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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2화 그를 난로 삼아

서주혁은 차가운 얼굴로 그를 상대하지 않은 채 밖으로 향했다.

겁에 질려 있던 진도준은 곧장 밖으로 나가는 서주혁을 보고 화색이 되었다.

보아하니 그가 들은 소문이 사실인 듯했다. 서주혁은 장하리 같이 몸으로 꾀려 드는 여인은 싫어한다.

그러면서 제 앞에서는 순진한 척을 다 하니, 이게 제 지위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참 나.

서주혁이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바로 이때, 화장실에서 장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켜요! 문은 왜 잠그는데요? 손대지 마세요!”

“순진한 척하기는! 원하는 만큼 돈 준다니까?”

화장실 문은 잠겨져 있고 소리는 점차 사라져갔다.

순간 이성의 끈을 놓은 서주혁이 갓 불을 붙인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곤 홱 돌아섰다.

장하리는 세면대 앞까지 밀려나 외투마저 벗겨진 상태였다.

세게 몸부림치는 바람에 이마의 땀이 계속 흘러내렸다.

장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소할 거야. 반드시.”

“이제 기분 좋아지면 고소할 생각 접게 될 거야. 아가.”

진도준은 마침 이상형의 얼굴을 한 장하리가 마음에 들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가 막 장하리의 바지를 벗기려 할 때, 뒤에 있던 문이 날아와 등에 세게 부딪쳤다. 순간적으로 날아온 압력에 숨이 턱 막혔다.

가죽띠가 풀린 채로, 정장 바지가 반쯤 벗겨진 그는 입구에 서 있는 서주혁을 보고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

“서... 서 대표님.”

아까 분명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셨는데? 왜 다시 돌아왔지?

두 손으로 세면대를 받치고 힘겹게 선 장하리는 저도 모르게 다리가 자꾸 나른해졌다.

동공은 초점 없이 흐릿했고 그저 진도준이 서 대표를 부르는 소리만이 귓가에 윙윙 들릴 뿐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느 서 대표란 말인가?

장하리는 뇌가 굳은 듯 아무것도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얼굴이 빨개진 채 세면대 앞에 서서 기댈 힘조차 없는 장하리의 모습에 서주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망설임 없이 진도준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진도준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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