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배후의 자선가가 이 많은 난민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 줬으니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해외에 가서 집에 달러를 보내오니 더 진실되어 보였다.반승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래의 환경을 봤다.반승제에게는 참기 힘든 환경이었으나 난민들에게는 천국과 다를 게 없었다.제일 중앙의 자리에는 심지어 그 자선가에게 동상을 만들어 세워 매일 많은 사람들이 절을 하러 간다고 한다.반승제는 이 안의 구조를 훑어보고는 밤이 어두워지고 또 한 번 둘러봤다.이곳은 자유로워 보였으나 사실 곳곳마다 CCTV가 있고 보안 인원도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지 않고 긴 의자에 앉아 이번의 질병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칸다의 사람들이 장기간 질병에 시달리고 본지의 의료체계가 낙후해 매번 질병이 폭발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그러니 이 질병에 대해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말투는 두렵고 몸도 떨려났다.반승제는 자신의 사람들과 회합했다. 다들 얻은 소식들은 비슷했다.해외에 일하러 갔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연구기지에 데리고 간 것인 듯 했다.연구기지의 실험에 쓰이는 인체에도 요구가 있다. 적어도 어느 한 부분에서 천부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거나 지력이 높은 인재만 데리고 간다.배후의 자선가가 모든 일을 너무 흠집 없이 완성했다. 이 몇 년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것도 대단했다.지도에 표기한 두 곳은 이미 탐색을 해봤다. 지도는 진짜였다.반승제에게 지도를 준 사람은 반드시 연구기지의 사람일 것이다. 지위도 낮지 않을 것이다.근데 상대방은 어떻게 구금성에 대해 아는 것일까.구금성도 비록 연구기지에 인재를 보내지만 구금성은 한사람에게 속하는 것임을 알아낼 수 있다.연구기지 같은 곳에서 매개 인의 신분은 모두 미스테리하다.그리고 구금성에 어젯밤에 그런 폭발이 일어났으니 구금성의 주인은 성혜인과 자신이 모두 그곳에 죽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리고 구금성의 주인은 미스터 K와 관련이 있는 듯했다.이 지도를 준 사람은 구금성의 모든 곳에 익숙해 보였
제로는 머리를 숙이고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대표님께서 제 가족의 목숨을 살려주셔서 우리 가족을 다년간 지켜주셨으니 모든 건 제가 원해서 한 거예요.”그녀가 꾹 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아쉬운 것이 있다. 아쉬운 것은 반승제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성혜인의 모습으로 성형을 해서 화장을 하면 보통 사람들은 두 사람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제로는 진심으로 성혜인을 대신해서 계속 반승제의 곁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고백 이런 것은 아무 쓸모 없는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그저 성혜인의 대체품으로서 그날 성혜인에게 한 말은 이미 살면서 했던 말 중에 제일 대담한 말이었다.온 가족의 목숨을 반승제가 살려줬으니 반드시 이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반승제는 목걸이를 꺼내 제로의 손바닥에 놓았다.“이 안에 독약이 있어.”제로는 반승제가 왜 이것을 주는지 알고 있다. 연구기지의 수단으로는 사는 것이 죽기보다도 끔찍하게 할 것이다. 만일 그 정도까지 가게 되면 스스로 독약을 복용하여 해방을 할수 있다.제로가 담담하게 받았다. “알겠습니다. 대표님께서 성혜인 씨하고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시길 바랄게요.”반승제가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로가 이 말을 할 줄은 생각 못 했다.제로는 일어서고는 목걸이를 하고는 손끝으로 만지작했다.비록 이 목걸이 안에 독약이 들었지만 이런 액세서리는 처음 받아봤다.제로는 더 반승제를 보지 않고 목걸이를 만지고는 떠났다.반승제는 감정 방면에서는 눈치가 무디다. 성혜인을 좋아하게 된 것도 시간이 꽤 지나고 서야 알게 됐다. 그전에는 그저 잠이 덜 깼다고만 생각했다.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에 보호막을 설치해 근본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반승제는 먼저 제로를 연구기지에 들어가라고 하고 국내의 사람을 연락했다.불필요한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국내의 사람들에게는 이 일을 알려주지 않았다.그 사람이 두 곳을 표시해 줬으니 이 두 곳이 바로 돌파구일 것이다.반승제는 즉
