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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내숭처럼

Author: 민아
성혜인은 졸음이 쏟아졌다. 반승제가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벽에 기대 잠에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에 눈이 번뜩 떠졌다. 고개를 든 그녀는 금방 자세를 고쳐 잡았다.

“오셨어요.”

반짝이는 혜인의 눈동자에 반승제는 심장이 간질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 감정에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반승제가 카드를 찍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성혜인 역시 그 뒤를 따라 들어와 티테이블 위에 보온 도시락을 올려놓았다.

“오늘 드실 국이에요.”

매우 고급지게 보이는 분홍색 도시락이었다.

반승제는 성혜인이 이런 색깔의 보온 도시락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 성혜인은 업무상에서 늘 노련한 모습만 보였고, 할 말 있으면 다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취향에 조금 놀랐지만, 티 내지 않고 정장 단추를 풀었다.

임무를 완수한 성혜인은 곧바로 자리를 떠날 생각이었다. 외로운 남녀가 한 공간에 있으면 다른 생각이 들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성혜인은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그때, 뒤에서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온 도시락, 안 가져갈 거야?”

필요 없다는 말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포레스트에 남아 있는 보온 도시락이 없다는 게 떠올랐다.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가?’

성혜인은 바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리낌 없는 모습에 반승제가 오히려 흠칫했다.

“그럼 다 드시고 나서 갈게요.”

성혜인에게 반승제는 고객이기도 하지만, 곧 이혼을 앞둔 ‘남편’이기도 했다. 물론 법적으로 말이다.

솔직히 할 거 다 한 사이인데, 일부러 피한다면 내숭처럼 보일 수도 있다.

혹여나 성혜인이 밀당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라도 한다면 그게 더 문제다.

그래서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승제는 눈썹을 들썩였다. 원래는 스위트룸 안에 마련된 주방에서 요리를 시킬 생각이었다.

이미 9시가 다 된 시각, 남자 클라이언트에게 국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모자라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호텔 방 안에서 기다리다니. 심지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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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29화 없던 감정도 생기는 밤

    극작가인 온시환은 아주 사소한 일로도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특기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촉이 정확했다. 반승제와 성혜인은 정말 한 공간에 있었다. 물론 침대 위는 아니었지만.하지만 반승제에게는 이미 생각하지도 못한 전개였다.심지어 반승제는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목선을 타고 흐르는 성혜인의 부드러운 피부가 시선에 들어왔다.남자의 옷을 걸치고 있는 여자라면 그게 누구든 특별한 분위기를 풍길 것이다.없던 감정도 생기는 이런 늦은 밤이라면 더더욱.반승제는 표정이 굳은 채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찬물로 씻었어야 하는 것 같다.한편으로는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짜증이 느껴졌다. 남자 고객의 방에서 무방비한 상태로 잠에 들다니.과연 반승제의 쓸데없는 생각일까, 성혜인이 정말 다른 생각이라도 품고 있는 걸까?반승제의 시선이 침대 위에 놓인 담요로 향했다.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정장을 덮고 있던 성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거실로 나와 성혜인에게 담요를 대충 덮어주었다.하지만 그녀와의 적절한 거리를 두고자 최대한 얼굴에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그는 곧바로 자신의 침실로 돌아와 누웠다.야근이 없는 날에는 규칙적인 삶을 지키고 있어 열 시가 되면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하지만 몇 날 며칠 야근을 해야 할 때는 피로를 느끼지 못한다.눈을 감는 순간, 거실에서 무언가 발에 차인 소리가 들려왔지만 반승제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잠에 들었다.한참 꿈나라에서 헤매던 성혜인은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미간을 좁히며 깨어났다.잠결에 눈을 비비던 그녀는 순간 이곳이 어딘지 떠올라 허둥지둥 일어났다.한참 웅크리고 있었다 보니 다리에 쥐가 났다. 발도 다 낫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순간 그대로 티테이블을 향해 고꾸라졌다.그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티테이블 유리가 뒤집어지면서 위에 있던 보온 도시락과 유리잔 모두 깨져버렸다.이 소란에 반승제도 깨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가운 끈을 묶으며 침실 문을 열었다.성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30화 너무 많은 빚

