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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너무 많은 빚

성혜인은 마음이 한결 놓였다. 피로에 온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래도 해 뜰 때까지 이곳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유리 조각을 깨끗이 치워 방 안에 있던 쓰레기봉투를 집어 들고 보온 도시락도 잊은 채 그대로 방을 빠져나왔다.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또 한지은을 마주쳤다.

조희준에게 얼마나 시달렸던 건지, 걷는 자세마저 어정쩡했다.

물론 성혜인 역시 다친 발목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했다.

성혜인을 발견한 한지은은 피식 웃었다. 비슷한 자세로 걸으며 야밤에 호텔을 빠져나가는 성혜인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답안은 하나뿐이었다.

‘고상한 사람처럼 굴더니, 몸이나 팔고 똑같은 여자였네.’

엘리베이터 안. 한지은은 양손으로 팔짱을 낀 채 성혜인을 위아래로 훑으며 픽 웃었다.

“누구랑 있었어요? 고생 좀 했나 봐요.”

무너지는 성혜인의 표정을 보니 꽤 고소했다. 그녀는 막말을 더 퍼부었다.

“그분이 만족했겠는데요? 얼마 받았어요?”

성혜인은 얼굴이 구겨졌지만 아무런 대답없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그대로 나갔다.

그 모습에 화가 난 한지은이 큰 보폭으로 그녀의 뒤를 쫓아왔다.

“오늘 밤 일은 모른 척 입 다무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당신이 호텔에 온 일 다 불어 버릴 테니까! 어차피 둘 다 한 배에 탔는데, 무서울 게 뭐야!”

한지은은 당당했다. 사실 성혜인이 조희준과의 일을 회사에 퍼뜨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성혜인도 은밀한 사생활을 들켰으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로비 안으로 들어오는 한 여자가 성혜인의 눈에 띄었다. 기가 꽤 세 보이는 여자였다.

성혜인은 바로 몸을 돌려 한지은을 쳐다봤다.

“조희준, 결혼한 거 알죠? 호텔에서 이렇게 뒹굴다가 부인에게 들키면 후폭풍이 상당할 텐데요.”

한지은은 그녀의 말에 비웃으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집에 있는 여편네는 신경도 안 쓴다고 사장님이 그러셨어요. 저만 좋아한다고요. 질투해요? 하긴, 3년이나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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