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지는 아파트로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옷에 묻은 핏자국을 내려다보니 피는 거의 말랐지만 콧속에는 아직도 비릿한 피 냄새가 맴돌고 있었다. 그녀는 얼른 샤워를 한 뒤 근처 마트로 가서 장을 보기로 했다.지난번에 신예준이 면을 많이 먹지 않았던 생각이 나서 이번에는 면 대신 죽을 만들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하나하나 레시피를 찾아가며 채소와 고기를 넣어 죽을 끓였다.중간에 죽이 너무 묽어져서 한 번 실패했지만 그녀는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한번 도전했고 이번에는 딱 알맞은 농도로 죽이 완성되었다. 조심스럽게 숟가락으로 한 입 맛보았을 때 손가락이 냄비 가장자리에 닿아 물집이 생겼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정성스럽게 죽을 담아 병원으로 돌아갔다.이리저리 시간이 지체되어 벌써 아침 6시 반이 되었다. 죽을 들고 병실로 들어가니 신예준이 보이지 않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곧바로 병실을 나가서 옆에 있던 의사에게 물어보려던 찰나 신예준이 문가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어디 갔다 온 거야?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 움직이지 말랬잖아.”돌에 맞아 생긴 상처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녀는 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이 오싹해졌다.“괜찮아. 화장실에 다녀왔어.”강민지는 보온 용기를 옆에 내려놓았다. 손가락에는 여러 개의 밴드가 붙어 있었다.“예준아, 와서 아침 좀 먹어.”신예준은 보온 용기 속의 죽을 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지금은 별로 먹고 싶지 않아, 민지야. 그나저나 그 녀석들 때문에 너무 걱정돼.”강민지는 그의 얼굴을 감싸며 자신의 신분을 고백할까, 고민했지만 신예준의 다음 말에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래도 네가 부잣집 아가씨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아니면 우리가 계속 만날 수 있을지 걱정했을 거야.”고백하려던 말이 그대로 목에 걸렸다.“왜? 부잣집 아가씨면 더 좋은 거 아니야?”신예준은 침대 머리에 기대어 눈을 감으며 말했다.“그럼 너랑 만날 자신이 없었겠지. 결과가 뻔한데, 괜히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신예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천천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희서야, 더는 이런 말 듣고 싶지 않아.”조희서는 다급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난 그저 네가 이렇게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을 뿐이야. 의사 말로는 이번 수술에 전문의를 초빙해야 한다고 하던데,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맥도 필요해.”“내가 해결할게.”신예준은 다시 숟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죽을 떠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갔다.“넌 몸만 잘 돌보면 돼.”“그럼 약속해 줘. 아무리 바빠도 자주 와서 날 봐준다고. 나 혼자 있으면 정말 너무 답답해.”“알았어.”강민지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섰을 때 이미 몇 명의 간호사들이 타고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간호사들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위층 그 여자 정말 운도 좋아. 다른 남자 같았으면 분명 짐이라 생각하고 벌써 버리고 도망갔겠지.”“약혼자가 잘생기고 또 얼마나 다정한지, 아무리 피곤해도 꼭 와서 보고 간대. 이런 좋은 남자를 어디 가서 찾지?”“언제면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올까? 그런 잘생긴 남자와 잠깐이라도 입맞출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그녀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강민지는 그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강상원의 전화로 가득 차 있었다.아버지는 여러 번 그녀에게 가난한 남자와 얽히지 말라고 경고했었고, 신예준 역시 부잣집 아가씨와 연애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제 이 속임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게 분명해졌다.강상원은 그녀를 아끼긴 했지만 이런 원칙적인 문제에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강민지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집사가 말했다.“회장님께서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강민지는 곧바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서재 문을 열자 강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한밤중에 어떻게 그런 곳을 돌아다녀?”“아빠, 연지가 요즘 시합이 있잖아요. 나도 오토바이에 관심이 생겨서 연지한테 태워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걔가 친구의 전화를 받고 급히 가야 했거든요. 친구한테 급한 일이