    성혜인은 마음이 한결 놓였다. 피로에 온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그래도 해 뜰 때까지 이곳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유리 조각을 깨끗이 치워 방 안에 있던 쓰레기봉투를 집어 들고 보온 도시락도 잊은 채 그대로 방을 빠져나왔다.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또 한지은을 마주쳤다.조희준에게 얼마나 시달렸던 건지, 걷는 자세마저 어정쩡했다.물론 성혜인 역시 다친 발목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했다.성혜인을 발견한 한지은은 피식 웃었다. 비슷한 자세로 걸으며 야밤에 호텔을 빠져나가는 성혜인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답안은 하나뿐이었다.‘고상한 사람처럼 굴더니, 몸이나 팔고 똑같은 여자였네.’엘리베이터 안. 한지은은 양손으로 팔짱을 낀 채 성혜인을 위아래로 훑으며 픽 웃었다.“누구랑 있었어요? 고생 좀 했나 봐요.”무너지는 성혜인의 표정을 보니 꽤 고소했다. 그녀는 막말을 더 퍼부었다.“그분이 만족했겠는데요? 얼마 받았어요?”성혜인은 얼굴이 구겨졌지만 아무런 대답없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그대로 나갔다.그 모습에 화가 난 한지은이 큰 보폭으로 그녀의 뒤를 쫓아왔다.“오늘 밤 일은 모른 척 입 다무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당신이 호텔에 온 일 다 불어 버릴 테니까! 어차피 둘 다 한 배에 탔는데, 무서울 게 뭐야!”한지은은 당당했다. 사실 성혜인이 조희준과의 일을 회사에 퍼뜨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성혜인도 은밀한 사생활을 들켰으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바로 그때, 로비 안으로 들어오는 한 여자가 성혜인의 눈에 띄었다. 기가 꽤 세 보이는 여자였다.성혜인은 바로 몸을 돌려 한지은을 쳐다봤다.“조희준, 결혼한 거 알죠? 호텔에서 이렇게 뒹굴다가 부인에게 들키면 후폭풍이 상당할 텐데요.”한지은은 그녀의 말에 비웃으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집에 있는 여편네는 신경도 안 쓴다고 사장님이 그러셨어요. 저만 좋아한다고요. 질투해요? 하긴, 3년이나 같이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31화 사람을 꼬실 생각밖에 안 하지

    반승제는 손에 붕대를 감은 채로 BH그룹에 도착하자마자 윤선미를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는 안하무인이던 윤선미가 사뭇 달라진 태도로 반승제의 손을 바라보았다. “반 대표님, 손은 어쩌다가...”반승제는 미간을 찌푸리고 대충 대답했다. “다쳤어.”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는 그대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윤선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마침 이때 카운터에서 사람이 올라와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윤선미는 급하게 다가가 문을 두드리려는 사람을 막아 나섰다. “예약은 하고 들어가려는 거예요?”카운터의 여직원은 확실히 예뻤다. BH그룹의 직원답게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 “선미 아가씨, 대표님 앞으로 선물이 도착해서 가져다드리는 참이었습니다.”그 말에 윤선미의 표정은 더욱 굳어져 바로 그 선물을 빼앗아 들었다. “내가 가져다드리면 돼요. 내려가서 카운터나 봐요.”살짝 조롱이 섞인 말이었지만 윤선미가 이러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고위층 사람들은 카운터를 지날 때 가끔 미소를 지어주곤 했다. 유독 윤선미만이 일반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콧대를 세우며 지나가곤 했다. 카운터의 직원은 어쩔 수 없었다. 그저 말 한마디 더 붙일 뿐이었다. “대표님의 디자이너가 보낸 선물입니다. 어제 호텔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다네요.”윤선미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뭐? 호텔이요?”카운터의 직원은 귀청이 찢어질 것만 같은 윤선미의 목소리에 흠칫 놀랐지만 굳은 표정의 윤선미를 보니 속은 통쾌해졌다. 사실 그녀도 제대로 된 속사정을 모르지만 일부러 말을 보탰다. “디자이너분이 대표님 방에서 무슨 물건을 망가뜨렸나 봐요, 어제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썼나 보죠.” 아무렇게나 뱉은 말이 진실이라는 것은 둘 중 아무도 몰랐다. 윤선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이를 갈았다. “저급한 년! 사람을 꼬실 생각밖에 안 하지.”윤선미는 손안의 커프스가 더럽게 느껴져 확 던져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반승제의 물건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32화 괜히 화만 사다

