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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1화 그 역시 못 하는 것이 있다

가주 인장을 받은 구지한은 바로 자리를 떠났다.

반승제는 성혜인을 바닥에 눕힌 뒤, 손끝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혼수상태에 빠진 성혜인은 꿈속에서조차 불안에 떠는 듯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

그런 성혜인을 보며 반승제는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람을 먼저 보호해야 했다.

그는 성혜인의 품에 머리를 묻으며 슬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구금섬에 들어오게 된 첫날부터 그는 한시도 쉬지 않고 배후의 장로를 알아내도록 구지한을 설득했다.

그는 성혜인과 함께 이곳에 들어온 것을 후회했다.

배현우의 일은 그 역시 예상치 못했고 그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었다. 아무리 그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지한아, 10분만 기다릴게. 안 오면 먼저 갈 거야.”

“알겠어.”

구지한은 성큼성큼 발을 내딛고 있었다. 밖은 온통 연기투성이였고 그의 뒷모습은 점차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반승제는 휴대전화로 10분 타이머를 맞추었다.

구지한에게 함께 떠나겠다고 약속했으니 어겨서는 안 되었다.

그는 성혜인을 꼭 안은 채 벽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어느새 7분이 흘렀다. 그러나 구지한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 불안해졌다.

또 2분의 시간이 흘렀지만 구지한은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반승제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눈도 깜짝 않고 지켜보았다.

그러나 반승제가 어찌 알겠는가. 감히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밖으로 나가려던 구지한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졌다는 것을.

희뿌연 하늘을 힘없이 바라보는 구지한의 얼굴에 무언가 떨어졌다.

아, 빗방울이구나.

그는 반승제와 만나기로 했던 곳을 향해 기어가려 했다. 그러나 젖 먹던 힘까지 다해도 고작 1미터를 기어갔을 뿐이다.

눈을 거의 감을 무렵, 누군가 곁으로 다가왔다. 곧이어 누군가 그의 옆에 우뚝 멈춰 섰다.

멈춰 선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눈마저 침침했다.

이때,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걸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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