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월이 왜 급하게 서해에 왔는지, 그리고 왜 통째로 빌린 레스토랑에 있는지... 그 이유는 누가 봐도 명확했다.강하랑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래서 정희월이 자신 때문에 몸이 상했다는 것쯤은 곧바로 보아냈다.그녀가 축 늘어진 것을 보고 단이혁은 오히려 죄책감이 들었다.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 같아서 말이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어머니는 원래도 몸이 좋지 않았거든. 이번에도 쉬고 나면 괜찮아 질 거야. 넌 힘들면 먼저 돌아가서 쉬어. 우리 내일 다시 만나도 돼, 알았지?
“제가... 너무 귀찮게 굴었죠.”강하랑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단이혁은 연예인 못지않게 잘생겼다. 아니, 연예인보다도 잘생겼다.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강하랑은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이 완벽한 집안의 짐이 된 것만 같아서 말이다.단이혁의 말을 들어보면 이러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닌 세 번째라고 한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만약 나였다면 진작 포기해 버리고 말았을 거야.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제사나 지내주겠지... 굳이 시간을 내서 찾는 일은 절대 못 해. 빨리 잊고 다시 시작하는 게 살아가는 데
연바다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동시에 그는 상대가 자신에게 연락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강하랑을 따라다니는 경호원에겐 강하랑의 연락처가 없었고 그저 서해시에 있는 동안 강하랑의 뒤를 따라다니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경호원의 임무였다.하지만 강하랑이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병원으로 들어가는 절차는 복잡했기에 하는 수없이 연바다에게 전화를 하게 된 것이다.그들에겐 강하랑의 연락처가 없었지만 연바다의 연락처는 있었다.더군다나 연바다는 병원에 있었기에 그들이 병원까지 들어와 강하랑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있는
연바다가 먼저 사과를 하니 강하랑도 더는 화낼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그럼에도 이 불쾌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말한 거야.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기로. 그리고 내가 화난 이유는 네가 나한테 사람을 붙여서가 아니야. 나한테 한마디 언질도 없이 몰래 네 맘대로 붙인 것에 화가 난 거야. 난 너한테서 존중이란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거든. 다음에도 나한테 사람을 붙이든, 아니면 다른 일이 있거든, 나한테 미리 말 좀 해줄래?”강하랑의 목소리는 부드러워 핸드폰을 들고 있던 연바다의 마음이
그의 말을 들은 강하랑은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이 작게 떨리기 시작했고 다소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게 되었다.동시에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단이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비록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었지만, 병원 복도엔 아무도 없었기에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주 분명하게 단이혁의 귀에도 들렸다.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강하랑은 단이혁의 강렬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심지어 고개를 들어 단이혁을 마주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있던 와중에 그녀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누군가가 확 가져갔다.단이혁은 긴 의자에
그간 성격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연바다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단 대표도 그러셨죠. 하랑이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그럼 하랑이가 돌아오든 말든 그 선택은 하랑이 본인한테 맡겨야 하지 않겠어요?”그는 강하랑을 4년간 보살펴주었기에 오늘 처음 만난 것과 다름없는 사람과 밥 한 끼를 먹었다고 바로 그들을 따라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설령 정말로 단씨 가문으로 돌아가겠다고 해도 그에게 돌아와 작별 인사쯤은 할 것이었다.만약 그를 만나는 것조차 거부한다면, 그때는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4년간 그
“당연하지. 무슨 생각을 했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야?”강하랑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리고 네가 말했잖아. 내 새언니가 곧 출산한다고, 나를 데리고 함께 아기 보러 갈 거라고. 내가 안 돌아가면 나랑 어떻게 함께 아기 보러 가?”그녀는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만약 이곳에 낯선 사람이 이 통화 내용을 들었다면, 아마도 그녀가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상대를 떠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연바다는 아님을 알고 있었다.몇 달 동안 혼수상태였던 강하랑은 뇌수
“그놈이 누군데요?”강하랑은 말하고 나서야 알아챘다.“오빠가 말한 그놈이 혹시 연바다예요?”단이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니 정답인 듯했다.눈치챈 강하랑은 민망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한참 침묵하던 그녀는 그나마 침착한 목소리로 설명했다.“음...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조금...예전에 아마 그런 적이 있긴 했어요. 어쩌면 깨어나서부터 연바다만 보여서 그런지 자꾸만 의지하게 되고 연바다와 미래를 그려본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같이 살면서 천천히 현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저랑 연바다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