    성휘는 임남호를 증오했다. 이전에 임남호가 몇천만이나 되는 거래를 망쳐버릴 뻔했다. 그때의 성휘는 임남호가 저지른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돌아간 전처의 동생을 도와주려 했는데 상대가 은혜를 원수로 갚을 줄은 몰랐다. 성혜인이 임동원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임남호와 연락하는 것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됐다. 성휘는 그저 성혜인에게 크게 실망했다. 성혜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성혜인은 성휘 앞에서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성휘가 이 일에 대해 알았으니 성휘에게서 돈을 빌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기의 아버지였지만 성혜인은 돈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어려웠다. 그리고 성휘의 간암을 떠올리니 힘이 탁 풀렸다. “아빠, 제가 그날 파티에 못 간 이유는 임남호 때문이 아니라 반승제 씨가 다쳐서 병원에 다녀오느라고 그랬어요.”성휘의 눈이 길게 찢어졌다. 반승제가 그날 밤 참가하지 않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성혜인이 이런 일로 그를 속일 사람은 아니었다. 이런 거짓말은 건너 물어보기만 하면 탄로되기 쉬웠으니.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이 나아진 느낌이었다. “임남호 때문이 아니라니 괜찮다. 그런 자식과 어울리지 말거라. 네 삼촌과도 적게 연락하고. 그 하진희도 썩 좋은 사람은 아니고, 임동원과 이소애는 또 그 애를 감싸기만 하니 언젠가는 기필코 일이 터지고 말 것이다.”성혜인도 그 관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 16억이었다. 성휘의 기분이 좋아 보이니 이 김에 반승제의 선물을 사려고 하면 승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혜인이 입을 열기 전에 성휘의 핸드폰이 울렸다. 걸려 온 번호를 본 그의 눈에 싫증이 서렸지만 그대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가.”핸드폰 한쪽의 이소애는 말을 더듬더니 겨우 입을 뗐다. “예전의 일 때문에 우리 집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을 알지만... 방법이 없어서 연락드렸어요. 진희가 저번에 남의 차를 박는 바람에 16억을 배상하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33화 서로를 엄청나게 사랑해요

    최근 몇 년 들어 성혜인은 한 번도 성휘를 찾아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성휘도 계속 바빴기에 극히 드물게 이 일을 생각했다. 하긴 그의 곁에는 소윤, 성혜원, 그리고 성한이 있으니까.성혜인은 혼자서 일을 잘하고 있었다. 외숙모네의 16억만 아니면 그녀가 돈이 모자랄 일은 없었다.그녀는 단지 지난번 곤경에 처했을 때 성휘에게 요구한 돈이 회수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였다.“아빠, 몸 잘 챙기세요. 전 오늘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그래, 가보거라. 네가 여기에 오면 나를 화나게만 할 거야. 결혼했으면 결혼을 한 사람답게 행동해야지.”성혜인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네.”라고만 대답하고 나간 뒤 병실의 문을 닫았다.엘레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성휘를 보러온 성혜원과 마주쳤다.성혜원의 낯빛은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눈빛에 생기가 보였다.“언니.”성혜인는 방금 성휘가 한 말이 떠올랐고 이 여동생이 분명히 성휘의 앞에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몸은 좀 괜찮아졌어?”“많이 좋아졌어, 언니. 아빠랑 또 싸운 거야? 안색이 안 좋은 거 같은데.”성혜인은 더 이상 이 주제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나 대신 아빠랑 많이 얘기해줘.”성혜원은 얼굴이 굳어져 이내 대답했다. “응.”성혜인이 가고 그녀의 눈에는 웃음기가 사라지고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녀는 약간 내키지 않았다.원래는 파티에서 반승제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그는 파티에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밤새 실망하고 결국 또 병원에 와서 쉬게 되었다.그녀는 겨우 컨디션을 조절하고 그날 밤 제일 예쁜 드레스를 입었다.눈가에는 서운함이 드리워졌다. 서두르지 말아야 했다.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성혜인은 차에 탑승한 뒤 머리가 아파져 부동산 쪽에 연락해 전에 집을 구매하기 위해 마련했던 돈을 다시 환급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상대방은 정중한 말투로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34화 승제야, 보고 싶어

