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럼 오늘은 여기서 자자. 이따 대충 알아서 먹을 것을 사와. 그리고 편히 쉬어.”이 정원집엔 방이 두 개 있었다. 거기다 연바다와 강하랑이 남겨둔 물건이 꽤나 있었고 대부분 바로 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형제들끼리 대충 하룻밤 자는 것엔 문제가 없었다.아무리 잘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해도 딱히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텐트와 필요한 생활용품을 챙겨왔기 때문이다.그들에게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강하랑을 찾는 일이 더욱 중요했다.단원혁은 잠자리를 만들라고 말한 뒤 따로 단이혁과
서해시.이곳은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교통도 편리할뿐더러 이곳엔 인구도 많았다. 아무리 톱스타가 온다고 해도 여행객에게 들킬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다.심지어 톱스타를 우연히 전철에서 만났다고 해도 팬들은 감히 인사하면서 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만약 인사를 하면서 말을 건다면 자신의 톱스타에게 사람으로 가득해 지옥 같은 곳에서 소중한 자리를 양보해야 했기 때문이다.강하랑은 연바다와 이틀을 걸쳐 이곳으로 도착했다. 도시 환경이 아름다웠던 터라 세 사람은 이곳에서 하룻밤 묶기로 했고 그렇게 생긴 자유 시간
바닷가를 걸으면서 많은 여행객을 보았다.커플도 있고,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고... 등 아주 많았다.강하랑은 그들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이 가득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유성'이 자신의 곁으로 다가가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그녀가 친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연유성'은 포함되지 않은 것 같았다.하지만... 하지만 만약 이 세상에 그녀의 부모님이나 형제가 존재한다면, 그녀는 아마도 그들이 가까이 다가와도 거부하지 않을 것 같았다.심지어 그녀는 진지하게 가족과 함께 있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녀는 떠나기 싫은 건 아니었다.다만... 이상하게 미련이 남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미련이 생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미련이 어디서 온 것인지 찾아보고 싶었다.또 어쩌면 상대에게서 반드시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듣고 싶은 것일 수도 있었다.“유성아, 난 너랑 함께 떠나기 싫은 건 아니야.”강하랑은 다시 그의 시선을 마주 보며 다소 복잡한 심경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녀는 결국 말을 꺼냈다.“난 그냥 우리 지금도 그럭저럭 잘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굳이 떠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야.”물론 그
그리고 이내 남자의 향수 냄새가 진득한 손수건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고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하랑아, 혹시 내가 실수한 거 있으면 그냥 말해줘. 나한테 불만이 있다고 해도, 아니면 나랑 다른 의견이 있는 거라고 해도 그냥 나한테 바로 말해. 너무 혼자 속으로 끙끙 앓고 있지 말고.”그는 손을 거두면서 말했다.그의 차갑던 표정도 어느새 많이 부드럽게 풀려 있었다.“정말로 나랑 함께 떠나는 게 싫은 거야?”강하랑은 꽃을 들고 시선을 내리깔았다.분명 방금 눈물을 닦았지만 지금 또 한 방울 뚝 떨어져 꽃송이에 안착했다.그녀는
연바다와 돌아온 강하랑은 바로 음식을 먹으러 가지 않았다.한바탕 울고 나니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고 몸에도 어느새 땀이 나 찝찝했다. 그래서 배고픔을 참고 일단 호텔 방으로 돌아와 샤워부터 했다.호텔 1층이 바로 레스토랑이었다. 음식은 바깥에 있는 식당과 맛이 비슷했고 심지어 가격도 더 쌌다.강하랑은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연바다에게 1층에서 자신을 기다려 달라고, 어떤 음식이든 편식을 하지 않으니 먼저 시켜도 된다고 했다.연바다는 그녀와 함께 방으로 올라왔다. 그러고는 옷을 갈아입고 내려가면서 잊지 않고 진정석에게도 밥을 먹
“...”연바다는 샴페인 마시려던 행동 그대로 멈췄다.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이다.대략 1분 정도가 지났을까, 그는 샴페인 잔을 그대로 다시 내려놓고 냅킨으로 손을 닦았다.그는 테이블을 빤히 보면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진 교수는 의사죠. 단하랑의 상태가 어떻든 전부 의사인 진 교수가 나한테 알려줬죠. 기억 상실했다는 것도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전부 단하랑의 연기라고 나한테 말을 하네요? 진 교수, 자꾸 이러면 내가 진 교수 능력을 의심하게 될 거예요.”연바다가 마지막으로 한 말에 그
강하랑은 연바다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마침 직원이 그들이 먼저 주문한 음식을 서빙하고 있었다.“교수님은 왜 주문 안 하셨어요? 안 드시는 거예요?”직원이 떠나자 강하랑은 다소 의아한 어투로 물었다.진정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의 앞에 있던 스테이크 접시를 가져가며 연바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진 교수는 금방 주문한 거라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우리가 먼저 먹고 있자.”“그래? 교수님은 그럼 좀 기다리셔야겠네요.”강하랑은 진정석을 향해 미소를 짓곤 작은 스푼을 들어 푸딩을 맛보았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남자가 음식을