반승제가 있는 도시가 아침에 일이 일어날 거라고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오늘 아침 7시, 인구밀도가 제일 밀집된 도시 중심에서 질병 감염 환자가 나타났다.그렇다는 것은 이 질병이 이미 도시 중심에까지 퍼졌다는 것이다.환자가 발견된 매장에서는 급히 격리를 했고 모두 매장 안에 갇쳐 관찰을 했고 밖에서도 모두 두려워했다.반승제는 호텔 테라스에서 아래의 사람들이 마트의 물건을 싹쓸이하는 것을 봤다.설우현의 연락을 받았을 때 반승제는 긴장을 했다.“사람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뭐 하는 거야.”설우현이 자신이 잘못인 것을 아니 반박하지 못했다.반승제는 화를 참고 전화를 끊은 후 성혜인에게 연락을 했으나 핸드폰은 꺼져있는 상태였다.성혜인의 성격을 알면서도 홀로 말도 없이 온 것을 후회했다.이 도시는 이미 혼란스러워졌고 성혜인이 임산부가 홀로 이곳에 오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반승제는 상상하기가 두려웠다. 성혜인에게 계속 문자를 보내면서 비행기가 몇 시에 착륙하는지 물었다.성혜인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기가 이상했고 모래바람이 심해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같이 온 사람 중에 H 국 여성이 있었는데 두터운 안경과 모자를 쓰고 있었다.성혜인은 임신을 하고 있었으니 조금 졸렸다. 가이드가 마중을 왔는데 옆에 있는 여성이 자신과 같은 호텔에 가는 줄 알았다.하지만 차가 멈추고 눈을 떠보니 외진 곳이었다.가이드가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한 묶금의 현금을 꺼냈다.가이드는 기쁘게 돈뭉치를 받고 차에 오른 후 떠났다.성혜인은 심장이 철렁했다. 옆에 있던 여성은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보아하니 팔려 왔나 보네요.”그것도 광명정대하게 팔려 왔다.성혜인은 가이드가 이렇게도 대담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몇 사람이 다가오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했다.그러고는 손을 뻗었다.성혜인은 자동적으로 발을 내밀어 찼다. 그 힘으로 두 사람이 넘어졌다.이 사람들은 총 4명인데 옆에 있는 오토바이는 그들의 교동 도구인듯했다.옆에
오토바이가 시내에 멈췄다. 칸다 쪽에는 그리 높은 건물이 없었고 가장 높은 건물 몇 개도 십여 층 정도였다.그녀는 그곳이 바로 반승제가 있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눈에 띄는 가장 높은 건물이 바로 복지 중심이었다.그 시각 반승제는 이미 그녀를 데리러 공항에 와 있었고, 비행기 착륙이 지연된다고 했는데 안내 소식도 더 이상 뜨지 않았다.주위에 알아보고 나서야 성혜인이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칸다에는 도로에 설치된 카메라가 매우 적었고 성혜인이 한 여성과 함께 차에 타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불안함을 느낀 반승제는 도로변 카메라를 다시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마침내 한 도로에서 성혜인의 흔적을 발견했다.그녀가 가는 방향은 마침 그가 머무는 도시와 정확히 일치했다.안도한 그는 성혜인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배터리가 없는지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반승제는 서둘러 다시 도시로 돌아와 부하들에게 그녀를 계속 찾으라고 했다.한참을 찾아도 도시가 혼란스러워지고 카메라가 고장 난 곳이 많았기에 이곳에서 사람을 찾는 것은 마치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가장 큰 골칫거리는 칸다 쪽의 인터넷 보급률이 20% 미만이어서 대부분 사람들은 인터넷에 들어가 본 적도 없었기에 구금섬에서처럼 광고를 통해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성혜인은 반승제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호텔에 도착해서야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길에서 만난 여성은 우연히 성혜인과 같은 층에 머물게 되었다.칸다는 큰 나라였고 성혜인은 반승제가 어느 도시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그녀는 여성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음식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뱉어버렸다.낯선 음식인 데다가 최근 설씨 가문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대접받았던 그녀는 이곳 음식을 먹자마자 속이 뒤집어지는 것을 느꼈다.고상한 척이 아니라 임신해서 몸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여성은 구토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초조해했다.“왜 그래요, 식중독인
