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우현은 이곳에서 한참을 찾아봤지만, 설기웅과 다른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8번 실험체가 아직 살아있어요. 그가 미쳐서 다른 사람들을 쫓아가 많이 죽였어요.”설우현은 8번 실험체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8번 실험체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총을 들고 그 방향으로 추격해 나섰다.이곳의 숲은 무성했다. 지진의 영향으로 인해 많이 망가져 있었지만 헬리콥터의 시야는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하늘에는 수많은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있었고 지상에서도 사람들이 하나하나 수색하고 있었다....최용호와 설기웅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8번 실험체가 계속 그들을 추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도 반승제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최용호는 설기웅을 부축하며 계속 달렸고 설기웅을 따라 나온 소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는데 모두 8번 실험체가 공격한 것이었다.8번 실험체는 기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 이 소녀가 두 번째로 강하다고 해도 그와의 격차는 컸다.설기웅은 이때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들은 방금 지진이 일어났을 때 기지 내에서 고공으로 던져져서 각기 다른 정도의 뇌진탕을 겪었다. 만약 8번 실험체가 그들을 맹렬히 추격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설기웅은 기지에서 이미 많은 약물을 주입받았는데 지진과 8번 실험체의 추격으로 인해 온몸에 힘이 빠졌다.최용호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복부에 있는 커다란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젠장! 정말 괴물 같은 놈이네. 지치지도 않나?”8번 실험체는 그들과 100미터 떨어져 있는데 사지로 달리고 있었다. 마치 원시 야수처럼 보였다.그도 머리를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8번 실험체의 눈빛은 핏빛이었고 머릿속은 이 사람들을 죽여야만 기지에서 벗어나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최용호은 곁에 있는 사라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혼
설우현은 가슴 속에서 피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고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다행히도 총은 아직 그의 손에 있었다.설우현은 총을 나나에게 던지며 외쳤다.“받아요!”나나는 8번 실험체와 이미 백 번 넘게 공격을 주고받은 상태였다. 그녀는 재빨리 총을 잡고 8번 실험체의 복부를 향해 한 발 쐈다.8번 실험체는 움직이려 하다가 시선이 나나의 손목에 멈췄다. 손목에 감겨 있는 붉은 실에 비취 구슬이 꿰어져 있었다.원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8번 실험체는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다가 순간 몸을 버티고 있던 힘이 모두 빠져나가며 8번 실험체는 쓰러졌다.나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성혜인이 무사한지 확인하러 가려 했다가 8번 실험체의 목에 걸린 비취 구슬을 보고 자리에 얼어붙었다.손에 들고 있던 총이 바닥에 떨어졌고 나나는 무릎을 꿇고 그의 옷깃을 열어젖혔다.8번 실험체의 목에 비취 구슬이 걸려 있었고 나나는 떨리는 손으로 구슬에 새겨진 글자를 확인했다.“아!”“아아!”나나는 8번 실험체를 꼭 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8번 실험체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이마에서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설우현은 나나의 절규에 깜짝 놀라 피를 또 한 번 뱉었다.“무슨 일이에요?”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상황을 대충 이해할 것 같았다. 8번 실험체가 아마도 나나가 찾던 동생인 것 같았다. 조금 전 나나가 그를 향해 총을 쐈지만 총알이 심장을 맞추지 않았기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나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곧 헬리콥터가 와서 부상자들을 빠르게 이송하기 시작했다.성혜인은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사라를 바라봤다. 성혜인은 사라를 처음 보지만 이 순간 사라의 눈빛은 복잡했고 기쁨과 고통, 그리고 갈등이 섞여 있었다.한쪽에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최용호는 그제야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마지막 기운을 다해 설우현에게 말했다.“이 사람은 연구 기지에서 가장 뛰어난 박사야
