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피한답시고 움직였다면 바로 총알에 맞았을 것이다.반승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발밑으로 멀지 않은 곳의 해변을 제외하고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만 보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총을 쏜 사람이 어디에 숨었는지 찾기 힘든 것으로 보아 저격수임이 틀림없었다.게다가 한 명이 아니었다. 저격수가 많았기에 그의 위치를 정확히 겨냥할 수 있었다.이때 헬리콥터의 굉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아마 상대방이 협상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가만히 서 있는 반승제의 귀에 미스터 K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혜인은 두고 가.”미스터 K의 본심은 이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구금섬에서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한 것은 바로 성혜인과 반승제 두 사람을 영원히 이곳에 가두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변고가 하도 많았으므로 이제 작은 놀이 정도로 여길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오히려 다른 변고가 더 생길까 걱정되었다.그러나 그 사람은 성혜인이 살아있기를 원했으며 성혜인이 자신에게로 왔으면 했다.미스터 K가 그와 협력하기로 결정했으니 약속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성혜인이 그곳에 가면 분명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반승제는 오늘 밤 이곳에서 반드시 죽을 것이고.반승제가 죽는다는 것은 미스터 K에게도 좋은 일이었다.미스터 K는 반승제의 죽음이 목적이었으므로 헬리콥터 옆에 담담히 서 있었다.조금 전의 사격과 더불어 헬리콥터의 굉음이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반승제의 품에 안겨있는 성혜인은 바로 미스터 K의 잔꾀를 읽어냈다.“승제 씨, 당신을 두고 가려는 심산인 거예요.”“응.”반승제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는 성혜인을 더 꽉 안았다.성혜인이 반승제의 품에 기댄 채 입을 열었다.“절 넘기면 승제 씨는 목숨을 잃을 거예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쪽에선 내가 살아있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성혜인이 주위를 훑어보며 담담히 말했다.“이 지하도의 끝은 바다예요. 승제 씨, 지금 남은 무기가 있어요?”구금섬에서 난투극이 있었으므로 무기가 없을 리가
파도가 덮쳐오자 성혜인은 무의식적으로 반승제를 꼭 끌어안았다.그러나 반승제는 그보다 먼저 품에 끌어안고 함께 파도에 말려들어 갔다.구금섬은 고립된 섬으로서 백 리 이내에 어떠한 섬도 없었으므로 쉽게 소용돌이를 일으켰다.바다에 뛰어든 지 1초 만에 성혜인은 자신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엄청난 흡입력을 느꼈다.반승제는 그녀를 힘껏 안은 채 해안으로 밀어 올리려 애썼다.10분 동안 소용돌이와의 사투가 계속되었고 성혜인은 반승제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오늘 밤 그는 내섬에서의 모든 것을 계획했고 이행하느라 충분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까지 도망치는 데 성공했고 완벽하게 설기웅과 원진에게 그들의 위치를 알렸다.이제 미스터 K의 세력은 발이 묶였다. 두 사람이 바다에서 안전히 나오기만 하면 이번 구금섬에서의 힘들었던 여정 역시 끝나게 된다.이때 큰 파도가 덮쳐와 성혜인을 잡아 삼켰다.그러나 반승제는 여전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혜인아!”성혜인이 잡았던 손을 놓았으나 반승제는 끝까지 마지막 힘을 다해 해안으로 밀어냈다.해안으로 올라간 성혜인이 다시 그의 손을 잡아 끌어당기려 할 때, 더 세찬 파도가 용솟음치더니 반승제를 집어삼켰다.“승제 씨!”성혜인이 바다 깊은 곳으로 몇 미터 달려가자 뒤에서 누군가 재빨리 뛰어들어 그녀를 잡아당겼다.“더 들어가면 위험해.”바닷물은 검은색이었다. 멀리 내다보니 끝없는 망망대해였다.힘이 얼마 남지 않았던 성혜인은 누군가에게 갑자기 끌어당겨지자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뒤를 돌아보니 설우현이었다.설우현은 그녀를 안아 들고 얼른 해안가로 달려갔다.“설... 설우현 씨, 승제 씨가 파도에 휩쓸려 갔어요.”구금섬에서 하도 많은 일을 겪었기에 갑자기 오빠라고 부르기 어려웠다.설우현은 무전기로 누군가와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구금섬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설우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재빨리 성혜인의 귀를 막아주었다.“혜인아, 너무 걱정하지 마. 승제 씨 구하러 간