강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한숨에 먹고 싶은 음식 몇 가지를 말했다. 신예준의 답장은 금방 도착했다.[저녁에 만들어 줄게. 이미 퇴원했어.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뛰지만 않으면 문제없대.]강민지는 이내 그를 용서했다.[좋아, 그럼 지금 당장 갈게.]강민지는 기쁜 마음으로 자기 방 문을 열고 강상원에게 간단히 말한 뒤 밖으로 나섰다. 예전에도 그녀는 자주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밖에 별장이 있었고, 강상원도 구속하지 않았다.강민지는 버스를 타고 아파트로 돌아갔다. 일부러 사람을 시켜 고급 차를 가져가라고 했다.아파트 문을 열자마자 채소를 써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예준이 요리하는 것을 처음 보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따뜻해졌다.강민지는 주방 문 앞에 서서 신예준이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으로 칼을 잡고 다른 손으로 채소를 누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뒤에서 그를 꼭 껴안았다. “너도 다쳤잖아. 요리하지 말고 차라리 우리 그냥 배달시키자.”신예준은 허리 쪽에 감긴 그녀의 손을 보며 눈빛이 잠깐 어두워졌다.“괜찮아. 가서 앉아 있어.”강민지는 고개를 그의 등에 묻으며 말했다. “나가기 싫어.”신예준은 칼을 내려놓고 돌아서서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뒤의 조리대를 받치고 강민지에게 키스했다.주방에는 세제 냄새가 났다. 신예준은 주방을 아주 깨끗하게 정리해 두었다. 강민지는 그의 몸에서 나는 살냄새까지 느낄 수 있었다.신예준의 향기는 따뜻하고 깨끗한 느낌이었지만 그 깨끗함 속에는 은근히 차가운 기운이 숨어 있었다. 강민지는 그의 장난스러운 행동에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반시간 동안이나 키스하고 나서야 그녀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거실로 걸어갔다.신예준은 다시 주방에서 바삐 돌아쳤다. 강민지는 소파에 앉아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를 지켜보았다.강민지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신예준의 표정은 무척 담담했다. 마치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요리가 끝나자 그는 식탁에 차려 놓았다. 강민지는 도와주려고 서둘러 나섰
강민지는 더 이상 묻지도, 신예준의 친구들을 소개받겠다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그가 반대로 그녀의 친구들에 대해 물어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신예준은 곧바로 조희서가 있는 병원으로 돌아갔다. 조희서는 계속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예준아, 나 사과 먹고 싶어.”신예준은 예전처럼 그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손놀림은 여전히 능숙했다. 조희서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 “한 마리 더 깎아줘.”신예준은 과일칼을 사용해 또 하나의 사과 토끼를 깎아냈다. 그 모양은 정말 정교하고 생동감 있었다.하지만 강민지에게 준 사과는 그냥 대충 깍둑썰기한 것에 불과했다. 그에게 있어 강민지를 달래려고 일부러 토끼 모양을 깎아줄 이유는 없었다.강민지는 이 모든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오직 자신이 신예준과 진지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성혜인이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그녀와 연락했을 때 강민지는 이미 신예준과 사귄 지 3개월이 지나 있었다.강민지는 성혜인과 마주 앉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은 너희들에게 소개해 줄 수 없어. 너는 신예준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도 모를 거야.”성혜인은 연애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강민지와 함께 밥을 먹으러 나올 때도 항상 컴퓨터를 들고나와 디자인 수정을 하고 있었다.강민지는 성혜인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들이밀며 그녀의 입에 치즈 한 조각을 넣어주었다.“혜인아, 내가 듣기로 반승제가 해외에서 돌아온다던데, 그게 정말이야? 드디어 명의상 남편을 만나게 되는 건가? 그런데 그 자식이 자기 첫사랑을 데리고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네.”성혜인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아주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응, 맞아. 반승제 할아버지가 돌아오라고 했대. 첫사랑을 데리고 올지는 나도 정말 모르겠어.”강민지는 과일을 먹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성혜인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너는 슬프지도 않아? 그래도 그 사람은 명의상 네 남편이잖아.”성혜인은 키보드를 치는 손
