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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내숭처럼

성혜인은 졸음이 쏟아졌다. 반승제가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벽에 기대 잠에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에 눈이 번뜩 떠졌다. 고개를 든 그녀는 금방 자세를 고쳐 잡았다.

“오셨어요.”

반짝이는 혜인의 눈동자에 반승제는 심장이 간질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 감정에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반승제가 카드를 찍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성혜인 역시 그 뒤를 따라 들어와 티테이블 위에 보온 도시락을 올려놓았다.

“오늘 드실 국이에요.”

매우 고급지게 보이는 분홍색 도시락이었다.

반승제는 성혜인이 이런 색깔의 보온 도시락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 성혜인은 업무상에서 늘 노련한 모습만 보였고, 할 말 있으면 다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취향에 조금 놀랐지만, 티 내지 않고 정장 단추를 풀었다.

임무를 완수한 성혜인은 곧바로 자리를 떠날 생각이었다. 외로운 남녀가 한 공간에 있으면 다른 생각이 들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성혜인은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그때, 뒤에서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온 도시락, 안 가져갈 거야?”

필요 없다는 말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포레스트에 남아 있는 보온 도시락이 없다는 게 떠올랐다.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가?’

성혜인은 바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리낌 없는 모습에 반승제가 오히려 흠칫했다.

“그럼 다 드시고 나서 갈게요.”

성혜인에게 반승제는 고객이기도 하지만, 곧 이혼을 앞둔 ‘남편’이기도 했다. 물론 법적으로 말이다.

솔직히 할 거 다 한 사이인데, 일부러 피한다면 내숭처럼 보일 수도 있다.

혹여나 성혜인이 밀당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라도 한다면 그게 더 문제다.

그래서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승제는 눈썹을 들썩였다. 원래는 스위트룸 안에 마련된 주방에서 요리를 시킬 생각이었다.

이미 9시가 다 된 시각, 남자 클라이언트에게 국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모자라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호텔 방 안에서 기다리다니. 심지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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