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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3화 맘에 들면 데려가든가

휴대폰 화면을 드래그하던 서주혁의 손가락이 잠시 멈추고, 그의 머릿속에는 아리를 주웠을 때의 광경이 떠 올랐다.

그 강아지도 이렇게 사람을 피해 벌벌 떨고 있었다.

아리를 생각하니 그의 얼굴빛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한 손을 장하리를 부축할 생각도 없이 호주머니에 넣었으나 서주혁은 그 손으로 장하리의 허리를 감싸 품에 안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전히 연락처를 뒤지고 있었다.

오늘 밤 친구와의 사적 모임으로 인한 외출이었으므로 운전기사는 함께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기사를 시켜 장하리를 집에 보내도록 할 생각이었다.

전화를 금방 걸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젊은 청년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는데 그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온시환이었다.

온시환은 옆 사람과 웃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지 활짝 웃고 있었고 이 때문에 코끝의 점이 더 잘 보였다.

서주혁은 무의식적으로 트렌치코트로 장하리를 꽁꽁 감쌌다. 그리고 마침 이때 전화가 연결되었다.

“하늘 레스토랑에 와주세요. 바래다줘야 할 사람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시환이 다가왔다.

“어라? 서주혁?”

온시환은 서주혁의 품에 안겨있는 여인을 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

“이분은?”

품에 안긴 사람이 장하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온시환이 놀릴 것이 분명했다.

“소개팅 상대.”

확실히 최근 서씨 가문에서 그에게 선 자리 일정을 대거 만들긴 했다.

온시환은 동정하듯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 보아하니 소개팅 상대가 또 술을 진탕 마시고 유혹하려는 것인 듯했다.

“고생하네. 그런데 안 밀어내고 받아주는 걸 보니 희한하네.”

다른 사람들이 저를 부르자 온시환은 서주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투자자랑 식사하러 간다. 온시아와의 약혼이 엎질러졌으니, 그분이 마음에 들면 시도해 봐.”

서주혁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온시환이 가까이 다가와 여인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이때 서주혁이 대답했다.

“싫어. 맘에 들면 네가 데려가든가.”

“됐어. 나도 요새 집안 때문에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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