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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7화 이렇게 부탁할게

“하리야, 엄마가 이렇게 부탁할게. 한 번만 얼굴 좀 보자.”

노임향이 애걸복걸했고 이따금 방우찬이 곁에서 위로하는 소리가 들렸다.

장하리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미 한 번 실수한 것으로 충분하다. 두 번의 실수는 있어서는 안 되었다.

전화가 끊기자 노임향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방우찬은 여전히 그녀의 곁에서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다.

“어머님, 너무 걱정 마세요. 하리는 마음 약한 애니까 제가 몇 마디 더 설득하면 만나러 나와줄 거예요.”

노임향이 감격하며 방우찬의 손을 맞잡았다.

“고맙다. 그럼 이 일은 너에게 맡기마.”

“어머님, 아버님도 집에 계세요?”

남편 얘기가 나오자 노임향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그렇지. 나 이제 가야겠다.”

방우찬은 원래부터 장하리의 집안일에 대해서는 별 흥미가 없었다. 그가 지금 노임향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은 그저 장하리와 하룻밤 자기 위해서였다.

홍규연과 함께 할수록 장하리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는 반드시 이런 여자를 내연녀로 두어야 했다.

집에 돌아온 노임향은 집에 술병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심장이 철렁했다. 노임향의 철없는 남편은 술도 좋아했고 바람도 밥 먹듯이 피웠다.

젊었을 때 그는 잔꾀를 부려 때때로 의외의 돈을 벌 때가 있었다.

지금은 늙어서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뒤처졌지만 바람을 피우는 건 변하지 않고 여전했다. 그는 돈이 조금만 생겨도 밖에서 허세를 부리고 다녔다.

그는 노임향이 돌아온 것을 보곤 대뜸 화를 냈다.

“장하리랑 약속 잡으라고 했잖아. 전에 나 망신당하는 거 다 봤지? 그년한테 꼭 복수할 거야.”

노임향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며 대답했다.

“말했어. 싫다는데 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

“싫다면 강요라도 해야지. 걔가 제일 신경 쓰는 사람이 당신 아니야? 내일까지 장하리 내 앞에 대령하지 못하면 당장 이혼할 거야. 정말 지긋지긋해.”

뭐? 이혼?

장하리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장하리에 대한 원망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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