해파리 도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곧 미스터 B와 미스터 K의 수장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해파리 도장은 열명의 장로들이 줄곧 찾던 물건이기도 했지만 노예찬이 손에 넣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손이 닿으면 따뜻하고 독특한 글자까지 새겨져 있는 것을 보니 짝퉁이 아니라 진짜였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사라졌던 해파리 도장이 돌아오다니.남성은 해파리 도장을 받더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뭐, 벌을 달게 받고 싶다니 그렇게 해줘.”그 옛날 그 녀석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데려왔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두었다면 아마 고아들 사이에서 싸우다 죽었을 것이다.노예찬은 최근 몇 년 동안 말도 잘 들었고 구금섬을 잘 관리해 왔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냉담하고 무자비한 그의 성격으로 볼 때 가장 만족스러운 후계자였다.그러나 그 후계자가 하마터면 구금섬을 파괴할 뻔했고 지금도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 밤이 지나고 섬이 여전히 존재할지조차 미지수였다.이 섬은 그 사람들이 원하던 것이었다. 만일 그들이 나중에 노예찬을 찾겠다 하면 그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게다가 그가 같은 조직 내부 사람인 미스터 B와 미스터 K에게 손을 댄 것부터가 이미 큰일이었다.“하지만 고문이 계속되면 정말 죽을지도...”“본인 선택이야. 나한테 예비 후계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걔 아니어도 후계자 할 사람은 많아.”그의 말은 낯선 사람이 들어도 마음이 아플 만큼 차가웠다.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를 이만큼 키웠더라도 정이 들 터인데.그러나 그는 노예찬을 모르는 사람인 듯 취급했다.보고한 수하는 더 이상 말을 얹지 않고 고문실에 알렸다.또 한 번 시작된 새로운 고문은 꼬박 세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고문이 끝난 뒤 노예찬은 만신창이가 되었다.노예찬은 자리에서 일어설 힘도 없어 밖으로 기어 나갈 뿐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미터도 기어가지 못하고 맥없이 엎드렸다.고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느낌조차 사
성혜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결국 그대로 배 벤치에 앉아 먼 곳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배에 오르며 설우현이 본 그녀는 그저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그가 다가가 어깨를 살짝 토닥였다.“바닷물이 차. 곧 날이 밝을 테니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와.”성혜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려던 찰나, 누군가 크게 외쳤다.“이쪽에 있습니다!”성혜인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갔다.그러나 발견한 건 사람이 아닌 옷이었다. 반승제의 옷이 물 위에서 떠다니고 있었다.고개를 드니 섬 위의 하늘과 끝없이 하늘로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어젯밤의 난투극이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성혜인이 시선을 거두고 바다에 뛰어들려고 하자 설우현이 가로막았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수색하고 있어. 반승제가 바다에 있다면 반드시 찾을 수 있어.”성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망원경을 들고 바다 곳곳을 눈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헬리콥터도 하늘을 빙빙 돌며 수색하고 있었다. 이런 대규모 수색이니 파도에 휩쓸려 멀리 밀려났더라도 반드시 찾게 될 것이다.성혜인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혹시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걸까.성혜인은 사람을 시켜 구명보트를 내리게 한 뒤 직접 내려가 반승제를 찾으려 했다.설우현은 그녀를 막지 못한 채 무전기에 성혜인을 잘 보고 있으라는 명령을 했다.성혜인은 노를 저으면서 망원경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을까 하여 열심히 살펴보았다.그녀의 눈이 멀리 있는 나무 몇 그루로 향했다. 성혜인은 망설임 없이 배를 저어 그쪽으로 향했다.그리고 나무 한가운데에 엎드려 있는 사람을 확인하니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반승제는 가장 가운데 있는 나무에 엎드려 있었다. 나무가 너무 컸으므로 하늘에서 보든 육지에서 보든 확인하기 힘들었다. 커다란 나뭇잎들이 떠다녔으므로 더 그러했다.가까이에서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알아보기조차 힘든 위치였다.성혜인은 바로 하늘의 헬기를 향해 사람을 데려오라고 손짓한 뒤 바로 바닷속으로
