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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끝까지 모른 척

“그쪽 길에서 마주친 적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쪽에 분명 집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성혜인은 극적으로 변명거리가 떠올랐다. 그제야 반승제는 성혜인이 다리를 다쳤던 일이 생각났다.

‘근데 방금 병원에서 따로 치료를 안 받은 것 같은데...’

성혜인은 여태 불편한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참고 있는 건가?’

바로 그것이었다. 사실 성혜인은 엑셀을 밟을 때마다 다리가 욱신거렸다. 하지만 반승제도 자신 때문에 이렇게 크게 다쳐 파티에도 가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이 쓰였다.

어떤 식으로든 반승제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대표님, 정확히 어느 동에 사시는지는 잘 몰라서요. 이따가 길 좀 알려 주시겠어요?”

성혜인은 끝까지 모른 척을 했다.

뒷자석에 앉아있던 반승제는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

성혜인은 뭔지 모를 따가운 시선이 뒤에서 느껴지는 것 같아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통증 때문에 손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포레스트를 발견하자 또다시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포레스트 앞에 멈춰 선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보는 순간 반승제와 눈이 마주쳤다.

반승제의 검은 동공이 조금 더 짙어졌다.

“왜 여기에 멈춘 거야?”

성혜인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생각에 등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다리가 아파서 좀 문지르려고요.”

“아.”

반승제는 눈을 희미하게 뜨며 감탄사를 툭 내뱉었다.

‘천하무적인 줄 알았는데, 아픈 걸 알긴 하네.’

하지만 너무나 절묘하게도, 멈춰 선 곳은 다름 아닌 포레스트 입구였다.

유경아는 반승제의 차를 발견하고 급히 마중을 나왔다.

“대표님, 파티는 끝나셨나요?”

유리창 때문에 아직 성혜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반승제는 앉은 자리에서 창문을 살짝 내리고 ‘네’하고 답했다.

유경아는 뭔가 이상했다.

“사모님과 같이 안 오셨어요?”

성혜인을 언급하는 순간, 반승제의 미간에서 짜증이 느껴졌다.

“네. 오늘 집에 안 들어올 거니까 마중 안 나오셔도 됩니다.”

유경아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반승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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