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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없던 감정도 생기는 밤

극작가인 온시환은 아주 사소한 일로도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특기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촉이 정확했다. 반승제와 성혜인은 정말 한 공간에 있었다. 물론 침대 위는 아니었지만.

하지만 반승제에게는 이미 생각하지도 못한 전개였다.

심지어 반승제는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목선을 타고 흐르는 성혜인의 부드러운 피부가 시선에 들어왔다.

남자의 옷을 걸치고 있는 여자라면 그게 누구든 특별한 분위기를 풍길 것이다.

없던 감정도 생기는 이런 늦은 밤이라면 더더욱.

반승제는 표정이 굳은 채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찬물로 씻었어야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짜증이 느껴졌다. 남자 고객의 방에서 무방비한 상태로 잠에 들다니.

과연 반승제의 쓸데없는 생각일까, 성혜인이 정말 다른 생각이라도 품고 있는 걸까?

반승제의 시선이 침대 위에 놓인 담요로 향했다.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정장을 덮고 있던 성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거실로 나와 성혜인에게 담요를 대충 덮어주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적절한 거리를 두고자 최대한 얼굴에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침실로 돌아와 누웠다.

야근이 없는 날에는 규칙적인 삶을 지키고 있어 열 시가 되면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하지만 몇 날 며칠 야근을 해야 할 때는 피로를 느끼지 못한다.

눈을 감는 순간, 거실에서 무언가 발에 차인 소리가 들려왔지만 반승제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잠에 들었다.

한참 꿈나라에서 헤매던 성혜인은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미간을 좁히며 깨어났다.

잠결에 눈을 비비던 그녀는 순간 이곳이 어딘지 떠올라 허둥지둥 일어났다.

한참 웅크리고 있었다 보니 다리에 쥐가 났다. 발도 다 낫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순간 그대로 티테이블을 향해 고꾸라졌다.

그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티테이블 유리가 뒤집어지면서 위에 있던 보온 도시락과 유리잔 모두 깨져버렸다.

이 소란에 반승제도 깨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가운 끈을 묶으며 침실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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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선미
바보인가? 대체 왜이리 사고를 많이 치는 민폐녀인가? 몸이 감당을 못할거 같으면 약속을 하지 말던가..나는 민폐 끼치는 사람을 극혐해서 그런가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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