자 친구라면 더욱 그랬다.그러나 강민지는 이미 신예준의 일을 방해했다고 생각해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신예준은 서둘러 떠났다. 그가 나가는 순간 강민지는 그가 한숨을 쉬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가 차려준 음식을 보며 그 생각을 떨쳐냈다.자신이 너무 생각이 많았다고 여긴 강민지는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한밤중에 깨어났을 때 신예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강민지는 옆에 있는 휴대폰를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세 시였다. 그가 집으로 바로 돌아간 걸까?강민지가 전화를 걸려던 찰나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전화기 너머에서 신예준의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