신예준이 집에 들어서자 강민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강민지에게 인내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곧바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그때 침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준아, 침실로 와.”신예준이 침실로 걸어가자 침대 머리맡에 섹시한 차림으로 앉아 있는 강민지가 보였다. 강민지는 일어나서 한 바퀴 돌며 물었다.“어때, 예뻐?”강민지는 이런 상황에서 부끄러워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교제한 지도 세 달이 넘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늘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이런 옷을 입어본 그녀는 신예준의 반응이 몹시 궁금했다.신예준은 문가에 서서 눈빛이 잠깐 날카로워졌다. 방 안에서 가장 밝은 조명은 꺼져 있었고, 침대 머리맡의 조명만 켜져 있어 분위기가 더욱 묘했다. 강민지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아직 말 안 했잖아. 예뻐?”신예준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예뻐.”“정말?”강민지는 그의 반응이 궁금해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그러나 신예준은 그녀의 손을 잡아채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그 순간 강민지는 달콤한 감정이 밀려오며 손을 거두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누었고, 그것도 밤새도록 이어졌다.하지만 신예준은 강민지와 함께할 때마다 항상 눈에 안대를 씌우거나 등을 돌리게 했다. 강민지는 자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가끔은 그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침대 위에서 그는 감정을 깊이 숨기고 있었다.그다음 달 동안 신예준은 그녀에게 무척 잘해주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데리러 갔고, 그녀의 아파트에 있을 때면 항상 요리하고 설거지까지 해주었다. 그들의 생활은 마치 신혼부부 같았다. 그런 시간은 반승제가 귀국할 때까지 계속되었다.강민지는 원래 성혜인을 만나려고 했지만 신예준과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쉬워서 결국 만나지 못했다. 신예준이 너무 바쁘다 보니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성혜인을 다시 만난 것은 성혜인이 네이처 빌리지의 리모델링을
강민지는 일상생활에 완전히 서툰 사람이었다. 혼자서 생활하는 법을 전혀 몰랐고, 집에서는 가정부가 옆에서 모든 일을 처리해 주었기 때문에 밥을 어떻게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신예준과 함께 있을 때면 그가 자연스럽게 이런 일들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하지만 신예준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강민지가 일상생활에 서툴다고 해서 그가 이런 것들을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신예준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어두워졌지만 강민지는 등 뒤에 있어 그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신이 나서 계속 떠들었다.“예준아, 너 갈비찜도 했어?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신예준은 손에 쥔 빗자루를 꽉 쥐었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강민지가 그의 앞에 다가와 물었다.“왜 웃어?”“네가 혼자 있을 때면 과연 밥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지금까지 강민지는 죽과 라면밖에 끓일 줄 몰랐다. 죽도 겨우 한 번 해본 게 전부였다. 두 사람이 사귀는 동안 신예준은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에게 밥을 해주었고, 그녀가 배달 음식을 시킬까 봐 걱정되어 다음 날 먹을 것까지 미리 준비해 냉장고에 넣어두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 사용법도 가르쳐 주어, 그녀는 그냥 도시락을 꺼내 데우기만 하면 되었다.그래서 집에 돌아가지 않은 몇 개월 동안 강민지는 처음 아팠을 때 몇 킬로그램 빠졌던 몸무게가 다시 불어나고 오히려 1.5킬로그램이나 더 찌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신예준 덕분이었다.“못하지. 네가 있잖아?”게다가 강민지는 집이 잘 살기 때문에 굳이 직접 요리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신예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닥을 깨끗이 닦고 나서 화장실로 들어갔다.이 아파트의 화장실은 매우 좁았다. 신예준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동안 강민지와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는 강민지를 감정적으로 속인 것을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철저히 돌봐주었다. ‘유능한 보모’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그것은 그의 본심이 아니었지만 어쩔