    하지만 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성혜인의 말을 다 들었을게 뻔하다. 그녀는 갑자기 어색해졌다. 하지만 반승제는 그녀가 얘기하는 남편이라는 사람이 본인인 줄 모를 테니, 성혜인은 한숨을 돌리고 반승제의 상처를 관찰했다. 그래도 그녀를 위해 나서다가 칼을 맞은 것이니 예의상으로라도 안부를 물어야 했다. “반 대표님, 상처는 어떻게 되었나요?”그녀는 핸드폰을 거두고 급히 다가갔다. 임경헌이 반승제의 뒤에 서서 성혜인의 말투를 따라 했다. “저희는 연애결혼이라 서로를 엄청나게 사랑해요... 풉.”임경헌은 성혜인을 따라 하더니 그녀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성혜인은 자기가 한 낯간지러운 말이 이미 두 사람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못 볼 꼴을 보였군요.”임경헌은 성혜인의 혼인 여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고고한 성혜인도 이런 얘기를 한다니 그녀의 남편을 확실히 사랑하는 모양이었다. 이전에 성혜인에게 여자친구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을 떠올리니 마음속으로 죄책감이 들었다. “페니 씨, 저번에 여자친구 역할을 부탁한 거, 남편분이 화내지는 않겠죠?”성혜인의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 그 말이 웃기기도 하고 다른 마음이 있는 것도 같아서 그저 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요,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에요.”임경헌은 눈썹을 까딱거렸다. “그건 또 모르죠. 남자는 의외로 이런 거에 잘 삐져요.”성혜인은 작게 마른기침을 했다. 이 화제를 더 이상 이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 또 반승제의 손을 보며 물었다. “상처는 왜 또 벌어졌어요?”반승제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좁혀진 그녀의 미간은 반승제에 대한 걱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성혜인은 그가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멋쩍게 혼잣말을 이어갔다. “오늘 저녁은 뼈해장국이라도 드셔야 겠어요.”임경헌은 의문스럽다는 듯 반승제와 성혜인을 번갈아 보았다. “무슨 국이요? 페니 씨, 제 사촌 형한테 끓여주실 것처럼 얘기하네요?”성혜인은 간단하게 사건들을 설명했다. 임경헌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바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35화 여우짓 같은 문자

    성혜인은 눈썹을 까딱거렸다. 더 보고 싶었지만 반승제는 사생활을 침범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게 뻔했기에 화면을 꺼버렸다. 하지만 윤단미는 또 문자를 보내왔다. 「승혜한테서 들었어, 결혼했다며. 네 아내한테는 정말 고마워. 내가 없을 때 널 챙겨주고 있으니까.」참 여우짓 같은 문자였다. 성혜인은 반승제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자는 직감적으로 여우짓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대다수 여자는 이런 여우짓을 좋아하지 않지만 남자들은 달랐다. 반승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이런 사람이었다니. 성혜인은 머릿속에서 스치듯 지나간 생각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차 키와 핸드폰을 든 채 엘리베이터를 탔다. 반승제는 1층의 홀에서 성혜인을 기다리다 커다란 통유리 앞에 와서 섰다. 성혜인이 내려올 때 중간에 있는 커다란 기둥 때문에 반승제를 단번에 발견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반승제의 핸드폰이 자기 손에 있으니 그녀는 그저 습관적으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반승제는 한 번에 엘리베이터에 탄 성혜인을 발견했다. 이미 10분 정도 기다린 그는 살짝 따분해져서 그녀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안에 있던 성혜원을 발견했다. 성혜원은 자신의 감정을 숨길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반승제는 이러한 노골적인 시선을 싫어했기에 저도 모르게 얼굴을 굳혔다. 성혜원은 성휘가 배고프다는 얘기에 몸도 회복됐으니 내려와서 밥을 사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 남아서 성휘가 성혜인의 얘기를 하는 것도 듣기 싫었다. 하지만 신이 그녀에게 이러한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다니. 나가려던 그녀는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를 않았다. 반승제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나가려는 게 아닌가?” 반승제의 눈에 성혜원이 바로 그의 아내 성혜인이었다. 그래서 말투도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딱딱했다. 성혜원의 눈에 실망이 어렸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반승제 씨,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36화 역시 첫사랑인가

    차에 오른 그녀는 운전석에 앉았다.발목의 상처가 아직 조금 아프긴 했지만 거의 다 나았다.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없었다. 그로 인해 차 안의 분위기도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성혜인도 액셀을 밟지 않고 백미러로 그를 바라보았다.포레스트 펜션에 가는 걸까, BH그룹에 가는 걸까, 아니면 호텔로 가는 걸까?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여기 휴대폰입니다.”그녀는 반승제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반승제는 핸드폰을 받아 들고 핸드폰 화면에 뜬 두 개의 새 알람 소식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성혜인은 그가 메시지를 확인했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반승제의 기분이 더 안 좋아진 것은 알 수 있었다.그와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짜증.평소 반승제는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단미의 문자 하나로 그가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게 하다니.성혜인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첫사랑인가.“BH그룹으로 돌아가지.”그는 핸드폰을 옆에 간단히 던져놓고는 답장하지 않았다.성혜인도 애써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 차를 몰고 BH그룹으로 가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아주머니한테서 연락이 온 것이다.“혜인 아가씨, 반 회장님께서 갑자기 포레스트 펜션으로 오셨는데 지금 당장 반 대표님과 오시라고 합니다.”성혜인은 자신이 스피커폰을 안 켠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눈에 놀라움이 서렸다.반 회장님께서 포레스트 펜션에 가셨다니!그녀는 백미러로 또 한 번 반승제를 보았다. 반승제의 핸드폰도 울린 걸 보니 반 회장님께서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거신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반승제는 발신자를 보고는 기분이 더 안 좋아졌다.“할아버지.”“승제야, 나 지금 포레스트 펜션에 있다. 너 손을 다쳤다고 하던데 좀 와서 보자꾸나.”“할아버지, 저 지금 BH그룹 긴급회의에 참석해야 해요. 아마 늦게 돌아갈 것 같습니다.”“급하지 않아, 기다리마.”반 회장님과의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아주머니 쪽에서도 전화를 끊었다.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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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12화 최종화