일주일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반승제를 찾지 못했다.성혜인은 임신한 데다가 이곳은 질병이 창궐하는 지역이기에 모두의 권유로 플로리아로 돌아갔다. 그러나 정신 상태는 좋지 않았다.사람들은 반승제를 찾기 위해 이곳에 남았고 매일 새로운 시신이 발굴될 때마다 보고했다.성혜인이 설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발걸음이 휘청거렸다.사라는 도착하자마자 설의종의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 불려 갔다.설의종을 처음 본 순간, 사라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사라는 방 안의 배치를 한 번 더 살펴보았다. 그러자 오래전의 기억들이 천천히 떠올랐다.옆에 서 있던 설우현은 초조해서 계속 서성거렸다.“박사님, 저희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해독제를 만들 수 있나요?”“가능합니다.”사라는 차분하게 몇 가지 약을 나열했다.“이것들을 준비해 주시면 3일 안에 해독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정말 잘됐네요!”설우현은 눈을 반짝이며 바로 사람들을 시켜 준비하게 했다.사라는 여기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해독제를 연구해 내자마자 설의종에게 먹였다.하지만 해독제를 먹인 그날 오후, 구금섬에서 나하늘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사망 원인은 알 수 없었다.설우현은 충격을 받고 곧바로 그쪽 상황을 물었다.“도련님, 저희도 이유를 모릅니다. 아무도 나하늘 씨와 접촉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어제와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쓰러졌더라고요.”머릿속이 복잡해진 설우현은 바로 구금섬으로 가려고 했다. 소식을 들은 성혜인도 반드시 따라가겠다고 했다.설우현은 그녀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스러웠다. 성혜인은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계속 나하늘을 신경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나하늘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면 성혜인은 여기까지 다다를 수 없었을 것이다.결국 성혜인은 함께 가기로 했고, 사라도 동행했다.사라는 설씨 가문에 온 이후로 계속 침묵을 지켰고 연구할 때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교류하지 않았다.성혜인은 가끔 사라의 복잡한 감정이 담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사라는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대화에서 이 지하실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미 알고 있었다. 작업팀은 한 달 동안 이곳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려고 애썼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사라의 입가에 냉소가 흘렀다. 여석진이 이 감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하늘은 만성 독이 발작하기 직전까지 이곳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일까. 이 협소한 공간에서 몸부림치며 여석진이라는 인물을 견뎌야 했다.사라는 자신과 나하늘 중 누가 더 비극적인지 판단할 수 없었고,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나하늘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연구 기지에서의 인체 실험은 도덕과 인륜에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녀처럼 강제로 실험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성혜인이 나하늘의 손을 잡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사라는 그 눈물에 가슴이 찔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사라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고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조차도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밖의 하늘은 푸르렀다. 폭탄에 의해 성벽이 무너져 내린 이후, 여기 서서 멀리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뒤쪽에서는 작업팀이 이 장소를 영원히 땅속에 가라앉게 하려고 폭파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길이 번지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성혜인은 그 장면이 갑자기 틈으로 변하더니 곧 시야가 어둠에 휩싸였다.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설씨 가문 본가였다. 성혜인은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며 손을 움켜잡았고 여전히 통화 중이던 설우현의 소리가 들려왔다.“모든 곳을 다 찾았다는데 어떻게 못 찾을 수가 있어요?”“8.1급 대지진이란 건 나도 알고 있어요. 당신 말은 반승제가 땅의 균열에 휘말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살았든 죽었든 시체를
