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대표님...”연유성이 전화한 이유라면 강하랑도 추측되는 바가 있었다. 그래서 먼저 말을 꺼냈다.“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저도 봤어요. 계약 해지 건으로 전화하셨죠? 저는 괜찮으니 계약을 해지하셔도 돼요.”강하랑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위약금이었다. 그녀는 연바다에게서 돈을 받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계속 그의 돈으로 먹고살았기 때문이다.만약 언젠가 떨어져 살게 된다면 그녀는 연바다에게 썼던 것만큼 돌려줄 생각이다. 한 번에 돌려줄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면 할부로 갚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그녀
레스토랑은 누군가에 의해 통째로 빌려졌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혁이들이었다.다른 손님이 있을 줄 몰랐던 레스토랑 직원은 강하랑이 들어온 것을 보고 바로 내보내려고 했다.“죄송하지만 저희는 지금 다른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근처의 다른 레스토랑을 이용하시거나 오늘 저녁에 다시 와주세요.”강하랑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연유성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자신을 위해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약속 장소를 잘못 알았겠거니 하고 직원에게 사과했다.그녀가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린 순
“그걸 아직도 기억해?”입을 연 사람은 단이혁이 아닌 단시혁이었다. 그는 강하랑에게 레모네이드를 따라주면서 말을 이었다.“전에는 네가 우리를 잊은 걸 알고 일부러 모르는 척했어. 오늘 많이 놀랐지?”“아뇨! 놀라도 기분 좋은 놀라움이에요. 어쨌든 가족을 찾은 거잖아요.”강하랑은 단시혁이 따라준 물을 단숨에 절반이나 비웠다. 안 그래도 한참 울고 나니 목이 마른 참이었는데, 타이밍 좋게 물을 따라준 단시혁의 센스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물컵을 내려놓은 그녀는 약간 부은 눈으로 단시혁을 바라봤다. 그리고 미안한 듯한 말투로 말했
정희월이 왜 급하게 서해에 왔는지, 그리고 왜 통째로 빌린 레스토랑에 있는지... 그 이유는 누가 봐도 명확했다.강하랑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래서 정희월이 자신 때문에 몸이 상했다는 것쯤은 곧바로 보아냈다.그녀가 축 늘어진 것을 보고 단이혁은 오히려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 같아서 말이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어머니는 원래도 몸이 좋지 않았거든. 이번에도 쉬고 나면 괜찮아 질 거야. 넌 힘들면 먼저 돌아가서 쉬어. 우리 내일 다시 만나도 돼, 알았지?
“제가... 너무 귀찮게 굴었죠.”강하랑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단이혁은 연예인 못지않게 잘생겼다. 아니, 연예인보다도 잘생겼다.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강하랑은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이 완벽한 집안의 짐이 된 것만 같아서 말이다.단이혁의 말을 들어보면 이러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닌 세 번째라고 한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만약 나였다면 진작 포기해 버리고 말았을 거야.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제사나 지내주겠지... 굳이 시간을 내서 찾는 일은 절대 못 해. 빨리 잊고 다시 시작하는 게 살아가는 데
연바다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동시에 그는 상대가 자신에게 연락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강하랑을 따라다니는 경호원에겐 강하랑의 연락처가 없었고 그저 서해시에 있는 동안 강하랑의 뒤를 따라다니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경호원의 임무였다.하지만 강하랑이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병원으로 들어가는 절차는 복잡했기에 하는 수없이 연바다에게 전화를 하게 된 것이다.그들에겐 강하랑의 연락처가 없었지만 연바다의 연락처는 있었다.더군다나 연바다는 병원에 있었기에 그들이 병원까지 들어와 강하랑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있는
연바다가 먼저 사과를 하니 강하랑도 더는 화낼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그럼에도 이 불쾌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말한 거야.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기로. 그리고 내가 화난 이유는 네가 나한테 사람을 붙여서가 아니야. 나한테 한마디 언질도 없이 몰래 네 맘대로 붙인 것에 화가 난 거야. 난 너한테서 존중이란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거든. 다음에도 나한테 사람을 붙이든, 아니면 다른 일이 있거든, 나한테 미리 말 좀 해줄래?”강하랑의 목소리는 부드러워 핸드폰을 들고 있던 연바다의 마음이
그의 말을 들은 강하랑은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이 작게 떨리기 시작했고 다소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게 되었다.동시에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단이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비록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었지만, 병원 복도엔 아무도 없었기에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주 분명하게 단이혁의 귀에도 들렸다.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강하랑은 단이혁의 강렬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심지어 고개를 들어 단이혁을 마주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있던 와중에 그녀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누군가가 확 가져갔다.단이혁은 긴 의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