강연지는 원래 심심해서 영상 통화를 걸었고, 이제는 화면 앞에서 계속 헬멧을 닦고 있었다. 강민지는 그런 강연지가 정말 어이없었다. “강연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기나 해?”“알지, 언니 생일이잖아. 그래서 내가 전화한 거야. 생일 선물은 집으로 보냈어. 축의금은 카톡으로 보냈고.”강민지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나마 양심은 있네. 이제 끊는다. 나 케이크 먹으러 갈 거야.”“언니, 올해는 생일 파티 안 해? 예전엔 케이크가 열 층이나 됐는데, 한 번도 안 먹었잖아. 살찔까 봐 안 먹는다며?”“그때랑 이번엔 달라. 이번 케이크는 예준이가 직접 만들어 준 거거든. 이런 완벽한 남자가 또 있을까 싶어. 뭐든지 다 잘해. 너도 예준이가 요리할 때 모습이나 슈트 입은 모습을 봤어야 해. 내가 지난번에 2천만 원짜리 슈트를 사줬는데, 아직 꺼내지도 못했어. 조금 있다 그걸 선물하고 4만 원짜리라고 속인 다음에 침대로 유인해야지.”강연지는 더 이상 듣기 힘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언니가 사랑에 빠지면 모든 걸 거는 성격인 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말이 많다는 것도.“끊을게. 진짜 끊는다. 난 아직 그런 얘기 들을 나이가 아니거든.”강민지는 다 자랑하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거실로 돌아갔을 때 신예준은 이미 저녁상을 차려놓았다.강민지는 그대로 의자에 앉아 젓가락도 들지 않고 턱을 괸 채 그가 주방에서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오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신예준은 식탁으로 돌아와 냉장고에서 4인치짜리 케이크를 꺼내어 거실의 불을 껐다.“민지야, 소원 빌어.”촛불이 켜지자 강민지는 이번에 빌 소원을 조금 고민하게 되었다. 매년 그녀의 생일이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었고, 그때마다 소원을 대충 넘겼다. 이미 그녀는 모든 걸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신예준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미세하게 떨리는 속눈썹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직시할 용기가 없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너무나도 진지했다. 촛불이
거실로 돌아왔을 때 강민지는 이미 씻고 소파에 누워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신예준은 현관에 걸어가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던 중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예준아, 나도 오늘 너한테 줄 선물이 있어. 일단 먼저 씻고 와.”신예준은 반신반의하며 씻고 나왔다. 그는 소파 위에 놓인 슈트 한 벌을 보았다.신예준은 강민지 앞에서 이런 브랜드를 모르는 척했다. 그녀는 그가 정말 모르는 줄 알고 매번 수억 원짜리 가방을 들고 다녔다.이번에 준비한 옷도 결코 싼 것이 아니었다. 패션쇼에서 선보인 신상으로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다.“이거 한 번 입어봐. 백화점 지나가다가 샀는데, 너한테 딱 어울릴 것 같았어. 너 슈트 입으면 정말 멋지잖아. 우리 이거 입고 하자.”강민지는 정말 기대에 가득 차 있었고, 자기 말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강민지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솔직한 편이었다. 처음 몇 번은 조심스러운 척했지만 나중에는 직접적으로 행동하며 그를 이끌었다. 그녀는 슈트를 들고 그를 침실로 끌고 갔다.침실 안에는 그녀가 뿌린 향수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신예준은 침대에 밀려 앉았고, 강민지는 슈트를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얼른 갈아입어봐. 보고 싶어.”신예준은 이런 상황에서 말을 잘 듣는 편이었기에 바로 옷을 입었다. 그는 키가 컸고, 이 옷은 탄탄한 역삼각형 체형을 완벽하게 돋보이게 했다. 게다가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강민지는 속으로 환호했다. 자기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처음 그를 쫓아다니며 고생한 것도 충분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로 멋졌다!강민지는 손을 뻗어 넥타이를 잡고 신예준을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녀를 맞추기 위해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한쪽 무릎을 꿇어봐.”신예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무릎을 꿇었다. 강민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발을 천천히 들어 그의 가슴에 올렸다.마음속으로는 내일 이 브랜드의 모든 슈트를 신예준에게 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의 남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