성혜인을 바라보는 설우현은 마음이 아팠다. 구금섬에서 얼마나 시달린건지 몸이 많이 야위어 있었다.성혜인은 베개에 기댄 채 반승제가 무사하다는 것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았다.설우현이 한숨을 내쉬었다.“원래 그 섬은 세상과 단절된 곳이었어. 그런데 최근 이틀간 연속된 폭발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지. 이미 여러 나라가 그곳을 답사했는데 폭발로 극소수만 살아남게 되었고 게다가 병원까지 노출되는 바람에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어. 이미 많은 나라가 신청서를 제출해서 이 섬의 배후를 조사하려고 해. 배후는 아마 어떤 조직이거나...”설우현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씩 웃었다.“혹은 진짜 주인이 어느 한 나라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지금 언론에서 매일 보도하고 있고 단서를 찾으려고 하고 있으니 아마 범인들은 당분간 경거망동하지 않을 거야.”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한결 놓였다.반승제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안정감 있고 편하다 생각했지만 이번 일로 처음으로 가족이 곁에 있음이 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설씨 가문에 별 감정은 없었지만 설우현은 좋았다.“그, 아빠... 회장님은 어떻게 됐어요?”원래 구금섬에 들어간 목적도 해독제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섬의 모든 것이 망가졌으니 이제 설의종은 어떡한단 말인가.“지금은 상태가 안정되었지만 그래도 해독제는 얼른 찾아야 해. 이건 너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섬에는 단서가 반드시 있을 거야. 설씨 가문 사람들이 계속 찾고 있기도 하고.”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내리깔았다.“오빠, 지하실에 갇힌 그 여자...”성혜인이 말을 하다가 미간을 찌푸렸다.“지하실의 구조가 아주 기이할 거예요. 아마 그분은 어떻게 해독약을 만드는 건지 아실 거예요. 그러니까 그분과 얘기해 봐요. 그분은... 우리 어머니예요.”설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대략 이런 추측을 하고 있긴 했다.병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그는 침묵을 지키다가 양미간을 꾹꾹 누르며 입을 열었다.“이미 많은 사람
몇 미터 뒤처진 설우현은 섬에 갇힌 여인이 나하늘이라는 사실을 설기웅에게 알렸다. 설기웅은 두 사람이 나하늘에게 간다고 하자 쉰 목소리로 당부했다.“혜인이 잘 보고 있어.”“형, 걱정 마요.”설우현은 손을 흔들며 성혜인을 뒤따라갔다.설기웅의 곁에 선 남성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정말 네 동생이라고?”두 사람 사이의 괴상한 분위기는 전혀 한 가족 같지 않았다.설기웅은 푹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지금은 동생에게 손가락질당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원가주님은 정말 섬에 있는 것에 관심이 없으십니까?”그 곁에 서 있던 남성은 바로 원진이었는데, 설씨 가문과의 이번 협력으로 인해 그도 섬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깊이 생각했다.“그렇게 큰 욕심은 없습니다.”“하지만 보호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가주님도 섬의 실험실을 봤죠? 아무도 그곳에서 연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언젠가 가주님께서 신경 쓰는 그 사람이 마침 표적이 될지는 더더욱 모르죠. 원씨 가문이 이곳이나 플로리아나 모두 자리를 잡았으니 가주님을 상대하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가주님이 신경 쓰는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게 될 겁니다. 그렇게 강하던 우리 아버지도 지금 침대에 누워 있어요. 다음으로 독살당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고요.”구금섬이 이렇게 큰 주목을 받는 이유는 내부에 남아 있는 일부 알약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약이기 때문이었다.누군가 그곳에서 줄곧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 금지된 약들이 어딘가로 흘러가지는 않았을까?모두가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섬의 진실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그의 말은 원진을 확실히 설득했다. 그는 돌아서 담담하게 벽에 등을 기댔다.“원씨 가문에선 여전히 지원할 것이지만 함께 따라다니진 않을 겁니다.”이 정도면 충분하다.설기웅은 그를 향해 손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가주님께 보호받는 여인은 분명 행복할 겁니다.”다른 사람에게 원진
