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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9화 촛불

신예준은 몇 입 먹은 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강민지는 그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해맑게 웃어 보였다.

식사를 마친 후 이제 집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지만 강민지는 떠나기 아쉬웠다.

한참을 꾸물거렸지만 신예준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강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아래까지 바래다주면 안 돼요? 조금 무서워요."

이곳은 외진 곳이었다.

비록 단지 입구에 버스가 있었지만 이 시간이라면 지난번처럼 건달을 만날지 누가 알겠는가.

신예준이 고개를 끄덕이려 하는 찰나 밖에서 천둥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번개가 치면서 집안의 전기가 나갔다.

밖에는 천둥번개가 쳤고 집안은 캄캄했다.

낡은 집은 전기가 쉽게 나가는 법이다.

신예준이 핸드폰을 꺼내 라이트를 비추어 주었다.

"잠깐 앉아 있으세요. 전기가 들어오면 그때 가요."

강민지가 대답했다.

"혹시 양초 있어요?"

신예준이 서랍에서 양초를 몇 개 찾아 불을 붙인 뒤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강민지가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제가 치울게요. 예준 씨가 요리했으니까, 설거지는 제가 할래요."

신예준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으나 참아내었다.

강민지는 열심히 쟁반을 들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부엌은 한 사람이 서 있을 만큼만의 공간이 있었고 어두컴컴했기 때문에 거실에 있는 촛불을 빌려 설거지할 수밖에 없었다.

신예준이 양초 하나를 더 켜 냉장고 옆에 두었다. 천둥번개가 치는 날 밤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남성을 위해 설거지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흐뭇한 웃음을 짓다가 실수로 그릇 하나를 바닥에 떨구었다.

주방 입구에 서 있던 신예준이 그녀가 허리를 굽혀 그릇 조각을 주우려 하는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조각을 주우려는 이 동작으로 그녀는 손에 있던 그릇을 또 떨어뜨려 깨버렸다.

"제가 씻을게요."

그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티 내지 않고 말했다.

강민지는 조금 쑥스러워져 몸을 돌려 부엌에서 나오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릇 조각을 밟아버려 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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