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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너무나도 과묵한 사람

반승제는 눈썹을 들썩였다. 성혜인이 너무나도 과묵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응.”

성혜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러 시비를 걸어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감동 그 자체였다.

“네. 시간 맞춰 올게요.”

진통 스프레이를 뿌리고 나니 발목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성혜인은 고개를 숙여 구급상자를 정리한 후 현관 수납장에 가져다 두었다.

닫히는 문틈 사이로 성혜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그럼 일찍 쉬세요.”

반승제의 얼굴이 순간 차갑게 굳었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먹먹하면서도 답답한 느낌.

반승제는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넥타이가 손바닥의 상처를 쓸면서 통증이 올라와 미간을 좁혔다.

‘어차피 별로 친하지 않은 여자일 뿐이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성혜인은 반승제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알 리 만무했다. 그녀는 황급히 외삼촌의 가정사를 해결하고자 서천으로 향했다.

하지만 임남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화가 솟구쳤다.

성혜인은 관자놀이가 얼얼할 정도로 화가 났다. 하지만 이 멍청한 사촌 오빠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서천에 도착한 그녀는 하루 정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며칠 뒤면 하진희를 빼낼 수 있다며 이소애를 위로했고, 병원에 치료비를 지불하기도 했다. 임동원의 응급 치료가 끝난 걸 두 눈으로 보고 나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포레스트 펜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성혜인을 짓누르는 건 반드시 갚아야 하는 반승제의 16억이었다.

성혜인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쉴 새도 없었다. 벌써 저녁 6시였다. 그녀는 급히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피곤했던 그녀는 모과를 자르다 하마터면 손을 벨 뻔했다.

옆에 있던 유경아가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

“사모님. 드시고 싶은 국이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할게요.”

성혜인은 몰려오는 졸음에 눈조차 뜰 수 없었다. 결국 유경아의 만류에 칼을 내려놓았다.

“모과를 넣은 갈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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