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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잔인하고 미친 사람

설기웅은 당황하여 몸이 굳어버렸다. 머릿속에 여러 장면이 떠오르며 얼굴이 금세 붉어진 그는 어색하게 소녀를 밀쳐냈다.

“흠흠.”

설기웅은 몇 번 헛기침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자신 앞에 여러 명이 서 있고, 사방에서 여전히 혼잡한 소음이 들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무슨 일이 발생한 거야?”

최용호는 그 소녀의 귀여운 외모와 능숙한 싸움 솜씨, 그리고 적극적인 모습에 질투가 솟구쳤다.

“설기웅, 넌 운이 참 지지리도 좋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상황이 거의 끝나버렸잖아.”

설기웅은 이마를 문지르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소녀가 천천히 그의 등을 감싸더니 자신의 품에 가둬버렸다. 설기웅이 몸을 굳히며 한 걸음 옆으로 이동하자, 소녀도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설기웅은 머리가 지끈거려 잠시 소녀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반승제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죠?”

반승제는 사라를 바라보았다. 사라는 설기웅을 처음 봤을 때부터 멍하니 서 있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지금의 혼란은 진세운이 일으킨 거예요. 여러분이 들어온 걸 알고 이 상황을 벌인 거죠. 이제 진세운의 배지를 얻는 건 불가능해요. 아마 지금 감시실에 숨어 있을 거예요. 그곳은 연구 기지에서 가장 견고한 장소라서, 안에서 직접 문을 열지 않는 한 외부에서는 열 수 없어요. 진세운은 거기서 실험체들이 우리를 죽이길 바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설령 실험체들이 우리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기지 내 약물을 이용하려고 할 거예요.”

반승제는 이 상황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아마도 그가 진백운에게 들켰기 때문일 것이다. 진세운처럼 경계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그가 들어왔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나 반승제는 진세운이 기지를 모두 파괴하려고 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닐 줄은 몰랐다.

진세운은 정말 잔인하고 미친 사람이었다.

반승제는 이제 그의 배지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을 물어보려던 찰나, 홀 안에서 진세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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