    온시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공지민은 갑자기 연승혁의 총을 움켜쥐었고 경찰에게는 지금이 좋은 기회였다.저격수의 총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공지민은 어깨에 총알이 박힌 것을 느꼈지만 연승혁의 총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총성이 다시 울리자 연승혁은 그녀를 안은 채 몇 바퀴를 굴렀다.온시환은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을 붙잡으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인질이 아직 잡혀 있는데 총을 쏘면 어떡해요? 당장 멈춰요!”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이때 그들이 공격을 멈춘다면 연승혁이 어떻게 반격할지 예측이 안 갔다. 방금 그가 살짝 손을 움직였을 뿐인데 한 사람을 죽였다.총성은 잠시 멈췄고 공지민의 어깨에서 피가 흘렀으며 연승혁은 방금 그녀를 보호하다가 다리와 허리에 총을 맞았다.두 사람 모두 온전한 데 없었지만 공지민은 그가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농담할 기분이 있어 보였다.“지민아, 우리가 어쩌다 이런 거지꼴이 됐냐?”공지민은 그가 화를 낼 줄 알았다. 그녀가 방금 미친 듯이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붙잡지 않았다면 경찰도 총을 쏘지 않았고 그도 두 번이나 총에 맞지 않았다.게다가 총알이 날아왔을 때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보호했는데 그가 왜 그랬는지 그녀는 이해가 안 갔다.그녀는 바닥에 숨었고 연승혁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경찰 측은 반승제와 온시환, 그리고 서주혁이 막고 있어서 더 이상 총을 쏘지 못했다.연승혁이 맞은 두 발의 총알로 그를 죽이기엔 역부족이었고 그는 손을 들어 공지민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공지민의 속눈썹이 떨렸지만 여전히 입을 꾹 다물었다.그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방금 네가 한 짓은 내가 널 백번 죽여도 모자라.”모든 사람이 연승혁이 공지민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는 것을 보았고 그가 총을 쏠 거라고 생각했다.온시환은 그들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지만 누군가에 의해 끌려갔고 연승혁은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은 채 공지민의 눈만 바라보았다.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연승혁은 갑자기 그녀의 얼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11화 날 걱정해 주는 거야?

    연승혁은 절벽 끝까지 밀려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주변에는 저격수들이 잠복했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공지민을 붙잡아 자신의 앞을 막았다.“나 곧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하지?”공지민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한테 붙잡힌 채 서 있었다. 절벽은 매우 높았고 아래는 안개가 자욱했다.주위에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지만 연승혁이 너무 교활해서 공지민을 인질로 삼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저격수는 지금까지 총을 쏘지 못했다. 절벽 끝에는 연승혁과 공지민이 서 있었고 반대편에는 수십 명의 경찰들이 있었다.숲의 다른 곳도 수많은 경찰들이 지켰고 연승혁은 오늘 절대 빠져나가지 못했다.누군가가 연승혁을 설득하기 시작했다.“연승혁, 지금 당장 자수하고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이지 마.”연승혁은 미소를 지으며 공지민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었다.“무고한 사람? 이 사람은 무고하지 않아.”공지민은 전혀 두렵지 않았고 그녀의 시선이 앞을 향하자 급히 나타난 온시환을 보았다.온시환의 다리는 부상을 입은 듯 절뚝거리고 있었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그가 매우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연승혁은 온시환을 보자 눈썹을 치켜올렸다.“다 왔네. 지민아, 남편한테 인사 안 해?”공지민은 그가 무슨 의도인지 몰라 눈살을 찌푸렸다.연승혁은 일부러 그녀의 뺨에 키스하고 온시환 쪽을 바라보았다.“네 아내 덕분에 도망치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챘다.온시환은 순간 안색이 변했지만 다시 평온해졌다.연승혁은 마치 미친개처럼 아무나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가 온시환한테 적대감을 품은 건 온시환과 공지민의 부부 관계를 질투하기 때문이었다.온시환은 기침하며 공지민에게 물었다.“괜찮아?”공지민은 고개를 저으려고 했지만 연승혁이 계속해서 안 좋은 소리를 할까봐 그저 못 들은 척했다.하지만 연승혁은 그녀를 가만히 놔줄 생각이 없었다.“네 남편이 묻잖아. 나랑 같이 있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10화 온시환도 똑같이 우스웠다

