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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순결을 잃는다

“죽여도 돼요.”

“그럼 죽입시다.”

그는 이 말을 할 때 오늘 날씨가 참 좋다고 말하듯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었다.

사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럼 부하들에게 시작하라고 하세요.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5개 배지의 숫자와 부호를 확보했어요. 반승제 씨와 부하들은 나머지 15개만 찾으면 됩니다. 이 숫자들은 유용한 것도 있고 쓸모없는 것도 있는데, 구체적인 것은 부호를 봐야 알 수 있어요. 부호와 숫자는 모두 배지의 측면에 있는데 육안으로는 볼 수 없고 확대경을 사용해야 해요. 회장들은 배지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고, 확대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해요.”

“19명의 배지 번호를 모두 손에 넣은 후, 마지막에 진세운을 어떻게 처리할지 같이 고민해 보죠. 그자의 배지는 먼저 놔두고 손대지 마세요. 잘못 건드리면 반승제 씨가 기지 내에 있다는 것을 이내 알아차릴 거예요. 그자는 미치광이라 무슨 짓이든 하기 때문에 괜히 경솔하게 행동하면 다음 계획만 더 힘들어질 수 있어요.”

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나가서 부하들을 연락했다.

그와 최용호의 대화는 여전히 위쪽 통풍구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최용호는 플로리아에서 줄곧 여유로운 모습이었는데, 설기웅이 잡혀 와서 그렇게 된 것을 본 뒤로 줄곧 마음이 불편했다.

“반승제 씨, 우리가 기웅이를 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반승제가 입을 삐죽거렸다.

“교배에 실패하지 않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에 설씨 집안 아이를 남길 일은 없을 거예요.”

‘X발!’

최용호는 욕을 거의 하지 않는데 지금 욕이 나올 것 같다.

말이 그렇지, 그 기계에 확실히 교배 실패라고 나왔지만 만에 하나 성공하면? 설기웅은 이 안에서 순결을 잃게 된다.

사실 요 며칠 반승제는 통풍관을 통해 설기웅이 있는 실험실로 갔었다. 그와 같이 갇힌 여인은 그가 마음에 드는 듯 의식이 없는 그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었다.

먹여주는 동작이 좀 거칠긴 했지만, 줄곧 실험 상자 안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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