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잠깐이었다. 그는 바로 코웃음을 쳤다.연바다는 등받이에 기대면서 말했다.“그러게. 난 그래도 하랑이 곁에 4년이나 있으면서 친구라는 명분밖에 얻지 못했네. 그런데 3년이나 하랑이를 홀로 외국에 보내버린 누구보단 낫지 않아?”그는 일부러 고개까지 갸웃거리며 말했다. 운전하고 있던 연유성은 룸미러로 그의 얄미운 눈길을 볼 수 있었다.“안 그래, 내 착한 동생아?”“...”연유성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틀어 문 채 운전에만 집중했다.뒷좌석에 앉은 사람도 더는 비꼬지 않았다.어차피 두 사람은 모두 잘한
다른 앱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알림으로 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실시간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해 XH를 축하하는 사람도 있었고 플립스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어쨌든 어느 플랫폼이든 전부 경기에 관한 내용으로 떠들썩했다.간혹 어떤 사람들은 기프티콘을 뿌리기도 했다. 이 좋은 날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말이다.강하랑이 단톡방을 들어갔을 때 마침 기프티콘 파티가 열렸고 성공적으로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운이 아주 좋다고 생각되었다.너무 기뻤던 나머지 기프티콘을 여러 개 쐈다.“하랑아, 무슨 좋은 일이
두 바보는 룸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처음에는 쌍둥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연바다와 연유성 형제를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연바다와 연유성은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팀원 중 동갑도 있었지만, 재계에서 오랫동안 발음 담그다 보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졌고 게임이나 하는 젊은이들과 기세 자체가 달랐다.더구나 연바다는 칼과 피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었기에 설령 미소를 짓고 있다고 해도 매의 눈으로 훑어보는 그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다.반대로 나이가 제일
연바다에 대한 감정을 눈치챈 강하랑은 다소 미안함을 느꼈다.자신을 4년이나 보살펴 준 사람인데, 그냥 친구라도 해도 당연히 고마움을 느껴야 했다.그러나 지금은... 자신을 살려준 은인에 혐오를 느끼고 있었다.정말로 그녀를 속여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일까?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지 강하랑 본인도 잘 몰랐다.이런 감정은 어느새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고 심지어 칼로 그의 심장을 찌르고 싶다는 충동도 들었다.다행히 그녀의 이성은 아직 남아 있었다.돌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불어오는 밤바람에 그녀의 치맛자락이 살랑살랑
괴이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서 맴돌았다.생각하고 있던 일을 연바다에게 콕 집힌 강하랑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설명도 또한 필요 없는 것 같았다.연바다도 설명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미소 지은 얼굴로 강하랑 앞에 서서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후 의자에 앉아 있던 강하랑이 그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먼저 꼬리를 내리고 입을 열었다.“미안해.”지금으로서 사과를 제외하고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녀도 거부감이 생긴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거부감이 연바다를
연바다는 강하랑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먼저 말했다.“난 이만 가야겠다. 괜히 너 골치 아프게 만들지 말고.”강하랑은 약간 놀란 듯한 표정으로 연바다를 바라봤다. 그는 한결같은 말투로 말을 계속했다.“나 사실 널 데려가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경기도 끝났겠다, 지금이면 네가 지쳐서 돌아가고 싶어 할 줄 알았거든. 널 기분 나쁘게 만든 사람이 나일 줄은 몰랐어. 미안해.”성운에 온 이유를 설명하는 연바다는 아주 불쌍해 보였다. 그래서 강하랑의 기분도 점점 복잡해졌다.죄책감은 거부감의 자리를 파고들었
연바다는 미간을 찌푸렸다. 금방 시동을 걸고 출발한 차도 예고 없이 큰길 한 가운데 멈춰 섰다.뒤따라오던 차는 앞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을 줄 모른 듯 급하게 핸들을 돌렸다. 연바다의 곁을 지나가면서 차주는 뭐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그러나 연바다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누군가 핸드폰을 밟고 지나가는 듯한 소음뿐이었다.연바다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그는 경찰이 창문을 두드릴 때가 되어서야 전화를 끊고 다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강
연유성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그럼 잘 부탁할게요.”그는 단오혁이 문을 열어준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강하랑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강하랑은 조수석에 걸터앉아 아직 밖에 있는 단유혁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그녀는 단유혁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강하랑을 계속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단오혁이 그걸 용납할 리가 없었다.연바다의 시선이 강하랑에게 있는 것을 보고 단오혁은 속으로 피식 비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