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는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대화에서 이 지하실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미 알고 있었다. 작업팀은 한 달 동안 이곳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려고 애썼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사라의 입가에 냉소가 흘렀다. 여석진이 이 감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하늘은 만성 독이 발작하기 직전까지 이곳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일까. 이 협소한 공간에서 몸부림치며 여석진이라는 인물을 견뎌야 했다.사라는 자신과 나하늘 중 누가 더 비극적인지 판단할 수 없었고,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나하늘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연구 기지에서의 인체 실험은 도덕과 인륜에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녀처럼 강제로 실험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성혜인이 나하늘의 손을 잡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사라는 그 눈물에 가슴이 찔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사라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고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조차도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밖의 하늘은 푸르렀다. 폭탄에 의해 성벽이 무너져 내린 이후, 여기 서서 멀리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뒤쪽에서는 작업팀이 이 장소를 영원히 땅속에 가라앉게 하려고 폭파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길이 번지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성혜인은 그 장면이 갑자기 틈으로 변하더니 곧 시야가 어둠에 휩싸였다.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설씨 가문 본가였다. 성혜인은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며 손을 움켜잡았고 여전히 통화 중이던 설우현의 소리가 들려왔다.“모든 곳을 다 찾았다는데 어떻게 못 찾을 수가 있어요?”“8.1급 대지진이란 건 나도 알고 있어요. 당신 말은 반승제가 땅의 균열에 휘말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살았든 죽었든 시체를
제원.모니터를 보고 있는 장하리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한서진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행사가 많아서 힘드시죠?”장하리는 손을 들어 이마를 문지르며 옅게 웃었다. “괜찮아요. 며칠 동안 다들 고생 많았어요.”장하리는 최근에야 회복하여 어제 회사에 복귀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한서진이 회사 일을 대신 처리하고 있었다.“하리 씨, 오늘 가는 곳에서 서주혁을 만날 수도 있어요. 이번 시상식은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예요. 서씨 가문도 그중 하나고요. 게다가 후원자이기도 해요.”이번 연예인 시상식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행사로 등장하는 연예인들은 사실상 마네킹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입은 모든 것, 심지어 가슴에 꽂은 브로치까지도 전부 협찬이었다.서씨 가문은 이번에 새로 개발한 자동차를 선보였다. 다음 달에 브랜드 전시 매장에서 전시할 예정이며 이번 시상식에서 연예인들은 레드카펫을 걸을 때 이 차를 지나쳐야 한다. 서씨 가문이 이번 시상식의 유일한 협찬사로 모든 자금을 지원했다.올해 S.M 소속 연예인들은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수상 후보에 올랐다. 장하리는 책임자로서 반드시 함께 가봐야 했다.서씨 가문의 자동차 브랜드는 송아현과 유해은 같은 슈퍼스타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들이 자동차를 지나칠 때와 포즈를 취할 때 모두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있었다.오늘 밤 장하리는 브랜드 측과 저녁 식사를 약속했다. 그 자리에서 레드카펫 협찬에 대해 자세히 논의할 예정이다.물론 이런 자리에는 서주혁 같은 대표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서씨 가문 산하에는 많은 회사가 있고 자동차는 그들의 주력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서씨 가문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과학 연구 전자 기기이고 가장 은밀한 것은 무기 제조 관련 인재들이며 이들은 최상층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그 아래로 각종 전자 제품, 자동차, 휴대폰 등이 있다.올해는 국내 유일한 칩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해
