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덕에 단이혁의 우울했던 감정은 사라지고 오히려 흥미가 돋은 얼굴로 단시혁을 보았다.“자식, 넌 아주 기뻐 보인다?”단시혁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막내가 무사하니 당연히 기뻐해야죠.”맞는 말이었다.단시혁의 말에 단이혁도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단이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네. 사랑이가 무사히 살아있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지.”단시혁은 또 입을 열었다.“막내가 이번에 서해로 온 건 아마도 일 때문일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사랑이를 만날 기회를 만들면 되는 거예요.”영화제 초청으로 서해시로 온
다음 날 아침, 회사원들이 출근하는 시간. 강하랑은 바로 GN 주얼리 팀에서 초청장을 메일로 받게 되었다.메일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막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있던 때였다.새우만두를 집어 입에 넣기도 전에 메일 내용에 눈을 휘둥그레 뜨게 되었다.‘대박, 난 기껏해야 이제 막 대회에 참가한 무명 디자이너인데, 이렇게 빨리 회사에서 날 스카우트하겠다는 제안을 보낸다고?'‘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대도시의 기회인가?'만약 어제 금호상 영화제에서 작품을 전시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사기꾼이 보낸 스팸 메일이라고 생각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나 방금 어떤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거든. 어제 전시장에 있던 내 작품이 마음에 들었나 봐. 그래서 나랑 밥 한 끼 먹으면서 계약을 논의하고 싶다고 했어. 나도 한번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기도 하고.”연바다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말을 보탰다.“그 회사에 대해 내가 이미 검색을 해봤어. 비록 규모는 작아도 평판은 좋은 회사였어. 특히 주얼리 업계에서 한주 HN 그룹보다 더 앞서는 회사이기도 해. 난 꽤나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다른 건 만나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아. 문제가 있
시선을 내린 연바다는 어쩐지 웃긴 기분이 들었다. 연유성과 혁이들을 본 적 없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아무 짓도 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그는 이런 자신을 비웃는 듯 피식 웃더니 다시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언제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연바다도 꽤 궁금했다. 연유성과 혁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말이다.그가 이토록 쉽게 허락할 줄 몰랐던 강하랑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면서 물었다.“데려다준다고? 진짜?”“왜, 싫어?”연바다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는 고개
강하랑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계약서를 내려놓은 채 진지하게 생각했다.“핸드폰에 일과 상관 없는 앱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평소 기껏해야 주식이나 뉴스를 보겠죠? 그 흔한 연예인 스캔들도 전혀 모를 이미지예요.”그녀의 정확한 추측에 연유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의 핸드폰에는 평소 일할 때 쓰는 앱밖에 없었다. 개인 핸드폰에도 소통에 무조건 필요한 앱 빼고는 뉴스 보는 앱이었다. 그외의 다른 것에는 관심도 없었으니 말이다.바깥세상에 관심 없는 것만 아니었어도 그는 강세미에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속지 않았을 것
원래의 고정 임금과 보너스는 10%의 성과 보너스로 수정되었다. 즉, 그녀가 디자인한 작품의 판맷값에 운영비를 차감한 후 원래 임금의 10%를 추가 보너스로 받게 된다는 뜻이다.작품에 자신만 있다면 이는 어마어마한 혜택이었다. 자신이 없다고 해도 고정 임금이 있기 때문에 걱정할 건 없었다.어쩐지 노력 없이 너무 많은 걸 얻은 것 같았던 강하랑은 머쓱해서 말했다.“이렇게 수정하면 그쪽에서 너무 손해 보는 거 아니에요?”“하하, 실비아 씨. 요즘 젊은이는 실비아 씨 같은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뭐라고 부르는데요?”
연유성의 말을 듣고 강하랑은 머리를 숙였다. 왠지 모르게 착잡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자기 집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시어스의 병원에서 깨어난 다음 모든 기억을 잃은 탓에 집은커녕 과거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그녀는 이 세상이 아주 친숙했다. 생활 방면에서 알아야 할 것도 빠짐없이 알았다. 그러나 집, 가족과 같은 것을 떠올릴 때는 백지장이었다.말로 이루 설명하지 못할 허무함에 그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 있었다.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그녀라면 사라진다고 해도 슬퍼할 사람 한 명 없을 것 같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 강하랑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연바다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특히 자신과 똑같이 단씨 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으로서는 연유성의 친구가 과연 그녀의 가족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4년이라는 시간도, 단씨라는 성도 우연의 일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말했다가 해프닝으로 끝나면 정말 쪽팔릴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묘한 직감이 들었다. 연바다에게는 말해주면 안 된다고 말이다. 말로 할 수 있는 정확한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일단 마음의 소리를 따르기로 했다.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