그는 아무 말 없이 곧장 방에 놓아둔 그녀의 캐리어를 끌고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밖으로 나갔다.이때 성혜인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지만 그녀는 머릿속으로 온통 반승제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는지 생각하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반승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녀도 가만히 있었다.게다가 조금 전 위의 통증으로 그녀의 컨디션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차에 타려고 할 때 그녀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짐은 이미 트렁크에 실었고 반승제는 운전석으로 향하며 성혜인은 차 밖에 서서 전화를 받았다.“혜인아, 어디야?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성혜인은 순간 몸이 굳어지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라고?“승제 씨?”“그래.”반승제가 초조한 어투로 말했다.“방에 있지 않고 어디로 간 거야?”성혜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날이 어두워서 차에 탄 남자는 옆모습만 보였지만 정신을 차리고도 반승제와 무척 닮아 보였다.그녀는 어딘가 찔린 사람처럼 즉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호텔 입구로 후퇴했고 이때 차에 탄 남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옆모습뿐만 아니라 앞모습까지 반승제와 닮았다.반승제의 외모는 친형제인 배현우와 조금밖에 닮지 않았지만 차에 탄 남자는 70% 정도 닮아 있었다.남자는 성혜인을 계속 쳐다보다가 마침내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성혜인의 등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그때 누군가 뒤에서 손을 잡았다. 이번엔 진짜 반승제다.하지만 이미 차는 성혜인의 캐리어와 함께 떠난 뒤였다.다행히 캐리어에는 간단한 옷 몇 벌만 들어 있었다.손목을 잡는 순간 느껴지는 선명한 온기에 몸 안에 있던 서늘함이 사라졌다.그녀는 여전히 두려웠지만 차마 반승제에게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조용히 여기까지 왔는데 반승제가 알면 당장 돌려보낼 것이 분명했고 그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반승제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걱정에 가
성혜인도 알고 있었다. 이 여자와의 만남은 지나치게 우연의 연속이었다. 타국에 와서 팔려 갈 때도 상대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동생을 찾는다고 말할 때 그 흔들리던 눈빛만은 믿고 싶었다.그건 꾸며낼 수 없는 감정이었고 어쩌면 정말로 사람을 찾으러 왔을지도 모른다.그 후 두 사람은 호텔에 들어와 서로의 얼굴을 보았지만 여자가 딱히 놀라지 않는 걸 보아 자신을 모르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릇에 담긴 수프를 보더니 한 모금 마셨다. “누군가를 찾으러 온 것 같아요.” 반승제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성혜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차갑고 냉정해 보여도 사실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굴지 못하고 책임감도 강했다. 이런 성격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바꾸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성혜인은 수프를 다 마신 후 양치질을 하러 갔다.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반승제는 손에 쥐고 있던 마우스를 내려놓고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었다.이렇게 다정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지.성혜인은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댄 채 편안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스르륵 잠기운이 몰려왔다.반승제의 손끝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헤집었고 피곤함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는 머리를 다 말린 후 마사지까지 해 주었다. 성혜인은 이제 정말 잠이 들었고 그는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었다. 옆에서 전화벨이 울리며 그의 부하 직원 중 한 명이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저희도 호텔로 갈까요?” “그래, 너희도 와. 아래층에 가서 방 잡아 줄게. 앞으로 올 사람이 많을 거야.”“알겠습니다.” 반승제는 이 층의 빈방은 물론 위층과 아래층 방까지 잡고 지하 격투장 측에 전화를 걸어 장미에게 사람을 더 보내달라고 했다.장미는 그가 칸다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걱정이 앞섰다. “거긴 요즘 엉망이지 않아?” “장미 누나, 내가 번호 하나 줄 테니까 최용호 씨 쪽에 연락하면 사람들 여기로 보
