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비웃음이 너무 강해서, 강하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가 난 듯 연바다를 쏘아보았다.“나는 그저 열이 났을 뿐이야. 팔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그녀가 이런 어투로 싸울 힘이 있다는 것을 본 연바다는 눈썹을 까딱이고 얘기했다.“지금 네 모습을 봐. 팔다리가 부러진 거랑 뭐가 달라?”“...”강하랑은 침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하여튼, 혼자 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은 필요 없어.”“그래.”연바다는 더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 잘생긴 얼굴에 옅은 미소가 드러났다.“그럼 이렇게 하자
그래서 연바다를 내버려두기로 했다.강하랑의 계획이 잘 풀린다면 두 사람은 얼마 같이 있지도 못할 거니까.이 거짓된 감정을 그동안 더 지켜보려고 한다.그저 꿈이라고 할지라도.만약 강하랑의 계획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그녀는 열심히 고민했다. 만약 연바다의 곁에서 떠날 수 있다고 해도 이 폭군은 그녀를 다시 잡아 올 것이다. 두 사람은 영원히 예전처럼 지내지 못할 것이다.지금의 분위기도 어제와 다른데, 그때가 되면 더욱 험악할 것이다.가짜는 가짜일 뿐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아무리 진짜처럼 위장해도 그 포장을 벗겨내
연바다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그녀의 웃음을 마주했을 때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순간 그 호칭 때문에 난 짜증이 사라져 버릴 정도였다.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침대맡에 앉은 강하랑은 이미 그릇을 들고 먹고 있었다. 연바다도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목울대를 꿈틀거렸다.“필요한 거 있으면 다시 불러.”그렇게 말하면서 강하랑에게서 시선을 뗐다. 설탕을 부어주면서 말한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좀 더 낮았다.숟가락을 내려놓은 후, 그는 테이블 위의 노트북과 핸드폰을 들고 떠났다. 마치 도망치는 것 같
“오케이, 알았어. 그만할게.”푸른 눈동자의 소년은 두 손을 들면서 항복을 얘기했다. 말투도 꽤 진지해졌다.“하지만, 핸슨. 이번에 귀국하더니 성격이 꽤 변했네? 예전과는 다른 기분이야. 정말... 연애해?”“너, 한가해?”연바다는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한쪽에 놓고 노트북을 들고 뭘 연구하기 시작했다.핸드폰 속의 남자는 억울한 듯 얘기했다.“그저 궁금했을 뿐이야.”어릴 때 만난 여자를 위해서 자기를 바꾼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니까.물론 영상 통화를 건 이유도 잊지 않았다.“맞
그 생각은 마치 넝쿨처럼 연바다의 머릿속에서 퍼져나갔다.연바다는 배에서 중상을 입고 깨어난 강하랑을 떠올렸다. 마치 갓 눈을 뜬 아기 새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의 엄마를 찾는 것 같았다. 조금만 잘해주면 마음을 다해서 믿음을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연바다는 그때 깨어난 강하랑이 그리웠다.해외에는 전두엽 제거 수술도 있어서 사람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사람이 바보가 될 수 있었다. 기억뿐만이 아니라 다른 감정까지 모조리 잊어버린, 그런 바보 말이다.연바다는 그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결국 얻는 게
아마도 강하랑이 이렇게 얘기할 줄은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연바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고 등을 곧게 세운 자세였다.하지만 차갑게 굳은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아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강하랑은 손을 들어 대담하게 그의 머리를 만졌다. 예쁜 얼굴에는 미소가 걸렸다.“이거 봐. 나도 답을 내놓지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 대답할 수 있겠어.”“그럼 만약 내가...”연바다의 목소리는 조금 쉬었다. 서늘한 강하랑의 손을 쥔 그의 눈동자는 조금 어두워졌다.“만약 내가 앞으로 널 속이지 않겠다고 하면?
연바다는 이튿날 아침에야 강하랑이 열이 난 것을 발견했다. 호텔의 웨이터가 아침을 가져다주어서 침실의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깊이 고민한 연바다가 미간을 찌푸리고 방문을 열었다.안은 어두웠다. 어제의 약 냄새가 아닌 싱그러운 향기가 나고 있었다.연바다는 침대맡으로 와서 어제 놓고 간 온수를 확인했다. 절반이나 사라져 있었다.침대에 누워있는 강하랑은 전혀 방해를 받지 않은 듯, 두 눈을 꼭 감고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멀쩡해 보이는 강하랑을 보고 연바다의 굳은 표정이 약간 풀어졌다.“하랑아?”그는 약간
진정석이 나가자 연바다는 더는 시간을 끌 것도 없이 얼른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간편하게 갈아입을 수 있는 옷가지와 세면도구 등 말이다.짐을 가지고 가는 일은 당연히 그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대충 정리를 하고 한쪽으로 밀어두면 호텔 직원이 알아서 들고 올 것이다.그리고 그는 그저 강하랑 한 사람만 책임지고 데리고 나오면 되었다.물건을 정리한 후 그는 얇은 담요를 그녀의 몸에 두르고 안아 올렸다.병원엔 아침부터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 도시락을 들고 있었고 아픈 사람을 위해 아침을 준비해 온 듯했다. 엘리베이터 앞은 더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