지하실에는 의사도, 공사팀 책임자도 있었다.의사는 여인의 몸을 진찰하고 있었고 공사팀 사람들은 지하실의 구조를 알아보고 있었다.그러나 이틀이 지나도록 공사팀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의사만이 조금의 소득을 얻었을 뿐이다.“도련님, 낯선 사람과 말을 나눈 지 너무 오래돼서 언어 능력을 상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분명히 몸에 손을 댄 것 같습니다.”설우현은 온몸이 굳었다. 나하늘과는 함께 있어 본 적도 없지만 역시 핏줄이라 그런지 가슴이 아팠다.“몸에 손을 댔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뼈가 몇 군데 제거되어 인공 기구로 교체되었습니다. 시간이 오래되어 인공 기구가 이미 뼈를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인공기구의 용도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소리를 전달하거나 통제하기 위해서 만든 것일 겁니다. 안에 칩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참 앞선 기술이라 저 같은 의사 한 명으로 검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국가의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뼈가 몇 군데나 적출되었다니, 얼마나 아팠을까.성혜인은 벌써 피가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얼른 나하늘의 곁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러나 나하늘은 거부감을 느껴 성혜인을 박차며 미친 듯이 뒤로 물러나 온몸을 움츠렸다.지난번 반승제의 사람들이 데리고 떠나려 했을 때 역시 이런 반응이었다.이렇게 오랫동안 갇혀있었다면 원래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걸까.의사는 수첩에 빼곡히 기록하며 안경을 올려 썼다.설씨 가문이 청한 의사는 모두 엘리트라 불리는 의사들이었다. 의사들뿐만 아니라 지하실로 오는 모든 사람들이 업계 최고의 엘리트였다.“도련님, 이분은 PTSD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일종의 정신 장애인 PTSD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여인은 성혜인의 손을 뿌리쳐버리고 뒤로 움츠러들었다.그녀는 줄곧 조용했다. 그녀는 마치 연약하고 아름다운, 날개가
무슨 신념?성혜인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며 의사의 이러한 말들을 듣고는 더 이상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성혜인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물었다.“그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죠?”나하늘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거부했기 때문에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었다. 그녀는 살이 닿기만 해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게다가 말도 듣지 못했다.의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건 저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공사팀이 지하실 방어선을 뚫을 수 있는지 봐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감시당하고 있을 거예요.”그가 주위를 가리키자 성혜인이 일어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전기를 끊으면 안 되나요?”공사팀의 사람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섬의 모든 곳은 전기를 끊을 수 있지만 이곳만 유일하게 전기 회로가 단독 회로입니다. 메인 스위치는 견고한 철제 케이스에 있습니다. 총과 폭탄으로 시험해 보았지만 모두 부서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바람과 태양 에너지로 전기를 일으킵니다.”성혜인은 점점 초조해졌다.이때 벽에 기댄 나하늘은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에 스트레스가 상당했고 이에 따라 온몸이 땀투성이였다.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와 걸으려 하자 발목을 감은 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며 소리가 지하실을 메아리쳤다.침대에 앉아 있는 성혜인은 큰 무기력함을 느꼈다.특히나 나하늘이 능숙하게 화장실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지하실을 샅샅이 뒤지며 도망치려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고 말도 안 될 정도로 흰 피부를 보면 몇 년째 이곳에 갇혀있은 것이 더 잘 느껴졌다.공사팀은 주변을 계속 탐사했고 의사는 종이에 기록된 정보를 되짚고 있었다.몇 분 동안 조용하더니 화장실 문이 열리고 나하늘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와 닿지 않는 한, 나하늘은 주변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성혜인이 또 물었다.“점자는 시도해 보셨어요? 간단한 몇 글자는 알 것 같은데요.”“이미 모두 시도해 봤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얼 하든 전혀 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