    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마는 고통으로 인해 땀으로 뒤덮여 있었다.연승혁은 막대기를 던지고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내가 널 죽일거라고 생각했지?”“그러려고 한 게 아니야?”지금 그녀를 죽이는 건 그가 그동안 쌓여왔던 원한을 풀고 해외로 도망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연승혁은 그녀의 얼굴을 두드리며 말했다.“난 말이야. 경찰들이 정의로운 척 가식 떠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너를 인질로 잡는 게 더 안전하지 않겠어?”그제야 공지민은 그가 자신을 죽이지 않은 이유가 그녀를 인질로 삼기 위해서란 걸 알았다.하지만 그는 1급 수배범이고 심지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조직까지 건드려서 인질을 잡고 있다고 해도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공지민은 그의 손에 이끌려 일어난 후 길을 계속 가는 수밖에 없었다.“꼼수 부리지 마.”그녀의 머릿속에는 그가 자신을 전에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 질문이 떠올랐다.사실 방금 연승혁이 그녀를 찔렀던 사악한 행동이 그녀가 꿈에서 본 어린 소년의 행동과 똑같았다는 것 외에는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사방에서 연승혁한테 자수하라는 경찰 측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연승혁은 하늘로 중지를 치켜들고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더욱 꼭 껴안았다.주위의 총소리가 다시 울렸지만 그는 운이 좋게도 매번 피했다.아마도 경찰 측에서는 공지민을 염려하여 함부로 총을 쏘지 못했고 연승혁이 스스로 멈추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온시환은 경찰의 뒤를 따르면서 공지민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리의 상처도 개의치 않고 더 빨리 걸어가려고 했다.반승제는 그가 심하게 다친 것을 보고 화가 났다.“미친 거야? 다리에 통증도 안 느껴져? 여기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연승혁이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 공지민이 살아있는 것도 직접 확인했잖아.”온시환의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고 반승제를 밀치며 그가 말했다.“빨리 가야 해. 지금 살아 있다고 해서 안전한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9화 우리 전에 본 적 있어?

    공지민은 자신이 왜 이런 꿈을 꾸는지 몰랐고 이 꿈이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도 몰랐지만 꿈속의 나쁜 소년은 연승혁과 매우 흡사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주변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고 모두가 지쳐서 한적한 곳에서 쉬고 있었다.연승혁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비꼬기 시작했다.“돼지야? 이런 상황에서도 잠이 와?”공지민은 두 손으로 팔을 감싸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도망쳐야 할 사람들은 당신들이잖아.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연승혁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긴박해서 더 이상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공지민이 눈을 감고 잠시 쉬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총소리가 들렸다.연승혁의 부하들은 신속하게 총을 꺼내 경계하기 시작했고 연승혁은 그녀를 끌고 계속 길을 떠났다.“더 이상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서둘러 길을 떠나야 해. 국경을 넘으면 우리 쪽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안전할 거야.”연승혁의 부하들은 이미 지쳐서 녹초가 되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섰다.공지민은 지금 이 구역이 이미 포위된 상태이고 이들 중에 배신자가 존재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녀의 시선은 버마어를 하는 남자에게로 향했고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뒤따라오고 있었다.몇 분을 걷다가 연승혁은 갑자기 단검을 집어 들고 그 남자를 향해 찔렀다.그 남자는 미리 대비하고 있어서 가슴의 상처는 깊지 않았고 그는 수 미터 높이의 제방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연승혁은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오므렸다.부하들이 서둘러 물었다.“형님, 무슨 일이에요?”“저 남자 몸에 추적기가 달려 있어.”그 남자가 처음부터 배신을 작심하고 접근한 게 아니라 중간에 배신하기로 한 후임시로 설치한 추적기로 보였다. 그래서 경찰이 그렇게 빨리 찾아 올 수 있었던 거고 또한 총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는 거 봐서 아마 주변은 이미 빈틈없이 포위된 듯했다.부하들은 초조해하기 시작했다.“그럼 이제 어떡해요? 아니면 저희가 여기서 막고 있을 테니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8화 죽으면 안 되지