옆에 있던 송아현이 홧김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장하리가 저지했다.장하리는 웃는 얼굴로 진도준을 바라보았다.“진 대표님 성격이 시원하네요.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고 제가 법무부에 계약서 준비하라고 할게요.”“네, 뭐. 하리 씨가 마실 수만 있다면 바로 서명하죠.”장하리가 잔에 느릿느릿 술을 따를 때, 송아현이 손으로 막고는 귓가에 속삭였다.“언니, 아무래도 좋은 의도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 그냥 가요.”모델은 안 하면 그만이다.장하리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송아현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호받는 온실 속의 화초인연예인이다. 특히 S.M과 계약한 이후에는 난감한 일도 겪은 적이 없다.역시 나이가 어려서 그런 거다. 하지만 이것도 좋다.“괜찮으니까 아현 씨는 마시지 마세요. 제가 마실게요.”“어떻게 그래요?”송아현이 장하리의 술잔을 낚아채더니 통째로 들이켰다.주량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술 알코올 농도가 매우 짙으므로 마시면 오장육부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또 한 잔을 비운 송아현은 1분도 안 되어 정신을 잃었다.장하리는 어쩔 수 없이 양미간을 꾹꾹 누르며 자신에게 석 잔을 따랐다.단숨에 마시고 일어나 쓰러진 송아현을 일으켜 부축했다.“대표님, 술 다 마셨으니 내일 제가 법무부 직원들더러 대표님과 모델에 관해 미팅하도록 얘기 해둘게요.”이에 진도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따라 일어섰다.“하리 씨도 성격이 호탕하네요. 그런데 모두 많이 취한 것 같으니 오늘 밤은 옆 건물 호텔에서 쉬고 가시죠.”장하리는 의식은 깨어있었으나 하늘 땅이 빙빙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다.송아현은 톱스타였으므로 밖에서 취한 모습이 노출되어서는 안 되었다.“괜찮습니다. 밖에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세요.”“하리 씨...”술까지 먹였는데 이대로 보내줄 리가 있겠는가.그가 덥석 장하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아현 씨는 사람을 시켜서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대신 하리 씨는 오늘 밤 갈 수 없어요.”장하리는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진도준이
서주혁은 차가운 얼굴로 그를 상대하지 않은 채 밖으로 향했다.겁에 질려 있던 진도준은 곧장 밖으로 나가는 서주혁을 보고 화색이 되었다.보아하니 그가 들은 소문이 사실인 듯했다. 서주혁은 장하리 같이 몸으로 꾀려 드는 여인은 싫어한다.그러면서 제 앞에서는 순진한 척을 다 하니, 이게 제 지위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참 나.서주혁이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런데 바로 이때, 화장실에서 장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비켜요! 문은 왜 잠그는데요? 손대지 마세요!”“순진한 척하기는! 원하는 만큼 돈 준다니까?”화장실 문은 잠겨져 있고 소리는 점차 사라져갔다.순간 이성의 끈을 놓은 서주혁이 갓 불을 붙인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곤 홱 돌아섰다.장하리는 세면대 앞까지 밀려나 외투마저 벗겨진 상태였다.세게 몸부림치는 바람에 이마의 땀이 계속 흘러내렸다.장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소할 거야. 반드시.”“이제 기분 좋아지면 고소할 생각 접게 될 거야. 아가.”진도준은 마침 이상형의 얼굴을 한 장하리가 마음에 들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그가 막 장하리의 바지를 벗기려 할 때, 뒤에 있던 문이 날아와 등에 세게 부딪쳤다. 순간적으로 날아온 압력에 숨이 턱 막혔다.가죽띠가 풀린 채로, 정장 바지가 반쯤 벗겨진 그는 입구에 서 있는 서주혁을 보고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서... 서 대표님.”아까 분명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셨는데? 왜 다시 돌아왔지?두 손으로 세면대를 받치고 힘겹게 선 장하리는 저도 모르게 다리가 자꾸 나른해졌다.동공은 초점 없이 흐릿했고 그저 진도준이 서 대표를 부르는 소리만이 귓가에 윙윙 들릴 뿐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느 서 대표란 말인가?장하리는 뇌가 굳은 듯 아무것도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얼굴이 빨개진 채 세면대 앞에 서서 기댈 힘조차 없는 장하리의 모습에 서주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망설임 없이 진도준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진도준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