제원.모니터를 보고 있는 장하리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한서진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행사가 많아서 힘드시죠?”장하리는 손을 들어 이마를 문지르며 옅게 웃었다. “괜찮아요. 며칠 동안 다들 고생 많았어요.”장하리는 최근에야 회복하여 어제 회사에 복귀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한서진이 회사 일을 대신 처리하고 있었다.“하리 씨, 오늘 가는 곳에서 서주혁을 만날 수도 있어요. 이번 시상식은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예요. 서씨 가문도 그중 하나고요. 게다가 후원자이기도 해요.”이번 연예인 시상식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행사로 등장하는 연예인들은 사실상 마네킹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입은 모든 것, 심지어 가슴에 꽂은 브로치까지도 전부 협찬이었다.서씨 가문은 이번에 새로 개발한 자동차를 선보였다. 다음 달에 브랜드 전시 매장에서 전시할 예정이며 이번 시상식에서 연예인들은 레드카펫을 걸을 때 이 차를 지나쳐야 한다. 서씨 가문이 이번 시상식의 유일한 협찬사로 모든 자금을 지원했다.올해 S.M 소속 연예인들은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수상 후보에 올랐다. 장하리는 책임자로서 반드시 함께 가봐야 했다.서씨 가문의 자동차 브랜드는 송아현과 유해은 같은 슈퍼스타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들이 자동차를 지나칠 때와 포즈를 취할 때 모두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있었다.오늘 밤 장하리는 브랜드 측과 저녁 식사를 약속했다. 그 자리에서 레드카펫 협찬에 대해 자세히 논의할 예정이다.물론 이런 자리에는 서주혁 같은 대표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서씨 가문 산하에는 많은 회사가 있고 자동차는 그들의 주력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서씨 가문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과학 연구 전자 기기이고 가장 은밀한 것은 무기 제조 관련 인재들이며 이들은 최상층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그 아래로 각종 전자 제품, 자동차, 휴대폰 등이 있다.올해는 국내 유일한 칩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해
옆에 있던 송아현이 홧김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장하리가 저지했다.장하리는 웃는 얼굴로 진도준을 바라보았다.“진 대표님 성격이 시원하네요.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고 제가 법무부에 계약서 준비하라고 할게요.”“네, 뭐. 하리 씨가 마실 수만 있다면 바로 서명하죠.”장하리가 잔에 느릿느릿 술을 따를 때, 송아현이 손으로 막고는 귓가에 속삭였다.“언니, 아무래도 좋은 의도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 그냥 가요.”모델은 안 하면 그만이다.장하리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송아현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호받는 온실 속의 화초인연예인이다. 특히 S.M과 계약한 이후에는 난감한 일도 겪은 적이 없다.역시 나이가 어려서 그런 거다. 하지만 이것도 좋다.“괜찮으니까 아현 씨는 마시지 마세요. 제가 마실게요.”“어떻게 그래요?”송아현이 장하리의 술잔을 낚아채더니 통째로 들이켰다.주량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술 알코올 농도가 매우 짙으므로 마시면 오장육부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또 한 잔을 비운 송아현은 1분도 안 되어 정신을 잃었다.장하리는 어쩔 수 없이 양미간을 꾹꾹 누르며 자신에게 석 잔을 따랐다.단숨에 마시고 일어나 쓰러진 송아현을 일으켜 부축했다.“대표님, 술 다 마셨으니 내일 제가 법무부 직원들더러 대표님과 모델에 관해 미팅하도록 얘기 해둘게요.”이에 진도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따라 일어섰다.“하리 씨도 성격이 호탕하네요. 그런데 모두 많이 취한 것 같으니 오늘 밤은 옆 건물 호텔에서 쉬고 가시죠.”장하리는 의식은 깨어있었으나 하늘 땅이 빙빙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다.송아현은 톱스타였으므로 밖에서 취한 모습이 노출되어서는 안 되었다.“괜찮습니다. 밖에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세요.”“하리 씨...”술까지 먹였는데 이대로 보내줄 리가 있겠는가.그가 덥석 장하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아현 씨는 사람을 시켜서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대신 하리 씨는 오늘 밤 갈 수 없어요.”장하리는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진도준이
