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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7화 당해내지 못하다

서민규는 입꼬리를 몇 번 씰룩거리더니 담배를 발치에 버리고 발로 비벼 껐다.

“아직 좀 남았지만 적당히 써라. 그거 부작용 있는 거 알지? 게다가 불법 약물이라 구하기 힘들어.”

“알았어.”

휴대폰 벨 소리가 멈추자 신예준은 그제야 휴대폰을 들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강민지가 전화를 받자마자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워졌다.

“민지야, 무슨 일이야?”

“나 열이 나는 것 같아.”

“지금 갈게. 집에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

“응.”

강민지는 조금 실망할 뻔했지만 그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아마도 일하는 중이라 휴대폰 벨 소리를 못 들었던 것 같았다.

강민지는 몇 번 기침하고 소파에 몸을 웅크렸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서민규는 옆에서 이 광경을 보며 입안 속살을 깨물었다.

“강씨 집안 딸이 정말 너한테는 못 당하나 보다. 넌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데는 정말 타고난 것 같아. 자연스럽게 길들이고 있잖아. 그런데도 그 여자는 전혀 눈치 못 채고 있는 것 같고. 내가 보기엔 그 여자가 정말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단순한 장난이 아니야. 예준아, 너도 너무 심하게 굴진 마.”

이 말을 꺼냈을 때 서민규는 신예준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다.

서민규는 순간 자신이 잘못된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예준이 심하다니?

강상원은 심하지 않았던가?

죽은 사람들의 죗값은 누가 치를 것인가. 강민지는 원수의 딸이었다.

서민규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한 말이야. 난 휴식 시간이 끝나서 올라가 봐야겠다. 요즘 부장이 자꾸 나를 괴롭혀. X발. 보나 마나 학벌 때문에 그러는 거지 뭐. 짜증 나 죽겠어. 그때 내가 왜 좋은 대학에 못 갔지. 지금 부서에서 나만 전문대 출신이거든. 그 부장이 나를 하루 종일 감시하는 것 같아.”

서민규는 불평을 쏟아내며 골목을 나섰다.

신예준은 남은 반 개비의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야 천천히 강민지의 아파트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그는 과일을 좀 사고 근처 약국에서 해열제를 샀다. 아파트 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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