휴대폰 화면을 드래그하던 서주혁의 손가락이 잠시 멈추고, 그의 머릿속에는 아리를 주웠을 때의 광경이 떠 올랐다.그 강아지도 이렇게 사람을 피해 벌벌 떨고 있었다.아리를 생각하니 그의 얼굴빛이 많이 부드러워졌다.한 손을 장하리를 부축할 생각도 없이 호주머니에 넣었으나 서주혁은 그 손으로 장하리의 허리를 감싸 품에 안았다.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전히 연락처를 뒤지고 있었다.오늘 밤 친구와의 사적 모임으로 인한 외출이었으므로 운전기사는 함께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기사를 시켜 장하리를 집에 보내도록 할 생각이었다.전화를 금방 걸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젊은 청년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는데 그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온시환이었다.온시환은 옆 사람과 웃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지 활짝 웃고 있었고 이 때문에 코끝의 점이 더 잘 보였다.서주혁은 무의식적으로 트렌치코트로 장하리를 꽁꽁 감쌌다. 그리고 마침 이때 전화가 연결되었다.“하늘 레스토랑에 와주세요. 바래다줘야 할 사람 있습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시환이 다가왔다.“어라? 서주혁?”온시환은 서주혁의 품에 안겨있는 여인을 보곤 눈을 가늘게 떴다.“이분은?”품에 안긴 사람이 장하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온시환이 놀릴 것이 분명했다.“소개팅 상대.”확실히 최근 서씨 가문에서 그에게 선 자리 일정을 대거 만들긴 했다.온시환은 동정하듯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 보아하니 소개팅 상대가 또 술을 진탕 마시고 유혹하려는 것인 듯했다.“고생하네. 그런데 안 밀어내고 받아주는 걸 보니 희한하네.”다른 사람들이 저를 부르자 온시환은 서주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나는 투자자랑 식사하러 간다. 온시아와의 약혼이 엎질러졌으니, 그분이 마음에 들면 시도해 봐.”서주혁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온시환이 가까이 다가와 여인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이때 서주혁이 대답했다.“싫어. 맘에 들면 네가 데려가든가.”“됐어. 나도 요새 집안 때문에 피곤해.
“하리야!”반가움과 놀라움에 그는 빠르게 장하리에게로 다가갔다.“왜 여기 이러고 있어? 취했어?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반응은 조금 느렸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방우찬인 것은 알 수 있었다.장하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방우찬을 밀어냈다.그러나 힘이 터무니없이 약했기 때문에 겉으로 좋은 척하는 것으로 보였다.방우찬은 즉시 외투를 벗어 장하리의 어깨에 걸쳐주었다.“코트는? 날도 추운데 왜 이렇게 얇게 입었어.”전에 장하리와 연애했을 때 방우찬은 그녀가 돈 벌 줄만 아는 재미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두 사람이 함께한 7년 동안 장하리가 가장 많이 한 말이 바로 돈을 벌어 둘만의 집을 사겠다는 것이었다.그때 방우찬은 장하리가 정말 바보 같다고 느껴졌다. 대부분의 여자는 제원 본지의 사람과 결혼하기를 원했다. 그럼 집이고 차고 모두 생길 테니까. 그러나 장하리는 자신이 번 돈으로 땅값 비싸다는 제원에서 집을 사려고 했다.매번 그가 술에 취해 집에 돌아가면 장하리는 항상 해장국을 준비했고 언제 어느 때든 가장 맛있는 음식을 대령해 왔다.그러나 홍규연과 결혼한 지금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대령 되는 해장국은 없었다. 오히려 늦게 들어오면서 자길 깨운다고 구박했다.그가 양씨 가문에서 자리를 잡게 되자 홍규연은 그를 일일이 감시하기 시작했으며 하루 24시간 동안 25통도 넘는 전화를 해댔다.인제 와서야 방우찬은 장하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전에는 왜 그녀를 재미없다고만 생각했을까.“하리야, 안 추워?”방우찬은 장하리의 손을 잡고 입김을 불었다.“따뜻하게 해줄게. 옆에 바로 호텔이니까 내가 방 잡을게. 안 건드릴 거니까 걱정 말고.”장하리는 똑바로 서서 방우찬을 밀어냈다.“괜찮아. 고마워.”방우찬은 잠시 정색하고는 장하리의 몸에 걸친 옷의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주었다.“왜 낯선 사람 취급 해?”장하리는 그의 행동이 우스웠다. 아니, 정말 웃었다.그런데 짙은 알코올 향에 웃다가 구토감이 올라왔다.방우찬은 장하리의 곁에 서 있다가 업계 내에서
