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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6화 속이 시커멓다

신예준은 아파트 아래로 내려와서 입술을 몇 번 문질렀다. 담배를 꺼내서 피우고 싶었지만 참았다. 목이 간질거리며 가슴도 불편해졌다. 버스에 앉은 후, 서민규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준아, 지난번에 처리해 준 양아치들한테 각자 20만 원씩 줬어.”

“그래.”

“그리고 조희서에게 신분 좀 빨리 정해줘. 강민지의 아버지가 딸을 얼마나 아끼는데, 만약 너희 관계를 알면 당장 네 뒷조사를 시작할 거야. 그럼 조희서도 숨길 수 없어.”

“신분은 이미 정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서민규는 전화기 너머에서 쯧쯧 혀를 차더니,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게, 속이 시커먼 네 걱정을 내가 왜 하지. 나 이제 출근해야 하니까 끊을게.”

“응.”

신예준은 전화를 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강민지를 성추행하려 했던 세 명의 양아치는 그가 고용한 자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강민지는 의식이 혼란스러워지며 그로 인해 그에게 빠르게 호감을 느끼게 될 수 있었다.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캐필라노의 법칙 흔히 흔들다리 효과라고 불린다. 사람이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때 심장이 자연스럽게 빨리 뛰게 되는데, 이때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심장 박동이 그 사람에게서 오는 설렘으로 오해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강민지는 이미 신예준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 그녀의 호감은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강민지는 여러 명의 전 남자 친구가 있었고,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녀에게 집착하거나 절대 그녀가 아니면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이면 금방 질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적당히 밀고 당기며 진심을 주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그렇지 않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그녀는 계속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고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신예준은 지금 버스에서 등을 뒤로 기댄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큰비가 내렸고, 오늘은 날씨가 유난히 맑았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신예준은 정말 잘생겼다. 게다가... 그는 휴대폰을 꺼내 강민지의 취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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