서주혁은 차가운 얼굴로 그를 상대하지 않은 채 밖으로 향했다.겁에 질려 있던 진도준은 곧장 밖으로 나가는 서주혁을 보고 화색이 되었다.보아하니 그가 들은 소문이 사실인 듯했다. 서주혁은 장하리 같이 몸으로 꾀려 드는 여인은 싫어한다.그러면서 제 앞에서는 순진한 척을 다 하니, 이게 제 지위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참 나.서주혁이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바로 이때, 화장실에서 장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비켜요! 문은 왜 잠그는데요? 손대지 마세요!”“순진한 척하기는! 원하는 만큼 돈 준다니까?”화장실 문은 잠겨져 있고 소리는 점차 사라져갔다.순간 이성의 끈을 놓은 서주혁이 갓 불을 붙인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곤 홱 돌아섰다.장하리는 세면대 앞까지 밀려나 외투마저 벗겨진 상태였다.세게 몸부림치는 바람에 이마의 땀이 계속 흘러내렸다.장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소할 거야. 반드시.”“이제 기분 좋아지면 고소할 생각 접게 될 거야. 아가.”진도준은 마침 이상형의 얼굴을 한 장하리가 마음에 들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그가 막 장하리의 바지를 벗기려 할 때, 뒤에 있던 문이 날아와 등에 세게 부딪쳤다. 순간적으로 날아온 압력에 숨이 턱 막혔다.가죽띠가 풀린 채로, 정장 바지가 반쯤 벗겨진 그는 입구에 서 있는 서주혁을 보고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서... 서 대표님.”아까 분명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셨는데? 왜 다시 돌아왔지?두 손으로 세면대를 받치고 힘겹게 선 장하리는 저도 모르게 다리가 자꾸 나른해졌다.동공은 초점 없이 흐릿했고 그저 진도준이 서 대표를 부르는 소리만이 귓가에 윙윙 들릴 뿐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느 서 대표란 말인가?장하리는 뇌가 굳은 듯 아무것도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얼굴이 빨개진 채 세면대 앞에 서서 기댈 힘조차 없는 장하리의 모습에 서주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망설임 없이 진도준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진도준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
휴대폰 화면을 드래그하던 서주혁의 손가락이 잠시 멈추고, 그의 머릿속에는 아리를 주웠을 때의 광경이 떠 올랐다.그 강아지도 이렇게 사람을 피해 벌벌 떨고 있었다.아리를 생각하니 그의 얼굴빛이 많이 부드러워졌다.한 손을 장하리를 부축할 생각도 없이 호주머니에 넣었으나 서주혁은 그 손으로 장하리의 허리를 감싸 품에 안았다.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전히 연락처를 뒤지고 있었다.오늘 밤 친구와의 사적 모임으로 인한 외출이었으므로 운전기사는 함께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기사를 시켜 장하리를 집에 보내도록 할 생각이었다.전화를 금방 걸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젊은 청년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는데 그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온시환이었다.온시환은 옆 사람과 웃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지 활짝 웃고 있었고 이 때문에 코끝의 점이 더 잘 보였다.서주혁은 무의식적으로 트렌치코트로 장하리를 꽁꽁 감쌌다. 그리고 마침 이때 전화가 연결되었다.“하늘 레스토랑에 와주세요. 바래다줘야 할 사람 있습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시환이 다가왔다.“어라? 서주혁?”온시환은 서주혁의 품에 안겨있는 여인을 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이분은?”품에 안긴 사람이 장하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온시환이 놀릴 것이 분명했다.“소개팅 상대.”확실히 최근 서씨 가문에서 그에게 선 자리 일정을 대거 만들긴 했다.온시환은 동정하듯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 보아하니 소개팅 상대가 또 술을 진탕 마시고 유혹하려는 것인 듯했다.“고생하네. 그런데 안 밀어내고 받아주는 걸 보니 희한하네.”다른 사람들이 저를 부르자 온시환은 서주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나는 투자자랑 식사하러 간다. 온시아와의 약혼이 엎질러졌으니, 그분이 마음에 들면 시도해 봐.”서주혁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온시환이 가까이 다가와 여인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이때 서주혁이 대답했다.“싫어. 맘에 들면 네가 데려가든가.”“됐어. 나도 요새 집안 때문에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