그는 방우찬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저 사람은 장하리의 바람 난 전남친 아니던가?재결합하려는 건가?그는 사 온 생수를 옆에 있던 휴지통에 휙 버리고는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차에 타자 운전기사가 전화를 걸어왔다.“대표님, 바래다줘야 할 분 어디 계신가요?”“됐어. 필요 없어졌어. 돌아가.”기사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고분고분 돌아갔다.차에 시동을 건 서주혁은 장하리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핸들을 돌려 가속 페달을 밟았다.동시에 마음속으론 냉소했다. 바람피운 남자는 씹다 뱉어진 껌과도 같았다. 그런데 장하리가 그 껌을 다시 가져와 씹겠다는데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런 사람들은 당해도 싸다.게다가 장하리는 방우찬을 좋아하지 않던가.정말이지 너무 싸구려 감정이다. 지난 한 주에는 서주혁 때문에 슬퍼하더니 이번 주에는 전 남자 친구가 얼굴을 만지도록 둔다.핸들을 쥔 손에 힘이 점점 들어가는 것을 서주혁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또 화장실에서 만난 진도준을 떠올렸다.그는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런 사람은 당장 회사에서 잘라버려야 했다....방우찬을 밀어낸 장하리는 절뚝거리며 택시를 잡기 위해 길가로 걸어 나갔다.방우찬은 마치 껌처럼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장하리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하리야, 그냥 내가 방 잡을게. 걱정되면 너 혼자 호텔 올라가. 난 안 따라갈 테니까”그는 짐짓 자신이 매너 있는 사람인 척 행동하기 시작했다.장하리는 추위에 이가 떨렸지만 방우찬에게 보여주기 싫었다.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고 몸을 굽힌 장하리는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강민지라는 것을 발견했다.“민지 씨?”“하리 씨?”반가움에 차 문을 열려고 했으나 잠겨 있었다.그녀는 곁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결재하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친구가 술에 취한 것 같아. 데려다주고 싶어.”신예준은 대답 없이 손을 들어 시계를 바라보았다.“10분밖에 없어. 아빠 보러 가기 싫으면 그렇게 해.”강민지는 큰 굴욕감
앞에 앉은 기사는 가끔 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에게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은 매우 흔했다. 심할 때는 칼을 휘두르기도 했으니 말이다.기사는 침을 삼키며 정말이지 조만간이면 이런 분위기에 자기가 먼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전에 그는 제이엔 쥬얼리에서 신예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강상원은 두 사람의 결혼에 동의하지 않았고 강민지도 어쩔 수 없이 그를 회사 말단 직원으로 넣어줬을 뿐이다. 그런데 신예준의 업무 능력이 이렇게 출중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어느 정도로 대단했냐 하면,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상사가 파격적으로 승진시켰을 정도였다.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꿈 같았다. 그 정도로 모든 일이 눈 깜빡할 사이에 빠르게 일어났기 때문이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장하리는 잠을 그다지 편히 자지 못했다. 머리가 창유리에 부딪히자 장하리는 얕게 신음을 흘렸다.자동차가 장하리의 집 앞에 멈춰 섰다.송아현은 진작 집으로 보내진 상태였다. 진도준은 그녀에게 호감만 있을 뿐 아직 톱스타에게 손댈 엄두는 내지 못했다.그러나 그녀와 달리 장하리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설령 장하리에게 미움을 사더라도 그녀 대신 욕해줄 팬은 없었다.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두통과 어지러움 때문에 강민지에게 잘 가라는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욕실로 달려가 구토하려 했으나 헛구역질만 나올 뿐이었다.고개를 들고 무심코 거울 속의 자신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살이 눈에 띄게 빠졌기 때문이었다.샤워하고 싶었지만 알코올 때문에 몸이 나른해져 그대로 침대에 웅크린 채 잠들고 말았다....다음날 잠에서 깨니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고 위도 따끔거렸다,그러나 이를 신경 쓸 시간은 없었다.장하리는 간단하게 빵 한 개로 아침을 때우고 회사로 향했다.“서진 씨, 이 자동차 브랜드 모델 온수빈 씨로 정해졌으니까 계약서를 진 사장한테 보내라고 해요.”“모델 아직 안 정한 거 아니었어요?”“어젯밤에 얘기가 끝났어요.”장하리는 창백한 얼굴로 사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