그녀는 곧바로 돌아서서 방문을 열었다.그녀는 현재 호텔 스위트룸에 머물고 있었고 문을 열면 거실이 보였다.반승제와 설기웅, 최용호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크지 않은 거실에 소파는 남자 셋이 앉기에는 조금 비좁아 보였다.지도 위에 선을 긋고 있던 반승제는 잠옷만 입고 나온 성혜인을 보고 잠시 당황했다.성혜인도 그제야 자신이 잠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캐리어를 빼앗겨 어젯밤 꺼내놓은 잠옷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반승제 역시 그녀의 캐리어를 보지 못했지만 급하게 오느라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더 자, 내가 가서 옷 좀 사 올게.”“네.”문을 닫은 그녀의 뺨이 다소 상기되었다.반면 반승제는 두 남자 앞에 지도를 내밀며 방금 말한 지점 몇 개를 가리켰다.“들어가려면 이 두 곳이 돌파구니까 잘 살펴보고 있어. 나는 내려가서 옷 좀 사 올게.”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설기웅과 최용호는 여자 친구가 없었기에 고고하신 대표님이 직접 옷을 사러 나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여기는 옷 사이즈가 국내와 달라서 직접 재봐야 알 수 있었고 같은 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가 아니면 스타일도 무척 달랐다.반승제는 나가고 40분쯤 지나서 쇼핑백 몇 개를 손에 들고 돌아와 침실로 갔다.성혜인은 이미 샤워를 마치고 새 옷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옷을 꺼내며 말했다.“이미 고온에 소독했어.”입어보니 옷이 몸에 딱 맞았던 그녀는 그의 볼에 입 맞추며 말했다.“고마워요.”밖에서는 이미 누군가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세 남자는 여전히 연구 기지에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성혜인은 끼어들 수 없었기에 조용히 밥만 먹었다.그런데 문득 자신의 그릇에 음식이 들어오자 고개를 돌려 반승제를 바라보았다.“임신했으니까 고기 많이 먹어.”설기웅과 최용호가 아직 자리에 있었던 탓인지 그녀는 살짝 민망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설기웅은 옆에 놓인 공용 젓가락을 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똑같이 공
최용호는 턱을 괴고 반승제를 보고 설기웅을 보다가 소파에 앉아 있는 성혜인에게 시선을 돌렸다.이 세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어쩐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반승제가 오늘 밤 시작한다고 했으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방안에서 설기웅이 최용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나랑 같이해. 조심하고. ”최용호는 웃겼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반승제는 외출했는데 떠나기 전에 성혜인을 안아서 방으로 데려가 잠을 자게 했다.성혜인은 곤히 잠들어서 깨어나지 않았다.밤에 밖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그녀는 놀라서 일어나 바로 침대에서 거실로 내려갔다.그들 셋이 모두 없어서 그녀는 한동안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현관 조명 스위치에서 반승제가 남긴 쪽지를 발견했다.“어디 가지 말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 여자였다.“혜인 씨, 자요? ”성혜인이 문을 열자 그녀가 또 국 한 그릇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저녁 아직 안 드셨죠? 이거 좀 먹어봐요”성혜인은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두 사람은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성혜인이 물었다. “반승제 씨를 알아요?”반승제가 어제 이곳에 온 이후로 이 여자는 다시 오지 않았다.지금 그녀는 또 반승제가 없는 틈을 타서 찾아왔다.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플로리아 지하 격투장에서 본 적 있어요. ”성혜인은 조금 놀라서 물었다. “그럼 승제 씨는 당신을 아나요?”“모른다고 해도 기억은 있을 겁니다.”여자는 태도가 차가워졌는데 등을 뒤로 기댄 채 기다란 손으로 단검을 놀고 있었다.그 단검은 매우 예리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피부를 벨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 단검을 아주 잘 다뤘다.“혜인 씨, 저는 다른 뜻은 없고요, 그냥 당신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격투장 출신이에요. 하지만 제가 들어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라, 노예로 팔려 들어갔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