    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욕설하면서 그녀를 정말 죽이려고 했지만 연승혁이 막아섰다.연승혁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호루라기를 흘깃 쳐다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걸음을 재촉했다.공지민은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이 사람들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바랐다.그녀는 자신이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시 기대어 있다가 잠결에 살해당해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었다. 공지민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그녀는 어렸을 때 외딴 산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녀가 장작을 모으러 산에 올라갔을 때 멀지 않은 곳에 한 소년이 나타났고 그 소년의 옆에는 키 큰 남자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은 심각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등에 돼지풀이 가득한 바구니를 짊어지고 손에는 자신이 주운 막대기를 쥔 채 언덕에서 굴러떨어졌는데 마침 그 소년 앞에 절하는 자세로 엎드려 넘어졌다.그녀보다 몇 살은 많아 보이는 소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흥미로운 듯 고개를 숙였다.옆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도련님, 간첩일지도 모르니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공지민은 그 당시에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소년이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막대기를 가져가서 그녀의 얼굴과 어깨를 번갈아 찌르기 시작했다.공지민은 너무 아파서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소년은 옆에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이게 간첩이라고? 갓 태어난 새끼 돼지처럼 뽀얗네.”“도련님, 혹시 모르니 매사에 조심하셔야 합니다.”소년은 웃으며 손에 든 막대기로 공지민을 계속 찔렀다.공지민은 감히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숨을 헐떡이며 울기만 했다.“이 아이의 눈이 너무 예뻐서 파내서 소장하고 싶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공지민은 우는 것도 잊은 채 TV에서도 본 적이 없는 헬리콥터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7화 너 데리고 같이 죽을 거야

    그들이 분석을 마친 후 그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비밀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먼 곳의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지만 연승혁 쪽인지 H국 정부 쪽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연승혁의 부하들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 안색이 변한 걸 보니 H국 정부 쪽인 것 같았다.공지민은 빠르게 깊은 숲으로 끌려들어 갔는데 이곳의 숲은 비교적 원시적이었고 H국 국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앞으로 1km 더 나아가 국경에서 벗어나게 되면 H국 정부도 그들을 어찌할 수 없었다.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한국어로 욕하는 소리가 공지민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제기랄! 젠장!”그 남자는 몇 마디 욕설을 퍼부은 뒤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여기서는 헬리콥터가 그들이 보이지 않지만 방금 전에 그들이 터널에서 빠져나왔을때 이미 발견됐을 것이고 헬리콥터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기만 하면 추적자들이 곧 올 거였다.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가끔 멈춰 서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생각했다.공지민은 연승혁에 이끌려 모두와 함께 빠르게 이동하다가 중간에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알 수 없는 말을 한 뒤 자리에 멈춰 섰다.그는 몸을 돌려 연승혁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연승혁의 표정은 처음에는 괜찮다가 갑자기 싹 바뀌면서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공지민을 바라보았다.공지민은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또다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연승혁은 당분간 그의 도움을 받아 길을 나서야 했기에 이때 저 여자를 달라고 하면 연승혁은 분명히 동의할 거였다.하지만 연승혁은 단검을 꺼내 들어 빠른 속도로 남자의 팔을 향해 찔렀다.그 남자는 고통으로 얼굴이 창백해졌고 거의 쓰러질 뻔했다.연승혁은 그에게 버마어로 무언가를 말했고 상대방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공지민을 더 이상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전전긍긍하며 계속해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공지민은 연승혁이 정말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그한테 제일 필요한 사람을저렇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6화 도망자면 뭐 어때

    공지민은 연승혁이 역겨움을 느끼고 멈출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가 힘을 더 세게 주기 시작했다.“계속해 봐. 네가 그 남자랑 있었던 일을 말할수록 난 더 흥분될 거야.”“이거 놔!”‘미친놈!'연승혁은 그냥 이대로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공지민은 자신을 뒤에서 안고 있는 연승혁의 눈에 비친 상처를 보지 못한 채 그를 인간적인 감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설사 그녀가 그의 눈을 봤다고 해도 그저 비웃기만 할지도 모른다.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이튿날 공지민은 누군가 부은 찬물에 의해 잠이 깼다.그녀는 눈을 뜨고 연승혁이 담배를 손에 쥔 채 얼굴에 반쯤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을 보았다.“깼어?”공지민은 갑자기 어젯밤에 그가 미친 듯이 그녀를 탐해서 온몸이 떨릴 정도의 고통스러움에 자신이 기절해 버렸던 게 떠올랐으며 지금도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그는 호루라기를 손에 쥐고 놀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깼으면 얼른 일어나. 서둘러 떠나야 해.”공지민은 심리적 혐오감뿐만 아니라 육체적 피로와 고통으로 인해 온몸이 떨렸다.“나 지금 걸을 수가 없어.”한 발짝만 내딛어도 그녀는 무릎을 꿇을 것 같았고 더군다나 며칠간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연승혁이 다가와서 공지민의 턱을 잡고 호루라기로 그녀의 얼굴을 두드리며 말했다.“지금 나한테 애교 부리는 거야? 안타깝지만 난 구은우가 아니라서 안 넘어가.”공지민은 지금 이 상황에 왜 구은우를 언급하는지 이해가 안 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유독 구은우를 언급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앉아 일어날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가 아무리 괴롭히고 재촉해도 다시 걸음을 떼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그가 갑자기 그녀의 목에 호루라기를 걸어주었다.그녀가 의혹스러워하던 찰나 그가 입을 열었다.“이거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 준 거잖아. 이제 걸을 힘이 생겼지?”심리적 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5화 구은우의 비교 상대조차 안 돼!

    ‘나 몰래 그런 짓까지 한 거야?’“온시환도 이 사실을 알아?”“알 필요 없어.”공지민의 단호한 대답에 연승혁은 낮게 비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여전히 그녀의 위에 몸을 얹고 있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물며 속삭이듯 말했다.“좋아. 나도 애를 좋아하진 않아. 이제 걱정 없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널 가지고 놀 수 있겠군.”하지만 그가 내뱉은 그 말에는 약간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그 떨림이 불안처럼 스며들었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밀어내며 허리띠를 채웠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공지민은 온몸이 풀린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 몸을 닦았다. 배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고, 연승혁 역시 침묵을 유지했다....3시간 뒤, 배는 강을 빠져나와 육지에 도착했다.그들은 국경을 넘어야 했다. 그리고 H국 국경은 삼엄한 방어로 악명이 높았기에 탈출이 쉽지 않았다.그날 밤, 그들은 산 아래에 있는 한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공지민은 나무로 된 욕조 안에 거칠게 던져졌다. 연승혁은 그녀를 대충 씻긴 뒤 욕조 가장자리로 그녀를 끌어올렸다. 그러고 나서는 힘으로 그녀를 억누르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그녀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지만, 연승혁은 그런 그녀의 상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의 손길과 이빨 자국은 그녀의 피부 곳곳에 깊은 흔적을 남겼고, 멍과 상처로 얼룩지게 했다.그러나 공지민의 눈빛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의 냉정하고 무감한 눈빛은 그를 자극했고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그의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나 고통 대신 오직 차가운 거부감만이 가득했다.모든 것이 끝난 뒤, 연승혁은 그녀를 바닥으로 밀쳐냈다.강한 충격에 그녀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연승혁은 욕조 옆에 앉아 무언가를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공지민의 시선이 그 물건으로 향했다. 그것은 그녀가 너무도 잘 아는 물건이었다. 바로 구은우가 어린 시절 그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4화 자궁을 제거했어

    그 뜨거운 온기가 다가오자, 공지민은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속이 뒤틀리듯 메스꺼워졌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그 순간 연승혁의 눈과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깊은 어둠 그 자체였다. 그를 둘러싼 기운이 아까와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공지민의 가슴을 더듬고 있던 외국인 남자는 여전히 손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는 연승혁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구해달라고 애원하기를...연승혁은 무릎 위에서 손가락으로 천천히 박자를 맞추며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게임을 즐기는 사냥꾼처럼 여유로웠다.처음 그가 공지민을 TV에서 봤을 때부터 그는 그녀를 망가뜨리고 싶었다. 그 맑고 깨끗한 눈동자가 너무나 순수했기에, 거기에 자신만의 색을 덧칠하고 싶다는 충동이 있었다.연승혁은 눈을 내리깔더니 갑자기 공지민을 자신의 품으로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그의 손끝에 느껴졌다.외국인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술을 훔치며 사과하는 듯 외국어로 중얼거렸다.하지만 공지민은 여전히 혐오감에 휩싸여 있었다. 심지어 연승혁의 품에서조차 조금 전 외국인 남자에게 느꼈던 것과 똑같은 불쾌감이 가시지 않았다.그녀의 눈빛이 이를 드러내자, 연승혁은 비웃으며 갑자기 허리띠를 풀며 그녀의 바지를 거칠게 잡아 내리며 낮게 말했다.“왜? 나랑 잤던 것도 그렇게 더럽게 느껴졌었어? 그땐 그렇게 좋아하더니 지금은 왜 이러는 건데?”그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낮아졌고 분노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연승혁은 그녀를 거칠게 다루며 무자비하게 밀어붙였다.공지민은 저항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그녀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였다.배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차라리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연승혁의 분노와 집착 앞에서 누구도 감히 나설 수 없었다.통증이 그녀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고통과 모멸감이 그녀의 온몸을 뒤덮었고,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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